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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센터’, 그들을 웃고 울게 하는 그 자리
    rhythmer | 2012-01-16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내가 센터였는데 밀려났다.'

    주전 자리에서 밀려난 농구 선수의 발언이 아니다. 최근 KBS '스타 인생극장'에서 황정음이 그룹 ‘슈가’ 활동 시절, 같은 멤버 아유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던 당시의 심경을 고백한 내용이다. 사실 두 명 이상인 팀에서 멤버가 고르게 인기를 얻는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율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특정 멤버에게 쏠리기 마련이다(다만, 그 대상이 바뀌는 경우는 있다). 실제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연예기획사에서는 ‘대중으로부터 입질 오는 멤버 대놓고 밀어주기’가 만연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의 시선이 가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잦은 마찰이 있었겠는가?! 일각에서는 이번 황정음의 발언을 두고 ‘시기심을 표현한 것은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방송을 비롯한 공식석상에서는 무조건 속마음을 숨기고 입을 조심해야 한다는 국내의 사회, 문화 풍토가 더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반문해보고 싶다. 겉에선 웃고 안으로 상처를 썩히는 것보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서 푸는 게 더 효과적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후자처럼 한다고 해서 모든 일이 바람직하게 풀리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센터 자리에 대한 열망과 시기(?)는 비단 국내 연예계만의 일이 아니다. 서로 향유하는 문화와 가치관은 다를지언정 사람은 대부분 질투의 동물이라 하지 않았는가?! 지금도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센터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며, 누군가는 안으로 분을 삭이며…. 흑인음악 역사 속에서도 이른바 ‘센터’ 자리 때문에 불화가 생긴 그룹의 사례가 많다. 그리고 그 결과는 대개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전보다 더욱 단단한 결합, 아니면 영원한 결별. 문득 떠오른 사례를 옮겨본다. 


    The Supremes - Florence Ballard VS Diana Ross

    ‘1960년대 가장 성공한 흑인 뮤지션(The most successful black performers of the 1960s)’이었던 그룹 슈프림스의 두 핵심 멤버 플로렌스 발라드와 다이애나 로스만큼 센터쟁탈전이 비극으로 이어진 사례도 없을 것이다. 프라임메츠(The Primettes)라는 이름으로 데뷔할 당시에도, 이후 모타운(Motown)과 계약을 맺고 팀 이름을 슈프림스로 바꿀 때도 그룹의 중심은 플로렌스였다. 하지만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약 3년여 만에 “When the Lovelight Starts Shining Through His Eyes”라는 싱글로 첫 번째 히트를 기록하고 몇 달 후, 모타운의 창시자 베리 고디(Berry Gordy Jr.)가 갑작스레 다이애나 로스를 리드 싱어로 지명하면서 멤버 간 관계는 꼬이기 시작했다. 이는 폭발적인 가창력과 깊은 여운을 지녔지만, 백인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있었던 플로렌스의 보컬보다 비음이 적당히 섞여 있고 대중적인 성향이 있는, (게다가 예쁘기까지 한) 다이애나의 보컬이 백인들의 팝적인 취향을 파고드는 데 훨씬 적합하다고 생각했던 베리 고디의 전략적인 선택이었던 것. 결과적으로 다이애나가 선두에 나선 슈프림스는 차트 넘버원 싱글을 연속으로 쏟아내며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순식간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겨버린 플로렌스의 자괴감은 상당했다. 그녀는 녹음과 공연에 불성실하게 임했고, 결국, 그룹에서 반강제적으로 쫓겨났는데, 이후 약물과 술에 의존하게 되면서 심신은 망가지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976년, 32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Cypress Hill - B-Real VS Sen Dog

