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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리드머 첨삭지도 6강: 믹스테잎은 돈 받고 파는 게 아닙니다.
    rhythmer | 2013-01-18 | 6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첨삭지도’는 각종 매체(온•오프 잡지, 신문, 방송 등)에서 흑인음악, 또는 관련 대중문화의 기본적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작성되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내용을 전파할 우려가 있는 공식적인 글을 콕 찍어내어 대놓고 태클을 거는, 장르 문화와 흑인음악 바로 세우기를 위해 리드머가 기획한 도발적인 프로젝트입니다. 단, 글과 말의 출처가 된 매체는 밝히되 실명은 거론하지 않는다는 걸 규칙으로 합니다.


    며칠 전 한 힙합팬에게 SNS 쪽지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요즘 믹스테잎을 돈 받고 파는 분들이 꽤 보이던데, 이거 괜찮은 건가요?’

    처음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 ‘만약 다른 가수의 음악을 허락없이 사용한 곡이 단 한 곡이라도 있다면, 당연히 불법’이라는 답변을 보내줬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냥 넘길 일이 아닌 듯싶더라. ‘꽤’라는 부사가 아무래도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제보자(?)가 얘기한 출처를 바탕으로 여기저기 검색을 좀 해보니 이것 참… 기존에 발표된 비트가 포함된 믹스테잎을 정규 앨범가에 육박하는 가격에, 그것도 개인 블로그, SNS 등지에서 ‘대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더 황당했던 건 파는 사람(창작자)이나 사는 사람(장르팬) 모두 이것에 대한 문제점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혹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는 점이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생각보다 이 웃지 못할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해당 문제는 꼭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현재 (기존 발표 인스트루멘탈이 포함된) 믹스테잎을 아무렇지 않게 유료 판매하고 있거나 팔 생각을 갖고 있던 랩퍼들 및 랩퍼 지망생들, 믹스테잎을 둘러싼 윤리적인 부분에 무지하거나 무감각한 창작자와 장르팬 모두가 대상이다.
     


    *혹 믹스테잎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잡혀있지 않은 분이라면, 일전에 썼던 ‘믹스테잎의 세계(http://bit.ly/13HqfMq)’라는 글부터 일독하고 오시길 권한다. 


    오늘날 믹스테잎을 대하는 많은 이가 남의 곡을 가져다가 사용하는 행위를 ‘힙합 문화’라는 미명 아래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남의 곡을 무단으로 사용해놓고도 떳떳하게 돈을 받고 파는 그 배짱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참으로 놀랍다. 행여라도 외국 뮤지션의 곡이라서 아무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국내에는 수많은 외국 음원을 관리하는 퍼블리싱 회사가 몇 군데나 있다. 만약, 독하게 맘먹고 소송을 건다면…?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이걸 알아야 한다. 판매 문제를 두고 왈가왈부하기 훨씬 이전에 믹스테잎 수록곡의 주요 형태, 그러니까 정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다른 사람의 곡에 자신의 랩이나 보컬을 입힌 곡을 무료로 배포하거나 공유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 그게 유료든 무료든 원곡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해당 음원을 공개적으로 공유하는 순간 저작권법을 비롯한 모든 윤리적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므로 엄밀하게 얘기해서 창작곡이나 리메이크 형식을 제외한 전통적인 형태의 믹스테잎은 불법이다.


    아니, 그럼 미국힙합 씬의 믹스테잎 판은 어떻게 된 거냐고? 이제부터 거기에 대해 설명해드릴 참이다. 앞서 언급한 원칙적으로 불법인 행위들이 묵인되는 곳이 바로 힙합 믹스테잎 씬이다. 그 이유가 뭘까? 힙합 뮤지션들과 산업 관계자들의 윤리의식이나 법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아니면, 믹스테잎에만 특별히 법적인 규제가 미치지 않아서? 절대 아니다. 여기엔 가장 중요한 이유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문화적 측면’과 ‘홍보 효과’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오늘날 이 문제를 설명하는 데 보다 핵심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는 ‘홍보 효과’와 관련된 사항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근 몇 년 사이 믹스테잎 판이 커지기 시작한 건 주된 형태가 CD나 테잎에서 온라인 음원으로 변화하면서부터였다. 비용과 노동력이 일정이상 들어가야 완성할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의 결과물이 굳이 요구되지 않는 환경이 되면서 뮤지션이나 지망생들은 더욱 쉽고 많이 믹스테잎을 제작하고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저 녹음을 하고 온라인에 뿌리면 그만이었다. 특히, ‘datpiff.com’으로 대표되는 믹스테잎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일종의 허브 사이트들이 생김으로써 힙합팬의 접근이 훨씬 쉬워진 건 결정적이었다. (DJ, 랩퍼, 비트메이커 모두를 포함한) 무명 뮤지션들과 이전부터 꾸준히 믹스테잎을 발표해오던 기성 뮤지션들의 결과물이 매일마다 업데이트됐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수많은 음원에 힙합팬들은 열광했다. 게다가 믹스테잎의 주체가 랩퍼로 쏠리게 되면서 출중한 실력을 지닌 이들은 팬들의 입 소문, 아니 키보딩 소문을 타고 상당히 주목받았는데, 이러한 신예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힙합 매체의 공신력까지 더해지면서 정규 앨범 발표나 레이블의 프로모션 없이도 스타가 되는 뮤지션들이 하나 둘 탄생했다. 믹스테잎 씬이 일종의 신예 스타 등용문처럼 된 것이다. 레이블 관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믹스테잎을 통해 일정 수준의 실력 검증과 인지도를 확보한 신인을 프로모션하는 건 0에서부터 시작해야 했던 기존 신인 프로모션보다 훨씬 쉬우면서도 매력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힙합 씬 안에서 믹스테잎이 차지하는 지분이 커지자 스타급 랩퍼들과 베테랑 랩퍼들도 저마다 홍보 효과를 노리거나 장르에 대한 열정을 표하고자 본격적으로 판에 뛰어들게 된다. 음악 시장이 점점 온라인 음원 위주로 재편되고, 앨범이라는 형태가 지닌 가치 또한, 줄어들면서 기성 뮤지션들과 레이블은 이전과 다른 방식의 홍보 창구를 찾아야 했고, 그러한 욕구가 믹스테잎 씬과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창작자와 창작물을 홍보하기 위한 도구 역시 창작물이었다는 것, 그것도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보니 힙합음악팬의 호응은 더더욱 열광적일 수밖에…. 이 모든 현상으로 말미암아 믹스테잎 씬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 이쯤에서 많은 이가 믹스테잎 판의 상황과 음원 사용을 묵인하는 게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다는 얘긴지 의아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랩 실력 하나로 스타가 된 신예들과 스타급 랩퍼들의 믹스테잎이 공개됐을 시 쏠리는 팬들의 관심은 실로 대단하다. 실례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왈레이(Wale), 제이 콜(J. Cole) 등이 발표한 믹스테잎은 특정 사이트 한 곳에서만 다운로드 횟수가 몇 십만 건에 이르고, 최고의 믹스테잎 스타들인 릴 웨인(Lil Wayne)과 위즈 칼리파(Wiz Khalifa)는 최고 2백만 건까지 기록할 정도다. 다른 몇몇 믹스테잎 전문 사이트들과 P2P 등을 통해 공유되는 사항을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어마어마하다. 이처럼 수많은 이가 다운로드받아 듣는 믹스테잎에 자신의 비트가 사용되었다고 생각해보라. 이건 여전히 미국 장르 씬의 홍보 창구로서 상당한 영향력을 자랑하는 라디오 에어플레이보다 몇 십 배는 더 뛰어난 홍보 효과를 부르는 것이다. 또한, (본의 아니게)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홍보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정상급 스타들 역시 믹스테잎이라는 형식을 통해 인기를 유지하고 홍보를 이어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인 거다. 바로 오늘날 미 힙합 씬의 관계자들과 뮤지션들이 이 지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 힙합음악 시장의 상황 속에서 믹스테잎이 지니는 상업적 가치는 굉장하다.

    실제 지난 2007년, 믹스테잎 씬의 톱스타 중 한 명인 디제이 드라마(DJ Drama)와 관련한 저작권 소송 진행 과정에서 많은 힙합 뮤지션이 보인 반응은 이를 고스란히 증명해준다. 당시 드라마는 자신이 직접 선곡하고 리믹스한 곡들을 모아 믹스테잎을 만들고 무료로 공개하는 한편, 소액을 받고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에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가 불법이라며 고소한 것이다. 윤리적으로 당연한 행위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자들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릴 웨인과 티아이(T.I.)를 비롯한 그와 함께 작업했거나 믹스테잎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수혜를 경험했던 많은 랩퍼들은 믹스테잎이 끼치는 홍보적 영향력과 힙합만의 독특한 문화적 배경을 거론하며 드라마를 적극 옹호한 것이다. 비록, 드라마에겐 실형이 선고됐었지만, 이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창작자들의 생각이 어떠한지 만큼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필자 주: 이후로도 드라마는 몇 번이나 소송에 휘말렸다. 그중엔 절친 릴 웨인의 소속사인 Cash Money Records도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랩퍼들이 ‘유료 판매’ 자체를 옹호한 것은 아니었다. 드라마와 그의 믹스테잎이 가진 영향력을 고려하여 형집행의 무게를 덜기 위한 움직임이었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상 내용과 더불어 믹스테잎이 힙합문화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거리에서 온라인으로 무대가 옮겨오긴 했지만, 믹스테잎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부족하거나 후원자가 없는 상황에서 신인이나 인지도가 덜한 뮤지션들이 스스로를 증명하고 홍보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매개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재능있는 이들이 꾸준히 발굴되고 재발견됨으로써 장르 씬이 순환할 수 있는 것이고 말이다. 그렇기에 이미 스타가 된 뮤지션들이 자신의 비트가 무단으로 사용되어도 별 상관 않는 건 스타가 되기 전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후진을 양성한다는 의미에서 한편으론 너그러움을 베푸는 것이기도 하다. 문화에 대한 존경이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강조하건대, ‘유료 판매’ 문제가 결부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미국의 믹스테잎 씬이 커지고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된 건 어디까지나 ‘무료’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기 때문이니까. 이는 곧 장르 씬의 발전과 문화에 대한 존경, 그리고 무엇보다 오리지널 창작물과 창작자에 대한 존경이 바탕이 된다는 걸 뜻한다.

    이쯤에서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와보자.  

    ‘왜 팔면 안 되나요?’

    만약, 모든 곡이 스스로 만든 창작곡이라면, 그걸 무료로 풀든 얼마를 주고 팔든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 한 곡, 아니 단 한 벌스(Verse)라도 사전 합의 없이 기존에 발표된 인스트루멘탈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1원을 받고 판매한다 해도 그건 절도 행위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무료로 공개한다 해도 자신이 사용한 음악의 원작자들을 존중하고 감사해하는 마음을 갖는 게 우선이다.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옛날에 몇몇 국내 랩퍼들도 외국 비트 사용한 믹스테잎을 대놓고 팔았는데, 왜 전 안 된다는 건가요?’내지는 ‘외국 랩퍼들도 자기 홈페이지 같은 데서 믹스테잎을 파는 경우가 있던데요!’ 같은 태클은 사양하겠다. 이건 ‘쟤도 도둑질해서 파는데 왜 전 안 되나요?’와 같은 소리니까.

    이제 막 믹스테잎을 내놓고 랩퍼의 길을 시작하려는 이들과 되려고 하는 이들이여, 만약, 자신이 ‘랩 하는 오빠’나 ‘힙합 양아치’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멋진 힙합 뮤지션’이 되고 싶은 거라면, 부디 이름을 알리고, 돈을 벌 생각하기 이전에 음악과 그 문화에 대한 이해부터 선행하시라. 그게 바로 힙합 속에 몸 담그기 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오늘의 첨삭지도 끝.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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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jy (2014-11-08 23:38:50, 118.33.99.***)
      2. 논란의 여지가 당연히 없는 글이라고 생각해서 다른의견이 댓글이 없을 줄 알았는데..ㅋㅋㅋ 신기하기까지하네요
      1. DaKib (2013-02-07 14:16:05, 39.7.11.***)
      2. 칼럼 처음에 보고 시간이 좀 지난 이제 다시 한번 글을 볼 일이 있어 열람했는데 무척 많은 댓글 공방이 있었네요. 이걸 이제서야 전부 다 읽었답니다.
        결론은 아쉽습니다.
        왜 남성훈 부편집장님의 댓글을 제대로 이해치 않으시는지들이 궁금하고
        그래서 아쉬운 결말이란 생각이 듭니다.

        샘플링과 기존비트의 작법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다시는 건데 말이죠.
        샘플링작법은 타장르의 것을 힙합음악화 하는 기법에 의미를 가지지만,
        기존 비트에 랩을 하는 것은 장르적 프로덕션에 의미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핵심인데 말입니다.

        배추(A장르)를 저리고 +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넣고 '발효'시키면 = 김치 (B장르)가 됩니다.
        A장르 -> 새로운 B라는 장르로 탄생이죠.

        기존 김치(B장르)에 + 생굴을 얹어서 = 굴김치(B장르)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김치지요.

        세분리적 잣대를 '창조와 재창조'에만 단순 적용함이 문제인 듯합니다.
        '작법'의 재창조의 의미보다는
        '장르'의 전환으로 인한 창조의 의미를 높게 사기에 평가되는 타당함과,
        동일장르 선상에서의 단순 이용은 다르며,
        이를 상업적 이용에 (어느정도는) 허가 하자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원래 세상에는 없던
        '힙합음악'의 탄생-창조와
        개인 작업물의 탄생-창조를 구분하는 포커스는 있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여서
        의미의 요점을 차치하고,
        긴 글을 큰 무리 없이(약간의 비매너댓글도 계셨지만) 예의있게 토론해주신 분들의 댓글에서 현 한국힙합씬의 문제와 상황을 꼬집고 각자의 고찰들을에서 피와 살이 되는 좋은 말씀들 많이 배웠고 자극도 받았습니다. 그 점에 감사드립니다.
      1. Jay Ku (2013-01-24 17:21:34, 180.92.124.**)
      2. feel harmonik..
      1. 잠온다아 (2013-01-24 13:43:49, 58.142.239.**)
      2. 전 돈받고 팔자에 한표입니다. 단, 팔다 걸리면 법적 제재를 받을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첨언하고 싶네요. 무단횡단이 범법이라는 걸 알고 무단횡단을 하자 라는 거죠.


        결국 무단샘플링이나 믹테나 똑같은 영역이에요. 팔려면 사고 싶은 사람들한테 만원 정도에 파세요. 나중에 성공하면 팬들에겐 기념품 같은 것이 될테니까. 믹테판매나 디스는 힙합 문화의 오랜 관습이죠. 그러나 법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저작권 위반, 모욕죄, 명예훼손죄에 속합니다. 결국 법의 제한에 맞추느냐 마느냐의 문제죠.


        이마트에 버벌진트와 다듀의 신보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만원밖에 없는데,
        버벌진트와 다듀 중 누구의 신보를 사겠습니까? 제가 만약 만원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저는 두개 다 훔치고 만원으로 라면 몇개랑 소주 두어병 그리고 담배를 사겠네요. 집에 식량도 없고 담배도 없으니까요.


        힙합은 서브컬쳐입니다.. 주류에 저항하는 문화. 모두가 공무원 시험 준비하고 싸트 준비하고 법 잘지키며 살 때 "난 취업도 안하고 하고 싶은 거 하고 다 훔쳐버리고 남들이 팔지 말라는 믹테 팔아서 캐쉬머니보다 더 잘나가는 기획사 만들거다" 라고 하는 게 힙합이죠. 미국이나 한국이나 법의 제재는 언제든지 존재합니다. 미국이 더 엄격하죠.


        80년대까지 미국은 흑인들을 탄압해왔습니다. 대놓고 탱크로 짓밟거나 하는 행위가 아니라, 인종차별을 좌시하고 정부차원에서 인종차별 정책을 지원했습니다. 그것은 사회적 계층을 정립시키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그렇게 했던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우리가 5~6000원 주고 마시는 커피 원두의 원가가 얼만지 아십니까?
        그 원두를 따는 후진국 국민들의 임금을 아십니까? 누군가는 착취 당해야 지배 계층이 유지됩니다.


        커피가 만약 한잔에 5만원이면 사먹겠습니까? 돈 있으면 사먹겠죠. 패밀리 레스토랑도 그정도니까. 그러나 스타벅스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합니다. 커피가 5만원 정도하면 후진국 국민들도 한달에 100만원~200만원 정도 받아서 잘먹고 잘 살 수 있을 겁니다. 근데 그리 되면 스타벅스가 망하죠. 믹스테잎 판매는 커피 원두 따는 노동자가 원두를 빼돌려서 한국에 직접 중개무역을 하는 행위입니다. 이미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이들이 그게 불법인지 뭔지 알게 뭡니까? 옳다 그르다를 판명하는 건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왜 흑인들이 한인 타운에다 불을 지르고 마약을 팔았는지, 왜 한국 뮤지션들이 불법적인 판매를 하는지에 대한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선진국스럽다고 할 수 있겠죠.


