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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강집장의 듣다 죽자: 9월 블랙 뮤직 단평
    rhythmer | 2014-09-19 | 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여전히 국내 장르 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외 힙합/알앤비 앨범을 소개하는 건 꾸준히 해야겠는데, 매월 쏟아지는 양과 속도를 쫓아가기엔 벅차서 단평 코너를 시작해봅니다. 정식 리뷰와 별개로 한주목할만한 국외 신보 몇 장을 골라서 감상 위주로 캐주얼하게 소개하려 해요. 앨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음악평은 정식 리뷰에서 계속됩니다. 부디 유익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듣다 죽어요~~"


    '듣다 죽자'에서 다루는, 그리고 다룰 앨범의 일반적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메인스트림이든 인디든 힙합 팬들에게 잘 알려졌거나 주목받는 뮤지션의 앨범이라면, 좋든 좋지 않든 다룰 예정이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인지도가 부족한 뮤지션의 앨범은 추천할만한 완성도일 때에 한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이를 참고하시면, 더욱 유익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Tank – Stronger
    2014-08-12

     

    오늘날 주류에서 보기 드물게 어덜트 컨템포러리 알앤비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탱크(Tank)의 이번 여섯 번째 앨범은 소극적인 시도와 주특기의 혼합으로 완성한 앨범이다. 시도란 건 디스코, 펑크(Funk), 일렉트로, PBR&B 등과 결합으로 대변할 수 있는데, 그렇다 보니 [Stronger]가 시대적으로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작품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렇진 않다. 일렉트로 펑크의 향이 강한 "Nobody Better" 정도를 제외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장르적, 스타일적 혼합은 다소 '소극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트렌드인 PBR&B 노선을 따르고 있지만, 보컬 어레인지 부분에선 영락없이 탱크의 특징이 살아있는 "Hope This Makes You Love Me"라든지 프로덕션과 보컬의 구성, 모든 면에서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영향을 표출한 게 분명하면서도 오늘날의 어반한 감성이 드러나는 "Missing You"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이것이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다. 탱크라는 뮤지션과 그가 지금까지 구축해온 스타일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는 가운데 다양한 요소가 조화했다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어중간한 결합에 그친 느낌이 더 강한 탓이다. 가장 빛을 발하는 건 역시 그의 주특기인 보컬의 힘이 강조된 곡이다. 특히, 멜로디, 구성, 보컬, 모든 부분에서 감탄할 만한 감흥을 전하는 타이틀곡 "Stronger"는 압권. 몇몇 곡은 인상깊지만, 너무 무난한 흐름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Mick Jenkins - The Water[s]
    2014-08-12

     

    알앤비 서브 장르인 PBR&B와 힙합 서브 장르인 클라우드 랩(Cloud Rap)은 많은 부분에서 똑 닮았다. 프로덕션과 가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트렌드가 되었다는 점, 스타일의 과용 탓에 이제 점점 식상함을 유발한다는 점 등이 그렇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몽환적이고 차가운 사운드와 초현실적 가사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랩의 과부하 상태 속에서도 시카고 출신의 랩퍼 믹 젠킨스(Mick Jenkins)와 그의 앨범은 빛을 발한다. 엄밀히 따지자면, [The Water[s]]는 무료로 공개된 믹스테입이다. 그러나 전부 창작곡으로 구성되어 정식으로 판매 또한 되고 있는, '정규 앨범 같은 믹스테입'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탁월하다. 전반적으로 타이틀처럼 침잠되고 꿈결 같은 무드가 지배적인 가운데, 본작을 여느 클라우드 랩 앨범보다 높게 위치시키는 결정적 요소는 믹 젠킨스의 랩퍼로서 재능이다. 적당한 바리톤의 음색으로 빠르기와 강약을 조절해가며 여유롭게 비트를 타는 랩핑이 실로 매력적. 특히, 그는 상당히 수준 높고 감각적인 은유를 구사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청자가 곡의 주제를 가능한 한 쉽게 이해하게 하기 위하여 가사적 미학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수준을 조절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참고로 앨범 타이틀이자 본작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Water)' '진실'을 의미한다.

