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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Lost West Tapes: 미발표 웨스트코스트 힙합앨범 엿보기
    rhythmer | 2012-03-20 | 1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2002년 발매되었던 나스(Nas)의 [The Lost Tapes]는 국내외 리스너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앨범에 수록되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앨범 컨셉트에 들어맞지 않아서, 또는 사업상의 문제로 인해 앨범에 수록되지 못했던 곡들이라는 미발표곡들에 대한 기존 인식을 깨트리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앨범을 계기로 다른 뮤지션들의 미발표곡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청자들이 많아지기도 했는데, 지금 소개할 앨범들은 바로 웨스트 코스트의 로스트 테잎, 서부 뮤지션들의 미발표 앨범이다. 마땅히 우리 손에 쥐어진채 플레이되고 있어야 했을 앨범들이지만, 90년대 후반 웨스트 코스트가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레이블과 마찰이나 다른 여러 가지 사정들로 발매되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져간 수작들. 그럼 웨스트 코스트의 숨겨진, 하지만 결코 멀리 있지는 않은 보석들을 찾아내는 탐험을 시작해보자!

    *본 글은 리드머가 재오픈되기 전에 올라왔던 글을 재편집 및 복원하여 게재하는 것임을 밝힙니다.



    Part.1 (예동현)

    Knoc-Turn'al - Knoc's Landin'

    닥터 드레(Dr.Dre)의 [2001] 앨범에서 처음 등장한 낙 터널(Knoc-Turn'al)은 [The Wash]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Bad Intention"의 탄력적인 후렴구(Hook)로 일약 특급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리고 닥터 드레와 프레드렉(Fredwreck), 엑지빗(Xizbit), 네잇 독(Nate Dogg), 제이요 펠로니(Jayo Felony), 미씨 엘리엇(Missy Elliot) 등등, 걸출한 게스트와 드레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갖춘 낙의 데뷔 앨범이 발매된다고 했을 때 팬들은 [2001]의 성공과 스눕 독(Snoop Dogg)의 재기로 웨스트 코스트의 완전 부활을 기대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붓레깅(Bootlegging/앨범이 불법으로 유출되거나 판매되는 것)으로 인해 6곡만을 간추린 EP 형식으로 발매되어 버렸고 이 앨범은 팬들의 손 대신에 인터넷을 떠돌아다니는 비운의 앨범이 되고 말았다(그럼에도 그 EP가 앨범차트 40위권까지 랭크됐던 것을 생각한다면 놀라운 결과다). 본 작이 그의 정식 데뷔 LP가 된 [The Way I Am]보다 훌륭한 완성도를 선보인다는 점은 더더욱 아쉽게 한다. 드레의 감각적인 리듬 터치와 느릿하지만 날카롭게 라임을 쏘아대는 낙의 랩이 돋보이는 첫 싱글 “Knoc"이나 드라마틱한 구성의 뮤직비디오가 인상적인 "Muzik", 프레드렉이 선사한 최상급의 비트 위로 제이요 펠라니의 끝없는 갱스터 찬양이 펼쳐지는 ”Let's All Roll"같은 EP에 수록된 멋진 트랙들 외에도 "When It all Comes Down To It" 이나 “Whatcha Gonna Do" 같은 멋진 트랙을 정식 앨범으로 들을 수 없다는 점은 팬들을 슬프게 만든다. 낙 터널은 비음 섞인 날카로운 목소리와 느긋한 플로우 위로 적재적소에 라임을 배치하면서 여유 있게 곡을 리드해간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그의 크루인 LA 컨피덴셜(LA Confidential)이 낙 터널의 실력을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점인데, 사실 그들의 참여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아서 큰 문제는 아니다. 독특한 카리스마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대형 신인이었지만, 불운하게 커리어를 시작한 낙 터널의 진면목을 살펴보는 데 부족함이 없는 이 앨범이 만약 정식으로 발매되었다면, 낙의 커리어는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