    그로테스크한 비트, 전례 없이 독특한 랩핑 스타일, 마리화나에 대한 진심 어린(?) 집착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엄청난 성공을 거둔 그룹 싸이프레스 힐의 두 랩퍼 비-리얼과 센 독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죽마고우다. 하지만 질투, 혹은 시기는 ‘친한 친구’라는 관계와는 별개로 드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감정인가 보다. 앞서 싸이프레스 힐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언급한 ‘전례 없이 독특한 랩핑 스타일’은 바로 비-리얼 만의 이야기다. 비음을 가득 섞어서 내뱉는 그의 랩핑은 많은 음악팬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기며 그룹을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는데,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비-리얼의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이에 센 독은 세 번째 앨범 [III: Temples of Boom] 발표 이후, 점점 줄어드는 자신의 비중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그룹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랩 록 밴드 SX-10을 결성하여 활동했는데,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다행히 비-리얼과 센 독은 화해하고 다시 싸이프레스 힐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솔직히 드는 생각 하나. 만약, 센 독의 SX-10이 잘나갔다면, 어땠을까?! 내가 너무 세속적으로만 생각하는 걸까?

    Destiny's Child – Beyonce, Kelly Rowland VS LeToya Luckett, LaTavia Roberson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팝계를 휩쓴 여성 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는 앞서 소개한 슈프림스와 평행이론이다 싶을 정도로 닮아있다. 팝 역사에 기록될 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당대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는 점과 월등하게 높았던 특정 멤버의 인기 때문에 불화가 생겼다는 점 등이 특히 그렇다. 최초 멤버였던 비욘세, 켈리 롤랜드와 르토야 러켓, 라타비아 로버슨 사이가 틀어졌던 것이다. 그룹이 활동을 시작한 후, 언론의 관심이 주로 멤버 중 비욘세와 켈리 롤랜드에게 쏠리자 자연스레 매니지먼트의 초점이 둘에게 맞춰지게 됐는데, 이에 러켓과 로버슨은 불균등한 매니지먼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그룹을 떠나게 된다. 더구나 여기엔 돈에 대한 문제도 끼어있었다. 러켓과 로버슨은 데스티니스 차일드 활동 당시 매니지먼트를 책임진 비욘세의 아버지 매튜 놀스(Mathew Knowles), 그리고 비욘세와 켈리 롤랜드를 수탁자로서 책임을 하지 않았다는 것과 수익 분배 제휴를 어긴 것을 이유로 고소했다. 이후, 러켓과 로버슨은 합의 끝에 비욘세와 롤랜드에 대한 고소는 취하했지만, 매니지먼트에 대한 소송은 이어갔다. 

    Goodie Mob - Cee-Lo VS Big Gipp, Khujo, T-Mo

    ‘더티 사우스(Dirty South)’라는 말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린 데뷔 앨범 [Soul Food]를 통해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았던 그룹 구디 맙의 프론트맨 씨-로는 애초부터 존재감이 남달랐다.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 활동과 2010년작 [The Lady Killer] 등의 솔로 커리어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넘치는 끼와 재능을 지녔는지 증명된다. 문제는 그렇다 보니 그룹에 균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결성 당시에는 빅 깁(Big Gipp)도 리더나 다름없는 인물이었지만, 점점 씨-로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결국, 씨-로는 99년에 발표한 그룹의 세 번째 앨범 [World Party]를 끝으로 갑작스레 솔로 활동을 선언하며 그룹을 떠났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시 레이블 아리스타(Arista Records)는 저조한 음반 판매량을 이유로 구디 맙을 방출하기에 이른다. 이후, 그룹은 약 5년 간이나 공백기를 가졌는데, 그동안 이들 사이에 어떠한 불만 표시도 없었지만, 씨-로 없이 2004년에 발표한 컴백 앨범 [One Monkey Don't Stop No Show]는 팬들 사이에서 적잖게 논란이 됐다. 타이틀의 ‘Monkey’와 커버 속 원숭이가 씨-로에 대한 불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게 아니냐는 것. 멤버들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의심을 거둘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어쨌든 지금은 다시 모든 멤버가 재결합하였으니 지나간 과거는 덮어도 무방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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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h! nuts (2012-01-18 09:30:14, 164.124.106.***)
      2. 슈가에서 구디맙까지 재미있는 글이네요!!
      1. Popeye (2012-01-18 03:40:38, 168.120.97.***)
      2. 와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사진도 감명깊게 ㅎㅎ

        한국엔 역시 다듀만한 듀오가 없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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