        음원 시장에서 멜론, 도시락 다 꺼지고 음원 가격을 적절한 정찰제로 국가에서 운영하거나 공사기관에 맡겨서 믹테가 아닌 합법한 창작물을 만들도록 유도를 해야 옳죠. 음원 가격은 1.5원에 팔도록 용인하면서 저작권을 지키라고 하는 건 억압이고
        착취입니다. 우리 모두 훔칩시다. 버벌진트 음반이랑 다듀 음반. 대신 경찰서 갔을때는 제 이름 팔지 마세요. 저 새되요.
      1. euronymous (2013-01-23 19:08:34, 183.102.139.**)
      2. 그러게... 나두 정말 안타깝기 그지 없다ㅋㅋㅋㅋ 생각의 차이는 토론이라도 할 수 있지 생각의 유무가 문제가 되면 정말 답이 안 나옴^^
      1. 퍽웟유투 (2013-01-23 18:32:02, 112.145.240.***)
      2. 기본적인 토론의 쟁점도 모르고 이것저것 가따 붙이니깐 이렇게 되지ㅋㅋㅋ 어떻게보면 안타깝다증말
      1. Archetype (2013-01-23 11:57:18, 112.170.109.**)
      2. 다행히 토론이 좋게 끝났네요ㅎㅎ 저도 유료화로 인해 저작권, 소유에 대한 존중이 약해지는건 바라지 않아요~ 그저 어느정도 용인하면 어떨까 했던 작은 생각이었는데 누가 너무 비꼬는 언사를 툭툭 던져서 저도 조금 흥분했네요ㅎㅎ
      1. euronymous (2013-01-22 23:23:59, 183.102.139.**)
      2. 부담보이/
        네 뭐 저도 님의 의견에는 큰 틀에서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서적 환기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환기할 수 있는 어떤 예술적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 거였거든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 다르다고 하는 건 믹스테입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형태의 예술에 적용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단지 믹스테입이라는 변칙적인 방식도 샘플링만큼이나 듣는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저는 이제 예능 프로그램 보러 가야겠군요^^;
      1. 부담보이 (2013-01-22 23:19:25, 211.234.199.**)
      2. 아 2,3천원이면 저도 적당한거 같네요 ㅎㅎ 농담이고
        편집장님이 지적하신 부분대로 결국 얼마냐의 문제보다는 자각하고 있냐 혹은 경각심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아 그리고 제이지는 제가 알기로는 그때 은퇴하면서 아카펠라를 가지고 놀라고 뿌리고 가지 않았나요?? 한참 된일이라 가물하네여
      1. 부담보이 (2013-01-22 23:15:59, 211.234.199.**)
      2. 그리고 개인의 정서적인 이슈는 지금의 논의와는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누구에게는 100만원 이상의 가치가 있고 누구에게는 다운받은 시간이 아까운 테입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은 과연 남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이 어디까지 정당화 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앞에서도 애기했듯이 개인적으로 믹스테입을 돈받고 파는 언더렙퍼나 혹은 나아가서 무단 샘플링의 경우 그 분들이 죽일 놈이라고 애기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자신이 무슨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자각심은 있어야 된다는 애깁니다. 이건 힙합에서 당연한거야! 난 힙합하는 사람이자나? 이런 마인드로 남의 저작물에 대해 함부로 사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드머에서 적절한 시기에 이런 원칙적인 부분에대해 잘 지적해 주신 거 같아 좋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1. euronymous (2013-01-22 23:15:44, 183.102.139.**)
      2. 부담보이/

        아, 네.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 옛날의 수많은 힙합 프로듀서들이 사유재산의 소유권이나 창작물의 저작권도 모르는 바보였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남의 음원을 갖다 써도 상관없을 거라고 순진무구하게 웃는 사람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전부는 아니었겠죠.

        물론 창작자들 고유의 저작권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역사가 흘러온 건 분명 진보라 부를 만합니다. 하지만 힙합의 역사는 더 좋은 샘플을 불법으로라도 따고 싶은 욕구와 그것을 저지하려는 법률의 싸움이라고 해도 될 만큼 예전엔 불법 샘플링이 만연했었고, 심지어 현재도 언더그라운드에서는 '샘플 클리어링이 뭥미?'하는 듯한 앨범이 적잖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법률의 편을 들 생각은 더더욱 없습니다.

        제이지 리믹스에 대한 건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근데 그렇게나 많이 쏟아져 나온 리믹스 앨범들을 제이지가 정말 일일이 다 허락했을까요? 이건 누가 자세한 사정을 아는 분이 말씀해주시면 좋겠는데...

        그리고 님께서 말씀하신 소유권 혹은 저작권에 대한 문제를 저 역시 외면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믹스테입을 일반 음악 CD와 비슷한 가격으로 팔자는 천인공노할 주장을 저도 차마 못하고 있는 거랍니다. 아무리 창조성이란 걸 존중해준다고 해도 어쨌든 남의 건 남의 거니까요. 2천원~3천원은 그냥 제 임의로 매긴 가격인데 천원쯤 더 깎을까요? 암튼 내가 만든 무언가로 내 허락도 없이 누군가가 부당한 폭리를 취하고 있다면 저는 굉장히 화가 나겠지만... 음악 활동 열심히 하기 위해 밥값이나 차비, 기타 잡비나 벌자는 취지에서 싼값에 판다면 저는 그냥 모른 척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작자가 누구인지 표시나 해달라고 요구할 순 있겠네요.
      1. 부담보이 (2013-01-22 23:03:52, 211.234.199.**)
      2. 클리어링이 단순히 비지니스적인 보상만이라고 치부하신는 것은 저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힙합초기에 샘플링이라는 작법이 정의되거나 혹은 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부족하고 또한 아직 처음이었기 때문에 사례가 많지 않아 제대로 소유에대한 권리관계가 정리 되지 않았을 뿐이지, 샘플링이라는 작법이 대중화 되면서 소유에관한 정의나 권리 관계가 명확해 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에는 그런 개념이 희박했지만 이제는 명확해진 것 뿐이죠. 제이지 아카펠라는 제이지가 허락한 걸로 알고있는 데 불법적으로 리믹스 한 건가요??
        그리고 과연 남의 인스를 함부로쓴 믹스테입을 돈받고 파시는 것에 당당한 원작자 님들은 남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함부로 소유하는 것에는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네요 ㅎㅎ 그 분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어둠의 경로로 받아도 힙합이니까! 라고 외칠까요?
      1. euronymous (2013-01-22 22:39:26, 183.102.139.**)
      2. 오대희/

        아, 저 때문에 들어오셨군요. 제가 한 주장이 뭐 그리 단단하다고 굳이 깨실 것까지야... 어쨌든 저도 몇 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댓글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줄은 미처 몰랐답니다.) 근데 말씀을 너무 띄엄띄엄 하시는 바람에 제가 잘 이해하고 댓글을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혹시라도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짚어 주십쇼.

        (1)
        우선, 제가 님에게 묻고 싶은 것은, 샘플링이라는 작법을 생각할 때 '클리어링'이라는 과정을 얼마나 중요한 것으로 여기시느냐 하는 겁니다. 님에게 샘플 클리어링이라는 건 뭔가요? 법적 정당성의 획득? 최소한의 예술적 양심?

        저는 샘플 클리어링은 힙합 음악 시장의 비대화로 인해 나타난 자본주의적 보상 방식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밑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제 댓글들을 다 읽어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샘플 클리어링은 힙합 프로듀서와 원곡 작곡가, 즉 창작자와 창작자의 관계가 아니라 순전히 돈이 오가는 관계에 지나지 않아요. 제가 알기론 표절 소송이 아니고서야 샘플 클리어링 시비는 원곡의 판권을 갖고 있는 회사가 거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즉, 예술적 요소의 공유에 대한 보상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발상에서 나온 거지요.

        물론 이 세상은 법과 윤리가 지배하고 있는 곳이고, 이왕이면 그런 것들을 지키면서 남들에게 피해 안 주고 사는 게 좋겠지요. 샘플링 역시 원작자에게 조금이라도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얼마간의 돈이라도 전해주는 게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하지만 그 돈이라는 게 정말 원작자가 원하는 것인지, 어느 힙합 프로듀서가 자신의 곡을 빌려 쓰는 대가로 상당한 액수를 받아 챙기고 싶은 게 정말 원작자의 본심인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럴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샘플 클리어링은 마음과 마음의 소통이 아니라 냉정한 비지니스의 세계니까요.

        그렇다면, 샘플링을 논하면서 그것이 클리어링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 건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됩니다. 샘플링의 미학을 논할 때 최우선적으로 언급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과연 법적 정당성을 획득했느냐'가 아니라, 바로 '기존의 음원을 가져와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시켰느냐'입니다. 클리어링이 되지 않은 샘플링이라고 해서 프로듀서의 창조적 능력이 깎여나가는 건 절대 아니거든요. 그건 샘플 클리어링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 옛날의 힙합 클래식들이 증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샘플링을 믹스테입과 동일 선상에 놓고 정서적 환기에 대해 이야기한 것에는 누구에게 돈을 얼마나 지불했는지에 대한 얘기는 들어있지 않습니다. 솔직히 전 그딴 것엔 별로 관심이 없어요. 다만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은 샘플 클리어링을 그토록 강조하는 사람들이 정작 클리어링과는 인연이 없었던 힙합 클래식들을 우상처럼 떠받드는 신기한 현상입니다. 법률의 관점으로 보면 엄연한 불법 음원들인데 말이죠.

        정규 앨범에서 남의 인스를 빌려 쓰는 예를 드셨지요? 실제로 MF Doom 같은 랩퍼는 가끔씩 그런 만행(?)을 저지르는 일이 있긴 합니다만 앨범 내에서 한두 곡에 불과하니 언더그라운드 랩퍼의 애교로 봐주고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만일 정규 앨범 전체를 남의 인스(그것도 기존에 발표된 인스)로 채운다는 건... 말 자체에 모순이 있지 않나요? 그건 정규 앨범이라 부르면 안 되잖아요. 믹스테입이지.

        요컨대, 클리어링이 된 샘플링이든 그렇지 못한 샘플링이든, 타인의 창작물을 빌려와서 어떤 새로운 정서를 환기할 수 있는 결과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는 점에선 완전히 동일한 작법이라 할 수 있고, 바로 그 지점에서 믹스테입의 방법론과 맞닿는다는 겁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겠죠. 원곡이 뭔지 알아볼 수 없도록 변형시킨 샘플링과, 기존의 비트를 그대로 가져다 쓴 믹스테입은 분명 동일한 과정을 거친 작법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외형적인 면보다는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청자의 반응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저 밑 댓글의 어딘가에 썼는데... 혹시 시간 남으시면 찬찬히 찾아 읽어 보셔요.


        (2)
        아주 재미있는 예를 드셨더군요.

        '그럼 어떤 누군가가 랩 한 AR에 목소리만 살려서 '제가 만든'비트로 바꿔도 재창조이기 때문에 돈 받고 팔아도 괜찮은 거군요??'

        실제로 그렇게 만든 작업물을 돈 받고 파는 프로듀서들이 있습니다.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일단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Madlib이로군요. 매드립 누군지 아시죠? 참 별의별 앨범을 다 만든 기괴한 인사인데 그가 발매한 CD 중에 Mind Fusion이라는 시리즈가 있어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한 5탄까지 나왔나? 그중에 한 장이 바로 힙합 리믹스 앨범인데 나스를 비롯한 많은 유명 랩퍼의 라이밍에 자기가 주조한 비트를 덧입혀 완전히 새로운 무드를 만들어냈지요. 듣다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저는 그거 비싼 돈 주고 구입했고 단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어요.

        매드립 말고도... 오래 전에 제이지의 블랙 앨범 리믹스 열풍이 한때 불었었잖아요. 구쓰 원더랑 케이오틱스랑 또 누구냐... 암튼 여러 언더그라운드 프로듀서들이 블랙 앨범 아카펠라를 가지고 자기 멋대로 요리해서 CD로 발매했었죠. 물론 일반 CD랑 똑같은 가격으로요.

        기억을 더듬어 보면 더 나오겠지만 일단 요만큼만 예로 들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존의 AR에 덧입힌 비트의 질이 어떠냐 하는 것일 텐데 님께서 만일 짭짤한 비트를 깔아서 랩 듣는 재미를 배가시켰다면... 그건 아마 유료로 팔아도 상관없겠죠. 심지어 잘 팔리기까지 할 텐데.


        제기하신 문제들에 대해 충분한 답변이 되었는지?




        비니/
        그쵸? 님도 그렇게 생각하죠? 저도 전부터 태도에 대해 여러차례 언급했는데 도무지 달라지는 게 없더라구요. 이번에도 역시 토론이 좀 될 만하니까 떠나가 버리셨네요.
      1. vinie (2013-01-22 22:08:01, 211.201.132.**)
      2. 아무리봐도 저분은 병이다 진짜;
      1. 오대희 (2013-01-22 21:39:22, 211.207.73.***)
      2. 리드머 예전에 아마 아이디가 있었던 것 같은데..리뉴얼 될 때 새로 안 만들었는지..기억이 안 나다가 일권형님 트위터에서 이 글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 지는 것 같아서 들어왔는데..정말 글 남기고 싶어서 방금 가입했네요.

        euronymous님 이 중심이 되어서 논의가 진행 중인듯한데..
        euronymous님이 주장하신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주장하신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게
        (1) '기존의 비트에 새로운 랩을 얹는 행위는 샘플링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창조적인 행위라 불릴 수 있다.'
        (2) '샘플링과 믹스테입은 기존의 것을 활용해 새로운 정서를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는 창작 행위다'


        이거죠??
        일단 (2)번부터 깨 드릴게요.
        주장하신 거에서 정확하게는 '클리어 되지 않은 샘플링'과 믹스테입이 같은 거겠죠.클리어 되지 않은 샘플링이라 한들.그런 식으로 따지면 정규앨범에서도 남의 인스를 맘대로 쓸 수 있다는 말이 되는 거고요

        그담 (1)번
        '기존의 비트에 새로운 랩을 얹는 행위는 샘플링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창조적인 행위라 불릴 수 있다.'

        이 주장에서 근거가 되는 부분이 비트만 창조가 아니라.MC의 라이밍도 창조기 때문에 라고 하셨죠??

        반대로 바꿔보죠.그럼 어떤 누군가가 랩 한 AR에 목소리만 살려서 '제가 만든'비트로 바꿔도 재창조이기 때문에 돈 받고 팔아도 괜찮은 거군요??

        이래서 첫플이 중요합니다..(물론 첫풀은 아니셨지만..뭔가 뽜이아 된 첫 시점이라..)
      1. 부담보이 (2013-01-22 18:06:15, 211.234.197.***)
      2. 음 문득 글들을 읽다가 든 생각인데 최근 퓨쳐의 플루토 앨범이 리믹스 좀 추가하고 앨범 트랙의 배열을 새롭게 바꾸니 원앨범과 다르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처럼 그렇다면 제작자가 아닌 제삼자가 이 정도의 창의성만을 추가하여 판다고 하면 어떨까요?? 사실 arch님의 생각이 한국 힙합씬 현실상 어쩔 수 없는 경우이긴 하지만 원론적인 부분을 논하는것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원론적으로 (아무리 한국이라해도) 믹스테입은 일종의 팬서비스개념이고 남의 창작물을 아무런 대가없이 이용해놓고 자신의 창작부분에는 칼같이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적이라고 봅니다. 근데 다른분들이 한국힙합 현실상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부분도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음 개인적인 애기를 하나 더 하자면 보통 국내 믹스테입을 보면 돈받고 팔면서 그래도 국내 씬에대한 리스펙트는 있어서 그런지 주로 외국비트만 많이 이용하던데 좀 웃기다고 생각했었거든요. 만약 프라이머리나 도끼 콰이엇 비트를 허락 안받고 사용해서 랩하고 돈받고 판다면 어떨까요?

        한가지 덧붙이자면 왜 리드머가 그런 대안이나 행동을 보여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군요. 웹진에 너무 개인적인 잣대를 들이대시는 듯
      1. Fukka (2013-01-22 17:34:56, 39.7.29.***)
      2. GG 유로니모스님 짱드세요 어련하시겠음.
      1. euronymous (2013-01-22 17:32:36, 183.102.139.**)
      2. Fukka님아 이해가 잘 안 되는 점이 있는데,

        일권님은 팩트에 기반해서 글을 쓰고 계신 게 맞긴 한데, 님은 팩트에 기반해서 글을 쓰는 것과 자기 머릿속에서 나온 주장을 글로 표현하는 것을 완전히 혼동하고 있는 듯한데요?

        되게 웃기네요. 믹스테입 관련된 팩트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기도 하니 일권님이 그걸 그대로 가져와서 주된 소재로 써먹으신 것 같은데... 아니, 제가 무슨 주장을 할 때는 그에 관한 사례가 반드시 있어야 하나요? 이젠 하다 못해 별 트집을 다 잡으시는군요.

        혹시 제가 무슨 주장을 했는지는 아시나요? 제가 거듭 강조하잖아요. 제 주장은 간단하게 요약될 수 있어요.

        (1) '기존의 비트에 새로운 랩을 얹는 행위는 샘플링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창조적인 행위라 불릴 수 있다.'
        (2) '샘플링과 믹스테입은 기존의 것을 활용해 새로운 정서를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는 창작 행위다'
        (2) '100%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기에 다른 창작물과 같은 값을 매길 순 없지만 한국 힙합 시장의 열악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믹스테입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허용해 줄 필요가 있다'

        이게 제 주장이고 (1)에 대해선 님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밑에서 직접 묻기까지 했어요. 님이 동의하시면 그걸로 끝나는 거고 동의하지 못하겠으면 왜 동의하지 못하는지 님이 생각한 이유를 말하면 됩니다. 근데 님은 창조성이란 것을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여전히 답변을 피하고 있죠. 그럼 님이 생각하는 창조성이 뭔지 간단하게라도 답변해달라고 했지만 님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에요.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지금 대화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 모든 주장에 걸맞는 구체적 사례가 있어야 한다니... 대체 이게 무슨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죠? 위에서 애기한 (1) 같은 경우는 믹스테입에서 '기존의 비트를 빌려왔다'는 점에만 주목하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내놓은 건데 이 주장이 예전에 존재했던 기록이 없으니 이 주장은 의미가 없다는 건가요? 지금 재판하세요? 판례를 찾으시나요? 그럼 님은 누군가가 예전에 내놓은 적이 없는 새로운 문제제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겠네요? 허 참 ㅋㅋㅋ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님 수준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대단한 걸 요구하지 않아요. 그냥 제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면 대체 왜 동의할 수 없는지 이유를 말하면 돼요. 구체적인 사례를 끌어다 쓰지 않았다는 어치구니없는 이야기나 하지 말고 말이에요.

