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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Lenny Kravitz 공연 후기: 희대의 록/소울스타,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고 떠나다
    rhythmer | 2012-04-16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라디오헤드 내한? 올해가 지구멸망의 해가 맞긴 맞나 보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에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올라오자 순식간에 달아올랐던 SNS 반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그런데 올해 정말 지구멸망이라도 할 듯 라디오헤드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대형 아티스트 내한이 줄을 잇고 있다. 기름값처럼 끝도 없이 올라가는 티켓가격의 시대에 흑인음악 팬들의 선택과 집중을 받을 공연이 단연 레니 크라비츠(Lenny Kravitz)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것도 공식 월드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라니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공연 당일 잠실실내체육관 2, 3층 객석의 빈자리가 좀 보이긴 했지만, 레니 크라비츠의 국내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역시나 공연장을 채운 관객들의 순도(?)는 의심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플레이되고 있던 록, 펑크(Funk), 소울 명곡 퍼레이드는 우리를 슬슬 달아오르게 했다. 드디어 조명이 꺼지고, 레니 크라비츠와 91년부터 함께한 기타리스트 크레이그 로스(Craig Ross)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무대 중앙에 섰고, 약간의 관중은 레니 크라비츠라 생각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밴드가 자리를 잡자 갑자기 뛰어나온 레니 크라비츠는 화려한 조명 속에서 "Come on and Get it", "Always on the Run", "American Woman"을 연달아 이어가며,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강렬한 록 사운드 한가운데서 뱀 같은 몸놀림과 풍부한 표정을 보여주는 레니는 47세의 나이를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섹시, 섹시, 또 섹시했다. 여성관객들의 벅찬 환호성의 끝자락이 비음으로 살짝 올라가는 것은 이성으로는 주체 못할 간드러짐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서울은 처음인데, 정말 놀라워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에요. 오늘 밤 우리가 아름다운 관계(Beautiful Relationship)를 맺을 거에요. (관객환호) 하지만 아직 모르죠. 공연에서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어요"

    선글라스를 벗고 인사를 하며 얄미운 멘트로 쉬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레니 크라비츠를 모르는 사람도 한 번은 들어 봤을법한, 팬들 역시 가장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It Ain't Over 'Til It's Over"가 다음 곡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귀엽고 로맨틱한 곡으로 수천 명의 관객이 그야말로 생난리 치게 하는 아티스트는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소리를 지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내한 아티스트들이 한국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한다는 '떼창'이 벌어지고 있었다. 놀라워하면서 흐뭇해하는 레니의 표정이 읽혔다. 그래서인지 그는 공연 내내 무대 양 끝을 맹렬히 오가며, (음악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중 한 명인 레니의 몸을 기꺼이 돈을 주고 관람하러 온 관객들에게 적극적인 자세와 움직임으로 특유의 기운을 쏟아냈다. 잠깐이라도 조용해지면, 어김없이 ‘아이 러브 유!’라고 있는 힘껏 소리 지르는 여성 팬에게 일일이 미소로 답해주는 적당한 느끼함까지. 이 정도면 반칙이다.

    흑인음악 팬이라면, 아마도 레니가 탬버린을 하나 들고 몽환적인 조명 속에서 브라스 세션과 반 즉흥적인 잼을 벌이며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분위기를 연출하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가 60~70년대 록, 펑크의 정통 계승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멋진 퍼포먼스였다. 계속되는 공연에서도 풍부한 느낌의 편곡으로 관객을 넘실거리게 한 브라스 세션의 맹활약은 이어졌으며, “Black and White America”, “Where are We Runnin’”은 그 절정이었다. 물론, 록스타 레니 크라비츠의 면모는 공연 막판 “Rock and Roll is Dead”로 시작해 ‘떼창’을 유도한 “Fly Away”, 폭발적인 기타 사운드로 유명한 “Are You Gonna Go My Way “까지 이어진 로큰롤 메들리에서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공식적인 세트리스트가 마무리되고, 앙코르를 위해 ‘레니! 레니! 레니!’를 외치는 관객 앞으로 잠시 뒤 밴드와 레니가 재등장했다. 레니는 미소를 지으며 밴드와 어느 곡을 연주할지 잠시 머뭇거리다가 “Again”을 요청한 여성 팬의 목소리를 듣더니 “당신을 위한 곡”이란 멘트를 날리며 노래를 시작했다. 누군지 몰라도 계탔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앙코르공연이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될 줄 몰랐다. 그냥 그렇게 다음 곡으로 그의 대표곡 “Let Love Rule”을 부르고 끝나겠구나 하던 찰나 레니는 조용히 감상에 젖은 듯 이야기를 풀어갔다.

    “20년 전, 제가 레코드 계약 같은 것이 없던 시절. 아무도 제가 하려던 것을 이해해주지 않던 때였어요. 저와 제 친구는 지나다니던 복도에 이렇게 적었었죠. -LET LOVE RULE- (관객 환호), 이 미쳐버린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이에요. (..중략..) 제 어머니는 언제나 남들이 너에 대해 뭐라 하건 상관하지 말라고 했어요. 네가 하려고 하는 것을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말인데.. 경호원? Much Respect. 하지만 여러분이 쿨해질 수 있다면 모두 앞으로 나와주세요”

    잠실실내체육관에 어설프게 깔아 놓은 의자들과 안전요원들을 마음껏 헤치고 관객들은 무대 앞으로 몰려갔다. 작은 도발이었지만, 록 페스티발에 온 듯 모두가 뒤엉키며 찐한 쾌감에 젖어 양손을 들고 레니 크라비츠의 지휘에 따라 “Let Love Rule”을 따라 불렀다. 순식간에 교주가 된 듯한 레니와 이 상황이 마냥 놀라운 관객들의 웃음과 환호가 뒤섞인 순간, 갑자기 레니가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레니는 1층 관객 사이로 지나가 낮은 담을 찾아 2층으로 올라갔다. 관객들은 뒤를 돌아 그를 주시했다. 2층을 빙~ 돌더니 갑자기 안전 바를 넘어 1층으로 뛰어 내리기까지 했다. 자아 도취한 록스타는 자신의 기운을 공연장에 뿌리고 다녔고, 연출이 약간 가미되었다고 하더라도 관객은 단순히 콘서트장이 아닌 모두가 함께 잊지 못할 어떤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는 흥분을 만끽했다. 끝내주는 공연과 죽을 때까지 풀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까지 만들어 준 레니 크라비츠, 그의 말대로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고 떠났다.



    ※Set List

    Come On Get It
    Always on the Run
    American Woman
    (The Guess Who cover)
    It Ain't Over 'Til It's Over
    Mr. Cab Driver
    Black And White America
    Fields of Joy
    Stand By My Woman
    Believe
    Stand
    Rock And Roll Is Dead
    Rock Star City Life
    Where Are We Runnin'?
    Fly Away
    Are You Gonna Go My Way

    앙코르
    Again
    Let Love Rule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사진제공: 아우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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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계소년 (2012-04-19 14:39:04, 113.30.94.*)
      2. 트위터에 올려주신 사진들 멋진거 정말 많았는데.. 하하 정말 좋은 공연이 었겠어요. 오늘은 셋리스트나 컴에올려서 들을려구요. 셋리스트 감사요
      1. 조금만더 (2012-04-17 17:50:41, 211.57.153.***)
      2. 공연보면서 수십번 소름돋고, 후기작성하면서 생각나서 소름돋고, 이 글을 읽으면서 또 소름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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