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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추모 특집) ‘시대의 영웅’ 2Pac에 관한 6가지 단상
    rhythmer | 2011-09-19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본인은 얼마 전 추석 연휴를 맞아 4박 5일간의 상하이 여행을 다녀왔다. 아내가 중국에서 유학 생활을 한 덕에 별다른 가이드 없이 자유 여행으로 이곳 저곳 둘러보고 왔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귀국 후 TV에서 중국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전에 없던 관심이 생기곤 한다. 며칠 전 교육방송에서 중국 무당산과 무당파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매우 익숙한 단어일 것이다. 그룹 우탱 클랜(Wu-Tang Clan)의 어원이 된 바로 그 무당이었다. 나는 TV를 보며 저 단어는 실제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물어봤고 아내는 ‘우탕’에 가깝게 발음된다고 말해주었다. 우탱 클랜 맴버들은 ‘우탕’을 ‘우탱’으로 발음하며 팀 명을 만든 셈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문득 비슷한 일화가 떠올랐다. 10년 전 중고교생들의 가방은 온통 ‘EastPak’이었는데, 가방의 이름을 놓고 우리는 이스트팩이냐 이스트팍이냐 하는 쓸모 없는 소모전을 벌이기도 했다. 프랑스 월드컵이 한창일 때는 제2외국어를 불어로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타국 언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니들 henry 읽어봐라.”라며 자기들만이 앙리의 이름을 제대로 부를 수 있을 거라며 으스대기도 했다. 그리고 힙합 음악을 향유하던 소수들은 투팍(2pac)의 이름을 놓고 똑같은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언론이나 케이블 방송에서 힙합 음악을 소개하던 VJ들은 힙합 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이 인물을 가리켜 자연스럽게 ‘투팩’이라 부르곤 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그의 이름이 대부분 제대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9월은 이 전설적인 랩퍼의 기일이 있는 달이다. 미국 내 흑인 대통령을 꿈꾸던 투팍의 소원은 현실이 되었는데, 그는 하늘나라에서 편안하게 지내고 있을까?

    위키피디아에서 당장 ‘2pac’을 입력해본다면 그에 관한 디스코그래피와 삶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나와 있다. 죽어서도 살아 있다는 그럴듯한 루머들과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그의 미발표 곡 앨범들 덕에 투팍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 숨 쉬는 듯 하다. 투팍이 사망한 9월을 맞아 본토인 미국 힙합 전문 웹사이트 XXL에서는 투팍의 곡들 중 최고의 곡을 뽑는 토너먼트까지 진행하고 있다. 한때는 국내에서 이름까지 잘못 불리던 그이지만, 이제는 죽어서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그이기에 팩트(Fact)들을 나열하는 건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의 기일을 맞이하여 내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투팍에 관한 단상들을 풀어볼까 한다.


     

    1. 투팍과 지오디(GOD)

    박진영의 아이들 지오디(GOD)가 “어머님께”로 데뷔하였을 때 투팍의 “Life Goes On”을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결국, 원작자와 합의를 봤다. 이후, 지오디는 재민이를 키우며(재민이가 지오디를 키웠다는 이야기도 있다), 국민그룹이 되었고 투팍은 이미 전설이 되어 있었다. 서태지로 인해 싸이프레스 힐(Cypress Hill)이 국내에 알려지고, 드렁큰 타이거로 인해 아이스 큐브(Ice Cube)의 이름이 국내 언론에 소개되었듯이 지오디로 인해 투팍의 이름이 국내 언론에 오르내리던 시기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투팍보다는 투팩이라고 불리던 시절이다. 그 후에 베이비 복스(Baby Vox)가 투팍의 미발표 랩 벌스를 인용하여 욕을 먹었던 사건도 있었다. 국내 가요계와 투팍의 인연은 그리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진 않다.

    2. 투팍 음악엔 노래가 너무 많아.

    어떠한 문화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을 때에는 잘못된 인식과 오해를 낳기도 한다. 힙합 음악엔 사랑에 관한 주제가 있어서는 안 되며, 노래가 많이 들어가면 힙합이 아니라는 어처구니 없는 오해가 그러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15년 전쯤 국내 리스너 사이에선 실제로 이러한 의견들이 나오곤 했다. 투팍의 곡들 중에는 달콤쌉싸름한 보컬 곡이 다수 있었는데, 그래서 당시 그의 음악에 보컬이 너무 많다며 불만을 가진 리스너들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30대 아저씨가 되었을 그때 그 사람들 중 일부는 지금쯤 소녀 걸 그룹에 열광하고 있지 않을까?

    3. 투팍과 비기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떡밥이다. ‘투팍과 비기 중 누가 더 랩을 잘하느냐?’라는 질문의 유효기간은 힙합이라는 음악이 사라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 같다. 친한 친구에서 라이벌이 되고, 애증의 관계였던 이 둘의 랩 실력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일은 힙합 팬들에겐 커다란 재미이자, 때로는 무의미한 시간 죽이기이기도 하다. 스튜디오 레코딩, 라이브, 프리스타일 등 랩 음악에서 겨룰 수 있는 모든 부분에서 이 둘은 항상 비교되곤 한다. 그나저나 만약 뉴욕 태생인 투팍이 캘리포니아로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힙합 씬은 어떤 식으로 발전하였을까? 동부힙합의 투팍과 비기였다면?