        뭔 개소리냐, 나는 창조성이고 뭐고 관심없다, 이게 님의 입장이라면 그럼 님이 감당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릴게요. 지금 우리가 이틀째 댓글을 쓰고 있는 이번 문제의 쟁점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생각하는 쟁점은
        '기존의 비트에 새로운 랩을 얹는 행위를 창조적이라 규정할 수 있는가?'
        였는데 님은 그게 쟁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해서요.
        도대체 님이 생각하는 쟁점이 뭔가요?
      1. Archetype (2013-01-22 17:28:14, 112.170.109.**)
      2. 곡을 샘플링하는 면과 기존 인스에 새로운 랩을 쓰는게 당연히 동일한 수준의 창조 행위라고 보진 않습니다. 누구든 두개만 놓고보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죠. 근데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자체를 부정하기엔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최소한 저가의 가격정도는 받을 수 있지도 않나, 라는 의견인 겁니다.

        fukka님... 죄송한데 저희가 여태 논한건 여태까지의 샘플링 사례를 기반으로 '랩'의 영역에 적용시켜보면 어떤가, 라는 문제였습니다. 이게 여태껏 자주 언급된 적도 없구요, 왜 여기에 실제 사례가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1) 비트도용과 샘플클리어런스 문제의 연관? 엄밀히 말해서 비트도용후 '입혀진 랩'과 '곡 샘플링'의 연관이겠죠. 저는 이 두가지의 공통점(연관점)을 '재창조'로 보았고, '랩'을 상품화해서 불법으로 판것을 엄격히 금지한것을 보고 나머지 하나인 '곡 샘플링'의 샘플 클리어런스 문제를 사례로 든 것이었죠. 그리고 이건 순전히 '재창조'로 볼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이것에 대해 어디선가 언급되었나 하는 실제 사례가 필요한게 아니에요;;
        2)도 똑같죠. 왜 이렇게 사례를 신경쓰시는지.. 어디선가 꼭 언급되거나 논쟁이 되어야 다시 토론할 수 있는건지.. 아니 그러니까 저희들이 논하는 주제 자체가 창조 라는 정말 애매모호한 영역이고 이걸 랩에 적용 시켜보자는 거지, 이게 왜 실제 사례 어쩌고 하시는지 정말 이해 못하겠어요. 제가 지금 피곤해서 글을 제대로 못 읽은 것일 수도 있는데, 정말 제시된 문제는 '기존 비트위에 새로 쓴 랩도 재창조가 될 수 있을까?' 입니다. 그리고 이건 여러번 언급되지 않아서 논의된 사례를 전 알지 못하구요, 다분히 음악적으로, 역사적으로 따져서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는겁니다. 그 논리적 접근이 유로니머스 님 댓글에 충분히 아주 많이 있었구요;;
      1. euronymous (2013-01-22 17:16:29, 183.102.139.**)
      2. 남성훈님 말씀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저도 두 가지 정도 말씀을 드리자면,

        첫째, 저를 포함해서 여기에 댓글을 쓰고 있는 사람들 중 샘플링과 믹스테입이 동일한 작법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샘플링은 기존의 것에 외형적인 변화를 주는 작법이고, 흔히 믹스테입에 수록되곤 하는 트랙들은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 거기다가 새로운 랩을 얹는 형식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명한 차이마저 얼버무릴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허나 저를 비롯한 다른 분들이 주목하는 점은 그런 외형적인 차이, 작법의 차이를 뛰어넘는 일종의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동질성입니다. 정규 앨범이라 불리는 결과물들도 뮤지션이 애초에 의도했던 것과 리스너들이 받아들이는 것이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는 것처럼, 믹스테입 역시 그 의도가 어쨌든 리스너들에게는 어엿한 창작물로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레트로-소울이나 레트로-일렉트로닉 뮤직의 경우 화성적으로 보면 새로운 음악일지언정 느낌은 옛 음악이 주는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면 이제 와서 그런 음악을 세상에 내놓은 의도를 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존의 것을 가져온다고 할 때 그 '가져옴'이라는 행위는 음악적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믹스테입을 만들 때 기존의 비트를 그대로 가져오는 행위는 가장 초보적이면서도 원초적인 '가져옴'의 행위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존의 비트를 가져왔다'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새로운 랩을 얹었다'는 것에 더 주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기존의 비트와 어우러진 랩이 청자들에게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면 그건 충분히 창조적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즉 햄버거를 빵과 고기, 야채로 분리하며 먹을 필요가 없듯 음악을 비트와 랩으로 매번 구분지어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기존의 비트라 해도 거기에 새로운 랩이 얹히는 순간 그것이 완전히 하나로 융합되어 새로운 트랙이 되는 사례는 지금껏 쏟아져나온 수많은 믹스테입들 중에서 숱하게 찾아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샘플링 자체는 하나의 방법론일 뿐 그것 자체가 어떤 결과물을 가리키지는 않습니다. 샘플링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샘플링이 아니라는 건 아마 저보다 더 잘 아실 겁니다. 도대체 무얼 바꿨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원곡을 그대로 가져와서 써먹은 소위 '통샘플링'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통샘플링의 경우에도, 하마터면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할 뻔했던 음원을 샘플링이라는 기술로 살려냈다는 것에 더 의의를 두는 편입니다. 즉 얼마나 원곡을 변형시켰느냐, 가 아니라 디제이가 어떤 곡을 발굴해 냈느냐, 에 방점을 찍는다는 겁니다. 이 경우에 외형적인 변형을 문제 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샘플링의 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샘플링 같은 소리 하네~ 그게 다 날로 먹는 게 아니면 뭐임?" 이런 반응을 보이곤 합니다.

        기존의 비트에 새로운 랩을 얹는 행위는 랩이 제 아무리 참신하고 혁신적인 랩이라 할지라도 100% 개인의 창작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트와 랩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것만은 아닙니다. (블렌딩 믹스테입의 경우를 제외하면) 기존의 비트를 재활용할지언정 랩퍼는 자신의 랩이 비트와 어우러지도록 랩을 하고 비트에 맞추어 라임을 박습니다. 이 비트가 예전에 발표된 적이 있다는 걸 모르고 듣는다면 얼마든지 신곡이라 여길 수도 있게끔 믹스테입은 적어도 완결성을 갖춘 트랙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만들지 않으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소릴 듣게 될 테니까요. 이 경우에 방점을 찍어야 하는 건 '기존의 비트를 썼다'는 외형적인 사실이 아니라 '기존의 비트를 활용해 전혀 다른 정서를 창출해냈다'는 정서적인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그 속에서 샘플링이라는 작법에 버금가는 어떤 '창조성'이라는 것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일권님과 성훈님은 아무래도 음악이 만들어지는 외형적인 과정 그 자체에 주목하시는 듯합니다. 그리고 외형적인 과정에 개입하는 법적 윤리적 절차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이 언급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샘플링과 믹스테입은 만들어지는 절차는 다를지언정 기존의 것을 활용해 청자에게 새로운 정서를 환기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충분히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있다고 봅니다.

        둘째, 이 모든 논의는 결국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권님과 성훈님의 입장은 그 어떤 경우라도 믹스테입은 유료로 판매되어선 안된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 입장은 담배 한 갑 정도의 가격이라면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입장을 정한 이유는 미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한국 힙합 씬의 열악한 현실 때문입니다.

        민감한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말이나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믹스테입 유료 판매를 법적 윤리적으로 단죄한다고 해서 한국 힙합씬이 얻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물론 믹스테입의 조건부 유료 판매를 허용한다고 해서 한국 힙합씬이 갑자기 들불이 번지듯 크게 흥할 것이라고는 저도 생각지 않습니다. 다만 새파란 신인 랩퍼들이 소소한 수익을 거두어 가며 좀 더 꾸준하게 음악 활동을 하게끔 만드는 자극제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부작용이 따르긴 하겠지만 그 얘기는 여기서 굳이 하지 않으렵니다.)

        허나,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를 단죄했을 때 한국 힙합씬이 얻는 것은, 제가 보기엔 법률과 윤리에 의해 뒷받침되는 '명분' 말고는 없습니다. 정 뜻이 있는 신인은 알바를 뛰고 투잡을 하면서 돈 모아 믹스테입을 만들고 그걸 무료로 뿌리겠지만 그럴 여건이 도저히 안 되는 사람들은 결국 음악의 뜻을 접게 될 것입니다. 남들 다 그렇게 음악하는데 무슨 거지도 아니고 믹스테입 팔아 얼마를 벌어 먹으려고 그러냐 뭐 이런 말을 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점점 믹스테입이란 랩퍼의 창조성이 개입될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얼마든지 공짜로 얻고 쉽게 소비할 수 있는 일회용 음악 소비재로 여기게 될 겁니다. 남의 비트 갖다가 쓴 것에 불과하니 창작도 뭣도 아니라고 생각하겠지요. 그리고 랩퍼 역시 자신의 랩 실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만 믹스테입을 제작하게 될 것이고 이런 사고방식은 믹스테입들의 퀄리티가 획일화되는 데에 일조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좋습니다. 믹스테입을 만드는 의도니 퀄리티니 뭐니 그런 건 다 무의미한 거라고 칩시다. 그런데, 믹스테입을 유료로 판매해선 안된다고 웹진의 이름을 내걸면서까지 게시물을 올리는 웹진이, 정작 믹스테입 제작의 활성화를 위해서 한 일은 무엇입니까? 믹스테입을 올릴 수 있도록 한 게시판을 만들어 두면 그걸로 끝나는 건지요? 신인 랩퍼들의 결과물을 꼼꼼히 듣고 리뷰를 짤막하게나마 쓴다든지, 아니면 예전에 리드머에서 많이 했었던 랩 컴페티션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기타 다른 방식으로 신인 발굴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든지... 제가 보기엔 현재 그 어떤 노력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믹스테입 유료 판매를 비판하기 위한 칼럼을 쓸 정성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인지요? 막말로 글 하나는 컴퓨터 앞에 자리잡고 앉아 몇 시간 머리 굴리면 끝나는 일 아닙니까.

        지난번 토탈 크리틱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첨삭지도 댓글에서 활발한 언쟁이 벌어졌을 때에도 리드머에선 회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토탈 크리틱에서 별점을 없애는 성의(?)를 보여준 바 있습니다. 내심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진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도 리드머 측이 그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드머의 입장이 믹스테입 유료 판매 불허라면 그건 그것대로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반대만 한 채 아무것도 안 한하고 모든 것을 끝낸다면 저는 대단히 실망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토탈 크리틱에 국내외 믹스테입 리뷰도 함께 실어주시든가, 아니면 음악 게시판에 올라가는 게시글의 형태로 소소한 믹스테입 감상문이라도 리드머 필자 분들이 좀 올려주시든가... 이건 제가 예로 들었지만 어쨌든 리드머만의 방식으로 뭔가 긍정적인 리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멀찍이 앉아 일장연설만 하고 뒤로 물러앉는다면 우리가 그렇게나 욕하는 정치인과 다를 것이 무엇입니까?

        믹스테입은 정규 앨범을 내놓을 준비가 덜 된 랩퍼들이 변칙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매우 흥미로운 형태의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드머 필자 분들도 믹스테입이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고 생각하실 겁니다. 제가 내놓은 대안은 조건부 염가 판매였는데 그것조차 인정할 수 없으시다면 무언가 더 현명한 대안을 보여주십시오. 마땅한 대안이 금방 나오지 않는다면 믹스테입 활성화를 위한 작은 노력이라도 시작해 주십시오. 정중한 태도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1. Fukka (2013-01-22 16:50:34, 39.7.29.***)
      2. 그럼 제가 왜 유로니모스님, 우울하지않아님들의 의견이 이 칼럼의 반박으로 애초부터 게임이 안되는 건지를 알려드릴게요. 잘 보세요.

        자 요 칼럼에서 일권님은
        '리아라는 단체에서 소송을 걸었던 적 있다. - 몇몇 창작자들은 믹스테잎이 가진 홍보적 파급력을 생각하여 드라마 편을 들었다(여기선 일권님이 놓친게 좀 있죠. 저때 드라마랑 친한 사람들 위주였을 겁니다. 뭐 어쨌든 넘어갈만한 부분이고) - 그리고 믹스테잎씬은 힙합문화 초창기부터 함께한 거고 신인 발굴과 힙합음악 태생적 특징과 연관되기 때문에 '무료'라는 암묵적 룰에 따라 곡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걸 허용한다 - 그래도 공연장이나 거리에서 음성적으로 팔기도 한다 - 하지만 대놓고 홍보하며 파는 건 법적 문제의 테두리에 걸려든다.'라는 실제예에 기반해서 그러니까 빽트에 기반해서 얘기하고 있죠. 저 변희재 아님. ㅎㅎ

        '팔고 만들더라도 알고 팔아라'가 일권님 개인의견쯤 되겠네요.

        근데 님들은 샘플링 클리어런스 문제를 결부시켰는데 이걸 연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빽트가 기반이 되는 게 하나도 없음. 최소 1) 미국이든 국내든 믹스테잎에서 비트도용과 샘플링 클리어런스를 연관시켜 문제시한 사례 2) 이 문제에서 재창조 영역에 대해 논쟁이나 문제가 됐던 사례 정도는 기반하여 주장을 폈어야 하는 거라는 거임. 샘플링 문제에서는 재창조 영역에 대한 논쟁이 계속 되고 있지요. 하지만 믹스테잎에서 비트 사용관 전혀 상관없는 얘기.

        여기서 님들의 주장이 갈리는 건데 그 부장이란게 죄다 님들 개인적 생각이니 애초에 실상과 실제예에 기반한 주장에 반박하는 자세로서도 기본이 안된데다가 터무니없는 억지밖에 되지 않는 거임.

        언더스탠드해요?

        한마디 더해서 유로니모스님은 그렇게 매사에 토론 좋아하고 문제제기 좋아하면서 이런 기본적인 자세도 모르는 게 참 실망스러웠음
      1. wiki (2013-01-22 15:45:08, 220.87.20.***)
      2. Fukka 이사람 지난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 또 나대내 ㅋㅋㅋ 아 진심 대단하다 뭐라고 댓글을 쓰긴 쓰는데 정작 자기 주장은 하나도 없엌ㅋㅋ 토론을 하자는 거임 걍 무조건 반대나 하자는 거임? 제발 좀 적당히 하셈 밑천 다 드러난 거 지금 본인만 모르고 있슴
      1. 남성훈 (2013-01-22 15:31:12, 123.140.30.***)
      2. 합법, 불법을 떠나 샘플링작법과 기존 인스에 랩을 얹은 것을 동일한 재창조의 영역에 올려놓고 힙합의 원류까지 파고 드는 것은 제 시각에서는 무리가 있습니다. 우선 어떤 식으로든 기존의 것에 영향을 주고 변형하여 힙합장르음악화하는 샘플링작법과, 완성된 장르프로덕션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랩을 얹어 (아주 좋게 말해도) 새롭게 들릴 뿐,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 받지 않고, 변형하지도 않고 언제든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될 수 있는 곡을 같은 사례로 끌어들이기엔 문제가 있습니다. 기존 것의 변형까지 '창조'라고 인식하는 힙합장르로 끌어들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랩의 가치는 있는 그대로 남겠죠. 기존 인스에 랩을 하는 믹스테입의 곡 구성의 목적이 비트까지 끌어들인 예술적 성취가 전혀 아님을 생각해보면 되겠죠. 힙합에서 샘플링작법을 허용했던 역사 속 논의/기준과는 판이하게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분명히 구분되는 것을 무단사용/재창조(?)/판매라는 절차에 맞는다고 같이 나열하고 논의가 되는 것 같아 남깁니다.

        그럼.
      1. euronymous (2013-01-22 15:00:29, 183.102.139.**)
      2. 아니, 파고들 필요가 있으면 파고들면 되죠. 힙합 음악에서의 재창조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인가요? 그냥 님이 평소에 하던 생각을 말하면 됩니다. 그럼 질문을 바꾸죠. 님이 생각하는 창조성이란 어떤 것인가요? 짤막하게 말해도 됩니다.
      1. Fukka (2013-01-22 14:57:33, 39.7.29.***)
      2. 아효 님아 님아 님아 그럼 재창조의 영역을 어디까지 볼거냐, 재창조란 단어의 의미의 본질은 또 뭐냐.. 이런 거 다 파고들어가야죠. 문제에 따라서 그 핵의 가장 근원적 중심으로 가야 할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는 거에요. 본질에 다가서긴 뭘 다가서요. 님 혼자만 그렇지. 진짜 대단하심.
      1. 우울하지않아 (2013-01-22 14:54:20, 115.21.149.***)
      2. fukka/

        자꾸 샘플링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건 샘플링과 기존비트+라이밍에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입니다. 그게 좀 더 나은 결과로 진행시킬수있는 이야기니까요. fukka님은 옳다/그르다의 문제로 자꾸 바라보시는것 같은데 그렇다면 옳은 답은 당연히 나와있죠. 말씀하신대로 법으로 정해져있는데. 저희도 그건 알지만 euronymous님도 거듭 말씀하시듯 커뮤니티의 존재이유란 것이 단순히 옳고 그른것을 판단하기 위한것이 아니라 좀 더 논의 해야할 부분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기떄문에 계속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상호간에 예의를 갖추고 근거를 대서 주장을 하고 , 그게 아니다 싶으면 반론을 말하면 되는거구요. 그러다보면 좀 더 좋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 있으니까. fukka님은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론이 나올때마다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반응하시네요. 나름대로 예의를 갖춰쓴다고 쓴건데 만약 공격적으로 느껴지셨다면 오해십니다. 그 부분은 제가 앞으로 더 고쳐보려 노력하겠습니다.
      1. Archetype (2013-01-22 14:54:19, 112.170.109.**)
      2. 이 글에 반대하는 의견은 아주 간단합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특히 힙합 고유의 특징과 역사에 비쳐 봤을 때 어느 정도 불법을 감안한 유료 믹스테입은 충분히 국내 힙합씬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창작자도 저가의 이익을 받을 자격이 있다. 도대체 왜 글의 논점을 피해간다고 생각하는건지..
      1. euronymous (2013-01-22 14:53:00, 183.102.139.**)
      2. Fukka님아. 그래도 어제부터 댓글 쓴 게 헛된 일은 아닌 게 이제 겨우 논의의 핵심으로 다가서고 있다는 느낌 안 드나요? 이건 사실 저 밑에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데, 바로 이게 쟁점입니다.

