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Dwele 공연 후기: Neo-Soul in Korea
- rhythmer | 2009-10-27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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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웰레(Dwele)의 공연을 보게 되다니!’ 공연장,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군부대의 클럽에 들어갈 때까지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아무리 미군부대에 위문공연 차 유명 뮤지션들이 종종 온다지만, 이 네오 소울 멋쟁이의 공연을 한국땅에서 볼 수 있을 거라고 과연 몇 명이나 예상했겠는가?! 호오, 그런데 건물 안에 들어서자 떡~ 하니 드웰레의 포스터가 보인다. ‘진짜 오긴 왔구나!’ 점점 흥분되기 시작한다. 은은한 조명 아래 식탁보까지 씌운 원형 테이블과 의자가 좍 배치되어 있다. 분위기부터가 소울풀 그 자체다. ‘여자친구가 있을 땐 왜 이런 공연이 없었던 거야….’라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로맨틱하다! 맥주 한 병씩을 사고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보니 이건 뭐 미국의 재즈 클럽이 따로 없다.
이윽고 세션이 준비를 마치고 사회자가 등장한다. 초콜릿 피부와 적당한 입담의 우리 흑인형제가 ‘Three Time Grammy Nominees~!’라는 멘트와 함께 소개하자 두 명의 코러스 세션이 먼저 등장해서 화음을 넣기 시작하고, 드디어 내 친구 드웰레(*그는 나와 같은 78년생이다)가 멋지게 스탠드 마이크를 휘어잡으며, “Body Rock”으로 공연의 문을 연다. 이어서 2008년 작인 [Sketches of a Man]의 싱글이었던 “A Few Reasons (Truth Pt. 2)”를 포함한 세 곡을 연달아서 부르며, 클럽 안을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잠깐의 멘트, 그리고 공연은 드웰레의 데뷔작이었던 [Subject]의 수록곡이자 개인적으로 앨범에서 두 번째로 좋아했던 곡인 “Truth”가 이어진다. 원곡의 어반하고 차분한 감성과는 달리 풍성한 리듬 파트로 구성한 점과 후반부에 레게 리듬으로 살짝 변주하는 센스가 빛나는, 이번 공연 레퍼토리 중 가장 새로운 맛을 느끼게끔 하는 편곡이었다.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드웰레의 진가는 이때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쿠스틱 기타가 연출하는 감미로운 멜로디 위로 그는 몇몇 여자 관객의 이름을 즉석에서 넣어, 적당히 에로틱하고 유머러스한 내용의 노래를 불렀는데, 공연을 보던 여자 관객들이 좋아서 자지러지고 난리다. 재미있는 것은 곡의 멜로디가 굉장히 익숙하다 싶어서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바로 릴 웨인(Lil Wayne)과 로빈 씨케(Robin Thicke)가 함께 불렀던 “Tie My Hands”의 라인이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의 하이라이트! 드웰레는 아예 본격적으로 객석 진출을 시도했다.
오프닝 이후, 한동안 피아노를 치며 앉아서 노래를 부르던 그는 마이크를 쥐고 앞 자리에 앉은 여자 관객들을 일으켜 세우고는 가볍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여자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여기저기서 자신에게 오라고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난리법석이다. 관객들과 거리낌없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에 놀라는 한편,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의 퍼포먼스를 보고 있는데, 어라! 앞 자리를 지나 전 객석을 돌기 시작한다. 원래도 비교적 앞자리여서 드웰레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는데, 막상 더 가까워지니까 기분이 묘해진다. 남자 세 명이 앉아있던 우리 자리는 그가 동선에서 처음 맞이하는 ‘순수 남자들 만의 테이블’이었다. 그러자 왠지 드웰레가 우리 중 한 명에게도 춤을 권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릿속에서는 걱정이 앞선다. ‘만약, 드웰레가 일어나서 추자고 하면, 이거 춰야 돼, 말아야 돼. 같이 추면 괜히 이상한 취급 받는 거 아냐. 그건 그렇고 뭐라고 말을 하지?’ 등등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고 있을 무렵, 우리의 드웰레는 가볍게 우리를 지나쳐 주신다. 역시, 남자들만 있는 테이블은 100% 제외대상이었다. 그 와중에 동행한 박배건 사진 기자는 “평소 존경하던 드웰레 형님이 제 어깨를 살짝 두들겨주고 갔어요…”라며, 감격에 복받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부러웠다. 내가 그 쪽에 앉는 건데.
이렇듯 약 15분여 간 객석을 한 바퀴 돌면서 댄스타임과 포토타임을 가지며, 확실하게 팬서비스를 마친 드웰레는 다시 무대로 복귀했고, [Subject] 최고의 곡 “Find A Way”를 선사했다. 그리고 약 55분 정도의 공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비록, 앙코르 요청이 있었음에도 앙코르 무대는 열리지 않았지만, 이번 공연에서 그가 보여준 퍼포먼스와 팬을 위한 쇼맨쉽 만으로도 감동과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현대 생활에 지친 영혼을 확실하게 위로 받은 하루였다고나 할까.
*이 자리를 빌어 공연에 초대해준 넉넉한 마음씨의 카일(Kyle)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현장스케치
기사작성 / RHYTHMER.NET 강일권, 사진: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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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일만 (2011-01-04 19:36:34, 119.194.13.***)
- 드웰레 오픈유어아이즈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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