    4. 투팍의 ‘여자 멀리, 자위 권장’ 짤방

    투팍의 다큐 영상 중 짤방으로 만들어져 유명한 장면. 이 장면을 처음 캡쳐한 용자가 대체 누구야? 투팍의 이미지가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진 데 일조한 장면이다.

    5. 무수히 많은 전설과 루머들

    당장 인터넷을 통해 투팍에 관한 루머나 전설들을 찾아보자. 일부는 팩트이고 일부는 크게 부풀려진 이야기들이며, 일부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허구이다. 투팍이 총을 맞아 아픔을 잊기 위해 마리화나를 피웠다는 이야기와 무려 아홉 발의 총격 세례를 받고도 살아났던 일화는 그야말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야기.

    6. 이어지는 미발표 앨범들

    처음 투팍이 죽고 미발표 앨범이 나왔을 땐 정말 반가웠다. 그 다음에 또 하나의 새 앨범이 나온다고 하니 또 반가웠다. 그런데 또, 또, 또, 나온단다. 스튜디오 앨범뿐 아니라 라이브에 리믹스 앨범까지 나온단다. 그에 따른 루머들(투팍이 외딴 섬 어딘가 살아서 계속 녹음 중이라는) 역시 끊이질 않고 흘러나온다. 앨범의 퀄리티가 들쭉날쭉하긴 하지만(물론, 이는 투팍의 랩과 어울리지도 않는 트렌디한 비트를 입히는 제작사의 만행 때문이지만) 투팍이 생을 달리 한지 15년이 흘렀어도 전설은 계속될 예정이다. 그나저나 투팍 어머님? 앞으로 몇 장이나 더 나오나요?


     

    1971년에 태어나서 96년에 사망한 투팍. 흔히들 천재 뮤지션은 스물일곱이라는 나이에 요절한다고 한다. 3J로 불리는 짐 모리슨(Jim Morrison),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가 그러했고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와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이 그러했다. 그리고 투팍은 이들보다도 더 짧은 생을 살다 갔다. 천재들이 요절하는 까닭 중 하나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너무나 잘 꿰뚫어 보기 때문에 그것을 고민하고 저항하다가 지쳐서 요절한다는 얘기가 있다. 천재와 요절의 관계를 형이하학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투팍의 가사에서 보이는 삶에 대한 저항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지친 삶에서 보여지는 희미한 희망까지도 힙합이라는 음악을 통해 노래한 투팍은 천재는 아닐지언정 시대의 영웅으로 사람들의 가슴 속에 오랜 시간 기억될 것이다.



    Rest In Peace
    1971. 6. 16 ~ 1996.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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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esslit (2012-02-21 01:44:35, 118.33.55.**)
      2. 그러니까 남자들은 여자를 멀리하고 자위를 많이 하는게 낫습니다
        이거 명언 아닙니까
      1. 길심슨 (2011-09-29 22:58:20, 121.171.217.**)
      2. 음악적으로 음악외적으로도 할게 많았는데 아쉬버용
      1. 이건후 (2011-09-25 18:35:34, 110.8.76.***)
      2. 저 짤방이 투팍인줄은 처음 알았네요 ㅋㅋ
      1. 양지훈 (2011-09-24 20:40:49, 180.64.74.**)
      2. 각자의 추억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의 경우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 승객이 거의 없는 동네 시내버스를 타다가 버스 기사 양반이 California Love를 듣고 있어서 놀라면서도 좋았던 때가 있었음.

        2. [Greatest Hits] 라이선스 앨범에 기재된 '투팍이 죽지 않았다는 이유 10가지'를 고3때부터 매년마다 수차례 읽어봤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설득력이 상당히 부족한 루머구나- 라는 생각이 부쩍 늘어남.

        3. 아는 형이 Changes, Hit 'Em Up 등이 담긴 Maxi Single CD를 중고로 구입한 후 나에게 보여주며 자랑하던 순간을 잊지 못함.

        4. 알바 하던 시절 2Pac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역시나 두 명의 타 직원들이 나의 티셔츠를 보고 투팍이냐 투팩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던 때가 있었으나, 피곤하고 귀찮아서 둘의 설전에 개입하지 않음.
      1. Raaaam (2011-09-24 18:25:06, 27.119.40.***)
      2. 간만에 웃다가네요ㅋㅋㅋㅋㅋ
      1. crave4you (2011-09-23 14:09:49, 121.162.102.***)
      2. XXL 에서 진행한 2pac's greatest song 토너먼트에서
        changes 가 dear mama 를 꺽고 1위를 차지했네요~
        각각 Hit'em up 과 pain 을 누르고 결승진출 했었네요
      1. Popeye (2011-09-20 21:53:24, 168.120.97.***)
      2. ㅋㅋ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영원한 라이벌^^
      1. 최규승 (2011-09-20 00:39:57, 220.116.250.***)
      2. ㅋㅋㅋㅋㅋㅋㅋㅋ 4번이 제일 이슈네요 ㅋㅋ
        투팍 비기 사진은 너무 멋있어요! R.I.P!
      1. 투명인간 (2011-09-20 00:11:54, 116.47.153.**)
      2. 저 자위발언이 투팍 짤방이었군요...
        오늘에서야 알았습니다.
        초딩 때 인터넷에서 저 짤방 보고
        자위행위가 뭔지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보려다가 말았는데..
      1. Gerome (2011-09-19 23:08:50, 222.109.121.***)
      2. 4. ㅋㅋㅋㅋㅋㅋ 저거 보고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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