        '기존의 비트 위에 새로운 랩을 얹는 것을 창조적 행위라 볼 수 있는가?'

        제가 기억에 님은 이 문제에 대해서 발언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논의를 더 진행하기 전에 일단 답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1. Fukka (2013-01-22 14:51:33, 39.7.29.***)
      2. 유로니모스님아 남 본새 신경쓰지 마시고 님의 본새와 논쟁의 핵심부터 파악하세요. 글만 길게 쓰는 버릇도 고치시고.

        믹스테잎 얼마나 들었느냐를 이 논쟁에서 왜 얘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래도 트집을 피하고자 얘기하면 한달에 못해도 4장은 듣습니다 오피셜이건 아니건.

        님은 제발 힙합에 대해 논하기 전에 공부좀 더 하세요. 그리고 무료로 해서도 믹스테잎 이익이라는 얘기는 본문에도 다 나와있잖아요. 뭘 그사람 의견인 거처럼 말해요. 아 진짜 글은 제대로 읽고 지금 논쟁하자는 거임? 진짜 벽이다 벽.........
      1. euronymous (2013-01-22 14:42:45, 183.102.139.**)
      2. Archetype님의 고마운 댓글 중에서 이 부분은 꼭 짚고 넘어가고 싶군요.

        '미국 믹스테입이 무료인건 윤리 규범을 의식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무료로 해도 충분히 '이익'이 되기 때문이죠..'
      1. euronymous (2013-01-22 14:36:54, 183.102.139.**)
      2. Fukka님 안녕하세요. 예전보다 말본새가 많이 좋아지셨네요. 게다가 이제 겨우 대화의 핵심에 조금씩 다가서기 시작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저도 짤막하게 댓글 남깁니다.

        제가 왜 샘플링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지 궁금하시죠? 쟤가 도둑질했으니 나도 도둑질할래! 뭐 이런 논리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시죠? 그 정도 생각은 저도 다 합니다. 제가 샘플링 이야기를 거듭 꺼내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샘플링이 힙합이라는 장르의 핵심적인 작법이라면 힙합은 애초부터 불법에서부터 출발한 것이 맞다는 이야기를 꺼내야 했습니다. 불법이지만 예술적으로 허용되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둘째, 그렇다면 믹스테입의 제작 방식 역시 힙합 고유의 작법이 가지는 '불법과 합법을 넘나드는 창조성'을 띨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한 장르 안에서 비슷한 패턴으로 창작되는 다른 형태의 창작물이라 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셋째, 저작권법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사람도 정작 힙합 클래식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샘플 클리어링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법률을 초월하는 예술적 영역이라는 것이 힙합 내에서도 분명 존재할 텐데, 왜 믹스테입에는 그것과는 정반대의 잣대를 들이대는지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샘플링 이야기를 꺼내며 그 이중잣대라는 것을 폭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님한테 궁금한 건 그겁니다. 국내외 믹스테입 얼마나 들어보셨습니까? 양을 가지고 얘기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비트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대단한 감동을 전해주는 믹스테입을 혹시 경험해 본 적 있나요? 이건 단순한 짜깁기 랩송이 아니라 진정한 창작물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믹스테입을 만나 본 적 있습니까? 만일 그런 경험이 없다면... 님과는 영원히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습니다.
      1. Archetype (2013-01-22 14:30:12, 112.170.109.**)
      2. 힙합이란 문화가 사실 윤리 법규와 충돌하는 면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인터넷을 통해 '노동을 투여해 나온 결과물을 소유할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적인 문제와도 연관되자 않나 싶네요. 자본주의가 가장 기본적으로 보호하는 '소유' 자체가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너무 글이 산으로 가는 것 같지만) 이런 믹스테입을 단순히 '불법 NO!' 라는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요? 미국 믹스테입이 무료인건 '윤리'규범을 의식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무료로 해도 충분히 '이익'이 되기 때문이죠..
      1. euronymous (2013-01-22 14:27:22, 183.102.139.**)
      2. Nagga님 안녕하세요. 댓글 잘 읽었습니다. 어차피 논의를 여기까지 질질 끌고 온 것도 저니까 시간 내서 몇 자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샘플링의 역사는 샘플 클리어런스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힙합이라는 음악이 아직 돈벌이가 되기 전에는 디제이들이 옛 LP에서 어떤 음원을 채취해 쓰든 큰 문제가 되지 않던 시절이 있었지요. 우리가 힙합 클래식이라 부르는 골든에라 명반들 가운데 샘플 클리어링이라는 지점에서 떳떳할 수 있는 앨범은 별로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초중반을 거치며 힙합이란 게 장사가 좀 될 것 같으니 저작권법을 등에 업은 회사들이 달려들기 시작해 열심히 돈을 걷어가기 시작한 거지요. 샘플 클리어링은 디제이와 원작자의 관계가 아니라 디제이와 음반 회사, 혹은 음반 회사와 음반 회사 간의 지극히 비지니스적인 관계입니다.

        샘플링은 도둑질일까요? 이는 샘플링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릴 수 있지만, 때로는 '어떠한' 샘플링이냐에 따라 다른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주를 그대로 가져와서 드럼 루프만 살짝 변형시킨 수준의 샘플링은 골든에라 클래식들에서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 경우 샘플 클리어링이 완료되었다고 해서 창조적인 작업물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 경우에는 랩퍼의 라이밍과 디제이의 디깅 능력에 더 방점을 찍게 되지 않을까요?

        샘플링 자체는 도둑질이라고 불러도 사실 할 말이 없는 작법입니다. 하지만 원작자의 동의를 그때그때 얻거나 늘 사용료를 회사에 지불하면서 샘플링을 해야 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힙합 클래식들은 결코 탄생되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이야 샘플 하나에 몇십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시장이 커졌지만 힙합이라는 장르의 뿌리를 더듬어보면 샘플링은 법률과 윤리라는 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진 창작자들의 재기발랄한 창조적 행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저는 기존의 비트를 가져와 그 위에 자신의 랩을 얹어 전혀 다른 느낌을 살려내는 믹스테입의 작법도 샘플링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겁니다. 오로지 '타인의 비트를 가져왔다'는 점에만 주목하면 믹스테입 자체의 창조성은 결국 부정되어 버리고 맙니다. 기성 랩퍼가 정규 앨범 발매 전에 맛보기 식으로 내놓는다거나 갓 데뷔한 신인 랩퍼가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 뿌리는 믹스테입들 말고, 한 랩퍼가 작심하고 만든 '창작물'로서의 믹스테입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믹스테입에 깔린 MR이 통째로 기존의 비트를 빌려온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가능합니다. 믹스테입은 대부분 '랩' 그 자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진부한 라이밍과 참신한 라이밍을 칼 같이 구분한 적이 없습니다. 어떤 라이밍이 더 참신한 라이밍인가 하는 것은 각자의 기준이 다르니 다 함께 논의를 해 보아야 하는 문제지 저 혼자서 결론을 내리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저 밑의 댓글에서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지요.) 그리고 진부한 랩에는 유료화를 고려해 주면 안 된다는 발언 역시 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랩을 진부하다고 느끼든 참신하다고 느끼든 모든 랩퍼에게는 자기가 돈을 들여 믹스테입을 만들 자유가 있고 유료 판매를 할 경우엔 내키는 대로 가격을 매길 자유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리스너들의 판단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정규' 힙합 앨범들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랩이 더 참신한지에 대한 기준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머릿속에 있던 것이 입으로 나오는 순간 그것이 다른 이의 것과 똑같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창조적이다... 라고 말씀하셨지요? 이는 죄송하지만 너무나 엉성한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말씀하신대로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창조적이지 않은 랩은 단 하나도 없게 됩니다. 사람들마다 목소리의 음색과 억양이 조금씩 다르니 라킴의 랩을 제가 똑같이 따라해도 저는 창조적인 랩을 한 것이 됩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되는 소리지요.

        어려운 얘기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남들이 다 하고 있는 이야기, 이 시대의 대중문화와 미디어를 지배하고 있는 사상이 그대로 밑바탕에 깔려 있는 이야기, 이미 전에 몇 번씩이나 써먹었던 이야기, 미국에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이야기... 저는 이런 것들을 진부하다고 보는 겁니다. 라임과 랩 스타일에 관한 것을 제쳐놓고 얘기하자면, 결국 어떤 컨텐츠를 랩으로 소화해 내느냐를 저는 중요시하는 겁니다.

        글쎄요. 저도 논의를 극단적으로 밀고 나간 감이 없지 않지만... 서로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들은 죄다 창조적이라 말씀하신 것은 뭔가 선문답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따지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창작물의 창조성을 논할 이유는 씻은 듯 사라지게 되는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라이밍이 진부하지 않은 것일까... 이는 리스너들이 논의해서 차근차근 정해 나가면 될 일입니다. 반드시 답이 하나로 모아질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그것이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 문제와 얽혀든다면, 이렇게 개발괴발 만든 믹스테입은 절대로 돈 주고 사지 말자는 켐페인(?) 정도는 이런저런 게시판에서 벌일 수 있겠지요. 무언가를 손쉽게 답이 도출되지 않는 문제라 인식하는 것과, 아예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뒤로 제껴버리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뭔가 애매한 것이 있으면 그 애매한 것이 조금이라도 희석될까지 대화를 하면 됩니다. 그게 바로 커뮤니티의 존재 이유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저는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를 허용하자는 단순한 주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어떤 랩퍼가 기존의 비트로만 꽉꽉 채운 믹스테입을 만원쯤 받고 판다면 저는 아마 랩이 어떤지에 상관없이 마구 비난을 퍼부었을 겁니다. 만원이라면 온전한 창작물로 채워진 음악 CD와 거의 비슷한 가격인데 타인의 창작물을 허락도 없이 갖다 썼으면서 그 가격을 다 받는 건 도둑놈 심보인 거지요.

        하지만, 일반 음악 CD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파는 조건부 판매라면 허용(혹은 묵인)해 줄 수 있지 않나 하는 겁니다. 릴 웨인이나 켄드릭 라마 같은 미국 슈퍼스타들의 예를 들어가면서 국내에서의 믹스테입 판매를 논하는 건 미국과 한국의 힙합 씬을 완전히 동질적인 공간으로 여기는 오류를 범하는 일입니다. (이미 수십 년간 믹스테입의 전통이 전해져 온 미국과 달리 한국은 믹스테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힙합 팬들도 많을 뿐더라 제대로 된 온/오프라인 물적 기반조차 드문 형편입니다. 미국처럼 씬이 지역마다 활성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믹스테입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진이나 업로드 싸이트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타인의 창작물을 가져다 쓰는 것이 불법이라는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런 식으로 일개 랩퍼가 부당하게 금전적 수익을 올리는 것이 나쁘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렇게 불로소득을 올리지 못할 정도의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까지 기를 쓰고 저지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겁니다. 담배 한 갑 정도 되는 가격이면 얼마든지 씬에 대한 써포트라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말씀하신 논리를 샘플링에도 적용해 볼까요? 애초에 샘플 클리어링으로 귀찮게 얽히기 싫다면 버벌진트나 유엠씨처럼 아예 샘플을 안 뜨면 됩니다. 모조리 자기가 작곡한 것들로만 힙합 음악을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런 식으로 한다면 힙합 음악 듣는 재미가 나겠습니까? 심지어 미국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도 샘플 클리어링은 아직 먼 나라 얘기인 경우가 허다한데 그런 것들까지 모조리 법률로 다스린다면 우리는 대체 뭘 듣고 살아야 할까요? 노토리어스 BIG의 명작 '레디 투 다이'가 리마스터링으로 재발매되면서 샘플 클리어런스 문제 때문에 수정된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이걸 두고 정의가 승리했다는 식으로 기뻐해야 될까요?

        아카펠라로 믹스테입을 내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은, 샘플링 안 쓰고 힙합 음악 만들면 되지 않느냐와 비슷한 억지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카펠라로 믹스테입 내는 건 가능한 일이고 마찬가지로 샘플링 없이 힙합 앨범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도대체 왜 그런 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요? 다른 방식과 다른 상상력이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뭐 암튼... 우리의 쟁점이 '믹스테입 유료 판매를 허용해야 하는가?'라면 그 쟁점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쟁점을 넘고 가야 할 겁니다.

        '기존의 비트 위에 새로운 랩을 얹는 방식은 샘플링이라는 작법과 동등한 지위를 가질 수 있는가?'

        저는 그럴 수 있다고 보는데 아마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_-; 어차피 이 논의도 슬슬 끝물로 접어드는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샘플링과 라이밍이 동등한 지위에 놓일 수 있는 창조적 행위라 생각하는 이유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샘플링이 기존의 소리들을 가지고 하는 작업이라면 라이밍은 기존의 언어들을 가지고 하는 작업입니다.

        둘째, 샘플링이 기존의 소리들의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새로운 느낌의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기존의 비트 위에 라이밍을 얹는 행위 역시 랩퍼가 랩 속에 담으려 하는 새로운 느낌을 드러내는 것에 주안점을 둡니다.

        셋째, 샘플링은 타인의 것을 무단으로 가져다 썼어도 특유의 창조적인 성격 때문에 묵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힙합의 역사 전체를 놓고 보면 제대로 클리어링 된 샘플링의 숫자는 그렇지 못한 샘플링의 숫자와 비교했을 때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됩니다.) 믹스테입 역시 랩퍼가 얼마나 공을 들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창조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에 법률과 윤리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은 일종의 이중잣대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물론 샘플링과 랩은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 그것까지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창작자의 의도와 의지만 명확하다면 둘 다 얼마든지 창조적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선 동일합니다. 샘플링에서 기존의 음원을 가져다 썼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듯, 믹스테입에서 기존의 비트를 가져다 썼다는 사실 자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샘플링에서든 믹스테입에서든 오로지 법률적, 윤리적 관점에서만 소유권을 논하고 처벌과 단죄를 이야기할 뿐입니다.

        법률과 윤리가 있었기에 우리가 힙합 음악을 즐기고 있는 것이라 말씀하셨지요? 제 생각은 정확히 반대입니다. 가사도 그렇고 작법도 그렇고 힙합 만큼 법률과 윤리의 반대편에 있는 장르도 없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작권법과 윤리 도덕으로 불법 행위를 엄히 단죄했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힙합 클래식들 중 절반 이상이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1. Fukka (2013-01-22 14:23:51, 39.7.29.***)
      2. 개봉된 영화에서 음성 싹 제거하고 더빙 새로 해서 재창조물이니 개봉하자고 할 분들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1. Archetype (2013-01-22 14:21:05, 112.170.109.**)
      2. 유로니머스님의 '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 씬에 대한 존경? 글쎄요. 힙합이라는 장르의 역사가 정말 그러한 아름다운 것들로만 유지되어 왔는지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샘플 원곡의 창작자가 음악 작법으로서의 샘플링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힙합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지 않습니까. 샘플 클리어링을 했든 안했든, 원곡의 창작자가 샘플링 작법을 항상 인정한다는 보장은 그 어떤 힙합 프로듀서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어차피 클리어링은 예술가와 예술가 사이의 소통이 아니라 돈과 돈이 오가는 비지니스니까요.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새롭고 재미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이지 그것에 얽히는 법률과 윤리가 아니지 않을까요? ' 라는 주장은 정말 공감합니다.
      1. Archetype (2013-01-22 14:19:23, 112.170.109.**)
      2. 이미 인터넷의 보급을 통해서 '소유'란 개념이 얼마나 흐려졌는지 생각해봅니다. 아니, 애초에 원곡의 작곡자는 과연 '순수'한 창조 행위를 했을까요? 물론 글을 너무 두서없이 써서 저작권 법을 완전히 개무시하는 어조로 보이기는 했는데, 제 의견은 짧게 말해서

        "믹스테입의 라이밍도 재창조이다.
        모방을 통한 창조행위는 불법 여부를 떠나서 예술적으로 기본적이고 진취적인 과정이다.
        기존 법규를 존중은 하되,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런 법규를 '어느정도'는 눈감아주어야 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믹스테입을 어느정도 정규 앨범의 절반 가격 그 이하 정도로 판매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다.
        그 가격의 범위는 다분히 주관적이지만, 그것은 믹스테입 시장이 발전하면서 암묵적으로 정의될 것이다.
        그러므로, 시장이 클 때까지 단순히 '불법은 안돼!' 라는 태도는 한국 힙합의 발전에 장애물이된다.


        이게 제가 가진 생각입니다.
      1. Fukka (2013-01-22 14:16:10, 39.7.29.***)
      2. Archetype님아 또 카피레프트 얘기하는데 이 경우에 안맞다고 했죠? 의미 다시 보고 오시고. 님도 샘플링 문제를 가져오는 순간 샛길로 빠지는 거임.