     
    Ras Kass - Van Gogh

    역사상 최고의 스킬을 가진 엠씨 중 한 명으로 찬양받고 있지만, 사실 라스 카스(Ras Kass)의 커리어는 그다지 순탄치 못했다. 이유는 모두 프로덕션이 그의 랩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팬들의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프리오리티(Priority) 레이블에서 세 번째 앨범 [Van Gogh]의 발매 소식이 공개되었을 때 팬들의 기대는 대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닥터 드레는 물론, 팀발랜드(Timbaland), 릭 락(Rick Rock), 배틀 캣(Battle Cat), 스캇 스토치(Scott Storch), 알케미스트(Alchemist) 등 동서부를 초월한 초호화 프로듀서 진용의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작은 엄청난 기대치에도 거듭 발매연기를 하다가 결국은 발매가 무산되었는데, 붓레깅으로 인한 발매연기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실상은 프리오리티의 제작비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단적인 사례가 사장된 명곡 “Home Sweet Home"에 얽힌 일화이다. 알케미스트의 환상적인 비트와 라스 카스의 최상의 랩의 만남으로 탄생한 명곡 “Home Sweet Home"은 후에 공개된 제이다키스(Jadakiss)의 ”We Gon' Make It"과 비트가 같은데 이는 라스 카스의 레이블에서 알케미스트에게 그 비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서 결국, 그 비트를 탐내던 제이다키스에게 넘긴 것이었다(이를 빌미로 라스 카스는 “Kiss You"라는 곡을 통해 알케미스트를 디스하기도 했다). 게다가 프리오리티에서 앨범을 발매하지 못한 라스 카스는 레이블을 옮기고 [Van Gogh]를 위해 작업했던 곡들과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프로듀스의 신곡 “Golden Chyld" 등을 포함한 새 앨범 [Golden Chyld]를 기획하지만, 그 역시도 안타깝게 정식으로 발매되지 못했다. 그런데, 사실 [Van Gogh]는 기대에 비해 완성도가 부족한 편이다. 현재도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버전은 완전한 완성품이 아닌 붓레깅 버전이라고는 하지만, 앞서 말한 "Home Sweet Home"이나 “Is This Love" 같은 멋진 언더그라운드 넘버가 있는가 하면, “Back It Up"처럼 당시의 트렌드를 어설프게 수용한 가벼운 곡들도 많이 보인다. 하지만 곡들의 성질과는 별개로 비트메이커들이 자신들의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데, 락와일더(Rockwilder)의 "NBA"나 "One Night" 같은 어중간한 비트의 트랙들이 많고 또한 비트가 너무 이질적으로 조합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구성이 산만하고 통일성이 부족하다. 귀를 자른 라스 카스 버전의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이 담긴 앨범 커버는 더 없이 매력적이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건대 그림 속의 라스 카스의 암울한 눈동자는 앨범의 비극적인 뒷이야기를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Hittman - Murder Weapon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기 최고의 화제를 낳았던 앨범은 단연코 닥터 드레의 [2001]이었는데, 그 앨범에 스눕이나 에미넴보다 많은 곡에 참여하며 자신을 알리던 신예가 있었으니 바로 히트맨(Hittman)이 그 주인공이다. 사실 그때만 해도 에미넴(Eminem)이나 스눕 독에 비견될만한 어떤 인상적인 카리스마나 스킬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닥터 드레의 총지휘 아래 제작된 그의 데뷔 앨범은 그냥 묻혀버리기에는 너무도 아까운 앨범이 아닐 수 없다. 싱글로 발매까지 되었던 "Last dayz"는 당시 제2의 전성기를 달리던 닥터 드레의 비트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꼽을만하며, 초기 애프터매스 시절 닥터 드레의 타이트한 비트를 감상할 수 있는"Blaw", 또 “Blaw it Up" 같은 좀 더 쥐-펑크(G-Funk)에 가까운 트랙들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 앨범이 더 인상적인 이유는 (우여곡절 끝에 한정 발매된) 킹 티(King-T)의 [Thy Kingdom Come]과 마찬가지로 닥터 드레의 음악적 진화를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킹-티의 앨범과 히트맨의 본작은 아마도 시기상 [2001]보다 조금 앞서 작업이 시작되어서 계속 진행되어 온 것 같은데 닥터 드레가 처음 애프터매스(Aftermath) 레이블을 설립하고 처음 발매했던 컴필레이션 앨범인 [Dr.Dre Present...the Aftermath]의 사운드와 [2001]의 사운드가 혼합적으로 들리고 있다는 데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특히, 베스트 트랙 중 하나인 ”Frontpage Stardom"을 비롯한 몇몇 트랙은 마치 [The Firm]앨범에서 “Phone Tab"과 ”5 Minute To Flesh" 같은 닥터드레의 비트를 연상시키는데 알고보니 배틀캣의 작품이었다는 반전을 안겨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주인공 히트맨의 역량부족이다. 사실 기본기는 탄탄하지만, 자신의 별다른 캐릭터를 갖추지 못한 그의 랩핑은 대중적으로 사랑을 받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사업적인 이유로 본작을 발매하지 않은 닥터 드레의 결정을 무조건 탓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사운드적인 면에서는 이 앨범이 제때 발매만 됐다면, 애프터매스의 앨범 중에서도 손꼽힐만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청자들을 더욱 아쉽게 한다.

