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드머 토픽] 한국 힙합 속 어색했던 순간들
    rhythmer | 2013-05-07 | 1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힙합 음악과 문화의 흐름을 지켜보다 보면, 간혹 어색한 상황들이 생겨난다. 크게는 뮤지션의 행보부터 작게는 한 곡의 가사 안에서 발생하는 어색함 말이다. 이에 지금까지 필자가 이 문화를 접하면서 크고 작게 어색함을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볼까 한다. 지나가는 재미로 여기든, 진지하게 받아들이든, 선택은 읽는 이의 몫~
     

     

    1. 키비의 셀프 성전환

     

    한국 힙합 역사 속에서 길이 기억될 레이블 소울 컴퍼니의 CEO 출신 키비(Kebee)는 감수성 짙은 가사와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많은 호응을 이끌어내는 랩퍼지만, 그의 솔로 데뷔앨범에 수록된 “3장의 편지”에서는 매형을 형부라고 부르는 단순한 실수가 나온다. 여성의 역할을 노래한 곡이 아닌 단순 실수임을 스스로 인정했던 부분이다. 곡 자체는 조카의 죽음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담아냈지만, 매형이라고 불러야 할 부분을 형부라고 부름으로써 슬픈 내용의 가사가 다소 반감된 감이 있었다.

     

    사실 단어를 헷갈려서 잘못 뱉어내는 경우는 일상 생활에서도 흔하게 일어나곤 한다. 고기를 굽기 위한 휴대용 가스버너의 대명사가 된 브루스타(‘BlueStar’의 일본식 표현)를 가리켜 바리스타라고 부른다거나 초등학교 시절 축구 할 때 한 친구녀석은 내게 너 오바이트 하지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마도 그 녀석은 내게 오프사이드 하지마.’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 거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뮤지션은 녹음물을 남긴다. 때론 단순한 실수가 계속 그림자로 따라올지도 모를 일이다.

     

    2. 본의 아닌 민폐 캐릭터 1 - 스윙스

     

    요즘 드라마에선 민폐를 일으키는 주인공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음악 시장에서 민폐 캐릭터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비즈니즈(Bizniz)의 솔로 앨범 속에 수록되었던 불편한 진실은 여러모로 말썽을 일으킨 트랙이다. 듀오 아이에프(I.F) 출신이던 비즈니즈는 멤버였던 넋업샨을 디스하였고 비즈니즈와 넋업샨 모두와 친분을 가지고 있던 비트메이커 뉴올은 곤란한 상황에 처해졌다. 하지만 언론은 피처링을 맡은 스윙스에게 주목했다. 고인이 된 배우와 그의 남겨진 유족의 이름을 사용하며 랩 가사를 풀어낸 스윙스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악동 이미지가 배가 되었고, 결국, 이 트랙은 음원으로조차 들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뉴올은 비트를 잃었고, 비즈니즈는 앨범의 한 트랙을 잃었으며, 스윙스는 영영 이미지를 실추할 뻔했다. 이런걸 가리켜 일타3라고 해야 하나?

     

    3. 본의 아닌 민폐 캐릭터 2 - 주석

     

    그룹 허니 패밀리 출신인 디기리의 솔로 앨범 속 “This Is Diss” 역시 곡의 주인공인 디기리의 가사보다 피처링을 맡은 주석의 가사로 인해 리스너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던 트랙이다. 자신들의 작업물을 MP3로 듣지 말라는 경고의 가사는 고스란히 주석이 아닌 디기리의 이름으로 언론에 노출되며 주석 대신 욕을 먹어야 했던 것. 불법 다운로드와 MP3에 대한 논란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지만, 당시 주석의 가사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무엇보다 디기리가 피처링한 리쌍의 1집 속 빛 좋은 개살구 2”에서 펼쳐진 개리의 가사와 맞물리며, 디기리는 MP3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모호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발 말만 가수들이여 또 가수의 꿈을 키우는 자여
    실력을 키워 꼴 같지 않은 노래로 mp3 때문에
    판 안 나간다 씹퉁대지 말고
      - “빛 좋은 개살구중 개리의 가사

     

    우선 이 노래를 mp3로 듣는 개새끼들
    나와 디기리가 애써가며 만든 이 애새끼를
    태어나자마자 깨어나자마자 죽이려고?
    – “This Is Diss” 중 주석의 가사

     

    한편, 디기리와 주석은 절친으로 알려졌으며, 개리와 디기리는 허니 패밀리라는 한 팀의 동료 출신이다. 참으로 모호한 삼각관계가 아니었나 싶다.



    사진 출처: MBC 무한도전

     

    4. 바스코의 인생은 몇 판?

     

    리스너 사이에서 바스코의 인생은 과연 몇 판인가?’라는 의문을 남긴 가사들이다. 그의 2집 중 타이틀곡 덤벼라 세상아에서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난 월세에서 전세방, 난 반지하라도 괜찮아
    인생은 다 삼세판, Its! Your! Life!

     

    그리고 이어지는 트랙 “My Way”에서는 이런 가사도 나온다

     

    모두 이렇게 말하지. "인생이란 건 삼세판"
    하지만 내 생각에 인생이란 건 한방

     

    자 과연 바스코에게 인생은 몇 판일까? 세 판과 한판 사이인 두 판으로 절충해야 할까? 유난히 앨범 속에 인생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바스코지만, 그가 생각하는 인생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진표의 6인생은 2절부터라는 트랙에 피처링을 맡기도 했다. ‘삼세판’, ‘단 한 방’, ‘2절부터까지…. 한국 힙합 씬에서 바스코의 인생은 풀리지 않을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다.

