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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전설파일 #3: Zapp & Roger '눈물나게 아름다운 토크박스의 미학'
    rhythmer | 2009-10-27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261578702.jpg웨스트 코스트 힙합 최고의 조력자이자 흑인음악 역사상 가장 독창적인 뮤지션중 한 명인 로저 트라웃맨(Roger Troutman)은 1951년 오하이오에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부터 기타를 치기 시작했던 그는 11살 때 동생 래스터 트라웃맨(Lester Troutman)과 '크루세이더스(The Crusaders)'란 밴드를 만들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때는 레스터를 비롯, 다른 형제들인 래리 트라웃맨(Larry Troutman), 테리 트라웃맨(Terry Troutman)등과 함께 잽(Zapp)의 모체가 되는 '로저 앤 휴먼 바디(Roger & The Human Body)'를 결성하여 본격적인 밴드활동을 시작한다. 오하이오가 주무대였던 이들은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미국전역 뿐만 아니라 캐냐다 등지에서 공연을 펼치며 자신들의 자리를 넓혀가는데, 한 공연장에서 펠프스 콜린스(Phelps Collins)의 눈에 띈 그들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의 형인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를 소개받게 된 것이다. 이는 곧장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과의 조우를 유도하게 되었고, 그들의 음악이 마음에 들었던 조지 클린턴은 그들을 자신의 레이블인 엉클 잼(Uncle Jam)으로 끌어들인다.

    1980년 붓시 콜린스의 적극적인 참여 아래 이름을 'Zapp(Zapp는 테리 트라웃맨의 닉네임이었다.)'으로 바꾸고 훵크/소울 명반 [Zapp]을 발표한다. 이 앨범은 'More Bounce To The Ounce', 'Be Alright' 등이 히트를 기록하며 오십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쾌거를 이룬다. 니코틴처럼 중독성을 유발시키는 잽만의 현란한 일렉트로닉 훵크는 토크 박스(Talk Box)를 이용한 로저의 기계적인 보컬이 맛깔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많은 이들을 댄스 플로어로 이끌었고, 훵크 리듬 속에 들어있는 유연한 멜로디는 로저를 단순히 훵크 마스터를 떠나 훌륭한 멜로디 메이커로 만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토크 박스는 물론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등 많은 악기를 다루었던 그는 커다란 눈동자를 부라리며 무대를 장악하는 남다른 카리스마를 지닌 프런트맨 이기도 했다.

    1981년에는 잽의 인기를 이어받아 'So Ruff, So Tuff', 'Do It Roger' 등을 수록한 솔로앨범 [The Many Facets of Roger]를 발표한다. 이 앨범으로 [Zapp]을 능가하는 성공을 거두게 된 로저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1982년 잽의 두 번째 앨범인 [Zapp II]를 발표해 훵크 마스터로서 입지를 굳힌다. 'Dance Floor', 'Doo Wa Ditty (Blow That Thing)'등의 히트싱글이 수록된 이 앨범은 잽 사전에는 소포모어 징크스란 있을 수 없다는 듯이 전작 못지않은 피 끓는 훵크가 가득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역동적인 훵크는 메이시오 파커(Maceo Parker), 버니 워렐(Bernie Worrell)등의 참여로 더욱 빛을 발하며 [Zapp III](1983), [The New Zapp IV U](1985), [Zapp V](1989)등 정규작을 꾸준히 발표하였다. 또한, 그 사이 잽의 백보컬 출신인 셜리 머독(Shirley Murdock), 바비 글로버(Bobby Glover, 잽의 맴버), 슈가풋(Sugarfoot, 오하이오 플레이어스의 맴버)등의 앨범 제작에 참여하면서 프로듀서로서도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특히 셜리 머독의 'As We Lay' 는 '로저 앤 휴먼 바디'의 곡을 새로 불러 발표한 곡으로 그녀의 대표곡이 되기도 했다. 이후 60, 70년대부터 강하게 불었던 훵크의 끝자락을 함께하며 마지막까지 훵크음악의 계보를 충실히 이어주었던 잽의 앨범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지만, 1990년 부터는 래리를 중심으로 건설회사를 설립한 트라웃맨 형제들은 공연과 사업을 병행하며 음악활동을 멈추지 않았다.1137412882.jpg

    다시금 이들의 음악이 새로이 조명받게 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힙합의 인기가 한몫하게 된다. 힙함음악이 유행됨에 따라 샘플링 작업이 대중화되면서 그들 음악에 단골손님이 된 잽&로저의 곡들은 그들을 꾸준히 기억하게 하였고, 이름을 쉴 틈 없이 오르락내리락 하게 했다. 또한, 토크 박스 전문 보컬답게 로저는 그 방면에서도 인기가 높아 많은 이의 앨범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투팍(2Pac)의 'California Love' 는 그의 보컬이 단순히 '조력자' 이상의 마스터피스임을 각인시켜주기도 했다.

    하지만, 세대를 넘나들며 성공적인 음악생활을 해오던 로저는 그런 삶을 뒤로 한 채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다. 1999년 4월 25일, 형이자 잽의 맴버인 래리 트라웃맨에게 총상을 당해 숨을 거둔 것이다. (래리는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그의 나이 47세 때 일어난 일이었다. 여러 가지 추측만 난무한 가운데 정확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형제들 사이에 벌어진 이 비극은 함께 음악을 해온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결과적으로 삶과 죽음의 운명 앞에서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그였지만 남은 로저의 음악은 아직도 청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끊임없이 재생되는 그의 음악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I Can Make You Dance' 를 주입시키며 기나긴 생의 여정을 줄기차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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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일만 (2011-01-04 19:47:32, 119.194.13.***)
      2. 현재 유행하는 오토튠처럼 당시 유행하는 토크박스의 창시자시군 거의 안타깝네요.
        팀내의 불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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