        진짜 벽에다 얘기하는 거도 아니고 허허하하하

        nagga님이 차분하게 잘 설명해주신듯
      1. Fukka (2013-01-22 14:12:44, 39.7.29.***)
      2. 유로니모스, 우울하지않아/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가서 또 남기는데요 님들이 좀 엇나간게 만약 '
        믹스테잎 판매를 막으면 힙합씬 다양성이 없어질수 있다거나 신인 발굴 어렵다. 그러니 이렇게 막을 일은 아니다 뭐 이런 반론이면 이해가가요.(물론 전 그런 생각조차 동의 못하지만) 근데 왜 자꾸 샘플링을 인질 삼아서 이건 그럼 어쩔거냐 이런 궤변을 그렇게 길고 심각하게 펼치시는지
        참... 아니 법으로 보호받는 남의 걸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거에 대해서 이렇게 논쟁 할꺼린가????? 다 허용하자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 구분도 불명확하잖아여. 허허하하

        그리고 마지막. 왜 님들이 정해진 바람직하고 타당한 법까지 맘대로 이렇다저렇다 하는지도 이해불가. 님들이 말한대로 했으면 힙합씬이 더 풍성해졌을거라 생각하세요? 진짜????? 또 '전 샘플링 문제와 형평성 어긋난다는 겁니다'로 피해가지 마시고!
      1. Archetype (2013-01-22 14:10:43, 112.170.109.**)
      2. 죄송한데 전 유로니머스님의 의견처럼 라이밍도 하나의 재창조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카피레프트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구요. fukka님의 의견엔 쉽게 동의할 수 없는게, 왜 비트와 랩을 구분하면서 창조를 다르게 보시는지요?
        우선 샘플링부터 짚고 넘어가보죠. 샘플링은 모방을 통한 창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힙합은 일종의 '바이러스'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기존 원곡에 침투해서 일정 부분을 찢어내고 베이스와 드럼같은 요소를 이용해 '룹'을 만들죠. 이런 과정은 처음부터 '도둑질'로 시작되었죠. '도둑질'로 시작해 모든 것을 '흡수'하면서 '힙합'이라는 문화는 이렇게 성장해왔습니다. 즉, 저는 힙합에서 컷앤페이스트로 진행되는 샘플링이란 작법이 윤리 법규에 가장 반하면서도 예술적으로 가장 '진보'적인 '창조'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것에 샘플 클리어링이 도입되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었지만, 이것 때문에 핵심이 되는 '창조'행위가 막힌다면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불법'을 무릎쓰고라도 계속 창조행위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이런 샘플링은 비단 힙합의 전유물이 아니란 겁니다. 모방을 통한 창조는 사실 창조의 가장 정확한 정의이자 조건입니다. 학문적 성과나 생명, 예술행위, 아니 인간의 영역 자체가 모방을 통한 창조 덩어립니다. 우리 인간이 부모님께로부터 나는 행위도, 우리가 쓰는 책상이 숲의 나무로부터 온 과정도, 플레밍과 하틀리가 페니실린과 오존을 발견한 행위도 포함됩니다. 소셜네트워크 영화에서 주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만든것도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모방해서 낸 결과였죠.

        그렇다면, 왜 랩은 재창조 행위가 될 수 없다고 보십니까? 만약 좋은 곡인데 안좋은 랩을 만나 빛을 바랬다면, 충분히 좋은 랩퍼가 다시 그 곡을 살릴 수 있고, 그 곡이 다시 태어나 인정받을 수 있죠. 릴웨인이 믹스테입을 통해 보여준건 완벽한 창조 행위였습니다. 릴웨인이 손을 댄 곡마다 새로운 곡으로 '재창조'되었으니까요.

        애초에 FUKKA님 주장이 애매모호하게 걸쳐있습니다. 님의 주장대로라면 힙합의 시초 자체를 부정하는거에요. 정말 샘플링이 '곡' 에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뇨, 힙합이란 문화 자체가 샘플링의 연속이었습니다.
      1. 우울하지않아 (2013-01-22 13:49:33, 115.21.149.***)
      2. nagga)

        제가 너무 단어를 포괄적으로 사용해서 오해가 있었던것 같네요.
        쓰신글대로 정정하자면 제가 말한 '샘플링 곡'은 클리어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매되었던 것들 입니다. 클리어과정을 거치자니 너무 비싸고, 화성학 부터 차근차근 배워 가상악기 사서 직접 쓴, 그런 곡의 샘플 따서 힙합곡 만들려니 귀찮고, 남들도 보니까 다 이렇게 한다그러고, 뭐 대충 이런 말도 안되는 의도로 제작된 샘플링 곡들이 앨범에 실려 판매되었던 일이 얼마나 많았나요. 그리고 힙합 커뮤니티에선 '힙합은 원래 이런 음악이다' 라며 그런 행동을 '창조적 행위'로 여겨 그동안 얼마나 옹호해왔나요. 제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비트는 적법하지 않은 그간의 샘플링 작업을 창조적 행위로 옹호했으면서 왜 기존비트 + 새로운 라이밍의 과정은 무조건 불법이니 안된다라고 치부하냐는 이야기죠. 전 이게 굉장히 이중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말씀하신대로 라이밍도 진부하건 창조적이건 어쨌든 머리속에서 나온 '창작물' 이지않나요? 남의 것을 훔쳐와 자신의 창작을 더하긴 샘플링이나 '기존인스 + 라이밍'이나 크게 다를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것을 바라보는 흑인음악 커뮤니티의 반응이 이중적인것인지. 제가 궁금한건 이 부분입니다.
      1. Nagga (2013-01-22 13:10:13, 180.34.16.***)
      2. 아주아주 오랜만에 리드머에 들어와서 지나가다 한자 적어봅니다.
        위의 칼럼은 핵심을 꿰뚫는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밑의 분들 댓글도 전부 읽어보았습니다.
        읽어보면서 몇가지 얘기하고 싶은것은..
        어떤분의 말씀처럼..
        샘플링에 의한 비트의 문제와 랩의 창조성의 문제를 동일선상에 놓고 보는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는듯해요.
        일단 샘플링은 도둑질이 아닙니다. 다만 그 형태가 남의 음악을 빌어오는 방식을 가지다 보니,원작에 대한 법적인 저촉이 생기는건데 그러니까 돈내고 빌려가거나 주인한테 허락을 맡고 사용해라는 클리어런스 제도가 생기게 된거죠. 이부분이 정상적으로 통과된 음원은 절대로 도둑질이 아니죠. 아직도 많은 뮤지션들이 이부분을 해결하지 않은채,못한채 결과물을 내고 있지만, 국내에까지도 아마 더욱 감시가 심해질것이라는 추세입니다.

        또한, 진부한 라임은 창조적이지 못하고, 기발한 라임만 그 가치가 인정된다(유료화를 고려해볼수있다)는 식의 생각은 애초부터 뭔가 앞뒤가 안맞습니다.
        어차피 사람의 머리속에 있던게 입으로,결과물로 나오면 다른 사람의 것을 완전히 똑같이 하지 않는바에 그것은 '창조적'입니다.
        어떤것은 기발하고 창조적,진부한것 이것을 무슨 기준을 세워서 나눌까라는 논란의 여지가 생기는거죠.

        그리고 랩의 창조적 가치와 이윤 추구에 대한 필요가,인스트의 원작자의 권한이나 권리같은게 무시되어도 될 정도로 그렇게 크다면,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카펠라로 믹스테잎을 내서 팔면 됩니다. 그게 뭐하다 싶으면 미디프로그램으로 드럼이라도 찍어서 내던지요.굳이 원작자와 말이 얽혀가며 그렇게까지 않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일예로,믹스테잎을 판사람은 떼돈을 벌게 됐는데, 원작자는 땡전한푼만질수 없다고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한거죠. 국내는 그렇다쳐도,수익을 외국의 음원을 빌린
        경우에 그 사람을 찾아다 입금해줄만큼의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거죠.
        [기존의 것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새롭고 재미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이지 그것에 얽히는 법률과 윤리가 아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힙합하는 사람만 이 세상에 가득한게 아니고 현실이라는 문제가 있는것인데 법률과 윤리를 간과하고 살 수 있는것이 아닙니다. 재미와 참신함을 추구해 시작한다해도 결국에는 그부분에 부딪치지 않을수없는 실제라는게 있는거죠. 법률과 윤리라는 것이 지켜지고 있는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 재미있는 힙합을 할 수 있는것입니다.
      1. 우울하지않아 (2013-01-22 09:41:42, 115.21.149.***)
      2. 필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닌데다 시간도 부족해 euronymous님 의견에 짧게 덧붙이자면 작곡 커뮤니티에선 당연히 도둑질로 취급되는 샘플링을 작법이라고 인정하는 흑인음악바닥에서 라이밍에 의한 재창조를 단순히 비트 도용이라고 하는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비트중심적이라는거지요. 당연히 샘플링과 믹스테잎(이 기사와 댓글에서 말하는 기존 인스 + 랩의 형태를 띈) 의 법적인 문제, 윤리적인 문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 음악바닥이랑 우린 다르니까 편갈라 싸우자! 이런것도 아니구요. 단지 샘플링을 작법으로 인정해온 힙합커뮤니티에서 왜 라이밍에 의한 재창조를 '창작의 영역'에 집어넣어 생각하지 못하는가. 입니다. 저로써는 잘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단순히 '아스트랄'하다고만 하지마시고 두가지를 차별해서 바라봐야할 구체적인 근거를 좀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euronymous (2013-01-22 02:40:03, 183.102.139.**)
      2. 전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힙합 고유의 작법인 샘플링이라는 것의 창조성은 정작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만 통하는 얘기가 아닐까? 원곡의 창조적 재해석이라느니 분해와 재조합을 거친 새로운 사운드의 창출이라느니 말들은 하지만 막상 원작자가 듣기엔 도둑질에 불과하지 않을까? 거기다가 저작권료까지 지불하지 않은 상태라면... 원작자가 분노에 휩싸이게 되지는 않을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거든요. 샘플링이라는 작법에 깃든 창조성이란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원작자한테는 남의 음악 갖다 쓰면서 판매 수익은 자기들이 챙겨 먹는 힙합 뮤지션들이 싸그리 도둑놈들로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해석의 문제라는 거지요. 똑같은 작업을 두고 누구는 정말 혁신적인 재창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구는 조악한 흉내내기에 불과하다고 낮잡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게 샘플링이라는 작법이 아직까지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본질적인 이유가 되겠지요.

        그렇다면 남이 창작한 MR을 가져와서 자기의 랩을 얹은 형태의 결과물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이 경우 결과물의 주인은 MR을 만든 사람일까요, 아니면 자기만의 랩을 얹은 랩퍼일까요? 이는 잘라 말하기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 경우에는 누가 주인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어떠한 목적에 복무하고 있는가를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게 됩니다. 비트와 랩이라는 요소로 간단히 분해가 되지만 둘 중 하나가 분명 더 주체적인 입장을 띠고 있을 테니까요.

        믹스테입은 오직 랩을 위한 것이라는 전제에 동의한다면(그리고 '기존의 비트 + 랩퍼의 랩'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믹스테입에 국한해서 말하자면), 남의 창작물에 자신의 랩을 입한 결과물 자체는 결국 랩퍼의 랩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작업의 결과로써 탄생되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겁니다. 비트와 랩 중에서 랩에 무게중심이 더 쏠리게 된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믹스테입이 얼마나 창조적일 수 있는지를 따져볼 때에도 마땅히 비트보다는 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비트의 경우는, 얼마나 랩과 잘 어울리는 비트를 골랐느냐는 '선택'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그건 창조성이랑은 거리가 좀 있지요. 즉 믹스테입의 창조성은 랩퍼의 라이밍이 얼마나 멋지고 참신한가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바로 그 부분이 믹스테입의 인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구요.

        앞서 말한 대로, 비트의 창작자가 주인이냐 아니면 랩을 한 랩퍼가 주인이냐 잘라 말하기는 힘듭니다.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을 겁니다. 창작자와 랩퍼 둘 다 결과물에 대해서 얼마씩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다른 무엇도 아닌 '믹스테입'이라는 이유로 랩퍼에게 더 비중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이지요.

        저는 이것이야말로 믹스테입 유료 판매에 대한 정당성을 작게나마 옹호해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비트에 신인 랩퍼의 새로운 랩이 얹히는 순간 그 트랙은 창작자든 랩퍼든 누구 하나가 온전히 소유할 수 없게 됩니다.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 둘 다의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만일 랩퍼의 라이밍 덕분에 기존의 비트가 완전히 새로운 느낌으로 리스너들에게 다가온다면, 창작자와 랩퍼의 지분 중에서 랩퍼의 것을 아주 조금 더 높게 책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49 대 51 정도로 말입니다.

        물론 100% 자신의 창작물이 아닌 만큼 대중들 앞에 떳떳하게 무료로 풀면 그 이상 좋을 수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힙합 씬이라는 곳은 그리 만만치가 않습니다. 힙합이라는 장르가 기형적으로 가요 판에 편입된 지 오래인데다가 믹스테입 문화 자체가 아직까지도 낯설고, 기껏 만든 믹스테입을 대중들의 귀에 들려주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믹스테입 전용 업로드 싸이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믹스테입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관행이 랩퍼들 사이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믹스테입을 만들려면 약간이긴 하지만 돈이 필요하고, 아마추어 랩퍼로서 이런저런 공연을 뛰며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활동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들 믹스테입 가지고는 절대로 장사를 하면 안된다고 합니다. 이래저래 참 난감합니다.

        만일 이러한 고민을 하던 신인 랩퍼가 딱 담배 한 갑 정도의 가격만 받기로 하고 공연장에서,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믹스테입 CD를 팔았다면... 남의 창작물을 가져다 쓴 주제에 무슨 낯짝으로 돈을 받고 팔았느냐고 꾸짖어야 할까요? 저는 차마 그러지 못하겠습니다. 물론 저작권법과 윤리 도덕을 생각하면 답은 너무나도 쉽게 나옵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지요. 그러나... 그런 소소한 수익들이 한 랩퍼의 음악 활동에 적잖은 힘이 되어줄 수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묵인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믹스테입을 만드는 랩퍼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인기 있었던 비트들 주루룩 엮어서 MR로 깔고 거기다가 마치 신문에 광고지 끼워넣듯 자신의 랩을 대충 얹은 뒤 그걸 믹스테입이라 이름 붙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기존의 비트에도 랩퍼의 랩에도 비중이 쏠리지 않습니다. 결과물의 주인은 믹스테입으로 번 돈이 될 테니까요. 이런 양아치스러운 믹스테입을 가려내기 위해서는 음악을 듣는 우리가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하겠지만... 아마 껌벅 넘어가 미련없이 지갑을 여는 사람도 분명 생기게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믹스테입은 무조건 공짜로 풀어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다들 먹고살기 힘들어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더구나 앞으로 5년은 해가 갈수록 힘들어질 이런 시대에) 그 어떤 랩퍼든 감히 믹스테입 만들 엄두도 내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인지도가 있는 뮤지션들이 가끔씩 툭툭 던지는 무료 공개 앨범이 믹스테입의 전형이 될지도 모릅니다. 문화에 대한 이해만을 앞세우다 자칫하다간 모두가 끝모를 바닥으로 가라앉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 씬에 대한 존경? 글쎄요. 힙합이라는 장르의 역사가 정말 그러한 아름다운 것들로만 유지되어 왔는지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한다면, 샘플 원곡의 창작자가 음악 작법으로서의 샘플링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힙합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데 사실 그럴 필요는 전혀 없지 않습니까. 샘플 클리어링을 했든 안했든, 원곡의 창작자가 샘플링 작법을 항상 인정한다는 보장은 그 어떤 힙합 프로듀서도 받지 못했을 겁니다. 어차피 클리어링은 예술가와 예술가 사이의 소통이 아니라 돈과 돈이 오가는 비지니스니까요.

        중요한 것은 기존의 것들을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새롭고 재미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상상력이지 그것에 얽히는 법률과 윤리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해보는 셈 치고 길게 써 보았습니다. 그러고보니 국내에도 미국에도 믹스테입이 정규 앨범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랩퍼들이 몇몇 있는 듯합니다. 그런 경우를 생각해 보면 어떤 랩퍼의 결과물을 정규 앨범과 믹스테입으로 구분하는 일이 참으로 부질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사실 이해는 합니다. 듣도 보도 못한 랩퍼의 믹스테입을 치켜세워 주는 것 보다는 기존의 저작권법과 윤리 도덕의 편을 드는 것이 더 쉽고 편한 일이라는 것 말입니다.

        다른이가 만든 결과물을 허가 없이 자신의 결과물에 넣어 판매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건 분명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지당하신 말씀을 따르고 살았다면 힙합이라는 장르는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 밤이로군요.
      1. Soulgang (2013-01-22 00:53:19, 218.101.180.***)
      2. 오호 많은 의견과 설전이 오고 가네요.

        근데 판이 흘러가는 실상을 아느냐 알지 못하느냐, 제가 쓴 글을 정독했느냐 안했느냐, 글의 핵심적인 내용을 파악했느냐 안했느냐를 다 떠나서, 다른 이가 만든 결과물을 허락없이 자신의 결과물에 넣어 판매하는 행위 자체에 대한 몇 분의 인식과 의견은 참으로 놀랍네요... 흠... 아스트랄합니다. ㅎㅎㅎ
      1. euronymous (2013-01-21 21:12:45, 183.102.139.**)
      2. 우울하지않아/

        제 의견을 누구와는 달리 정말 잘 요약해 주셨네요.

