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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특별기획] 한국 힙합의 발자취 5부
    rhythmer | 2009-10-27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400197669.jpg3) 한국 힙합의 현재 (2001~2007) :  정착의 단계 혹은 여전한 과도기

    이렇듯 곳곳에 산재해 있는 문제점들을 간직하고 있던 한국의 힙합음악 씬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그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한국 힙합은 초기의 씬과 비교해 괄목할만한 양적/질적 성장을 이루어갔으며, 이는 힙합을 우리의 실정에 맞게 적용하고 발전시키려는 한국 힙합 뮤지션들의 노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번 파트에서는 뮤지션들의 한국 힙합음악의 정착을 위한 노력들과 대중들의 힙합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여기에는 한국힙합의 문화적인 양상에 대한 고찰도 포함된다.

    ① 한국 힙합의 문화적 양상

    *힙합 문화의 4대 요소 - 디제잉, 엠씨잉, 그래피티, 비-보잉
    ‘힙합은 디제잉과 엠씨잉, 그래피티(Graffiti)와 비-보잉(B-Boying)를 아우르는 흑인의 삶과 관련된 전반적이고 총체적인 문화’라는 가장 흔하고 간단명료한 정의 아래에서 사실 힙합 음악은 거대한 문화의 4가지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자본주의와의 타협에 성공한 랩 음악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의 문화 - 디제잉, 비-보잉, 그래피티와 같은 문화들은 아직 주류로 입성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다. 디제이들의 경우는 나머지 둘에 비해 사정이 좀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디제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 또한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초기 힙합에서 보여주었던 디제이와 엠씨의 구조에서 엠씨의 랩 음악이 더는 디제이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디제이들은 단순한 기교의 연마에서 벗어나 보다 음악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게 되는데 그 결실이 바로 턴테이블리즘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턴테이블리즘은 아주 다양하고 복잡한 근원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한 면모가 부각되는 힙합의 여러 가지 하위 장르들 중에서도 유독 테두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턴테이블리즘이란 사운드의 믹싱과 컷 앤 페이스트, 스크래칭이나 비트 저글링a과 같은 디제이들의 여러 기교와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모든 음악 장르(힙합과 테크노, 일렉트로니카 등을 비롯한)를 아우르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다시피 80년대 이전까지 디제이들의 주 무대가 클럽이나 파티장이었던 것과 달리 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스타급 디제이들이 제조해낸 턴테이블리즘 음악과 각종 디제이 경연 대회들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자 이들은 라이브 공연장으로 자신들의 무대를 옮긴다. 그리하여 디제이 섀도우(DJ Shadow)나 닌자 튠(Ninja Tune), 비트 정키스(Beat Junkies)와 엑세큐셔너즈(X-ecutioners) 등의 디제이 혹은 디제이 집단들은 이제 턴테이블리즘 팬들이나 힙합 음악팬들이 아니더라도 전체 대중음악계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스타급 뮤지션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디제이들은 그다지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아직 국내의 대중들에게 턴테이블리즘이라는 장르가 어색할뿐더러 비트메이커 혹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디제이들도 마니아들의 두터운 지지와는 반대로 대중들의 관심을 얻어내지 못해 선뜻 주류로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디제이의 자존심으로 평가되는 디제이 소울스케입(DJ Soulscape) 같은 경우야 두 장의 정규 앨범과 여러 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느 정도 노출되었지만 아직도 마니아들을 제외한 일반 대중들에게 디제이는 클럽에서 판만 돌리는 사람 내지는 스크래칭과 같은 기교적인 부분만을 담당하는 사람일 뿐이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아직까지 디제이를 비롯한 국내 턴테이블리스트들의 위치는 엠씨들과의 결합이라는 전통적인 구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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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에 반해 비-보이 문화는 꾸준히 성장해왔다. 비-보이에서 “B"란 브레이크 댄스(Break Dance)를 나타내며 댄서의 성별에 따라 비-보이와 비-걸로 구분해서 명명하지만 통상 전체를 아울러 비-보잉으로 지칭한다. 80년대 중반부터 폭발적인 붐을 타기 시작한 비-보잉은 런-디엠씨 등이 MTV를 통해 보여준 화려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락 스테디 크루(Rock Steady Crew)와 스톰(Storm)같은 국제적인 지명도를 획득한 해외의 비-보이들을 중심으로 각종 대회와 공연을 개최하며 현재까지 계속 발전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 비-보잉과 관련한 스트릿 댄스 문화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대표적인 청년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당시 만화가 김수용씨의 만화 작품 ‘힙합’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피플 크루나 DMC 등의 댄스 팀은 마니아들에게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랩 앨범을 발표했으며, 엑스 틴(X-Teen) 등의 몇몇 힙합 음악 그룹은 비-보잉의 화려한 춤동작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기몰이를 하며 브레이크 댄스 열풍을 몰고 왔다. 그러나 더욱 성숙해진 실력과 반대로 한때 엄청났던 열기가 지금에 이르러 마니아층의 스트릿 문화 정도로 그 인지도를 잃어간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국내에서 비-보잉은 마니아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갬블러, 리버스, TIP, 라스트 포 원, 익스프레션등의 국내 비-보이 팀들이 해외의 유명 대회에서 우승을 거두며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 그 증거이다. 최근에는 KBS의 스포츠 채널과 CF 등의 여러 방송 매체들을 통해 대중들의 외면 속에 일구어낸 그들의 좋은 결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피티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80년대부터 지하철 벽과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스프레이 벽화 그래피티는 거리의 문화이자 여가활동인 동시에 노동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초창기 힙합의 전형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는 문화이다. 그러나 그래피티 문화는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친 뉴욕시의 제재와 여러 디자인 회사들의 러브콜, 그리고 뒤늦게 인정받은 예술적 가치로 인해 트레이시 168(Tracy 168)이나 톡식(Toxic) 같은 유명 그래피티 작가들을 예술과 디자인 시장에 뺏기고 말았다. 거리가 곧 자신의 작업실이자 갤러리였던 사람들이 자신만의 전용 작업실과 풍족한 생활을 보장받게 된 유명 작가가 되어 거리를 떠났고 태거들의 놀이이자 나름의 문화적 활동이었던 그래피티는 곧바로 유명무실해진 문화가 되었다. 당연히 국내의 그래피티 문화가 더욱 초라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대중이나 자치기관들은 아직도 그래피티를 길거리 낙서의 수준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슈퍼그래픽b의 형태로 변형된 그래피티조차 간신히 그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다른 힙합 요소들이 주로 음악과 관련된 요소임에 반해 그래피티는 미술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국내에서의 그래피티는 힙합 문화와 이념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분리된 수준이다.