    *2006년에 Sicbay라는 인디 레이블에서 나온 [Hittmanic Verses]라는 비정규 앨범에 본 작의 수록곡들이 대부분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Part.2 (강일권)

    Da 5Footaz - Lost Scrolls

    각각 프리스타일과 랩배틀로 실력을 인정받았던 다섯 명의 여인들-자스킬즈(Jah Skillz), 넵 러브(Neb Luv), 니하이(Kne-Hi), 케이바(K-Bar), 코브라 레드(Cobra Red)-이 한데 모여서 트윈즈(Twinz)와 함께 워렌쥐(Warren G)의 쥐-펑크 패밀리(g-Funk Family)를 이루었던 그룹 파이브푸타즈(Da 5Footaz)는 ‘g-Funk Era’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낯선 이름이 아닐 것이다. 워렌쥐의 앨범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 후, 영화 [Jason's Lyric]과 [Set It Off]의 사운드트랙을 통해 본격적으로 그룹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그녀들의 데뷔 앨범은 워렌쥐의 총 프로듀스 하에 진행되며 많은 팬의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Set It off] 사운드트랙에서 그녀들의 곡인 “The Heist"가 싱글컷되며 본격적인 활동과 앨범작업이 가시화되는 와중에 당시 데프 잼(Def Jam) 아티스트들의 앨범 제작을 담당했던 크리스 라이티(Chris Lighty-현 Violator 매니지먼트의 CEO)와 워렌쥐 간의 의견 충돌이 심각해지면서 그룹의 앨범이 발표되지 못하는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몇 년 뒤, 새로운 앨범인 [Lifetime]이 발표되기는 하지만,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황금기 그 한가운데에서 만나게 되었을 [Lost Scrolls]에 대한 아쉬움을 대신하기에는 부족했다. 앞서 말했듯이 [Lost Scrolls]는 워렌쥐가 총 책임을 진 작품답게 특유의 말랑말랑하고 멜로딕한 쥐-펑크 트랙들이 지배적이다. 워렌쥐가 직접 피처링까지 맡은 ”5Foot City", "Baller's Society", “Short Times"는 물론이고, 다른 곡들에 비해 베이스를 덜 부각시키는 한편, 하이햇과 신시사이저만으로 곡을 주도해 나가는 독특한 분위기의 ”Players Play", 그리고 워렌쥐의 멜로디 감각과 Laid-Back함의 극치를 들려주는 “PMS"등은 본 작에 대한 웨스트코스트 힙합 팬들의 소유욕을 강하게 자극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Lost Scrolls]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닥터드레(Dr.Dre)가 손수 빚어낸 ”Bigger They R"와 에릭셔먼(Erick Sermon)이 힘을 보탠 “Candidates", 그리고 다섯 여인의 매력적이고 출중한 실력의 래핑까지. 만약 정식으로 발표 되었다면, 많은 이의 가슴 속에 ‘g-Funk Classic’으로 남아있었을 비운의 걸작이다!   

    *본 작은 이후, 파이브푸타즈의 자체 제작 CD로 한정 발매되었다.