     

     


    Souls Of Mischief - There Is Only Now
    2014-08-19

     

    비록, 오늘날 이들의 행보에 관심을 두는 힙합팬들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소울스 오브 미스치프(Souls Of Mischief)는 음지에서도 꾸준히 양질의 결과물을 발표해왔다. 그리고 약 5년 만에 발표한 이번 새 앨범도 '믿고 듣는' 그들의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한다. 멤버들의 랩퍼로서 재능과 궁합은 이미 오래 전에 증명되었고, 무엇보다 본작에서 흥미를 끄는 건 프로듀서 아드리안 영(Adrian Younge)과 합작이다. ‘블랙스폴로테이션(Blaxploitation/*필자 주: 1970년대를 기점으로 주로 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을 위한 영화의 총칭)’ 스코어가 주무기인 아드리안 영의 역량은 지난 2013,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와 함께한 앨범 [Twelve Reasons to Die]를 통해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당시 그는 범죄, 호러 영화 컨셉트 아래 ‘르자(RZA)와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의 결합'이라 할 수 있는 신선하고 근사한 힙합 음악을 선보였는데, 이번에도 자신의 장기를 살려서 영화 사운드트랙 같은 힙합 앨범을 완성했다. 다만, [Twelve Reasons to Die] 때보다는 리듬 파트를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띄고 더 장르 음악적 성향이 강해졌다. 여기에 소울스 오브 미스치프는 앨범을 관통하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놓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부터 심오한 '상대성이론'까지 오가며 극적인 감흥을 더한다. 그야말로 아드리안 영의 존재감과 소울스 오브 미스치프의 건재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Ariana Grande - My Everything
    2014-08-22

     

    2000년대 들어 팝과 알앤비 사이의 경계가 더욱 흐릿해지면서, 그러니까 적어도 메인스트림 에서 만큼은 팝과 알앤비가 동시에 장르명으로 표기된다고 하여 꼭 장르적으로 불완전하다는 의미가 아닌 게 되면서 90년대와는 또 다른 성향의 알앤비 스타, 혹은 신예가 등장하게 되었다. 원래는 연기자로 데뷔한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 역시 이러한 시류 속에서 주목받게 된 신예 보컬이다. 일단 그녀는 노래를 참 잘한다. 어여쁜 외모는 덤이다. 깊이는 아직 부족할지 몰라도 넓은 음역대를 능숙하게 넘나드는 가창력은 그란데의 확실한 무기. 이번 두 번째 앨범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Yours Truly]와 거의 비슷한 음악적 방향성과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랩퍼들과 작업이 더 많아졌다는 점 정도가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반적인 곡의 완성도 역시 준수한 편인데, 다만, 전작처럼 배치의 묘를 통해 스타일상의 이질감을 상쇄하는 지점이 부족하다 보니 흐름이 다소 산만하다는 건 아쉽다. 그럼에도 감각적인 멜로디와 편곡이 돋보이는 세 곡 "Best Mistake"-"Be My Baby"- "Break Your Heart Right Back"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녀의 재능과 스타성이 꽤 오랫동안 유효하리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Ben L`Oncle Soul - A Coup De Reves 2014-09-02

     

    이제는 판의 구도가 재편되면서 60~80년대 때처럼 '절대 레이블'로서 위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모타운(Motown)'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이라는 게 있다. 프랑스의 소울 싱어송라이터 벤 롱클르 소울(Ben L`Oncle Soul)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된 것도 그가 적을 둔 모타운(정확하게는 '모타운 프랑스')이라는 배경 덕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모타운 빽을 제쳐 놓더라도 그의 음악적 재능과 보컬의 힘이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0, 옛 소울에 대한 애정과 재능으로 빚은 데뷔 앨범 [Ben L`Oncle Soul]은 이를 고스란히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아트워크부터 창법, , 편곡,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우러나오는 60년대와 70년대 초반까지의 모타운 소울은 실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데뷔작 이후, 다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온 이번 정규 2집 역시 약 4년이라는 기간이 단번에 수긍될 정도로 탁월한 소울이 그득하다. 그는 관악과 건반을 주로 하여 당대의 스타일과 사운드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와중에 좀 더 다이내믹한 편곡과 세련된 노랫말을 통해 단순한 재현과 차별화하는 지점을 만들고, 이전처럼 영어와 불어를 (혼용이 아닌 곡에 따라) 양분한 보컬을 선사한다. 특히, 기본 음색 자체가 워낙 소울풀하지만, 감정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며 곡을 지배하는 보컬은 들을수록 깊은 맛을 더하는데, "You Got My Back"은 이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다. 지난 데뷔작에 이어 [A Coup De Reves] 또한, 2000년대 나온 '레트로 소울 지향 앨범' 중 손 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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