        만일 믹스테입의 '시세'라는 것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서 일정하면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말씀하신대로 인지도 있는 랩퍼들의 믹스테입이 시장 자체를 독점할 우려가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믹스테입 시장도 언더그라운드와 메이저로 구분이 될 수도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이 지점은 지금껏 언더그라운드 씬이 스스로 생존해 왔던 방식을 그대로 좇으면 되지 않을까요? 제가 보기에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은 기존의 메이저 가요 시장의 지분을 갈라먹으려 덤벼들었다기 보다는 주류 미디어에서 벗어나 있는 자기들만의 공간을 만들어 그 속에서 성장해 왔거든요. 방송 출연이 안 되면 클럽에서 공연하고, 언론에 소개가 안 되면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믹스테입의 경우 실제로 음원을 올려놓고 판매할 수 있는 '게시판'으로 좁혀 이야기하자면, 새파란 신인 랩퍼들을 위한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관리하거나 아예 그 옛날의 '밀림'처럼 신인들만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흑인음악 웹진의 필자들이 숨은 진주 캐는 심정으로 신인들의 믹스테입을 정기적으로 리뷰해 줄 수도 있겠지요. (사람들은 자기가 발견해낸 것들은 못 믿어도 '전문가'가 치켜세워준 것들은 잘 믿으니까요.) 특히나 리드머에는 토탈 크리틱이라는 훌~륭한 장치도 있고... 힙플 자녹게는 아직도 건재하고...

        하지만 결국 믹스테입의 성패는 그 속에 담긴 내용물이 어떠하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하겠지요. 서포트라는 것이 어느 정도 사명감이나 의무감이 수반되는 행위라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신인이나 무턱대고 밀어줄 수는 없으니까요. 다 필요없이 그냥 들어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지요. 아, 이 사람한테 몇 천원 정도는 음악 열심히 만들라고 보태주고 싶구나!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믹스테입을 돈 주고 구입하게끔 만드는 랩퍼들은 실제로 예전에도 있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은 인지도 높은 랩퍼들의 믹스테입만 골라 듣겠지만 웹진이나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니 이런저런 뜻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꼼꼼히 찾아 들은 믹스테입을 줄줄이 추천해 줄 수도 있을 거구요.

        암튼 저는 미국에서 암묵적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룰을 그대로 한국의 상황에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구요. MR이 이미 전에 발표된 적이 있다는 이유로 랩퍼의 라이밍까지 싸잡아 엮어 믹스테입 자체를 타인의 창작물에 무임승차한 결과물이라 매도하고 싶진 않습니다. '사투리의 눈물'만 봐도 그래요. 원곡이 어디 기억이나 나나요? 그건 그 자체로 훌륭한 창작물입니다. 물론 기존의 비트를 가져다 쓴 건 사실이니 가리온이 지분을 100%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요. 그리고 그건 결국 샘플링이라는 작법과도 상통합니다.

        한마디만 더 덧붙이자면,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를 불허했을 때 신인 랩퍼들이 성장 동력을 어디서 얻어야 하는가, 라는 님의 문제 제기에 저 역시 동감하는 바이구요. 제가 보기엔 믹스테입을 통한 성장 동력을 논하기에 앞서, 한국 땅에서 믹스테입은 과연 신인 랩퍼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한 적절한 작업물인가?, 를 먼저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인터넷 공간에는 자신의 작업물을 올려놓는 신인 뮤지션들이 장르 가리지 않고 굉장히 많았지요. PC통신을 통해 데뷔한 인디 밴드들도 굉장히 많았고 조피디만 해도 인터넷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데뷔 앨범까지 낸 사례였습니다. 그런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신인 뮤지션들이 오디션 프로에 몰리면 몰렸지 더 이상 웹상에 자신의 음악을 올려놓지 않아요.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이미 10여 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디 씬은 커졌고 뮤지션들도 넘쳐나는 판국이니, 모래알처럼 많은 신인들과 웹상에서 승산없는 경쟁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슈스케에 나가거나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자립음악생산조합' 같은 걸 만들어서 생활하는 게 낫다고들 생각하고 있어요.

        언제나 한국 음악 평론의 중심이었던 락켄롤 뮤직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흑인음악 바닥은 더욱 참담합니다. 먼 나라 슈퍼스타인 켄드릭 라마, 후랭크 오션과 이미 언더그라운드라 부르기 거시기해진 일리어네어 얘기가 아무리 흑인음악 커뮤니티 게시판에 도배가 된다고 해도 신인 랩퍼나 싱어들에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지요. 다들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런저런 리뷰에 의존해서 음악을 들을 뿐 그닥 유명하지 않거나 잘 언급되지 않는 음악까지 찾아서 듣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더구나 이제는 신인 뮤지션들을 위한 '판' 자체가 인터넷 공간에도 없어요. 랩퍼가 되고 싶은 사람이 택할 수 있는 길은 뻔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거나, YG 같은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거나, 일리어네어나 저스트뮤직 같은 힙합 크루에 가입하거나 하는 게 전부예요. 인터넷 어딘가에 수줍게 믹스테입을 올리고 누군가가 자기를 픽업해 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린 채 감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똑같지요. 승산이 별로 없습니다.

        이센스, 스윙스, 쌈디, 도끼, 딥플로 등등이 만원에 가까운 믹스테입을 무진장 팔아제끼며 믹스테입 붐을 일으켰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막 불기 시작했던 언더그라운드 힙합 크루의 바람이 아니었다면 그들의 믹스테입은 전부 다 처참하게 망했을 겁니다. 물론 모두 확고한 개성을 가진 라이밍의 소유자들이긴 하지만 그 당시는 씬 자체가 탄력을 받아 꿈틀거리던 시기였지요. 그래서 남의 비트를 공짜로 가져다 쓴 주제에 웬만한 가요 cd와 비슷하게 돈을 받았어도 아마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요새는 왜 그런 신인이 안 나올까요? 인재가 없어서 그럴까요? 물 좋은 신인들이 싹 다 죽었기 때문일까요? 언더그라운드 보다는 YG나 JYP로 몰려가서 그럴까요?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씬 자체의 탄력이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랩도 거기서 거기고 비트메이킹도 거기서 거기니 굳이 새로운 무언가를 발굴할 필요성을 아무도 못 느끼는 겁니다. 기존의 것들을 듣고 즐기면 되거든요. 미국 랩퍼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미국 프로듀서들의 스타일을 그대로 베껴도 사람들은 오히려 그걸 더 좋아합니다. 지드래곤,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드렁큰 타이거, 슈프림 팀, 프라이머리, 도끼, 더 콰이엇 등등 들을 것들은 쌓여 있지요.

        이런 판국에 오로지 랩 하나로만 승부를 보겠다며 겁대가리 없이 믹스테입 만들어 인터넷에 올려놓는다고 누가 눈 하나 깜짝하겠습니까? 아니에요. 재능 있는 신인들의 맥이 끊어진 것이 아니라 씬 자체의 구조가 더 이상 신인들을 생산해낼 수 없는 불임의 형태로 고착화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센스나 스윙스, 도끼 같은 친구들이 만일 2013년 지금 데뷔해서 믹스테입을 무려 공짜로 푼다면 과연 그때와 같은 반응을 얻어낼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저는 씬이 점점 불임 상태로 되어가는 이유를 두고 '믹스테입을 유료로 판매하지 못하게 해서'라고 말하는 무리수를 두고 싶진 않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하지만, 믹스테입을 더 이상 유료로 팔지 못하게 된 상황이 신인들의 믹스테입 제작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고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것은 분명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아무런 영향도 없을 거라 말하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나요? 돈이 있어야 장비도 사고 공연 의상도 사고 밥도 사먹고 차비로도 쓰고 연습실과 녹음실도 빌리는데 정작 그렇게 돈 들여 믹스테입 만들어봤자 한푼도 못 건진다면 대체 누가 믹스테입을 만들려고 하겠습니까? 집에 돈이 좀 있거나,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극소수의 랩퍼들만이 가능하겠지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겁니다. 믹스테입을 유료로 판매하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이 힙합 씬이 침체된 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믹스테입으로 인해 신인 랩퍼들의 소정의 수익을 얻을 수 있게끔 하는 구조로 한국 힙합 음악 시장이 전환될 수 있다면 신인들의 믹스테입 제작이 조금은 더 활성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지요. 즉 그 수익이라는 건 리스너들의 서포팅 비용이 되는 것이고 수익으로 서포트를 받은 신인들은 더욱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결과물을 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세상 일이 뜻대로만 되지는 않겠지만, 누구나 신인에 목말라 하면서 아무도 신인을 발굴하려고 하지는 않는 씬의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꿔 보기 위해서는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미 머리가 굳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보이는군요. 샘플링은 훌륭한 형태의 재창조라 떠받드는 작자들이 정작 라이밍을 통한 곡의 재해석에는 별로 관심이 없나봅니다. 아마 '미국에서는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먼 나라 사례들만 갖다붙이다가 마지막엔 저작권법과 윤리를 들이대며 닥치라고 하겠지요. 저는 궁금합니다. 샘플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만일 어떤 언더그라운드 신인 랩퍼가 기존의 비트를 빌려와 랩을 얹은 뒤 그 결과물을 유료로 판매했다면, 그 기존의 비트를 만든 프로듀서는 정말 그 신인 랩퍼를 고소할까요? 아니면 프로듀서가 움직이기 전에 음저협이 먼저 신인 랩퍼를 단죄할까요? 그것도 아니면 흑인음악 웹진 게시판에서 먼저 다구리를 당할까요? 그럴 바에야 한국 땅에서 믹스테입 붐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꿈 깨라고 하고 싶군요. 한국 힙합 씬은 향후 몇 년 간은 한국 사회가 굴러가는 방향을 그대로 좇아갈 거라고 봅니다. 돈과 경쟁과 성공을 외치는, 적자생존주의로 말이지요. 믹스테입 유료 판매? 상도덕을 해치는 그런 몰상식한 행위가 설 곳은 한국 힙합 씬 내에 없습니다.
      1. Fukka (2013-01-21 19:20:21, 110.70.11.**)
      2. 우울하지않아님 의견에 우선 존중을 표하며 두가지 대해서 의견 표하자면요, 일단 라이밍 재창조 부분.

        이거 대충보면 되게 헷갈릴수 있는 부분이에요. 원곡을 가져다가 어쨌든 가공을 거쳐서 재탄생하는 작업과 기존 곡 그대로 가져다가 위에 랩을 하는 걸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거 자체가 억지 아닌가요.라이밍은 랩 자체만 얘기해야지요. 버젓하게 정식 유통되고 있는 걸 위에 보칼만 새로 올려 놓고는 '내 곡입니다' 하는 게 말이 안 되지요. 아니 이걸 또 설명해야 하는 현실이 웃프네요(우울님께 하는 말 아님). 작법 중엔 이렇게 법적인 부분의 논란을 없애면서 좋은 곡을 다시 부르기 위한 리메이크라는 방식이 있잖아요.

        그리고 믹스테잎 막으면 신인들 블라블라 부분은.. 너무 오바스러운 걱정인게 무명이나 안유명한 사람이 믹텦을 판매할 때와 무료로 낼 때 뭐가 더인지도 올리기 좋을까요 답은 뻔하지요.

        아니 다 떠나서 전 여기 댓글 보면서 어쩜 이렇게 대인배스러운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을까 싶을 뿐입니다 허허하하.. 좀 황당할 정도에요.
      1. 우울하지않아 (2013-01-21 19:07:52, 115.21.149.***)
      2. 어느 커뮤니티 어느 논쟁을 봐도 그렇듯 그럴싸한 하나의 주장과 그럴싸한 하나의 반론이 나오면 그때 부터는 생산적인 논쟁은 사라지고 이지선다 중 입맛에 맞는 하나를 골라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밑도 끝도 없이 조롱하고 깎아내리려는 구경꾼들의 진흙탕싸움으로 바뀌는게 일반적인 형태인데 여기도 슬슬 그런 조짐이 보여 저도 몇자 적어봅니다.

        이런 좋은 논쟁거리를 두고 이야기 할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어떻게 나랑 다른 말 하는 놈들 이겨먹을까'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들을 교환해 얼마나 더 나은 결과로 진행시키느냐' 입니다. 그렇죠?

        그런 면에서 생각할때 일단 현재 나온 '강일권'님의 글에 대한 반론 즉
        euronymous님의 이야기를 잠깐 정리하자면

        1. 믹스테잎을 돈 받고 파는 것은 불법이니 그러면 안된다 라고 못 박는것은 이 문제에 관해 더욱 더 생산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2. 만약 샘플링이 재창조의 영역에 속한다면 라이밍도 분명 재창조에 속할 수 있는 것 아닌가. (fukka님은 이 부분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어느 부분이 말이 안되는지 좀 명확히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저도 크게 다른 이야기라고 보지 않거든요)

        3. 창작물에 대해 '돈을 지불하는 행위'는 그 창작물의 가치에 대해 한 개인이 평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러니 라이밍도 재창조의 영역이라면 그 가치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받는것이 마땅하다. 그렇다고 기존 인스에 랩한 것을 오롯이 창작자만의 창작이라고 볼 수도 없으니 라이밍이라는 창조적 행위를 한것에 대한 댓가만으로라도 염가 수준에서의 믹스테잎판매는 분명 있을수 있는 일 아닌가. (비록 합법적인건 아니지만) 또한 이러한 부분은 네임벨류없이는 믹스테잎이라고 내봤자 금방 잊혀지기 일수인 지금 씬의 상황에선 신인 아티스트를 서포팅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고 그것이 넓게 보자면 씬에 대한 서포팅이기도 하다.

        뭐 이 정도일것 같은데요.

        자 그럼 여기서 좀 더 나은 결과로 진행시킬 만한 이야기들은
        이 정도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는. 그렇다면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자각없이 단순히 손 쉽게 돈벌어보려고 믹스테잎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이들의 믹스테잎도 창조적인 행위로 인정하여 염가판매를 묵인해야하나? euronymous님은 구매하는 입장에선 '사지않을 권리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건 '상업적으로 만든 믹스테잎의 수준은 분명 낮을것이다'라고 가정하고 한 말씀같아요. 그렇지만 어떻게 한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너도 나도 랩발라드 해대는 지금 씬 분위기에선 믹스테잎 염가판매가 묵인되버리면 네임벨류 있는 랩퍼들이 인풋이 적은 믹스테잎을 내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신인에 대한 서포팅 차원의 취지는 물거품이 될 꺼 같구요.(나오는 믹스테잎을 다 살 순 없으니까요. 만약 예를 드신것처럼 이센스, 스윙스 그리고 무명신인. 이렇게 세명이 믹스테잎을 낸다고 하면 아무래도 무명신인이 3순위가 되겠죠)

        그리고 두번째는 믹스테잎을 파는것은 염가든 뭐든 어쨌든 불법이다. 라고 못박아 믹스테잎 판매를 부정해버린다면 신인 아티스트들은 어디서 성장동력을 얻어야하는가. 일 것 같아요. 무료 믹스테잎을 공개한다고 해서 누가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물론 이건 들을만한 믹스테잎이 없는것도 문제이긴 합니다. 들어봤자 수준이 다 거기서 거기다보니 믹스테잎 발매에 대한 리스너들의 반응이 시큰둥해졌다고 생각.) 금방 잊혀지다보니 신인 아티스트들 입장에선 나름 시간과 성의를 들여서 믹스테잎을 만들어봐도 돈이 되는것도 아니고 자기 P.R이 되는것도 아니고 그냥 어디가서 '나 믹스테잎 낸 랩퍼야' 같은 의미없는 자랑정도밖에 못 하는 이런 시스템속에선 좋은 신인이 나올수가 없죠.

        이 부분에 관해서 개인적으로는 리드머같은, 공신력있는 웹진이 발매되는 모든 믹스테잎들 수준에 대한 평가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리드머 같은 사이트에서 칭찬하는 수준의 믹스테잎이면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씩 찾아 들어볼테니까요. 아마 국내외에서 다달이 나오는 싱글과 앨범들 다 듣고 글쓰기도 벅찰텐데 좀 힘드시겠죠. 그래도 만약 그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는 그런 방법이 현행법상 불법행위인 믹스테잎 판매를 규제하면서도 믹스테잎씬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평가를 받을만큼 고민하고 연구해 믹스테잎을 발매한다면 공신력있고 영향력있는 웹진에서 그 수준을 평가해준다. 또한 좋은 평가를 받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홍보효과가 있고 그것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담보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그 자체가 질 좋은 창작에 대한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견이 좀 길어졌네요. 삼천포로 좀 길게 빠지긴 했지만

        결론은 생산적인 이야기를 좀 하자 였습니다. 비꼬고 조롱해서 다른 사람 주장 이겨먹는다고 씬이 나아지진 않지만 그래도 문제의식을 가지고 예의를 갖춰서 이야기하다보면 좀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수도 있는거니까요.
      1. stover (2013-01-21 15:46:12, 211.201.132.**)
      2. 리드머는 꼭 논란이 있을때만 커뮤가 시끌벅적하네요, 평상시엔 엄청 조용하고~
      1. 서재진 (2013-01-21 15:32:55, 112.217.163.***)
      2. UMC가 왜 샘플링 안뜨는지 알겠네요.
      1. --- (2013-01-21 15:12:35, 121.171.162.**)
      2. 팔든말든 만든사람의 자유다
        그게 불법이고 합법이고 걸리면 만든사람이 책임지는거다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걸려서 책임지는것도 본인 몫이고
        이걸 굳이 이렇게 칼럼? 처럼 페이지를 할애하면서까지 쓸 이유가 있나 싶다
      1. euronymous (2013-01-21 15:09:15, 183.102.139.**)
      2. 저도 thathiphop님 댓글 정독해 보았어요. 근데 thathiphop님 의견은 좀 아니신 듯.. ^^;;
      1. thathiphop (2013-01-21 14:44:35, 118.33.62.**)
      2. 칼럼과 댓글 모두 정독해보았어요. 근데 euronymous님 의견은 좀 아니신 듯.. ;;;
      1. euronymous (2013-01-21 11:42:57, 183.102.139.**)
      2. 흠...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는데... 당신은 바보인가요? 아니면 단순히 지기 싫다는 오기로 뭉친 열혈 논객? 논점과 별로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아전인수격으로 갖다붙이는 꼴이니... 말은 한국어인데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군요.

