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유행이다.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힙합이라는 장르의 작업방식이 워낙 분업과 수정에 유리하게 발전하다 보니 이런 재미있는 현상이 갈수록 자주 목격되고 있다. 마음만 맞으면 서로 떨어져 있어도 얼마든지 공동작업이 가능하고, 솔로앨범의 부담감을 떠나 새로운 경험치를 쌓는 좋은 기회도 될 수 있다. 물론 수용자로서도 재미있는 이벤트다. 그래서 찾아본 이루어지지 않은 '환상의 커플'. 어쩌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르고, 갑자기 몇 달 뒤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들의 만남을 기대하며, 성사가능성 순서대로 살펴보았다.

Dr. Dre & Warren G (성사가능성: 10%)



조관우에게 이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법이라고 대답해 줄 것 같다. 한국 드라마에서 이복형제는 같은 여자를 두고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되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같은 음악을 하는 동료이자 친구로 활동 중이다. 아직 [Detox]도 나오지 않았고, 워렌쥐는 실망만 안겨주는 마당에 이런 상상이 뭔 가치가 있겠느냐 마는 이들의 앨범이 나올 수만 있다면 그들의 꿈에 침투해서 생각을 심을 의향도 있다.

Nas & AZ (성사가능성: 50%)



역사적 명반 [Illmatic]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트는 아이러니하게도 "Life's Bitch" 중 AZ의 벌스였다. 물론, 이어지는 나스도 더없이 훌륭하지만, 여기선 AZ의 판정승이다. 특별한 우정을 지닌 이들은 서로의 앨범에 참여해 엎치락뒤치락 이처럼 환상적인 광경을 만들어냈다. 나는 왜 이들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이 아직 나오지 않는지 의아하다. "The Essence"와 "How Yo Livin'"을 기억하는 이라면 이들의 궁합이 ‘차인표-신애라’ 이상이라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Lil Wayne & Drake (성사가능성: 70%)



현재 가장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는 두 남자 릴 웨인과 드레이크는 자주 공동작업의 시너지를 측정한 바 있다. 서로의 믹스테잎은 물론이고, 최근 [Carter IV]에서 싱글 컷된 "She Will"까지. 그들은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멋진 음악을 선보였다. 물론, 레이블메이트라는 커다란 장점도 있다. 이쯤이면 콜라보레이션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최근 이에 대해 버드맨(Birdman)은 아주 가능성이 크다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 바닥에서 랩퍼의 말은 정치인들 마음만큼이나 변덕스럽긴 하지만, 이번엔 가능성이 제법 있어 보인다.

Ne-Yo & Fabolous (성사가능성: 80%)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근래 좀처럼 자리 잡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패볼러스는 니요와 함께 작업했을 때 여러 차례 성공한 기억이 있다. 그의 유일한 플래티넘 싱글 "Make Me Better"를 비롯하여, "Makin Love"와 "Crazy Love", 그리고 제이미 팍스(Jamie Foxx)의 앨범에서 함께했던 "She Got Her Own"까지. 더욱 중요한 것은 이 곡들에서 서로의 공통점이 확실히 드러난다는 사실이다. 온화한 듯 능글맞은 그들의 매력은 얼마 전 니요가 콜라보레이션 앨범에 대해 말을 열기 시작하면서 시동이 걸렸다. 그들의 작품집은 2012년 런던올림픽과 함께 돌아올 예정이다.

Jay-Z & Beyonce (성사가능성: 90%)



제이-지의 팬들에게 정체 모를 죄책감을 느끼게 했던 뉴욕 힙합의 제왕과 비욘세의 열애는 단순한 셀레브리티의 합 이상의 사건이었다. 이건 '물질>외모'의 공식이 뉴턴의 법칙만큼 확고해지는 순간이었으며, 보통사람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주는 일이었다. 다행히 이들의 사랑이 진실에 수렴한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가면서 겨우 안도할 수 있었다. 삐딱하게 보는 것을 그만두자. 그리고 나니 이들의 결혼은 음악적 유대가 지속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우리는 "Deja Vu"와 "Bonnie & Clyde" 같은 곡을 꾸준히 듣게 될 것이다. 최고의 랩퍼와 최고의 디바의 콜라보레이션 앨범은 결코 헛된 기대가 아니다.

Part.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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