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BET Awards 14' 속 알짜배기의 순간들 10
- rhythmer | 2014-07-03 | 1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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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살다 보면 매해 어느 순간 찾아오는 그날, ‘BET Awards’가 2014년에도 죽지 않고 우리에게 왔다. 이 시상식이 열리는 날이면 항상 특별한 소동들이 레드 카펫과 스테이지 위, 그리고 카메라 렌즈 안을 가득 메웠는데, 이번 ‘BET Awards’가 열린 로스 엔젤레스(Los Angeles)에 위치한 노키아 씨어터(Nokia Theatre)에서도 아니나 다를까, 특별하면서 웃지 못할 여러 가지 상황들이 벌어졌다.바쁜 직장인들과 게으른 방구석 폐인들, 그리고 때를 놓쳐 시상식을 차마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시상식의 알짜배기 순간들을 전부…까지는 아니고 몇 가지만 모아보았다.
1. Chris Rock의 날카로운 원투
이 특별한 밤의 진행을 맡은 미국의 유명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락(Chris Rock)은 시상식의 포문을 여는 순간부터 자신의 전매특허인 인종적이며 촌철살인의 ‘유우머’를 발휘했다. 그는 가볍게, 닥터 드레(Dr. Dre)가 비츠(Beats by Dr. Dre)로 떼돈을 벌어서 많은 랩퍼들이 헤드폰 사업에 뛰어 들었다고 말하면서, 릭 로스(Rick Ross)도 다이어’비츠’(Diabetes/당뇨병)를 가졌다며 펀치라인을 꽂아 넣었다.
또한,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농구팀 엘에이 클레퍼스(LA Clippers)의 구단주 도널드 스털링(Donald Sterling)에 대해 “생각해보니까, 여든 셋이나 먹은 백인 남자가 흑인을 싫어하는 게 어떻게 뉴스거리가 됐지? 내가 장담컨대, 그가 처음으로 본 흑인은 크리스마스에 (노예로)받은 흑인일거고, 그 흑인은 마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스털링의 눈을 못 쳐다봤을 거야.”라며 강하게 조롱했고, ABC의 히트작인 [Scandal 시즌 4]의 인기비결에 대해서 케리 워싱턴(Kerry Washington)의 훌륭한 연기력도 있었지만, 모든 백인들이 극중에 나오는 백인 대통령을 보고 현실도피 하기 위해 쇼를 봤을 거라는 등, 녹슬지 않은 입담을 과시했다.
2. Pharrell Williams와 Missy Elliott의 뜨거운 오프닝 공연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는 시상식의 오프닝 공연 무대에 올라 [G I R L]에 수록된 “Come Get It Bae”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후끈하게 데어놓았다. 개인적으론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가 난입하여 트월킹(Twerking)을 선보였으면 했으나 미씨 엘리엇(Missy Elliott)이 깜짝 게스트로 무대에 오르자 온도계가 터지며 수은이 흘러나와 몇몇 사람들은 대피했어야 했다.
3. Mike Tyson의 어색한 ‘Best Hip-Hop Artist’ 시상마이크 타이슨(Mike Tyson)은 이 날, 게리 오웬(Gary Owen)과 함께 ‘Best Hip-Hop Artist’의 시상자로 나섰는데, 링 위가 아니라서 그런지 시종일관 부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고, 상대에게 훅이라도 맞은 듯, 부정확한 발음을 선보이며 어렵사리 시상을 이어나갔다. 이 아마추어 진행자는 파트너인 게리 오웬에게 “[Think Like A Man Too]에서 백인 연기자로 참여해 성공을 거두니 기분이 어때?”라며 어줍잖은 만담을 시도했는데, 이에 게리 오웬은 “[Hangover]에서 흑인 연기자로 참여해 성공을 거둔 것 같은 기분이야, 마이크.”라며 카운터를 때렸다.
4. Usher의 추억팔이 공연, 그리고 너구리 모자2010년 내한공연에서 섹시한 모습을 어필해 많은 이의 마음을 훔친 어셔(Usher)는 크리스 락(Chris Rock)이 “어셔,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세상에 내놓은 것에 대해서 사과해야 되지 않겠어?”라며 슬슬 신경을 긁자, 스테이지에 올라 두서없이 “Confessions”, “U Remind Me”, 그리고 “Caught Up” 등, 자신의 이두박근을 뽐내며 히트곡을 불러 젖혔다. 그의 신곡인 “Good Kisser”는 전성기 곡들에 밀려 안타깝게 별 기회도 없이 묻혀 버렸다. 신나는 공연이었고 필자를 중학교 시절로 돌아가게 했지만, 동물애호가로서 그의 머리에 꽉 낀 너구리 모자는 어셔의 머리에 혈액순환을 원활하지 못하게 했으며, 필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5. 축구 선수 Daniel Sturridge의 깜짝 등장일찌감치 조별예선에서 광탈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한 ‘유럽 최약체’ 잉글랜드 월드컵 대표팀의 멤버였던 리버풀(Liverpool)의 ‘댄스 머신’, 대니 스터리지(Daniel Sturridge)가 ‘Best R&B/Pop Artist’ 시상자로 나섰다. 그는 골을 넣지 못해서인지 춤을 추지는 않았지만, 수상자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 악수하며 축하를 해줬다. 한편, 이 자리에는 스터리지뿐만 아니라, 디디에 데샹(Didier Deschamps) 프랑스 감독에게 찍혀 이번 월드컵 대표팀 엔트리에서 낙마한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의 미드필더 사미르 나스리(Samir Nasri)도 여자친구와 참석했다.