     

    5. 누가 누굴 심사해?

     

    싱어들의 경연 프로그램이던 [나는 가수다]이후, 랩퍼들의 경연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불호는 차치하더라도 이왕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상 신예 발굴과 그들의 포텐을 터트려 줄 만한 심사위원들로 뭉쳐야 마땅할 텐데 언더그라운드에서 정점을 찍은 베테랑 랩퍼가 오디션으로 참가하고 그들보다 실력이 아래로 평가받는 랩퍼들이 심사를 맡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비단 TV 속 랩 경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요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과 오디션을 보러 나온 인물 간의 실력차이를 보고 아니 대체 누가 누굴 심사하나?’라는 어색함과 의문이 드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꼭 음악을 입으로 내뱉는 보컬의 역량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심사위원에게는 듣는 귀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넘어갈 수도 있는 부분일지 모르지만, 멘토와 멘티의 조합으로 경연이 이루어지거나 일부 심사위원에게는 듣는 귀마저도 없어 보이니 어색함을 지우긴 어렵다.

     

    역시 실력보다는 인기가 역시 갑인 걸까?

     

    6. 틀림없는 떠버리 리오의 야구라면’?

     

    리오의 랩 가사에도 어색한 부분이 나온다. 산이가 돌직구 스타일의 가사를 풀어내며 피처링한 이슈속 리오의 가사

     

    야구가 랩이라면 내 타율은 3할대

    이기고 있는데 굳이 도루까지는 안 할게

     

    는 좀 엉뚱하게 느껴진다. 이 가사만 본다면, 리오의 본업은 야구 선수이고 랩은 부업처럼 들린다. 시나 노랫말 같은 경우 엉성하게 쓰여지더라도 시적 허용이라는 도망갈 구멍이 있지만, 이 부분은 시적 허용이 아닌 단순 실수처럼 느껴진다. ‘야구가 랩이라면, 내 타율은 3할대가 아니라 랩이 야구라면, 내 타율은 3할대라고 썼다면 좀 더 나은 가사가 되지 않았을까?



     

    7. 이 두 명이 같은 공연을?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2011년 연말 부산의 한 공연장에서는 버벌 진트와 UMC가 같은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출연했다. 필자가 직접 공연을 관람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그 시간에 남부지방으로부터 올라온 어색한 기운이 느껴졌음을 믿어달라. 진짜다. 인터뷰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호감을 표하지 않았던 이 두 뮤지션이 같은 무대에서 공연을 한 점은 한국 힙합 역사 속에서 굉장한 어색함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이전에 라디의 2집 속 “SP Collabo” 에서 같은 트랙에 목소리를 입히기는 했지만, 당시는 서로의 참여를 모르고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비슷한 일화로는 빅딜의 데드피와 오버클래스의 산이의 콜라보가 있다. 절대 뭉치지 않을 것만 같던 두 크루의 간판급 MC의 조합이란 점에서 리스너에겐 어색함과 기대를 동시에 전해주기도 했다.

     

    버벌 진트는 뿐만 아니라 이현도흑열가에서 조PD의 벌스를 패러디하며 디스했던 과거와 달리 조PD와 콜라보 앨범을 발매했으며, 역시 인터뷰 등에서 디스를 가했던 배치기와 합동 공연을 펼치는 등, 예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 그의 팬과 안티팬 모두에게 어색함을 일으키기도 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명곡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8. 좁디 좁은 씬 속의 어색한 디스들

     

    힙합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질 때쯤 디스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김진표는 자신의 앨범에서 유승준에게 디스를 가했고, 유승준은 바비 킴과 함께 김진표에게 역공을 가했다. 당시 김진표와 바비 킴은 무브먼트라는 같은 크루의 멤버? 좁디 좁은 국내 힙합 씬을 극명하게 보여준 이 사건은 향후 한국 힙합 씬 속의 참 많이도 비슷한 사건들의 샘플처럼 남아있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를 알 수 있는 국내 힙합 씬에서 디스의 존재유무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어색한 순간이었다

    19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김동혁 (2013-07-04 23:59:35, 125.183.80.**)
      2. 앜ㅋㅋㅋ 미스터리한 바스코의 인생 ㅋㅋㅋㅋ
      1. 잠와 (2013-05-31 01:11:15, 58.142.239.**)
      2. 버벌진트의 쉼표 드립은 결국 드립에 불과했다. 유엠씨 헤이터들은 두사람이 메인으로 출연하는 공연을 파묻어 버리고 싶어했지만 유형 라이브는 명불허전.
      1. 립밤 (2013-05-08 15:35:32, 203.237.74.***)
      2. 버벌진트랑 UMC같이했던공연은 UMC가 한나라당전당대회 처럼 친이계 친박계 나눠있을줄 알았다 이렇게 드럽쳤는데 아무도 못알아듣고 UMC부르는대도 호응잘해주고 버벌진트 나올때도 잘해줬다고 그러더군요 거기있던사람들 대부분이 UMC랑 버벌진트관계를 몰랐는듯
      1. Messlit (2013-05-08 00:36:52, 165.132.234.***)
      2. 바스콬ㅋㅋㅋㅋㅋ 저만 혼란스러웠던게 아니었네욬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Fukka (2013-05-07 22:45:40, 110.70.22.***)
      2. 아 7번 대공감이요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