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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Unsung Heroes: 음지에서 뒷바라지해준 프로듀서들
    rhythmer | 2014-09-11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어떤 랩퍼나 가수의 음악 중엔 특정 스타일이 머릿속에 딱 떠오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음악적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에는 뮤지션 본인의 힘 못지않게 프로듀서의 역량이 많이 개입된다. 소속사 차원으로 기획 단계에서 여러 프로듀서를 붙여주거나,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연이 닿은 한 명의 프로듀서와 함께 쭉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랩퍼나 가수는 이런 식으로 성공하여 주목받을 수 있지만, 그 못지않게 음악적 영역을 구축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프로듀서는 정작 그만큼 주목받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마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처럼 묵묵히 뒷바라지만 하다가 잊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 랩퍼나 가수의 음악 스타일을 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그러나 자신의 음악 활동에 있어서는 날개를 완전히 펼치지 못한 프로듀서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Insane Clown Posse
    Mike E. Clark

     

    특유의 세계관 '다크 카니발(Dark Carnival)'을 내세워 저갈로(Juggalo)라 불리는 광신도를 양산해냈던 인세인 클라운 파시(Insane Clown Posse)는 사실 가사와 분위기로 승부하는 그룹이지 랩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아직도 '80년대의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나 런 디엠씨(Run-D.M.C.)의 향수가 느껴질 정도의 랩을 구사하면서도 오래 사랑받는 그룹이 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마이크 클락(Mike E. Clark)의 맞춤형 프로덕션에 있다. 보통의 힙합 비트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찌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듯한 이들의 랩을 돋보이게 하도록 마이크 클락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랩 메탈에 어울리는 랩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메탈이나 펑크 록에서 많은 부분을 인용하고, 장난스럽지만 섬뜩한 그룹의 분위기에 맞게 아기자기한 악기와 사이키델릭한 효과를 많이 사용한다. 안주하지 않고 발전하는 마이크 클락의 프로덕션 덕분에 그동안 10장이 넘는 마이크 클락과 인세인 클라운 파시의 앨범이 발매되었음에도 식상하거나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이크 클락의 프로덕션 능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는 사례를 들자면, [The Mighty Death Pop!] "SKREEEM!"에서 화려한 스킬을 가진 합신(Hopsin)과 테크 나인(Tech N9ne)을 안방으로 불렀음에도 적절한 비트 덕분에 인세인 클라운 파시가 랩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추천곡: "Riddle Box", "Great Milenko", "Hokus Pokus", "I Want My Shit", "The Sky Is Falling", "In Yo Face", "SKREEEM!"


     
    Lupe Fiasco Soundtrakk

    루페 피애스코(Lupe Fiasco)가 오늘날 얼터너티브 힙합(Alternative Hip Hop)의 대명사 중 한 명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 두 앨범 [Food & Liquor] [The Cool]의 음악 스타일이 사람들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두 앨범, 특히 [The Cool]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프로듀서는 바로 사운드트랙(Soundtrakk)이다. 사운드트랙은 샘플을 감각적으로 사용한 곡들을 주로 선보이는데, 스트링이나 피아노 같은 클래식한 악기들의 샘플을 자유롭게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 다재다능한 프로듀서임에도 루페 피애스코 외에 다른 랩퍼와 작업한 이력이 거의 없다.

     

    추천곡: "Kick, Push", "He Say, She Say", "The Emperor's Soundtrack", "Superstar", "Paris, Tokyo", "The Die", "S.L.R. (Super Lupe Rap)", "Strange Fruition"

     



    Bone Thugs-N-Harmony DJ U-Neek

     

    잦은 불화로 멤버 전원이 모인 앨범 하나 듣기가 어려운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에게 있어서 디제이 유닉(DJ U-Neek)은 제6의 멤버나 다름없다. 히트 싱글 "Thuggish Ruggish Bone"부터 시작하여 [E. 1999 Eternal], [The Art of War], [BTNHResurrection], 그리고 가장 최근에 5명이 뭉쳤던 앨범 [Uni5: The World's Enemy]까지, 본 떡스 앤 하모니가 모인 앨범엔 어김없이 디제이 유닉이 프로덕션을 책임졌다. 특히, 유닉의 손길이 희미해지기 시작한 [Thug World Order]부터 5명 전원이 뭉친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을뿐더러 이들 그룹의 영향력 또한 쇠퇴하기 시작한 점이 흥미롭다. 디제이 유닉의 멜로딕한 쥐-펑크(G-Funk) 스타일의 리드와 신스는 비슷하게 멜로딕한 랩을 구사하는 본 떡스 앤 하모니와 특별히 잘 어울렸다.

     

    추천곡: "Thuggish Ruggish Bone", "East 1999", "Crossroad", "1st of tha Month", "Look into My Eyes", "Thug Luv", "Resurrection (Paper, Paper)", "Universe"



     

    Twista The Legendary Traxster

     

    랩 빠르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트위스타(Twista)의 앨범에는 거의 레전더리 트랙스터(The Legendary Traxster)의 손길이 닿아있다. 트위스타를 상징하는 앨범 중 하나인 [Adrenaline Rush]의 전곡을 프로듀싱한 것이 이들 인연의 시작이었다. 상업적으로 처음 메인스트림 시장에 발을 들인 [Kamikaze] 전후로는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최근 작품인 [Category F5], [The Perfect Storm], [Dark Horse]에 와선 다시 절반 가까이 되는 트랙을 레전더리 트랙스터가 담당하게 되었다. 레전더리 트랙스터의 곡들은 어두운 베이스와 남부 힙합 특유의 리드 운용, 빠르지만 일관된 하이햇 박자 쪼개기 등이 특징인데, 이는 무자비하게 계속 몰아치는 트위스타의 랩과 궁합이 잘 맞는다. 이러한 특성들 덕분에 레전더리 트랙스터는 루다크리스(Ludacris)와 같은 빠른 랩을 구사하는 남부 힙합 래퍼들과도 몇 개의 곡을 작업하게 된다.

