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머
스크랩
  • [리드머 뷰] 강집장의 듣다 죽자: 7월 블랙 뮤직 단평 (1)
    rhythmer | 2014-07-23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여전히 국내 장르 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외 힙합/알앤비 앨범을 소개하는 건 꾸준히 해야겠는데, 매월 쏟아지는 양과 속도를 쫓아가기엔 벅차서 단평 코너를 시작해봅니다. 정식 리뷰와 별개로 매주 주목할만한 국외 신보 몇 장을 골라서 감상 위주로 캐주얼하게 소개하려 해요. 앨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음악평은 정식 리뷰에서 계속됩니다. 부디 유익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듣다 죽어요~~"

     

     

    G-Eazy - These Things Happen 2014-06-23

     

    2007년부터 발표한 몇 장의 믹스테입과 EP를 통해 온라인에서 차곡차곡 팬층을 쌓아온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출신의 뮤지션 쥐-이지(G-Eazy)가 드디어 발표한 정규 데뷔작.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프로덕션과 가사, 모든 부분에서 앨범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서다. 전반적으로 멜랑콜리하고 엄숙한 무드와 임장감이 강한 비트 위에서 쥐-이지는 불확실한 미래를 품고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혼란스러운 삶을 꽤 탄탄한 스토리텔링, 혹은 라이밍으로 풀어내는데, 그 합에서 오는 감흥이 쏠쏠하다. 특히, 비슷한 분위기의 곡들이 계속 이어지는 탓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었을 지점을 멜로디와 보컬 샘플의 섬세한 운용으로써 효과적으로 피해간 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싱글 컷을 위해 작위적으로 수록했다는 인상이 역력한 트랩 넘버 "Lotta That"이 흐름을 끊는 점이나 그가 영향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간에 이런 류(멜랑콜리한 힙합 사운드)의 원조인 드레이크(Drake)의 그늘이 느껴지는 랩핑은 아쉽다. 과연 그가 맥클모어(Macklemore)의 뒤를 이을 만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계속 주시해야 할 힙합 뮤지션임은 이번 앨범을 통해 충분히 증명된 듯하다.

     



    Riff Raff - Neon Icon
    2014-06-24

     

    그동안 믹스테입을 통해 접해온 휴스턴 출신의 랩퍼 리프 래프(Riff Raff)는 정규 앨범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재능을 가진 듯했다. 랩퍼들의 기본종목이라 할 수 있는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필자 주: 단어의 의미는 단순히허풍이지만, /힙합 음악에서 랩퍼들 특유의 물질적, 정신적 자기 과시 기법을 통틀어 일컫는 용어이기도 하다.)는 물론, 단순한 표현 뒤에 마약 관련 소재를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지점에서는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서 디플로(Diplo)의 후원 속에서 야심차게 발표한 이번 앨범은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흡사 N.W.A "Straight Outta Compton"을 연상하게 하는 첫 곡 "Introducing the Icon"으로 강렬한 질주를 선보일 때만 해도 수작의 향이 짙었으나 이후부터는 중구난방의 프로덕션으로 혼란스러움만 배가시킨다. 곡 자체의 완성도보다도 흐름을 망친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인데, 갑작스레 팝-록스러운 트랙으로 첫 곡에서의 감흥을 깨버리는 "Kokayne"이나 컨트리 음악적 요소와 어설프게 엮인 리프 래프의 보컬 + 랩이 심심함만 안기는 "Time", 뜬금없이 80년대 신스팝을 재현한 "VIP Pass to My Heart" 등은 그 주범들이다. 더구나 나머지를 채운 곡들도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래칫 뮤직(Ratchet Music)이 주가 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뻔하고 의아한 구성의 앨범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돋보이는 리프 래프의 유머러스하고 센스 넘치는 가사와 몇몇 괜찮은 곡들 앞서 언급한 "Introducing the Icon", 해리 프로드(Harry Fraud) 특유의 멜랑콜리하고 몽환적인 비트가 인상적인 "Lava Glaciers" 등등-이 조금이나마 위안을 준다. 사실 앨범 커버를 볼 때부터 본작은 '' 아니면, ''다 싶었다….


     

    Buckshot & P-Money - BackPack Travels 2014-06-24

     

