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쇼미더머니2'는 '힙합 대중화'에 얼마나 기여했나?
- rhythmer | 2013-09-05 | 3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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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채널 엠넷(Mnet)이 ‘국내 최초 시즌제 랩퍼 서바이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작한 프로그램 [쇼미더머니2(Show Me The Money 2)]가 막을 내린 지 한 달여가 흘렀다. 출연자들과 경연 방식이 바뀌긴 했지만, 프로를 통해 느끼는 감흥은 시즌1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돈을 갈구하는 제목은 여전히 민망했고, 실력과 행보 면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멘토들이 다수 있었던 것도 그대로였으며, 오디션을 보기 위해 번호표를 붙이고 쭉 늘어서 있는 자칭 언더그라운드 랩퍼들과 아마추어 랩퍼들을 보며 드는 측은함과 불편함도 여전했다. 몇몇 무대는 예상보다 인상적이었고, 몇몇 무대는 예상한 것처럼 실망스러웠던 것도 작년과 마찬가지. 리드머는 이미 시즌1이 시작될 즈음 '두 가지 시선에서 바라 본 [쇼미더머니](http://bit.ly/13Ti16k)'라는 글을 통해 방송이 힙합 장르를 다루는 방식이나 대중에게 보여주는 포맷에 대해 의견을 낸 바 있다. 그렇기에 큰 틀에서 변한 게 없는 [쇼미더머니2]를 두고 다시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한 접근, 장르 음악 고유의 멋이 훼손되는 과정 등등을 얘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정말 중요한 건 이거다. 제작진과 일부 참가자들이 '욕을 먹더라도 꼭 해야만 했었다.'라고 내세운 '한국힙합의 중흥', 혹은 '힙합의 대중화'에 과연 [쇼미더머니2]가 얼마나 이바지했느냐?
지난 2013년 6월 5일 서울 상암동 CJ E&M센터 내 미디어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제작진은 시즌2를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힙합의 정신과 다르다고 안 만드는 것보다는 어쨌든 힙합이라는 장르를 시청자와 대중에게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욕을 먹더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시즌 1에서 힙합 팬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이번 시즌에도 분명 그런 부분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서바이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힙합을 알리는 목적에서 욕을 먹더라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중략) 우리 음원들이 1위를 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기자 간담회 이후, 각종 연예 뉴스는 ‘힙합계 비난 있어도 하는 게 낫다’, ‘힙합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등의 키워드를 동원하여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에는 몇몇 연예 매체들만이 근거나 구체적 예시, 혹은 검증 없이 ‘힙합 대중화에 기여’내지는 ‘힙합 알리는 데 성과’ 같은 단 한 문장으로 프로그램을 평가하며 지나갔다. 자, 그렇다면, 이쯤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으로 돌아가보자.
일반적으로 ‘대중화’라고 하면, 문화의 향유(享有)가 소수의 집단이나 전문가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힙합을 예로 든다면, 장르 마니아나 평론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힙합이라는 단어나 음악이 낯설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면 되겠다. 다만, ‘대중화’, 특히, ‘힙합의 대중화’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정도는 사람마다 기준에 따라 조금씩 다를 텐데, 이 주제에 대해선 추후, 따로 칼럼이 준비되어 있으니 여기선 [쇼미더머니2]가 힙합을 알리는 데 얼마만큼의 성과를 올렸는지에 주목하기로 하겠다. 그리고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검증이 가능하다.
우선 ‘[쇼미더머니2]에 나온 랩퍼들의 음원 차트 순위가 어느 정도인가?’다.
기자 간담회에서 제작진도 밝혔듯이(“우리 음원들이 1위를 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해당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와 힙합을 대중에게 얼마나 알렸는가를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자료가 바로 출연자들의 음원 차트 순위다. 우선 아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던 [나는 가수다], [슈퍼스타K], [K팝스타]와 관련한 기사들을 보자.
*이상 관련 기사 사진이상에서 본 것처럼 해당 프로 출신 스타들과 그들이 부른 곡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당시는 물론, 끝난 후에도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장식하며 끊임없이 대중의 귀를 공략했다. 그런데 [쇼미더머니2] 출연자들의 음원 성적은 어떨까? 아래는 프로그램의 마지막 방송이 있던 주(7월 29일 ~ 8월 4일)의 주요 음원 사이트 2곳(멜론, 엠넷)의 종합 차트 1위부터 50위권까지를 캡쳐한 것이다. (필자 주: 비록, 단 한 주간 자료지만, 꾸준히 모니터링해온 결과, 방송 시작 첫 주부터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상 멜론 차트
*이상 엠넷 차트
이상에서 볼 수 있듯이 [쇼미더머니2] 출연자들의 음원은 차트 상위권 어디에도 없었다. 스크롤의 압박을 줄이기 위해 종합 차트만 게재했지만, 힙합 장르 차트에서도 관련 음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자사인 엠넷 차트에서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는 건 치명적이다. 차트에서 볼 수 있는 방송 출연자들, 배치기나 아웃사이더는 프로그램 출연과 상관없이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랐던 이들이기 때문에 논외로 쳐야 할 것이다. 단, 지조의 “Like That”(‘쇼미더머니’ 경연 곡)만은 종합차트 50위 ~ 100위 사이와 장르 차트에서 선전 중이었는데, 이 한 곡만으로 [쇼미더머니2]의 ‘힙합의 대중화’ 기여를 논하기엔 민망한 결과다. 실제 두 번째 검증에서 본격 공개할 설문 조사 결과, [쇼미더머니2]를 본 후, 음원을 구매한 사람은 지극히 소수에 불과했다.
