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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싱글의 맛: Stressed Out (ATCQ) 편
    rhythmer | 2014-10-04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싱글이 정규 앨범의 맛보기용, 혹은 앨범 외적으로 차트를 노리고자 하는 용도가 주인 건 같지만, ‘90년대에 나온 싱글들엔 좀 더 특별한 면이 있었다. 바로 앨범에선 들을 수 없는 리믹스 트랙들이 수록되었던 것. 이는 일종의 팬서비스 차원이기도 했는데, 특히, 3개 이상의 버전으로 구성되던 맥시 싱글(Max-Single)은 음반 수집가들에게 정규 앨범 못지 않은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여전히 틈나는 대로 당대의 주옥같은 맥시 싱글을 디깅(Diggin’)하던 차에 여기에 대한 썰을 좀 풀어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앞으로 몇몇 괜찮은 싱글 음반들을 한 장씩 소개해볼까 한다. 그 첫 순서로 어떤 싱글을 고를까 하다가, 가장 최근에 구한 이걸로 정했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이하 ‘ATCQ’) 1996년 싱글 “Stressed Out”이다.

     

    Stressed Out

     

    ATCQ의 네 번째 정규 앨범인 [Beats, Rhymes and Life]에서 두 번째로 발표된 싱글이다. [Beats, Rhymes and Life]ATCQ의 두 멤버인 큐-(Q-Tip)과 알리 샤히드 무하메드(Ali Shaheed Muhammad), 그리고 천재 프로듀서 고 제이 딜라(J Dilla/R.I.P)가 뭉친 프로덕션 팀 더 움마(The Ummah/아랍어로공동체를 일컫는다.)의 결실이 담긴 첫 결과물로 유명하다. 특히, 본작을 통해 제이 딜라(당시는 'Jay Dee')라는 이름이 메이저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 이 곡은 첫 싱글이었던 “1nce Again”과 함께 앨범 내에서 제이 딜라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은 트랙이다. 흥미로운 건 “Stressed Out” ATCQ에게나 딜라에게나 그들의 커리어에서 가장 서정적이면서 팝적인 접근이 엿보이는 곡이라는 점. 당시 메이저에서 알앤비 보컬을 후렴구에 배치하는 것이 차트를 노리는 일종의 전략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곡도 대중친화적인 싱글에 대한 기획사와 타협을 통해 완성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놀라운 건 그럼에도 딜라 특유의 감각이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사실이다. 아니타 베이커(Anita Baker)“Good Love”를 곡에 맞는 가사로 바꿔서 다시 부른 페이스 에반스(Faith Evans)의 보컬도 참으로 잘 어우러졌고….


     

    싱글 구성


    1."Stressed Out (Baby Phife Version - Full)" (4:47)
    2."Stressed Out (Raphael Saadiq's Remix)" (5:28)
    3."Stressed Out (Björk's Married to the Mob Mix)" (1:49)
    4."Stressed Out (Björk's Dandelions Mix)" (4:24)
    5."Stressed Out (Björk's Say Dip Mix)" (4:16)

     

    “Stressed Out” 맥시 싱글엔 전부 새롭게 프로듀싱되고 리믹스된 5개의 트랙들이 담겨있다.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갈 곡은 ‘Baby Phife Version’이다. 앨범 버전의 프로덕션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지만, 2가지 면에서 다른데,

     

    1) 큐팁과 사촌이기도 한 랩퍼 컨시퀀스(Consequence)가 주도한 두 번째 벌스에서 컨시퀀스 부분이 대량 삭제되고 앨범 버전엔 참여하지 않았던 멤버 파이프 독(Phife Dawg)의 벌스가 추가되었고,

     

    2) 앨범 버전에선 첫 번째 벌스가 끝나고 나오는 후렴구에 딱 한 번만 깔리던 (그래서 매우 감질나게 했던) 멜로디컬한 신스 라인이 후렴구마다 등장한다. 뮤직비디오에 사용된 버전이 바로 이 ‘Baby Phife Version’이다.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이 매만진 ‘Raphael Saadiq's Remix’ 버전은 이 맥시 싱글에서 가장 값진 트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곡의 서정미를 싹 걷어내고 두터운 베이스를 앞세워 진중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프로덕션은 오리지널 버전과 또 다른 감동을 주고, 페이스 에반스의 후렴구 사이로 히트웨이브(Heatwave)“Mind Blowing Decisions”에서 빌려온 보컬 일부분을 직접 불러서 밀어넣는 사딕의 센스엔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앞의 두 버전이 이 싱글을 사야 하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면, 뒤이어 쭉 이어지는 비요크(Bjork)가 만든 (무려) 3개의 리믹스 트랙들은 소장 욕구에 방점을 찍는다. ATCQ와 비요크라니쉽게 예상할 수 없는, 정말 신선한 조합 아닌가. 자신의 보컬과 페이스 에반스의 보컬을 절묘하게 교차시키고, 파이프의 벌스를 잘라와서 버무리며, 예의 전위적인 구성을 선보이는 ‘Björk's Married to the Mob Mix’가 흡사 “Stressed Out”을 샘플링한 비요크의 앨범 속 인트로 같은 곡이라면, 이어지는 ‘Dandelions Mix’야말로 이 조합에서 기대할 수 있을 비요크 버전의 “Stressed Out”이다.

     

    재지한 브라스 루핑이 전면에 부각되며 단출하게 시작하는데, 첫 번째 벌스와 후렴구가 끝나고 브라스가 변주되는가 싶더니 점점 이질적인 사운드 소스들까지 하나둘 껴들면서 곡은 금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로 바뀌어 절정으로 치닫다가 다시 처음의 정갈한 브라스 위주의 비트로 돌아와 마무리된다. 어찌 보면, 곡의 제목과 가장 잘 어울리는 연출이라 할 수도 있겠다. 마지막에 수록된 ‘Say Dip Mix’‘Dandelions Mix’에서 하이라이트인 그로테스크한 부분을 걷어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끝으로 아래는 곡 링크.


    *Baby Phife Version: http://youtu.be/FFbDG5645dI
    *Raphael Saadiq's Remix:
    http://youtu.be/bFpRX1xVhwY
    *Björk's Married to the Mob Mix:
    http://youtu.be/K9HRiQKq8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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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oulgang (2014-10-04 17:02:10, 218.37.198.***)
      2. 최재호/네 당시 싱글이 CD로도 여러 버전, LP로도 여러 버전이 나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공식, 비공식 등등.. ㅎㅎ 글에서 다룬 건 CD로 나온 맥시 싱글 버전이고요.
      1. 최재호 (2014-10-04 16:23:29, 219.241.225.**)
      2. 저도 이 싱글LP를 갖고 있지만 저는 순전히 딜라때문에 구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더 애착이 가네요~
        다만 제가 가진 LP하고는 트랙리스트가 다르네요.
        A1 Stressed Out (Baby Phife Version-Full)
        A2 Stressed Out (Raphael Saadiq's Remix)
        A3 Stressed Out (LP Version)
        B1 1nce Again (LP Version)
        B2 1nce Again (Jay Dee's Instrumental)
        B3 Stressed Out (Baby Phife Instrumental)

        정보들을 좀 보니 버전이 몇가지 있는것 같습니다
        비요크 리믹스버전 탐나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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