6. Jay-Z와 Beyonce의 사전 녹화 공연이 강력한 부부는 ‘On The Run’ 투어 때문에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사전 녹화한 “Partition” 공연은 관객들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제이 지(Jay-Z)는 새로운 벌스를 선보였고, 비욘세(Beyonce)는 도발적인 모습으로 필자의 눈에 밥을 줬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이 때땡큐였다. 그 둘이 언젠가 한국에 온다면, 소주를 사겠다.
7. 친절한 Chris Rock 씨의 소울푸드 배달4시간이나 되는 시상식을 휴식 없이 이어가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다. 흑인들한테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마음은 통하는지, 사회자인 크리스 락(Chris Rock)은 흑인들의 영원한 친구, 후라이드 치킨과 와플(조합이 이상하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정말 맛있다)을 객석에 있는 스눕 독(Snoop Dogg)과 크리스 폴(Chris Paul) 등에게 돌렸다. ‘The 2014 Oscars’ 시상식 때와는 달리 ‘배식의 왕’ 브래드 피트(Brad Pitt)가 없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그럭저럭 다들 잘 먹었다는 후문이다.
8-1. Lionel Richie의 ‘Lifetime Achievement Award’ 수상과 헌정공연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Lifetime Achievement Award’를 수상하기 전, 존 레전드(John Legend)와 욜란다 아담스(Yolanda Adams), 그리고 레디시(Ledisi)가 “Hello”, “Still”, “Brick House”, “Jesus is Love” 등등, 그의 명곡들을 부르며 멋진 헌정 무대를 장식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연말이 되면 반복되곤 하는 아이돌 그룹의 선배 그룹 노래 따라 부르기, 예컨대 씨스타(Sistar)가 S.E.S 선배님들의 “너를 사랑해”를 부르는 것이 이번 해에도 반복될 것 같아 왠지 닭살이 돋아버렸다.
8-2. Lionel Richie 자막참사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에게 좋은 상을 주고 베테랑 아티스트들을 불러서 그의 헌정 공연을 해주면 뭐하나? 자막을 말아먹었는데. ‘Lionel Ritchie’라고 잘못 표기된 슬러그를 생방송 도중에, 그것도 수상소감을 발표하는 원샷에 내보냈으니 방송국에서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소견으로 방송을 맡은 메인 피디는 일단 엎드려뻗쳐에 최소한 시말서 40장, 그리고 두 달 월급 정지로 끝나면 예수님께서 도와주신 거다.
9. Nicki Minaj의 ‘Best Female Hip-Hop Artist’ 5연패, 그리고 Iggy Azalea와 신경전가끔씩 우리 남자들은 이런 것을 보고 싶어한다. 일명 ‘캣 파이트’라고 하는 여자들의 싸움 말이다. 물론, 내 여자가 아니라는 전제가 따라 붙고, 면도칼을 씹으며 갑자기 예전 고등학교 때 일진버릇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하는 말이지만, 어찌됐던 ‘캣 파이트’는 섹시하다. 그리고 남자들은 대개 섹시한 것을 좋아한다. 니키 미나즈(Nicki Minaj)는 ‘Best Female Hip-Hop Artist’ 부문을 5년 연속 석권하는 수상소감 자리에서 “내가 랩을 했다면, 그 가사는 내가 쓴 거야.”라며 누군가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가 고스트라이터(글이나 가사를 대필해주는 사람)를 고용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에 그녀를 향한 발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0. 이쯤 되면 진짜 무서운 Robin Thicke이젠 무서울 정도다. 자신의 새 앨범 타이틀을 전 아내인 파올라 패튼(Paula Patton)의 이름을 따서 지은 로빈 시크(Robin Thicke)가 피아노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 전, 이혼한 아내에게 “널 사랑해, 보고 싶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더욱 끔찍했다. 그의 퀭한 눈빛을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신동엽(Shin Dong Yeop)의 말대로 이성을 잃고 생식기에 지배당한 남자의 참담한 모습으로 보니 필자도 생식기에 지배당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 지금의 여자친구에게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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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imcow (2014-07-19 23:47:46, 221.141.16.**)
- 너구리모자 너무했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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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wic (2014-07-10 02:42:55, 59.30.241.**)
- 신동엽에 영어 표기를 다신 센스가 돋보여서 로긴했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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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0 (2014-07-03 10:46:12, 175.206.124.***)
- 온도계터진건 진짜인가요? 후끈달아올랐다는건가요? (진지..) 그나저나 치킨에와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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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uba (2014-07-03 01:55:13, 211.198.53.**)
- 마지막 개웃ㅋㅋㅋㅋ잘읽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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