혹자는 이를 두고 공중파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들이나 특정 장르로 한정되지 않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면, 애초에 시청률에서 몇 수는 접고 들어가는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이 장르의 대중화를 표방하고 목표로 한다는 것 자체가 허상을 좇는 것에 불과한 것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힙합을 알려야 한다는 추상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오류가 있다. 음원 사이트에서 힙합 장르 차트는 곡들의 수준과 별개로 계속 활발했으며, 더군다나 음원 차트를 기준으로 한 목표는 [쇼미더머니2] 제작진이 프로그램 성공의 가시적인 성과의 일부로 내세운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쇼미더머니2]의 파급력이 약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꼭 음원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더라도, 프로그램을 보고 랩과 힙합에 대해 대중이 좀 더 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대중화는 상업화와도 직결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를 배제한다는 건 다소 억지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과연, 오늘날 대중은 [쇼미더머니2]를 통해 힙합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을까?
[쇼미더머니2]를 향한 대부분의 적극적인 반응과 피드백은 이미 랩/힙합 문화권 안에 있는 힙합 뮤지션과 팬들을 중심으로 한 SNS와 힙합 커뮤니티의 게시판에서 나왔기 때문에 우린 그 외 대중의 생각을 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지만 이것이 정말로 단지 힙합 팬들만의 잔치(?)를 벗어난 것인지 알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우린 10대부터 40대까지 각 세대별로 최소 100명에서 최대 150명씩 총500여명의 불특정 다수로부터 다음과 같은 간단한 설문을 받았다. 단, 10대는 전부 서울 지역 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었으며, 그 외 세대들은 서울과 경기 지역 거주자로서 대형 포털 사이트(음악 관련 부서 아님), 건축회사, 무역회사, 게임회사, 자영업, 무직 등등, 다양한 부류의 인물들이었음을 밝힌다. 또한, 자료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모두 음악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이들에게 설문을 요청했다.
1. 힙합을 아시나요?
1)그렇다 499명
2)아니다 1명 (참고: ‘아니다’라고 답한 1인이 이후 이어진 질문, 예를 들어 5번 항목에서는 ‘3’을 선택한 것으로 보아 이 항목을 잘못 표기한 게 아닌가 싶다.)
*자세한 것을 묻는 게 아닙니다. 힙합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인지 안다거나, OOO는 힙합 가수 정도만 알아도 1번, 아예 힙합 자체가 생소하다면, 2번을 골라주세요.2. 엠넷에서 방송한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를 보신 적 있나요?
1)있다 153명
2)없다 347명
*1) 고른 분들만 이어서, 2) 고른 분들은 5번 항목으로 점프. 그러므로 3번과 4번 항목은 ‘쇼미더머니’를 본 적 있다고 답한 153명을 대상으로 합니다.3. '쇼미더머니'를 보기 전과 후 힙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요?
1)'쇼미더머니'를 보기 전에는 힙합에 대해 전혀 몰랐다. 0명
2)'쇼미더머니'를 보기 전에도 힙합이 어떤 스타일의 음악인지는 알고 있었다. 71명
3)'쇼미더머니'를 보기 전에도 힙합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82명
4)'쇼미더머니'를 보기 전이나 후나 여전히 힙합에 대해 모르겠다.(간단한 이유를 써주세요.) 0명
4. '쇼미더머니'를 보고 알게 된 랩퍼의 음원이나 음반을 구매한 적 있나요?
1)있다 4명 (이중 앨범 단위로 구입한 사람 2인, 곡 단위로 구입한 사람 2인. 이 4명 중 '쇼미더머니'를 보기 전부터 원래 구매해왔었다고 답한 사람 1인)
2)없다 149명
*1번 고른 분들은 곡 단위인지 앨범 단위인지, 그리고 구매한 게 몇 곡(장)인지도 말씀 부탁드려요.
5. 힙합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1)음악뿐만 아니라 힙합의 4대 요소가 뭔지도 알고 있다. 26명
2)문화적인 부분은 잘 모르지만, 음악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31명
3)자세하게는 모르지만, 들었을 때 힙합 음악인지 아닌지는 알 수 있다. 289명
4)모든 음악을 듣고 판단하긴 어렵지만, 몇몇 유명한 힙합 가수들의 음악은 알고 있다. 125명
5)언더그라운드 힙합도 찾아 들을 정도다. 29명
6. 본인이 이름을 알거나 음악을 들어본 적 있는 한국의 힙합 뮤지션 2명을 써주세요.