        (1) 정규앨범과 믹스테입의 경계 이야기가 갑자기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내가 저 밑에서 그 얘기를 꺼냈던 이유는 일권님이 '기존의 인스에 새로운 라이밍을 얹은 결과물을 정규작이라 부를 수 있다면 좀 이상한 거 아니냐'라는 식으로 말씀하셔서 그랬던 겁니다. 물론 나도 스윙스의 #1이나 이센스의 뉴블러드를 정규앨범으로 부르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두 가지 정도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군요.

        - 자기가 만든 결과물을 믹스테입이라 부르든 정규앨범이라 부르든 그건 랩퍼 마음이다. (물론 그것에 동의할지 안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리스너의 마음이다.)
        - 하지만 기존에 발표된 비트만으로 (혹은 그런 비트들 다수로) 채워진 믹스테입은 분명 타인의 창작물을 빌려온 형태이기 때문에 정규 앨범이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근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얼마를 받든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가 정당화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바로 이거라는 거지요.
        '정규앨범과 믹스테입의 경계는 어디인가?' 이게 아니에요. 그건 또 다른 논쟁거리는 될 수 있어도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주제와는 맞지 않습니다. 자신의 정규 앨범에서조차 자신의 혹은 타인의 옛날 비트를 울궈먹는 MF Doom 같은 희한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다른 이야깃거리죠. 알겠어요?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트랙으로 채워졌으면서도 믹스테입이라는 이름으로 공짜로 풀리는 음원들의 존재를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요? 10년 15년 전에 비하면 그런 사례들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사실은 혹시 알고 있나요?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지금으로부터 한 20년 뒤에는 믹스테입과 정규 앨범의 경계가 지금보다 훨씬 희미해질 수도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기엔 당신의 삶엔 여유가 별로 없나 보죠?

        (2) 믹스테입 누구는 허락하되 누구는 하지 말자니... 저는 이런 개 풀 뜯어먹는 소리를 지껄인 적이 없고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명왕성에서라도 오셨나요? 제가 다 황당하네요. 믹스테입 만드는 건 랩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지겹지만 다시 말합니다. 믹스테입을 만드는 것은 랩퍼의 자유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유료로 팔든 무료로 풀든 그것 역시 랩퍼의 자유입니다. (대신 유료로 팔면 비난을 듣는 것을 감수해야 하겠죠.) 다만 저작권법을 들이대며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를 무조건 단죄하기 보다는, 염가 판매라는 조건이 붙는다면 믹스테입 판매에 대해 씬에 대한 서포팅이라는 차원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거라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어떤 믹스테입이야말로 싸게라도 돈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누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당신이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건 당연한 겁니다. 각자 듣는 귀가 다르고 취향이 다른데 기준이 모호할 수밖에 없죠. 일단 기본적인 기준은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음악 CD의 가격으로 삼되 그것보다는 훨씬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일반 리스너들의 반응이 되겠지요. 빌어먹을 놈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이기 때문에 랩퍼가 자신의 믹스테입에 값을 얼마를 매기든 우리는 그것까지 막을 순 없어요. 하지만 내용물의 질에 비해 비싼 가격이 매겨진 믹스테입을 구입하지 않을 권리는 우리에게 있습니다. 믹스테입이면서 가격이 왜 저래? 싶으면 안 사면 됩니다. 그거야 말로 믹스테입에 빌려온 타인의 창작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것이 되니까요.

        (3) 국내는 다르게 봐야 한다고 제가 거듭 이야기하는 이유는 실제로 미국과 국내의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저는 이 정도는 쉽게 이해하실 줄 알았는데... 그럼 당신은 미국과 한국의 음악 시장, 더 좁게 힙합 시장의 상황이 똑같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로선 더 할말이 없는데...

        저 밑에 썼지만 이번엔 더욱 쉽게 써보죠. 리드머에 있는 믹스테입 관련글을 정독했다면 알고 있겠지만 미국 땅에서의 믹스테입의 역사는 힙합 장르 그 자체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오래됐습니다. 씬 자체의 크기도 한국과는 다르고 그만큼 믹스테입이 유포되는 온/오프라인의 물적 기반도 한국과 달라요. 한국에서는 힙합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믹스테입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인 랩퍼들이 자유롭게 믹스테입 만들어서 유명한 온라인 싸이트에 업로드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된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그런 싸이트 자체도 드물고, 있다고 해도 기존의 커뮤니티에 속한 자그마한 게시판이 전부입니다. (더구나 제가 보기엔 요새 국내 신인 엠씨들은 믹스테입보다는 피처링이나 뮤비로 자신을 알리려 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즉 믹스테입이라는 것 자체가 마일드비츠나 스윙스, 버벌진트, 딥플로 같은 인지도 있는 인사들이 제작하지 않는 이상 리스너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시장이 바로 한국 시장이라는 거예요. 작년에 국내 랩퍼들의 믹스테입이 몇 장이나 온라인에 풀렸는지, 그중에 몇 장이나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는지 혹시 알고 있나요? 눈에 불을 켜고 믹스테입을 찾아듣는 극소수 매니아가 아니면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래서 그런지 랩퍼들도 믹스테입을 만들기 보다는 피처링이나 뮤비, 공연 같은 것으로 주목을 끌려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신인 한명이 공들여 만든 믹스테입 한 장에 담배 한 갑 정도의 돈을 지불해주는 것이 충분히 서포트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바보처럼 믹스테입 공짜로 풀지 말고 이삼천원씩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공짜로 풀어주는 게 아무래도 믹스테입이라는 것에 대한 통념에도 부합하는 훈훈한 처사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남의 비트를 가져다 썼다는 이유로 무조건 공짜로 풀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건 무리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기존의 비트에 창조적인 라이밍을 얹은 것 자체가 샘플링과 동등한 지위를 획득할 수 있는 재창조나 다름 없으니까요. 무단 샘플링으로 꽉꽉 채워진 앨범은 재창조라 부르며 너그럽게 유료 판매를 허용해 주면서 왜 라이밍은 무조건 공짜로 풀려야 하나요? 우리가 국내 힙합 명반들을 열거하며 불법 샘플링에 대해 가볍게 눈감아주고 넘어가는 것 같은 아량을 왜 믹스테입에 대해서는 조금만이라도 베풀어줄 수 없나요?

        (4) 이번에도 내가 쓴 댓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또 기괴한 말을 꺼낼까봐 두렵긴 한데... 간단히 말해 내 주장의 핵심은 이겁니다.

        '라이밍 자체는 샘플링과 동등한 지위에 놓일 수 있는 창조적인 행위이고, 기존의 창작물에 창조적인 라이밍을 얹는다면 그 결과물은 기존의 창작물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지만, 언제나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밑에서 이야기했죠.)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이야기나눌 수 있는 것은 다음 두 가지 정도 될 겁니다.
        - 라이밍이 샘플링과 동등한 지위에 놓일 수 있을 만큼 창조적인 행위인가?
        - 창조적인 라이밍과 그렇지 못한 라이밍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는가?
        이 점에 대해선 당신이 내 의견과 다르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생각이 다른 것일 뿐이니까요. 하지만... 술 취한 사람처럼 자꾸 헛소리만 늘어놓으면 나로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좀 더 깊이 생각을 해 보세요. '믹스테입 = 남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 이런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말고. 알겠어요?
      1. Fukka (2013-01-21 10:34:34, 110.70.11.**)
      2. 에고 유로니모스님아 흥분하지 마시고요 그러니까 애초에 좀 말이 되는 소릴 하셔야죠. 하여간 괴상한 논리를 가지고 그렇게 길게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놀랍습니다 허허하하. 보세요. 아니 아무리 자기의견 빈틈 막으려 한다지만 어떻게 요즘 정규앨범과 믹텦 경계 희미해졌다는 걸 예로 들면서 남의 인스에 고대로 랩한거도 또다른 창작물이네 어쩌네 하면서 논리를 펴십니까요 아 참 생각이 슬프네요. 그리고 정규와 믹텦 경계가 희미해진 건 몇몇 완성도를 빛댄 상징적인 얘기들이지 왜 경계가 없습니까요 들어가는 공수와 뮤지션들 임하는 태도가 다른데. 또 결정적으로 님이 말한 경계 희미해졌다는 말 나오게 한 건 다 오리지널 곡으로 만든 믹스테잎이에요. 여기엔 뭐라고 반박하시려나요? ㅎㅎㅎㅎㅎㅎ 그리고 막말로 그럼 누가 믹텦하고 정규를 가릅니까. 안알려진 남이 만든 인스 좋은 거 골라서 앨범 만드는 게 훨씬 빠르고 돈도 안들겠습니다.

        말이 되는 소릴 하셔야지 에고. 그리고 믹스테잎 누구는 허락하되 누구는 하지 말자고 말씀하는데 그 기준이 되게 모호하잖아요. 그리고 자꾸 국내는
        다르게 봐야 한다 그러는데 왜 그래야하나요? 믹스테잎으로 잘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그냥 애교오 보고 넘어가자고요? 아님 신인 발굴될지도 모르는데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자고요? 말이 되는 소릴 하셔야지. 그거 때문에 남의 음악 사용하고 자기거처럼 파는 걸 허용하자고요??

        또다른 창작물 이야기로 빈틈 메꾸고 핵심 돌리는 거 이번에도 간파당하셨음. 이분 참 생각할수록 어처구니 없고 무서운 생각하십니다요.

        끝으로요 누가 라이밍 창작 아니랍니까? 님은 애초에 독립적으로 얘기해야될 샘플링 문제를 끌고오면서 교묘하게 얘기를 흐리는 아주 못된 짓을 하신 거임 허허하하
      1. euronymous (2013-01-21 09:20:21, 183.102.139.**)
      2. 당신처럼 대화의 기본 예절을 집요하게 헝클어트리는 인간은 많이 봤다만 다른 치들과 당신의 차이점은 당신이 훨씬 더 지속적이라는 점에 있는 듯하군요. 어떻게 된 게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지... 읽는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드는 건 재주도 뭣도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건데 다만 당신은 속마음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천박한 성품을 가졌을 뿐이로군요. 우습습니다.

        도대체 제가 밑에 쓴 댓글을 읽기는 했는지? 너무 길다는 생각에 패스한 건가요?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당신한테는 나도 예의를 차리지 않기로 오래 전에 다짐했으니 편하게 댓글 쓰겠습니다. 대체 얼마나 쉽게 써야 이해를 할는지 원...

        (1) 저는 기본적으로 샘플링과 라이밍은 동등한 차원의 창조적 행위라 생각합니다. 소리를 재료로 삼느냐 언어를 재료로 삼느냐가 다를 뿐, 창조적 행위임에는 마찬가지라는 거죠.

        (2) 샘플링의 경우 원곡을 그대로 가져와서 성의 없이 갖다붙인 소위 통샘플링이 존재하는 반면 원곡을 이리저리 자르고 붙여 전혀 새로운 소리를 만드는 샘플링도 존재합니다.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전자의 경우는 샘플링이라 부를 가치도 없다는 주장이 나오곤 하지요. 그리고 후자의 경우를 진정한 재창조라 부르기도 합니다.

        (3) 샘플링과 라이밍이 동등한 차원의 창조적 행위라면, 라이밍 역시 샘플링처럼 진부한 것과 참신한 것으로 구분될 수 있을 겁니다. 뻔한 소재에 케케묵은 라임을 남발하는 랩이 있을 수 있고, 참신한 소재에 기발한 라임을 박는 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전자와는 달리 후자는 분명 창조적인 행위라 불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그렇다면, 창조적 행위라 부를 만한 라이밍이 기존의 비트 위에 얹히는 것을 두고 과연 '재창조'라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비트라도 어떤 랩이 얹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vibe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힙합 뮤직이기 때문입니다.

        (5) 따라서, 기존의 비트 위에 새로운 라이밍을 얹은 형태의 결과물을 '믹스테입'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믹스테입은 곧 재창조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게 되고 재창조된 결과물은 영리적 목적으로 판매될 수 있는 정당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6)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믹스테입이 다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샘플링에 진부한 것과 참신한 것이 있는 것처럼, 라이밍 역시 진부한 것과 참신한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샘플링이 진부하든 말든 그것이 음악 시장에서 유료로 팔리는 것은 오직 경제의 영역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마찬가지로 믹스테입의 라이밍이 진부하든 말든 그것이 음악 시장에서 유료로 팔리는 것 역시 경제의 영역입니다. 유료로 팔든 말든 그것은 전적으로 믹스테입 창작자의 자유이고 그것을 유료로 구매할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 역시 리스너의 자유입니다.)

        (7) 그렇기에, 모든 믹스테입이 유료로 판매되어야 한다고는 차마 주장할 수 없는 것입니다. 샘플링의 경우 아직까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샘플 클리어링을 한 음원이든 안한 음원이든 이미 유료로 판매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샘플링으로 떡칠한 힙합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우리는 각종 힙합 앨범 판매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음반'이라는 형태의 관습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믹스테입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라이밍을 얹었다고 해도 어쨌든 기존에 발표되었던 비트를 사용한 결과물이니 이를 다른 음반과 동등한 값으로 판매하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더구나 믹스테입은 공짜라 생각하는 통념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미 널리 퍼져 있는 판국입니다.

        (8) 그래서 믹스테입은 반드시 무료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이 라이밍의 창조적인 성질을 간과하는 주장이라면, 믹스테입은 반드시 유료로 판매되어야 한다는 일방적 주장은 기존에 발표된 비트를 그대로 갖다 썼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주장이 됩니다.

        (9) 두 주장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절충안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저의 입장은 믹스테입은 무료 배포나 염가 판매가 맞다는 것입니다.

        (10)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믹스테입 무료 제공이 일반화된 미국의 음악 시장과 달리 한국의 음악 시장은 믹스테입을 제작하려는 힙합퍼들에게 매우 열악합니다. 믹스테입을 위한 온/오프라인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는커녕 힘들여 믹스테입을 만들어도 온라인 커뮤니티 구석에 있는 게시판에 올리고 댓글을 통해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쉽고 빠르게 잊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담배 한 갑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믹스테입을 구매한다는 것은 마음에 드는 초짜 랩퍼를 위한 서포트 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릴 웨인이나 켄드릭 라마 같은 슈퍼스타가 올리는 믹스테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1) 둘째, 위에서도 한 이야기지만, 믹스테입은 랩퍼의 창조적인 라이밍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이자,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기존의 좋은 비트들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양면적인 성질을 띠고 있습니다. 믹스테입을 유료로 판매할지 무료로 풀지, 그리고 유료로 판매한다면 얼마에 팔지 결정하는 것은 랩퍼 본인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마치 자신의 온전한 창작물인 것처럼 믹스테입에 시중의 음반 가격을 그대로 책정하는 건 부당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온전한 창작물이 아닌 것처럼 무조건 공짜로 풀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랩퍼 자신의 창조적인 라이밍이 얹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얘깁니다.) 저는 이런 경우에는 통 크게 무료로 풀거나 아니면 저렴한 값을 매기는 것이 최선일 거라 생각합니다.

        (12) 물론 위에서 얘기한 것은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 정답은 아닙니다. 여기엔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다소 우둔한 것 같은 당신을 위해 친절하게 정리해 보자면,

        - 라이밍은 샘플링과 동등한 지위를 얻을 수 있는 창조적 행위인가?
        - 미국의 음악 시장은 한국의 음악 시장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 미국 힙합 씬에서 믹스테입이 가지는 위상은 한국 힙합 씬의 그것과 과연 다른가?
        - 어떤 랩을 진부하지 않은 창조적인 랩이라 부를 수 있는가?
        - 샘플 클리어링을 하지 않은 힙합 앨범을 유료로 판매하는 것은 정당한가?
        - 믹스테입을 유료로 판매한다면 '적절한' 가격은 과연 얼마인가?
        등등...

        (13) 이런 것들에 대한 논의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믹스테입은 돈 받고 팔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결국 논의 자체를 은폐하는 행위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 어느 것에도 답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한 것은 고민과 토론이지 일방적인 단죄가 아니니까요. 저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 밑에서부터 댓글을 쓴 겁니다.



        ...이렇게 일일이 번호를 붙여 가면서까지 '쉽게' 썼는데 아직도 핵심을 파악 못했다느니 어쩌니 지껄인다면 그건 당신의 저열한 지적 수준을 증명하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 제 의견에 반대하고 싶다면 천박하게 비아냥거리지만 말고 제 댓글을 꼼꼼하게 읽은 뒤 정식으로 각잡고 댓글을 쓰세요. 당신 같은 치들 그동안 숱하게 겪어봐서 이제는 화가 나지도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거지 같은 태도에 혹시라도 영향을 받을까봐 그게 좀 두렵습니다. 그리고 당신한테 예의를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 같으니 당신이 나한테 지껄이는 방식 그대로 나도 지껄이겠습니다. 서로 그게 편할 것 같네요.
      1. Fukka (2013-01-21 01:19:42, 110.70.11.**)
      2. 유로니모스님아 참 황당하고 매우 개인적 생각에 따른 허술한 논리네요. '모든 믹스테잎이 유료로 판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위험스러우면서 미리 빠져나갈 궁리를 한 발언인지 아시나요? 그리고 힙합에 정말 좀 관심있는 거 맞으세요? 아 이럼 전 모든음악을 사랑합니다 이러시려나.. 흐흐흐. 어쨌던 어떤 글이든 핵심 파악 제대로 못하면서 논쟁할 얘기 샛길로 빼는 재주는 여전하십니다 허허하하.....
      1. euronymous (2013-01-21 01:03:28, 183.102.139.**)
      2. 어떻긴요. 간단한 삼단논법입니다.