     

    추천곡: "Po Pimp", "Adrenaline Rush", "Emotions", "Like A 24", "Wetter", "I Do"

     



    Brian McKnight
    Brandon Barnes

     

    이제는 곡 대부분을 스스로 작곡하는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은 초창기 머큐리(Mercury) 시절부터 브랜든 반스(Brandon Barnes)와 많은 곡을 함께 작업했다. 현재의 브라이언 맥나잇의 작곡 실력도 브랜든 반스로부터 사사받은 것이라고 한다. 작곡 경력이 오래된 브랜든 반스는 뻔한 곡을 만드는 걸 지양했는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타나 플루트, 피아노 등의 악기를 사용해 리듬보단 선율에 더 집중했다. 멜로디가 아름다운 그의 곡은 브라이언 맥나잇의 감미로운 목소리와 궁합이 잘 맞았다.

     

    추천곡: "The Way Love Goes", "One Last Cry", "I Remember You", "When the Chariot Comes", "Can You Read My Mind", "If I Was Cool/I Don't Know Yet", "Here With You"

     



    T.I. DJ Toomp

     

    2010년대의 힙합을 주름잡고 있는 트랩(Trap) 음악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대 초반 '남부 힙합'이라는 이름 아래 뭉뚱그려졌던 당시의 트랩 음악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티아이(T.I.)와 디제이 툼(DJ Toomp)이 있었다. 아리스타(Arista)에서 나왔던 비운의 데뷔 앨범 [I'm Serious]에서부터 처음으로 티아이 고유의 트랩 음악으로 빌보드 싱글 3위에 올랐던 "What You Know"까지, 티아이 곁에는 디제이 툼이 함께했다. 그만큼 웅장하고 어두운 연출과 빠른 박자 쪼개기가 특징적인 초기 티아이의 트랩 음악을 구성하는 데에는 디제이 툼의 역할이 컸다. 당대의 유명한 프로듀서들을 골라서 섭외해 작업하는 티아이지만, 디제이 툼과 인연은 유독 끊어지지 않고 곧 나올 [Paperwork: The Motion Picture]에까지 계속되고 있다.

     

    추천곡: "Dope Boyz", "I'm Serious", "24's", "U Don't Know Me", "What You Know", "Bankhead", "Every Chance I Get", "Trap Back Jumpin"

     



    Ledisi Sundra Manning

     

    비록, 초기의 레디시(Ledisi)와 현재의 성공한 레디시는 음악 스타일이 많이 다르지만, 메인스트림 알앤비 시장을 겨냥한 지금의 레디시를 듣고 있노라면 가끔은 예전의 그녀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커리어 초기에 레디시는 순드라 매닝(Sundra Manning)과 함께 이름의 앞글자를 딴 레선 레코즈(LeSun Records)를 만들고 앨범을 작업하여 네오 소울과 재즈의 경계에서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순드라 매닝은 탁월한 능력으로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듣기 편한 네오 소울/재즈곡으로 레디시의 보컬을 극대화시켜 주었는데, 레디시의 버브(Verve) 이적 이후 더는 둘의 조합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추천곡: "Get Outta My Kitchen", "In My Life", "So Right", "I've Got It", "Meeting Marcus on A Thursday", "Upside Down"

     



    Nelly Jason "Jay E" Epperson

     

    노래 부르는 듯한 플로우의 랩을 선보여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넬리(Nelly)의 초기 음악을 상징하는 두 앨범, [Country Grammar] [Nellyville]은 대부분 제이 이(Jason "Jay E" Epperson)에 의해 만들어졌다. 중부 미국의 사투리가 가진 특유의 그루브와 발음법이 기존에 존재하던 힙합과 다른 넬리만이 가진 강점이었는데, 이에 걸맞게 제이 이의 곡들 또한 박자부터 기존의 힙합곡들과는 조금 달랐다. 악기 또한 컨트리 음악이나 카리브 해의 음악에서 들을법한 맑은 음색을 가진 경우가 많았고, 샘플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제이 이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후의 앨범들에서 넬리가 트렌드를 따라가며 무리한 스타일 변화를 시도하다가 결국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건 단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추천곡: "St. Louie", "Country Grammar (Hot Shit)", "E.I.", "Dem Boyz", "Pimp Juice", "Work It", "CG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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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훈 (2014-09-11 20:40:37, 1.241.197.***)
      2. BTNH 멤버 전원은 디제이 유닉의 헌신을 감안했을 때, 곤장을 뒤집어서 맞아도 시원치가 않을 듯. 싸운 시간이 똘똘 뭉친 시간보다 더 많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콩가루 집단이었죠. 디제이 유닉은 그걸 보면서 한숨을 수백 번 쉬었겠다...

        평생 은인이니 밥 한 끼 사드리고 그동안 죄송하고 고마웠다고 말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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