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뮤지션 연예인, 혹은 각 분야 스타들에게서 힙합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간혹, 그것이 장르와 문화의 왜곡을 불러와 씁쓸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웃음과 유쾌함을 선사하곤 한다. 그래서 힙합의 열렬한 광신도가 아니더라도 힙합과 인연 있는 행적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들을 뽑아보았다. 힙합인이 아님에도 힙합과 접점이 생기게 된 그들 안의 힙합을 살펴보자.

창작자 군단

정형돈(예능인, 개그맨) - 1달러 갱스터
[무한도전]이 낳은 무수한 유행어들 중에 힙합이 있다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마더! 파더!, 깁 미 어 원 달러! (엄마! 아빠! 1달러만 주세요!)'라고 쏘아 붙이는 정형돈은 이 유행어를 구사하는 순간 만큼은 힙합에 빙의된 듯 갱스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아니나다를까 [주간 아이돌]을 함께 진행하는 그의 절친이자 한국힙합 베테랑 데프콘과 함께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이름으로 앨범까지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MBC 파업이 길어진 탓에 그 우렁찬 랩핑이 그리워지려던 차였다.

 

김준호(개그맨) – ‘마더 파더 랩’의 창시자
케이블 프로계의 반란군 [기막힌 외출]에서 김준호는 그 유명한 '마더 파더' 랩을 선보였었다. 다짜고짜 자기 소개로 시작해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이어지는 막무가내 내용이 재미 포인트다. 동료 유세윤이 김준호 옆에서 시청자들을 위해 친절히 번역해 재미를 더했다. 흑형(오빠)의 느낌을 살리는 김준호의 걸쭉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이른바 '마더 파더 랩'은 개그용 랩핑(?)의 레전드가 되었다. 참고로 가사는 이렇다.

"My name is Jun-ho Kim! (내 이름은 김준호!) I like Soju! (난 소주를 좋아해!) Yeah ah, your mother father! (예아, 당신의 엄마 아빠!) You're valet parking man! (너는 발렛 파킹 하는 사람이야!) Sunglass beach! (원래 선글라스는 비치에서 쓰는 거다.)"

 

박준규(배우) – 힙합삘 충만한 할렘가 출신
배우 박준규가 어릴 적 할렘가에 살았던 일화는 유명하다. 박준규가 재치를 더해 흑인들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 차진 흉내를 내기도 했는데, 그 퀄리티가 재미로도 리얼리티적으로도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박준규 흑인영어'라는 예능 용어가 탄생했을 정도. 또한, 그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랩규'라는 캐릭터로 랩을 하기도 하며 활약했었다. 주유소를 운영할 당시 고용했던 한 흑인의 게으른 움직임과 특유의 걸음걸이를 재현했을 때가 정말 압권!

 

박찬호(야구선수, 한화 이글스 소속) – ‘입금 랩’의 창시자(?)
최근 나온 한화 대한생명 콕콕랩 CF를 보았는가? 무려 찬호 박이 랩을 한다. 그는 LA 본토 감성을 살려 랩에 도전했다. CF 콘티이긴 하지만, 박찬호의 심정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가사는 심지어 진정성마저 느껴진다. 물론, 코리안 특급의 랩은 입금되었기에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장기영(개그맨) - 개그콘서트에서 힙합을
[개그콘서트]의 '워워워'라는 코너를 기억하는가? 과거 이봉원과 장두석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였던 '시커먼스'의 계보를 잇는 힙합 코드가 가미된 개그 코너였다. 당시 '절망이'라는 힙합 전사 캐릭터로 분했던 장기영은, 신인이었던지라 '진짜 힙합 가수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워워워'는 “넌 어려서 몰라~ 인생 어두워~ 외로워~ 워워워”를 연발하며 개그 속에서 대조되는 어두운 현실을 집어내어 웃음을 만드는 일종의 현실풍자 개그다. 그는 노토리어스 비아이쥐의 생애를 다룬 영화 [노토리어스, Notorious]에서 직접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었는데, 대사를 랩처럼 바꾸고 현실 풍자를 더한 다음, 수염까지 매직으로 손수 그려 넣으며, 아날로그 갱스터 느낌을 자아냈다.

마니아 군단

안지만(야구선수, 삼성 라이온즈 소속) – 뉴 에라는 내 생명
국내 프로야구계 명실 공히 ‘힙합 보이’로 불리는 안지만. 야구 모자 챙을 빳빳하게 펴서 약간 삐뚤어지게 걸친 모습은, 캡모자를 깊숙이 눌러 쓴 여타 야구선수들과는 사뭇 다른 포스를 풍긴다. 게다가 유니폼까지 다소 헐렁하게 입는 편이라고 하니, 힙합 보이라 불려도 손색없다. 별명 역시 '힙지만', '힙합지만' 등이다. 올스타전 같은 팬서비스용 스페셜 경기에서는 다른 선수들도 뉴 에라 스타일로 야구모자를 쓰곤 한다. 그러나 진정한 힙합 패션 마니아는 안지만 뿐이라는 거! 참고로 이 모자 스타일을 추천한 게 양준혁 해설가라는 거.

김갑수(배우) – 에미넴을 사랑한 힙합중년
예전에 [무릎팍도사]에서 훈중년 김갑수가 밝힌 음악 취향은 쇼킹 그 자체였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에미넴(Eminem)을 좋아한다고 발언한 김갑수는 “원래 피프티 센트(50Cent)를 좋아했는데, 에미넴이 좀 더 깊이가 있더라.”라며, 힙합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취향도 설파해 보여 더욱 더 놀라움을 주었다. 평소 즐겨 입는 패션도 뉴 에라와 아디다스 져지 차림이라니 그의 힙합애심은 허울뿐인 게 아니다. 게다가 딸 역시 어릴 적부터 힙합을 좋아해서 가수지망생의 꿈을 이루려 현 정글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정글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M.I.B를 칭찬하는 멘션을 올려 딸과 한솥밥 먹는 식구를 서포트해주며 든든한 연예계 힙합중년의 역할을 자처해주고 계신다.

강다솜(아나운서) - 대학교 힙합 동아리 출신
강다솜 아나운서는 작년 추석 특집 아나운서 대결 프로그램에서 지-드래곤(G-Dragon)과 박명수의 "바람났어" 무대를 선보였는데, 지-드래곤 파트를 소화한 강다솜 아나운서의 랩 실력이 예사롭지 않아 화제가 됐었다. 동료 아나운서의 제보 덕에 그녀가 대학 시절 힙합 동아리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타 아나운서들과는 사뭇 다른 힙합 사랑의 원인이 밝혀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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