    Tha Eastsidaz - Gang Bang Muzik: Frequency of the streets

    스눕 독(Snoop Dogg)을 주축으로 배드 애즈(Bad Azz), 커럽(Kurupt)과 더불어 DPGC 진영 최고의 리릭시스트로 꼽히는 트레이 디(Tray Dee a.k.a Big Tray Dee)와 그의 동료 골디 락(Goldie Loc)이 함께 결성했던 트리오, 이싸이다즈(Tha Eastsidaz). 이들의 세 번째 앨범인 [Gang Bang Muzik]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2003년 11월에 발표가 돼야 했다. 본 작은 멤버인 골디 락을 비롯한 배틀캣(Battlecat), 프레드렉(Fredwreck), 훌리오 쥐(Julio G), 젤리 롤(Jelly Roll), 워렌 쥐(Warren G)등 그야말로 이싸이드 롱비치(Eastside Longbeach)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들의 대거 참여로 당시 발표 예정이었던 여러 웨스트 코스트 힙합 앨범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기대작이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발표되지 못했다. 일단 본 작이 과연 기대를 걸만한 앨범이었는지 그 안을 잠시 들여다보기로 하자. 비록 스눕이 뒤로 빠지고 트레이 디와 골디 락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 걱정을 낳기도 했지만,그 어느 때 보다도 물오른 트레이 디의 래핑과 주옥같은 웨스트 코스트 비트들의 어우러짐은 스눕의 공백을 잘 메우는 한편 기대작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본 작에 수록되어 있는 명 프로듀서들의 이른바 ‘이름값 하는’ 비트들 중에서도 배틀캣의 작품은 단연 으뜸이다. 메인 싱글이 유력시됐던 ”Friday Night"을 비롯하여 보컬샘플과 건반으로 곡을 주도하며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는 “Chemical Reaction”, 네잇 독(Nate Dogg)과 코케인(Kokane)의 보컬을 한데서 들을 수 있는 “Bottom Girl", 부치 캐서디(Butch Cassidy)의 중독적인 보컬과 배틀캣 특유의 아기자기한 사운드 소스의 조합이 인상적인 ”Doin It For Life"이 그 대표적인 곡들이다. 여기에 더해서 롱비치의 유명 라디오 디제이이자 프로듀서인 훌리오 쥐의 통통 튀는 쥐-펑크 사운드에 대즈 딜린져(Daz Dillinger)와 코케인이 힘을 보탠 ”Blue Suede Shoes“, 프레드렉이 프로듀싱하고 레드맨(Redman)이 합세한 ”Hard Times“, 그리고 워렌쥐의 ”C'd Up(a.k.a Real In The Field)" 등도 앨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 주고 있으니 이만하면 여전히 웨스트 코스트 힙합 팬들을 흥분시킬 1순위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어째서 본 작은 아직도 발표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우린 돈과 얽힌 형제간의 비극과 마주하게 된다. 첫 번째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이 모두 플래티넘 이상을 기록했음에도 그에 합당한 이익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 트레이 디와 골디 락은 스눕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회계사 쪽의 변호사를 선임하여 조사한 결과 로열티에 의하면, 자신들이 벌어들였어야 할 금액이 100만 달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룹이 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첫 번째 앨범의 히트 싱글이었던 “G'd Up"의 뮤직비디오 촬영당시 사용된 금 목걸이들에 대한 지불의 책임마저 자신들이 졌다는 사실까지 알게되면서 스눕과 이들의 사이는 순식간에 심각한 수준으로 변했다. 게다가 뒤이어서 터진 트레이 디의 거리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이 그룹을 더욱더 짙은 안개속으로 몰아넣음에 따라 본 작은 팬들의 기대만 잔뜩 부풀려 놓은 채, 막연한 발매일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는 ‘잠자는 롱비치의 앨범’이 되고 만 것이다. 이후, 스눕과 멤버들은 오해를 풀고 화해했으며, 수록곡들을 재정비하여 이 앨범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왔지만, 결국, 정식으로 발매되지 않았다. 