    '90년대를 풍미했던 대표적 언더그라운드 힙합 집단 중 하나인 덕 다운(Duck Down)의 수장 벅샷(Buckshot)은 여전히 혈기왕성한 랩퍼다. 2005년부터 시작했던 나인스 원더(9th Wonder)와 합작 프로젝트를 지난 2012년에 3부작으로 마무리 지은 벅샷이 이번엔 뉴질랜드 출신의 프로듀서 피-머니(P-Money)와 새로운 합작 앨범을 발표했다. 그는 브룩클린 힙합퍼로서 한결 같은 자존심을 바탕으로 시대의 흐름에 쉬이 휩쓸리지 않는 베테랑 랩퍼의 관록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본작은 뉴욕으로 대표되는 붐뱁 힙합(Boom-Bap) 그 자체다. -머니는 샘플링 작법에 기반을 두고 둔탁한 드럼과 루핑의 매력을 극대화한 비트로 1990년대 힙합 씬의 한 부분을 고스란히 옮겨 왔으며, 벅샷은 현실을 직시하는 가사와 중후하고 날카로운 랩핑을 통해 브룩클린 거리의 여정에 청자를 동참시킨다. 붐뱁의 새로운 세대들인 조이 배드애스(Joey Basass), 씨제이 플라이(CJ Fly)와 벅샷 사이의 세대를 초월한 콜라보("Flute")는 또 얼마나 인상적인가?! 무엇보다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는 이 앨범이 한물간 노장의 단순한 추억팔이용이 아님을 증명한다. 다만, 지금까지 벅샷의 앨범이 그랬듯,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한 방 트랙이 없다는 건 여전히 아쉬운 지점.

     



    Jose James - While You Were Sleeping
    2014-06-10

     

    알앤비/소울을 거쳐 이른바 힙합 세대 속에서 태어나 새로운 장르와 교배를 목격해온 재즈 뮤지션들은 옛 선배들과 다른 방향에서 범상치 않은 커리어를 쌓아왔다. 카림 리긴스(Karriem Riggins), 로버트 글래스퍼(Robert Glasper) 등은 그 대표적인 이들이며, 여기 호세 제임스(Jose James)도 마찬가지다. 그의 음악적 주요 근간은 재즈이지만, 소울, , 힙합 또한 중요한 자양분이었고, 본작 역시 그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그렇기에 호세의 음악은 얼터너티브 재즈, 혹은 얼터너티브 소울 어느 쪽으로 구분해도 무방하며, 훌륭하다. 특히, 이번엔 네오 소울 향이 짙었던 전작과 달리 록적인 요소가 강화되고 장르의 경계를 더욱 활발히 넘나드는데, 실제 그가 영향받은 뮤지션 중 한 명인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연주가 감지되는 "Angel"과 소울의 대가 알 그린(Al Green)의 곡을 커버한 "Simply Beautiful (Feat. Takuya Kuroda)"이 각각 처음과 끝에 놓여있는 광경은 본작의 색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참으로 절묘한 배치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곡의 무드와 스타일에 따라 소울풀함과 건조함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는 보컬은 앨범의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 요소다. 한곳에 머무르길 거부하는 젊고 과감한 뮤지션의 열정이 이렇게 근사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Body Count – Manslaughter
    2014-06-10

     

    2012년 즈음부터 슬슬 소식이 불거져 나오던 바디 카운트(Body Count)의 다섯 번째 정규작이 드디어 발표됐다. 전작으로부터 무려 8년 만이다. 원조 갱스터 랩퍼(O.G) 중 한 명인 아이스티(Ice-T)가 힙합 못지 않은 메탈 음악 사랑을 바탕으로 이끄는 밴드 바디 카운트는 힙합과 교배가 아닌, 스래시 메탈 위에 단지 랩을 얹었을 뿐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많은 랩-록 밴드들과는 다른 영역을 점한다. 더불어 'Cop Killer'라는 문제적 명곡을 남긴 아이스티의 가사들은 바디 카운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본작에서도 이러한 특성은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무엇보다 연주의 강도와 전반적인 금속성의 사운드가 그들의 셀프 타이틀 데뷔작과 맞닿아있다. 야수처럼 맹렬하게 돌진하는 기타 연주, 단 한 순간도 방심할 겨를을 주지 않고 가차없이 몰아치는 드럼, 그리고 음악 산업계, 사회를 향한 비판은 물론, 특유의 현학적인 주제까지 아우르는 카리스마 넘치는 랩핑, 바디 카운트는 그동안 그들의 존재를 잊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음악팬들에게 분노를 터트리듯 사정없이 질주한다. 어니 씨(Ernie C)의 공격적인 스타카토 리프와 랩의 조화가 돋보이는 'Talk Shit, Get Shot'과 제이지(Jay Z) '99 Problems'를 절묘하게 커버한 '99 Problems Bc'는 백미다. 정말 센 형들이 돌아왔다.

     



    Mary J. Blige - Think Like a Man Too (Soundtrack)
    2014-06-17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 1992년 데뷔 이래 그저 활동 햇수가 아니라 변치 않는 양질의 앨범을 통해 여전히 힙합과 소울의 여왕으로 군림해오고 있다. 그런 블라이즈의 새로운 솔로 앨범이자 팀 스토리(Tim Story) 감독이 만든 동명의 영화 사운드트랙이기도 한 [Think Like a Man Too]는 다소 무난한 구성이긴 하지만, 성공적인 커리어의 한편을 장식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특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곡은 싱글로도 발표된 “A Night To Remember”. 디스코/알앤비 그룹 살라마(Shalamar) 1982년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이 곡은 원곡의 펑키한 그루브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로듀서 로드니 저킨스(Rodney Jerkins)의 손을 타고 감각적으로 재탄생했다. 원곡의 조디 와틀리(Jody Watley)의 보컬과 비교하며 듣는 맛도 쏠쏠하다. 이 외에도 알앤비-, 필리 소울, 힙합 소울 등, 무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안정적으로 이어진다. 다만, 영화 사운드트랙으로써 특별한 음악적 컨셉트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기존의 보통 솔로 앨범과 별다른 점이 없다는 건 아쉽다.