    *그 외의 사회 문화적인 형태의 힙합
    국내에서 음악과 함께 힙합 문화를 대변하는 또 다른 코드는 바로 “힙합 패션”이다. 통이 넓은 바지와 모자의 챙이 쭉 펴진 뉴에라(New Era) 모자, 헐렁한 박스 티셔츠로 대변되는 힙합 패션은 힙합 음악이 대중 음악계에서 지금의 입지를 다지기 전부터 이미 패션 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엔 서태지와 아이들과 이후 등장한 아이돌 그룹들이 이러한 힙합 패션을 표방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는데, 초기 나이키(Nike)나 아디다스(Adidas) 같은 스포츠웨어들의 트레이닝 복 위주였던 것과 달리 요즘은 제이지나 피. 디디 등의 뮤지션과 힙합 관련 레이블들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푸부(Fubu), 션 존(Sean John), 라카웨어(Roc-A-Wear), MF, 칼 카니(Karl Kani) 등의 전문적인 힙합 패션 브랜드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 패션 다음으로 힙합 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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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 널리 알려진 에미넴의 ‘8 마일’이 아니더라도 스파이크 리 (Spike Lee)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나 존 싱글턴(John Singleton) 감독의 ‘보이즈 앤 더 후드’ 같은 흑인 사회를 조명한 영화들에서 우리는 힙합 문화의 파편과 그 배경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배우이자 랩퍼인 윌 스미스 (Will Smith)가 주연했던 ‘나쁜 녀석들’이나 래퍼 출신의 DMX가 주연한 ‘크레이들 투 더 그레이브’ 같은 상업 영화에서도 다소 왜곡된 면모가 있긴 하지만 미국 현지의 힙합 문화를 살펴볼 수 있었다. 이렇듯 힙합 음악과 문화가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지고 인기를 얻으면서 다양한 힙합 관련 영화들이 속속들이 제작되었는데 올드 스쿨 힙합을 주제로 한 ‘와일드 스타일’이나 프리스타일 랩과 언더그라운드 힙합 뮤지션들을 취재한 ‘프리스타일’ 등의 영화는 평단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으며, 투팍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타리 ‘부활’, 더 나아가 아예 힙합 음악을 컨셉으로 내세운 ‘브라운 슈거’ 같은 멜로 영화도 등장하게 되었다. 현재 뮤지션들의 영화계 진출은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영화의 테마 전체가 힙합 음악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이것은 힙합 문화가 흑인 사회를 조명하는 영화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힙합 문화에 대한 미국의 다양한 경로를 통한 표현과 재발견에 비해 국내에서의 힙합 문화에 대한 접근은 일차적으로 그 매체가 너무 제한되어 있다. 미디어의 제약이 너무 심해 체계적이고 전체적인 면모로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는 사실은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는다.