    Kokane - Dr. Jekyll And Mr. Kane

    흑인음악의 성지 모타운(Motown) 레코드의 작곡가 중 한 명인 제리 롱(Jerry Long)의 아들이기도 한 코케인(Kokane)은 피-펑크(P-Funk)에서 영향받은 독특하고 끈적끈적한 보컬스타일과 컬컬하면서도 우아한 래핑을 잘 조율하며 랩과 보컬의 유동적인 교차를 실현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예전에 웨스트코스트 힙합 씬의 싱어들을 소개하는 글을 통해서도 언급한 바 있는데 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이력과 그 유명세를 떠올려볼 때 이제까지의 그의 앨범 성적은 참담할 정도였다. 웨스트 코스트 힙합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뮤지션임에도 히트 앨범 한  장 없이 MC들의 백업 보컬로만 그 이름을 이어가던 코케인. 그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랩에 좀 더 비중을 두다가 닥터드레(Dr.Dre)의 [2001]을 기점으로 보컬에 치중하며 자신의 음악 인생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데, 이 시기 스눕 독(Snoop Dogg)의 도기스타일 레코드(Doggystyle Records-당시는 Dogghouse Records)와 손잡고 만들었던 회심의 역작이 바로 본 작, [Dr. Jekyll And Mr. Kane]이다. 배틀캣(Battlecat), 미치 웰스(Meech Wells), 프레드렉(Fred Wreck) 등의 걸출한 프로듀서진과 스눕 독이 래핑에서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 앨범은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왕좌에 있는 이와 음악적인 정체성이 확립된 웨스트코스트 베테랑 간의 결합답게 상당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감흥을 선사한다. 스눕 독과 듀엣을 이룬 "Down the Drain"을 비롯하여 슈가프리(Suga Free)가 참여한 ”Pimpin Hoee“, 데빈 더 듀드(Devin The Dude)와 함께한 ”Black Eyed peas" 등은 웨스트코스트 특유의 바운스(Bounce)를 간직한 트랙이며, 앨범의 첫 싱글 후보 중 한 곡이었던 “Makes U Wanna"는 배틀캣의 앙증맞은(?) 비트와 트레이 디(Tray Deee), 워렌 쥐(Warren G), 자니 크로닉(Johnny Chronic)의 조력이 참으로 은은한 맛을 풍기는 곡이다. 이렇듯 MC들과 콜라보가 앨범의 7할 정도를 지배하는 가운데 앨범의 곳곳에서는 코케인의 차분하고도 깊은맛을 내는 보컬이 진국처럼 우러나온다. 서정적인 기타리프가 곡을 주도하는 ”Makes Me Wonder"와 색소폰, 실로폰, 그리고 플루트샘플까지 어우러지는 레이드-백(Laid-Back) 트랙 “There's a Woman", 그리고 코케인 못지않은 개성만점의 보컬리스트들인 붓치 캐서디(Butch Cassidy)와 라토이야 윌리암스(Latoiya Williams)가 가세해서 그야말로 환상적인 보컬의 조합을 들려주는 ”Dogghouse Soul Food"등에서 그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린 어김없이 다음과 같은 질문하고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앨범은 또 어떤 까닭으로 발표가 되지 못 한 것인가?! 가장 큰 원인은 코케인과 스눕이 서로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이견 조율에 실패하면서 코케인이 레이블을 떠났기 때문이다. 자세한 속사정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레이블을 떠날 당시 코케인은 “스눕은 음악적인 동료로서는 최고지만 사업적인 면으로는 나와 맞지 않는 것 같다.“ 라고 레이블을 떠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결국, 마스터링 작업까지 완료됐던 본 작은 무기한 발매 연기가 되어 버렸는데 혹시나 앨범만이라도 발표가 되지 않을까 하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팬들의 기대는 얼마 후 닥친 코케인과 DPGC 간의 불화로 인해 무참히 깨어지고 말았다. 이유인즉, 코케인이 한창 DPGC 멤버들과 불화의 극을 달리고 있던 커럽(Kurupt)과 손을 잡으면서 스눕 독은 물론 다른 DPGC 멤버들과도 적대관계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웨스트코스트 진영의 거의 모든 비프가 종결되었으나 코케인은 자신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쥐유닛(G-Unit) 캠프를 택하면서 이 앨범의 발매와는 멀어졌고, 잠깐의 쥐유닛 생활 끝에 다시 독립 노선을 걸으면서도 본 작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없었다. 빛나는 센스의 앨범 타이틀만큼이나 인상적인 트랙들이 많았기에 그 아쉬움은 더해만 간다.


    자, 이로써 우리는 웨스트코스트의 숨겨진 보석들을 채취하는 작업을 마쳤다. 비록, 정식으로 발매되지도 않아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구해야 하는 앨범들이기는 하지만, 여기저기 숨어있는 좋은 곡들을 하나하나 찾아 듣는 달콤함이 또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좋아하는 맛이 아니겠는가?! 원치 않게 앨범을 묻어야만 했던 아티스트들의 한과 숨은 명곡이 주는 감동이 동시에 살아 숨 쉬는 잊혀진 왕국, ‘Lost West Coast’. 웨스트코스트 힙합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그곳은 예나 지금이나 분명 최고의 탐험지가 될 것이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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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원희 (2012-03-22 10:27:54, 76.172.149.**)
      2. 그루브 스토어에서 앨범사고
        구운씨디로 라스 카스 반고호 앨범 받았던 기억나네요
        인코딩해서 잘 듣고 있습니다.
      1. Yokohama PMX (2012-03-21 21:33:17, 59.26.43.***)
      2.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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