     



    Common – Nobody's Smiling 2014-07-22

     

    최근 드레이크(Drake)와 힙합의 진정성을 놓고 벌였던 비프(Beef)의 배경에 옛 연인이었던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가 있었다고 고백하여 살짝 깨긴 했지만, 음악적으로 커먼(Common)은 언제나 믿고 듣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이다. 그리고 기본 이상은 해주는 그답게 노 아이디(No I.D.)가 원톱 프로듀서로 나선 이번 열 번째 앨범도 기대에 부흥한다. 일단 프로덕션에서 듣자마자 큰 감흥을 일으키는 곡은 없다. 이는 곡의 완성도 문제가 아니라 노 아이디의 비트가 랩퍼에게나 청자에게나 그리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샘플과 리듬 파트의 변칙적 운용을 즐겨하고 멜로디나 무드보다는 소리 자체에 집중했다는 인상이 역력하다. 이처럼 다소 (랩을 하기에) 불친절한 비트 위에서도 커먼은 능수능란하게 랩을 뱉는데, 역시 데뷔적부터 호흡을 맞춰온 명콤비답다. 무엇보다 주된 감상 포인트는 앨범이 품고 있는 주제와 그것을 표면화하는 커먼의 가사다. 커먼은 이제 '살인의 도시'라는 오명까지 쓰게 된 고향 시카고에서의 폭력 사태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경과 근절에 대한 절절한 바람을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라이밍으로 담아냈다.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묵직한 주제의 힙합 앨범이 아닌가 싶다.

     



    Trey Songz – Trigga
    2014-07-01

     

    이른바 힙합 소울 2세대 중에서도 가장 탄탄한 커리어를 꾸려오고 있는 트레이 송즈(Trey Songz)가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이번 앨범은 양질의 곡들로 꽉 채워져 있다. 본작을 포함하여 그동안 여섯 장의 앨범 중 가장 높은 완성도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프로덕션이 절묘하다. 대중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지점과 순전히 음악적 감흥에 집중하는 지점이 잘 맞물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본작에서 빛나는 부분은 멜로디다. 대부분 곡에서 좋은 라인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며, 그덕에 허투루 소모된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보컬의 힘을 강조하는 곡에서도, 디제이 머스타드(DJ Mustard)가 빚은 트렌디한 래칫 뮤직에서도, 그 중심을 지키는 건 멜로디다. 더불어 기존 곡에서 멜로디를 차용하여 새로운 멜로디와 자연스럽게 잇는 작업도 인상적이다-예로 티나 마리(Teena Marie)“Ooh La La La”의 후렴구, 좀 더 자세히는 티나 마리의 곡을 차용했던 푸지스(Fugees)의 "Fu-Gee-La" 후렴구를 버무린 “Na Na”,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Fuck You Tonight”에서 알 켈리(R. Kelly)의 보컬 라인을 버무린 "Touchin, Lovin" 등등. 물론, 현대 알앤비 음악에서 기존 멜로디의 차용은 흔한 경우이지만, 중요한 건 그 작업이 얼마나 감각적으로 이루어졌느냐일 것이다. 본작에 대한 국외 매체들의 평균평점은 의외로 박한 편인데, 5점 만점에 2, 혹은 3점을 준 곳들은 좀 너무했지 싶다. 이렇게 매끄럽게 잘 빠진 앨범을….   


    15

    스크랩하기

    • Share this article
    • Twitter Facebook
    • Comments
      1. SQUARED (2014-07-25 14:04:36, 223.62.169.**)
      2. 진짜배기 기사! 주옥같은 선곡! 좋습니다.
      1. asym (2014-07-23 16:40:10, 61.254.15.**)
      2. 다들어봐야짖
      1. 길동 (2014-07-23 12:48:44, 58.120.98.*)
      2. 왕성한 활동, 부지런한 솔갱!!
        멋져부러...
      1. 우울하지않아 (2014-07-23 12:06:27, 114.204.54.***)
      2. 토탈크리틱도 그렇고 이 기획기사도 매우 좋네요 감사합니다!
      1. 조성민 (2014-07-23 05:16:19, 124.51.233.***)
      2. 저두 Trey Songz하고 Jose James 진짜 잘 들었어요. 베리 나이스.
    « PREV LIST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