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 - Thank You, MJ
- rhythmer | 2009-11-04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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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09년도 11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빠르게 지나간 느낌입니다. 아마도 유명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에 허무하고 공허한 마음으로 한숨 쉬며 멍하니 지나간 나날이 유독 많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사람의 죽음에 어떤 순위를 매긴다는 것이 참 몹쓸 짓이지만, 아마 올해 가장 많은 지구인의 가슴을 건드렸던 죽음은 'KING OF POP'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예고 없는 사망이었을 겁니다. (지구인이란 표현을 꼭 쓰고 싶네요)
생애 마지막이 될 대규모 공연 ‘THIS IS IT’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한 마이클 잭슨의 소식을 듣고 저에게 생긴 첫 감정은 미안함이었습니다.
80, 90년대를 기억하는 모든 이에게는 마이클 잭슨이 등장하는 추억 하나 정도는 있지 않을까요? [문워커(Moonwalker)](1988) 비디오를 몇 번이고 빌려보며 거울 앞에서 그를 흉내 내던 나의 모습, 마이클 잭슨의 댄스를 비슷하게 추는 친구가 있으면, 그렇게 부럽고 질투가 났던 나, 시험 기간에 발매된 [HIStory](1995) 앨범을 구입했다가 어머니에게 압수당했던 추억까지...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떠오른 건 마이클 잭슨이 아니라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자란 저의 모습이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역사상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가수였지만, 그가 춤과 음악으로 보여 준 유희의 극한과 그것을 즐기며 쌓인 대중들의 추억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었겠죠. 그를 스타로 만들었던 미디어에 의해 조롱의 대상으로, 때로는 혐오의 대상으로 왜곡되며 쓸쓸하게 가수로서 생명력을 잃어가던 그가 생애 마지막 대규모 공연 ‘THIS IS IT’을 야심 차게 발표할 때도 그저 시큰둥했던 제 모습을 생각하니 제 삶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마이클 잭슨의 죽음 앞에서 그저 한없이 미안해질 뿐이더군요.
그래서 그가 남기고 떠난 [THIS IS IT] 영화와 음반은 저에게 면죄부처럼 느껴집니다.
MICHAEL JACKSON'S THIS IS IT - THE MOVIE
알려진 바와 같이 [마이클 잭슨의 디스 이즈 잇]은 그의 마지막 대규모 공연으로 기획되었던 ‘THIS IS IT’의 준비과정을 편집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물입니다. 공연의 총감독을 맡았던 케니 오테거(Kenny Ortega)는 많은 이의 예상과는 다르게 마이클 잭슨의 안타까운 죽음에 호소하는 감정 어린 사후 인터뷰나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출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대담하면서 호쾌하게 마이클 잭슨과 세계 최고의 스태프가 준비했던 공연의 리허설로 2시간의 러닝타임을 꽉 채웁니다. 리허설 영상을 활용해 최대한 마이클 잭슨이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을 온전히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지이자, 동시에 무대 총감독으로서 자신감으로 보입니다.무대의상이 아닌 일상복을 입은 채로 미완의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곡 중간에 댄서, 그리고 세션과 합을 맞추는 등 리허설 영상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준비된 공연순서 그대로 편집된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실제 공연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팬들의 상상력입니다. 퍼포먼스는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영화를 보는 내내 이 리허설이 어떤 식으로 완벽히 무대에서 보였을 지를 상상하는 것이 어렵지 않더군요. 여기에 더해 실제 공연에서 쓰기 위해 새롭게 제작한 "They Don't Care About Us", "Smooth Criminal", "Earth Song", "Thriller 3D" 등 화려한 영상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공연물의 약점을 보완해주니 공연물 자체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관객으로서 시점보다는 위대한 팝의 황제의 공연리허설을 지켜보는 목격자로서 시점으로 보았을 때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음악과 무대를 완벽히 이해하며 세션과 댄서, 그리고 무대감독까지 지휘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왜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이 그와의 작업을 값진 경험으로 여기는지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짜증 섞인 말투로 지적하다가도 듣는 이가 행여 기분이 상했을까 걱정하는 귀여운 모습,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리허설의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용하는 모습 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왠지 모를 아련함을 더합니다.
또 하나 제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클 잭슨을 제외한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댄서, 보컬, 세션, 스태프가 모두 저와 다를 바 없이 경외의 대상으로 마이클을 조심스레 대하고 있기 때문이었어요.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 했을 법한 상기된 표정과 미소로 마이클을 바라보는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닐 테지요. 마이클 역시 그들을 동료인 동시에 소중한 팬으로 대합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마이클과 다른 이들의 미묘한 이질감과 긴장감은 그렇게 생겨나고, 그를 마치 다른 영역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합니다. 아니,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리허설을 마치며 댄서들과 스태프들에게까지 공연에서 전파하려고 했던 '지구를 아끼자' 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는 그를 보다가 결국, 제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마이클 잭슨은 마지막까지 언제나처럼 멋진 영상을 통해 이별을 고하네요.
THE MUSIC THAT INSPIRED THE MOVIE - THE SOUNDTRACK
[MICHAEL JACKSON'S THIS IS IT]의 공식 OST의 수록 곡에 대해서는 사실 크게 언급할 부분은 없습니다. 굳이 마이클 잭슨의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접해봤을 유명한 곡들이 선곡되어 있고요, 신곡인 "THIS IS IT"은 사랑스럽지만, 그의 마지막 곡이라기엔 너무나 소박하게 들립니다. 하지만, 공연레퍼토리의 순서대로 나열된 곡들은 다른 베스트앨범과는 달리 그가 생애 마지막 투어에서 팬들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곡들인 만큼 팬들에게는 가장 각별한 베스트앨범으로 남을 것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그럴 것이고요. 왠지 그를 추억하고 싶을 때는 정규 앨범보다 이 앨범을 꺼내 들을 것 같네요.THANK YOU, MJ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한 가수는, 어쩌면 가장 상업적인 방법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전 극장에서, 음반점에서 다시 한번 그를 위해 기꺼이 돈을 썼습니다. 하지만, 그가 제게 남긴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그것’이겠죠. THIS IS IT.고마워요, 마이클. 편히 쉬시길.
기사작성 / RHYTHMER.NET 남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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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일만 (2011-01-04 20:00:01, 119.194.13.***)
- 진짜 천재 뮤지션.
근래 들어 잭슨80 90년대 앨범보다
70년대 소년시절의 음악들을 찾아 듣게 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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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nelove (2009-11-04 18:11:05, 59.17.15.**)
- 이거 극장가서 두번 봤습니다.
원래 중간에 텀을 좀 두고 보려고 했는데
조기종영하는 극장이 많아 거의 연달아서 봐버렸네요
왠만한 뮤지션들
나이가 오십쯤 되고 은퇴나 컴백, 재결설 등등
이런 제목으로 공연을 하면 열이면 7, 8은 대부분 실망인데
MJ 형은 리허설이라 목소리좀 아끼고
연주자들과 손발이 조금씩 어긋난 부분은 있어도
모든 면에서 전성기랑 변함이 없는듯 합니다.
마이클 잭슨을 가십 속에 쓰러져간 비운의 팝스타로 기억하는 것보다
엄청난 공연 준비하다가 안타깝게 끝을 못낸
진정한 아티스트로 기억하게 되어서 기쁩니다.
MJ님께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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