    ② 힙합 음악의 정착

    힙합 음악이 한국의 음악 씬 한 편에 무사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주류 대중음악과의 확실한 차별성 때문이었다. 물론 음악은 장르마다 특성이 있고 저마다 다르지만, 힙합은 유독 우리에게는 신선한 동시에 낯선 음악이었다. 랩이라는 것. 음의 높낮이에 구애받지 않고 리듬에 맞춰 지껄인다는 건 멜로디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당연히 파격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저런 것도 음악이냐’며 혀를 차거나 분노했고, 어떤 이는 비슷비슷한 대중음악에 질려버린 자신의 귀를 힙합에 맡기고 즐거워했다. ‘랩’은 확실히 자유로움의 상징이었다. 형식적으로는 멜로디라는 새장에 갇힐 필요가 없었고(물론 ‘라임’이라는 새로운 새장을 만났지만 이는 차라리 또 다른 즐거움에 가까웠다), 내용적으로는 무제한으로 늘어나버린 가사의 공간에 자신의 사상과 감정을 더욱 더 풍부하고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대다수의 래퍼 들이 흔히들 꼽는 ‘자신의 이야기를 제약 없이 마음껏 펼쳐놓을 수 있다는’ 랩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매력은 주류 대중음악과의 가장 큰 차별화 포인트인 동시에 힙합을 어느 정도의 대안 음악으로 부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샘플링을 주 작법으로 하는 힙합 음악의 진행적인 방법론과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반복 구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특성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지닌 기존의 가요들과 비교할 때 그 단순성으로 인해 자칫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지만, 대신 힙합은 반복적인 루프(Loop)에서 파생되는 극대화된 리듬감으로 다채롭게 변화하는 가요의 멜로디에 맞서는 차별적인 매력을 내세웠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샘플과 익숙한 곡의 재해석이 주는 호기심과 친근감이 대중들에게 어필하면서 힙합 음악은 나름대로 그 자리를 잡아가는데 성공했다.

    6부에서 계속

    ※참고

    유명 디제이 랍 스위프트(Rob Swift)가 도입한 디제잉 기술의 일종으로 턴테이블과 턴테이블 사이에 믹서를 놓고, 두 가지의 드럼 소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드럼 소리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b 1960년대 이후에 나타난 환경 디자인의 유형으로 건물의 외벽 등을 장식하는 그래픽 작업을 말한다.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김봉현, 염정봉, 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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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달 (2011-05-16 20:05:09, 112.144.22.***)
      2. 6부는 언제 나오나요? -_ㅠ
      1. DE (2009-12-21 20:14:08, 211.200.27.***) 삭제하기
      2.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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