T 윤미래, 타이거 JK(드렁큰 타이거), 다이나믹듀오 이센스, 비프리, 가리온, 리쌍, 빈지노, 더블케이, 도끼, MC 스나이퍼, 리오 케이코아, 에픽하이, 버벌진트, 주석, 스윙스, 넋업샨, 팔로알토, 아웃사이더
이 설문 결과는 결정적인 사실을 보여준다. 1번 항목의 결과만 봐도 알겠지만, [쇼미더머니2]를 봤건 보지 않았건 대중에게 힙합은 낯선 장르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쇼미더머니2]를 본 사람들 역시 이미 힙합팬이거나 힙합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무엇을 위한, 누구를 대상으로 한 대중화였나?’라는 질문만 남게 된 것이다. 물론, 이 자료가 약 5천 만의 대한민국 대중을 완전히 대표하진 못하겠지만, 보통 방송사에서 여론 조사의 표본을 1,000명 기준으로 추출한다고 봤을 때, 이번 논점의 근거로 삼기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장르 팬들의 반응만 노출되어 남아있는 상황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날의 몇 시간 동안 출연자들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고 출연자들의 트위터 팔로워가 몇 배로 늘어났다는 게 힙합이 대중화되었다는 근거는 절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쇼미더머니2]가 이룬 건 간단하다. 자사의 방송 콘텐츠 한 꼭지를 무사히 마무리했고, 방송에 나오고 싶어하던 일부 언더그라운드 랩퍼들에게 기회를 줬으며, 그것을 통해 일부 힙합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또 다른 일부 힙합팬들에겐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지만.). 그리고 ‘힙합의 대중화’가 아닌 방송에 출연한 랩퍼들이 원하던 ‘본인의 대중화’에 장단을 맞추며 가능성을 던져주었을 뿐이다.
제작진이 거창하게 내세웠던 '힙합의 대중화' 측면에서 보자면, [쇼미더머니]는 철저하게 실패한 셈이다.
만약, [쇼미더머니]가 힙합 중흥이라는 사명(?)을 버리고 단순 엔터테인먼트로 존재한다면,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질적인 측면에 대한 논쟁이야 있을 수 있을지 몰라도 프로 자체에 보내는 많은 이의 시선이 그렇게까지 심각하거나 부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힙합의 대중화라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될 만큼은 됐으니까 말이다. 국내에서 장르 명을 듣고 많은 대중이 명확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음악의 색을 꽤 정확히 구분해내는 장르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몇 안 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힙합이다. 다양한 음악을 듣는 대중이 역사까지 꿰뚫고 있을 필요는 없으며, 실제 힙합의 고향 미국의 많은 대중도 구체적인 부분까지 탐구하며 힙합을 즐기진 않는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멋진 장르 음악으로 장르 차트를 채워 넣느냐는 것이지, 방송에서 억지로 힙합의 이미지를 주입하겠다는 태도는 아닐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왜곡된 이미지라면, 더더욱 말이다. 무엇보다도 지금껏 이런 식의 기획으로 장르 음악이 대중에게 주입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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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lgang (2013-09-19 00:50:54, 61.109.119.***)
- mcstel/아 사실 저 설문 항목 중 '5. '쇼미더머니'를 본 후 힙합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이나 인식이 바뀐 점이 있다면 간단하게 써주세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에, 적나라한 표현들도 섞여 있어서 수치를 기준으로 하는 글의 컨셉트에 오히려 맞지 않고 프로그램에 대한 노골적인 디스로 보일까봐 최종 편집 단계에서 누락시켰습니다. 만약 원하신다면, 공개하도록 하지요.
더불어, 프로그램이 주장한 것이 '힙합의 대중화'였고 이 글은 그것에 관한 성과를 논하는 글이었기에 대중이 힙합을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설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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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그오브워 (2013-09-18 00:05:31, 110.10.77.***)
- 솔까 control논란이 쇼미더머니1,2 합친것보다 훨씬 힙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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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cstel (2013-09-15 19:50:48, 211.192.90.***)
- 설문이 너무 편향적으로 했네요 요즘 시대에 힙합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쇼미더머니를 보고 힙합에 더 관심이 간다거나 좋아졌다 이런 걸 질문해야죠 제 주변에도 쇼미더머니 보고 힙합에 관심이 커진 사람들 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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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ukka (2013-09-06 11:45:44, 175.223.53.*)
- '제작진이 거창하게 내세웠던 '힙합의 대중화' 측면에서 보자면, [쇼미더머니]는 철저하게 실패한 셈이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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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천동지 (2013-09-06 04:34:14, 114.200.231.***)
- 본인들의 대중화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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