        (1) 기존의 인스에 랩을 얹은 믹스테입 역시 재창조라는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2) 재창조된 결과물은 영리적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3) 따라서 믹스테입은 영리적 목적으로 판매될 수 있다.

        다만, (1)의 경우는 아마 논란의 여지가 많겠지요. 그리고 판매하되 도대체 어느 정도의 가격대가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아직 분명치 않구요.

        거듭 밝힙니다만, 저는 모든 믹스테입은 유료로 판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국 음악 시장의 사례를 그대로 한국 시장에 적용해서 저작권법과 윤리적 잣대만을 가지고 믹스테입 판매를 단죄한다는 것에 약간의 의구심을 제기한 것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의구심은 샘플링과 라이밍을 동등한 차원의 창조적 행위로 설정한 것에서 기인합니다. 저는 그저 믹스테입이라는 것의 창조적인 부분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적 행위에 대한 좀 더 많은 주장들이 활발하게 오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방적인 단정 말구요. 이 정도면 됐겠지요? 흐흐흐흐.
      1. Fukka (2013-01-21 00:45:30, 110.70.11.**)
      2. 아니 어떻게 하면 여기서 유로니모스님 같은 논리가 적용되는거죠? 허허허하하
      1. euronymous (2013-01-21 00:35:18, 183.102.139.**)
      2. 네 그럼 일권님 활기찬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좀 뜬금없지만... ^^;)
      1. Soulgang (2013-01-21 00:33:32, 218.37.195.***)
      2. ㅎㅎㅎ 네. 의견 잘 보았습니다. 그럼 이어질 논의는 다른 회원분들께 맡기고 전 이만 퇴장을...
      1. euronymous (2013-01-21 00:25:27, 183.102.139.**)
      2. 네... 말씀하신 룰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미국 음악 시장의 경우를 일반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 그걸 한국 음악 시장에 그대로 대입해도 되는지 일단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룰이라는 게 혹시 법률과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힙합에서 흔히 얘기되는 '리스펙트'의 문제라면... 그건 경제의 영역과 더욱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겠지요. 피트락을 존경하는 뜻에서 그의 음악 위에 라이밍을 하고 그걸 유료로 판매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는 언젠가부터 믹스테입과 정규 앨범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는 거 일권님도 잘 아실텐데... 이거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막대한 (그리고 음악 시장의 크기 자체가 엄청난) 미국 음악 시장 특유의 현상이 아닐까 생각해요. 하루에도 수많은 믹스테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기존의 인스로만 만든 믹스테입만으로는 경쟁력이 생길 수가 없을 테니까요. 자기가 어떤 MR위에 어떤 랩을 하든 그것을 정규 앨범으로 부르느냐 믹스테입으로 부르느냐는 결국 랩퍼의 마음 아닐까요? 물론 믹스테입이라는 것이 가지는 관습적인 의미가 있을 테니 기존의 비트와 랩이 주가 된 앨범을 대놓고 정규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요. 이름을 무엇이라 부르느냐 하는 문제는 그것을 유료로 파느냐 마느냐의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봅니다.

        무엇을 옥죄느냐고 물으셨지요? '타인의 창작물을 법적 허가 없이 가져다 쓰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국 창작자들의 창작 행위를 옥죄는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합니다. 샘플링에 대해서는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믹스테입의 경우도 저는 다른 영역의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 보거든요. 만일 믹스테입을 '기존의 인스를 그대로 끌어다가 그 위에 랩만 덧입힌 결과물'로 좁게 정의한다면... 이는 과연 재창조일까요 아닐까요? 저는 이 역시 간단히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샘플링은 소리들을 그러모아 하는 작업입니다. 어떤 이는 MR을 통으로 가져와서 날로 먹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신중하게 분해 조립해서 완전히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샘플링에서조차 어떤 것은 별 가치도 없는 시덥잖은 것으로 여겨지고 어떤 것은 정말 혁신적인 재창조로 여겨집니다. 그렇다면 랩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랩은 샘플링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창작입니다. 샘플링이 소리로 하는 작업이라면 랩은 언어로 하는 작업이니까요. (이에 대해선 일권님 앞에서 주름 잡는 것 같으니 더 얘기 안 하겠습니다.) 랩 역시 어떤 이의 랩은 뻔한 소재에 뻔한 라임으로 도배된 뻔한 랩으로 여겨지고 어떤 이의 랩은 참신한 소재에 기발한 라임이 듬뿍 실려 있는 랩으로 여겨집니다. 참신하고 기발한 라이밍이 '창조'라 여겨질 수 있다면, 그것을 기존의 비트 위에 얹은 트랙은 왜 '재창조'로 여겨지면 안될까요? 기존의 인스를 갖다 썼다고 해도 그 위에 얹힌 라이밍이 얼마나 창조적이냐에 따라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 것이 아닐까요?

        그리고 맨 처음 단락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소위 믹스테입의 '룰'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국 힙합 음악 시장의 형편을 그대로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믹스테입 문화 자체가 없고 문화가 없으니 그것을 뒷받침하는 온/오프라인 인프라 역시 없습니다. 돈 들여 믹스테입 만들어봤자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전부고 대부분 그대로 잊히기 일쑤입니다. 한마디로 안팎으로 무진장 열악하다는 건데 이런 상황에서는 믹스테입을 공짜로 풀어주면 고마운 거고 그냥 이삼천원 정도 받고 파는 것도 얼마쯤은 눈감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입소문이라는 게 있으니 유료 판매 믹스테입의 경우 내용물이 돈값을 한다면 아무런 상관이 없겠지만 랩도 인스도 그저 그렇다면 이삼백원이라도 안 팔리겠지요. 요컨대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상황에서는 믹스테입을 '적절한' 값을 주고 구입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서포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일례로 화지의 '뷔페'나 가리온의 '사투리의 눈물'이 CD로 발매된다면 만삼천원짜리로 나온다고 해도 저는 구입할 의사가 있습니다.

        일권님께서 말씀하셨듯, 기존의 인스에 랩을 얹은 것을 샘플링과 동등한 차원의 재창조 행위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서 일권님과 저의 의견이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저의 입장은 그렇습니다. 기존의 인스에 랩을 얹은 결과물은 언제나 훌륭할 수는 없다고 해도 분명 샘플링과 동등한 차원의 재창조 행위로 여겨질 수 있는 가능성이 늘 존재합니다. 믹스테입의 가치는 랩핑 그 자체에 있지 기존의 인스를 썼느냐 안 썼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정규작과 믹스테입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는 요즘 같아서는 더욱 그렇구요.

        여기까지 쓰겠습니다.
      1. Soulgang (2013-01-20 23:43:53, 218.37.195.***)
      2. euronymous님 글에서 밝힌 두 가지 이유에서의 예가 충분히 섬세한 접근이었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룰이 있을 때 바람직하게 유지되는 것도 있는 거예요. 더구나 미국 힙합 뮤지션과 시장 안에서는 이 룰이 지켜지고 있는 거고요. 그리고 전 이 룰이 도대체 어떤 잣대에서 무언가를 옥죄는 것이 되는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정규 앨범도 그냥 기존에 나온 인스 가져다가 써서 발표해도 되는 거예요. 단지 타이틀의 차이가 '믹스테잎'이냐 '정규'냐가 되는 거죠. 기존 인스 무단으로 사용한 곡들 수록해서 2~3천원 정도에 팔면 정규 앨범으로 나와도 상관 없는 게 된다는 거죠. 유로니모스님의 논리대로라면요.

        샘플링 클리어런스 문제는 지금 믹스테잎 판매 논란을 이야기하는 데 끌어오기엔 좀 다른 영역의 문제입니다. 논점을 흐리는 소재고요. 샘플링 클리어런스에 대한 건 미국 현지에서도 끊임없이 불거지는 논쟁이죠. 재창조의 문제도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지금 믹스테잎은 기존의 인스를 그대로 끌어다 쓰는 걸 말하는 거고요. 만약, 랩퍼가 기존 인스 그대로 가져다가 위에 랩을 입힌 것을 샘플링 프로덕션과 같은 재창조의 개념으로 보신다면 할 말 없습니다만...
      1. euronymous (2013-01-20 23:25:31, 183.102.139.**)
      2. 이런... 이 문제는 저 밑의 Archetype님 말씀처럼 결국 샘플 클리어링의 문제와도 맞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역시 현행 저작권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만들어지는 창작물(?)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오로지 법의 잣대로만 커다란 원칙의 틀을 만들어 고수한다는 건 샘플링이든 믹스테입이든 랩음악의 일정한 방법론들을 옥죈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남의 저작물을 이용했음에도 버젓이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한국 힙합 명반이라 일컬어지는 음반들 대다수에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건 아마 다들 아실 거예요. 샘플링에 대해선 심지어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며 경제의 영역과 창작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주장들이 오가는데... 믹스테입 판매에 대해서는 마치 힙합의 역사에 '불법' 샘플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저작권법을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대는 건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 태도로 보입니다.

        제 말은 모든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를 허용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샘플링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랬듯이, 믹스테입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좀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거예요. 믹스테입을 돈 받고 파는 랩퍼들은 정말 돈에 눈이 어두운 속물들일까? 디제이들의 비트메이킹과 랩퍼들의 라이밍은 힙합 뮤직에서 각각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까? 샘플링으로 떡칠된 힙합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정식으로 판매될 수 있다면, 이제까지 없었던 라이밍으로 채워진 믹스테입 역시 정식으로 판매될 수 있지 않을까? 힙합에서 돈 받고 팔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는 어디일까? 뭐 이런 다양한 논쟁거리들을 제쳐둔 채 오직 저작권법만을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말 그대로 첨삭지도라는 이름으로 정말 편하게 정리하고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거죠. 토론이고 뭐고 없이.

        다시 얘기하지만 저는 믹스테입의 유료 판매를 옹호하기 위해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제 입장은 저 밑에서 밝혔듯 믹스테입은 공짜로 풀거나 아주 싼 값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건데요. 그런 제 입장과 상관없이, 믹스테입에 관한 문제가 오로지 저작권법과 경제적, 도덕적 윤리의 문제로만 치환될 수 있는가에 저는 의구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저작권법과 윤리의 문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 힙합이라는 장르의 기본적인 방법론 자체에까지 어쩔 수 없이 혐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처음부터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이 문제를 쉽게 정리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힙합이라는 장르에 있어서의 '창작'의 의미에 대해 샘플링이든 믹스테입이든 소재로 삼아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힙합 음악을 안 듣는 사람들은 샘플링이든 믹스테입이든 다 그게 그거인 도둑질이라 생각할 텐데 이걸 두고 힙합에 무지한 이들의 어리석은 생각이라고만 여겨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지 법률과 윤리적 잣대가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1. Soulgang (2013-01-20 22:57:07, 218.37.195.***)
      2. 논의가 많이 될만한 글이라 생각하여 잠깐 끼어들어보겠습니다. 글을 정독해보면 아시겠지만, '믹스테잎 공유 및 판매는 불법'이라는 말씀을 강요한 건 너무나도 많은 분이 원론적으로 윤리적인 부분까지 간과한 채 당연하다는 듯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믹스테잎 판매 자체는 원래 음성적인 거예요. 그래서 미국 랩퍼들도 오리지널 곡으로 구성하지 않은 이상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대놓고 홍보하며 판매하지 않습니다. 주로 거리나 클럽 공연 같은 데서 판매하죠.

        중요한 건 이것이 불법적인 행위지만, 글에서 설명드린 두 가지 큰 이유 때문에 묵인하며 자신들의 문화로써 향유하는 것과 아예 그게 옳은 건지 그른 건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 랩퍼들도 파는 걸 봐서'내지는 '국내 랩퍼들도 팔았었으니까'라는 생각으로 당연히 되는 것으로 여기는 건 천지차이라는 겁니다. 전 믹스테잎 씬이 형성되는 건 그 파급력을 떠나서 대환영이고 커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매우 위험한 생각 중 하나가 믹스테잎 가격에 대해 논하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건 싸게 파느냐 비싸게 파느냐, 완성도가 어떠냐에 따른 문제가 아니에요. 남의 저작물을 이용했음에도 버젓이 판매하는 건 그걸 얼마에 팔든 문제 삼아야 할 사항인 거니까요.

        거듭 강조하지만, 설사 음성적으로 팔더라도 제발 좀 기본적인 사항은 알고 팔자는 겁니다. 믹스테잎을 만드는 사람도 결국은 창작자가 되고 싶은 걸텐데, 다른 창작자의 결과물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1. euronymous (2013-01-20 22:32:22, 183.102.139.**)
      2. 믹스 앨범은 경우가 쬐끔 다른 게... 디제이들의 치열한 디깅에 대가를 지불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매드립이나 스피나 같은 디제이들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음원들을 엮어서 믹스 앨범을 만들곤 하니까... 그 자체가 한 편의 새로운 콜라주라고 해도 되는 셈이지요.

        저도 믹스테입은 무조건 공짜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빡빡하게 구는 게 아닐까 싶지만... 그렇다고 웬만한 음악 CD 한 장 값인 만이삼천원으로 파는 건 좀 거시기하게 보이더라구요. 남이 만든 MR 위에 랩을 한 게 전부라면 그냥 공짜로 풀거나 아주 싸게 이삼천원 정도만 받는 게 적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근데 뭐 기존의 MR에 랩을 했든 안했든 믹스테입 자체의 퀄리티가 뛰어나면 값이 얼마가 매겨지든 살 사람은 다 사지 않을까요? 어차피 경제의 영역은 뮤지션쉽이나 아티스트쉽과는 별개의 영역이니... 결국 가격은 판매자 마음이니까요. 믹스테입에 시세가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이센스 뉴블러드 앨범이 만이천원 정도로 재발매된다면 다들 욕하면서도 부랴부랴 구입하지 않을까 싶군요. 반대로 허접스러운 믹스테입이라면 이삼천원이라도 아무도 안 사겠지요.
      1. Archetype (2013-01-20 19:23:09, 112.170.109.**)
      2. 그리고 '대놓고 홍보'의 정도가 어떤건지 전 잘 모르겠네요.. 또 카피레프트의 의미를 공유 자체가 목적인걸로 알고 있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님의 의견에 가깝게 생각하고 있었죠. 전 다른 곡 인스 구해서 랩해도 많은 성의가 있고 그 수준이 좋으면 그것도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한다고 생각해요. 그냥 전 이런거에 단죄하는 식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네요;
      1. Archetype (2013-01-20 19:17:18, 112.170.109.**)
      2. 음.. 그런데 전 한국에서 왜 유독 믹스테입이 유료로 판매되는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시장 자체가 미국처럼 datpiff에 올려서 대박나면 차근차근 성공할 여건도 안되어있으니까요. 저도 원곡의 소유자가 반대하는 경우에도 무시하자는 생각은 안해요. 다만 비교 자체가 힘든 두 나라를 한쪽의 기준으로 판단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아래 말처럼 이센스 new blood rapper 1정도로 평균적인 앨범 퀄리티면 전 거부감없이 사러 갑니다. 어차피 가격도 저렴하구요..
      1. Fukka (2013-01-20 17:18:45, 175.223.3.***)
      2. Archetype님 되게 위험한 생각이신듯. 카피레프트 말씀하셨는데 이거에 대해 다시 잘 찾아보세요. 카피레프트는 공유 자체가 목적이 아니에요. 기본적 공유를 통해서 다른 수익을 창출하자는 거죠.다른 사람 저작권 침해해가면서 공유하자는게 아님. 의미 제대로 모르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 많은 단어죠 이게. 그리고미츠더비츠나 매드립도 옛날 곡들 믹스한 거 대놓고 홍보하면서 믹스테잎 팔지 않아요.
      1. Archetype (2013-01-20 15:24:49, 112.170.109.**)
      2. 글쎄요... 이런 논리라면 샘플 클리어 문제도 마찬가지로 다뤄져야한다고 생각해요. 근데 힙합에선 카피 레프트적 생각이 유독 활발한데.. 제 생각엔 판매는 불법이지만 크게 나쁜건 없다고 봅니다; 기존 곡을 자신의 방식대로 재해석해서 좋은 노래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니까요. 예를 들어 이센스의 라임 킹처럼요. 단순히 남의 것을 가져다 파는걸 뭐라하면 DJ mitsu the beats나 madlib같이 믹스 앨범 많이 파는 디제이들은 뭐가 되나요ㅋㅋ
      1. pusha (2013-01-20 15:22:02, 211.201.132.**)
      2. 첨삭지도는 언제나 신의 한수를 보여주는구나...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컬럼~
      1. 버기 (2013-01-20 02:28:13, 1.236.53.**)
      2. 엄연히 불법이죠.
        물론 홍보차 씨디제작해서 배포하는 형식은 모를까 상업적인 이윤을
        남의 비트 쓰고 취득하려 든다는건 제생각엔 좀 아닌거 같습니다.
      1. Messlit (2013-01-19 17:11:04, 61.73.90.***)
      2. 믹스테잎을 돈받고 팔다니...
        오랜만에 첨삭지도 나와서 좋네요 ㅎ
        역시 리드머b
      1. 최한솔 (2013-01-18 21:43:17, 175.196.180.***)
      2. 최근에 믹스테입을 판 유명한 곳이 GL이죠.
        릴보이,테이크원,크루셜 스타. 저도 많이 궁금했는데 역시 불법이였군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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