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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쇼미더머니’를 예능으로 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rhythmer | 2014-10-17 | 3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제목부터 랩/힙합 문화에 대한 무지와 무례(disrespect)가 담긴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더는 거론하고 싶지 않았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이야기들을 보다가 신중하게 고심해봐야 할 지점이 눈에 띄어 몇 자 적어보기로 했다. '쇼미더머니' '예능'으로 치부하는 태도에 관해서다.

     

    해당 프로가 끝나고 쏟아진 일부 수준 낮은 연예 매체의 기사들은 차치하고, 힙합 뮤지션들의 발언과 글 쓰는 이들의 논평을 보며, 난 평론가 이전에 힙합 팬으로서 몹시 안타까움을 느꼈다. 프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든, 부정적으로 보는 이든 그들 대부분의 주장에서 핵심이 되는 '예능으로 보면…'이라는 말 때문이다. 왜 이 프로에 애써 '예능'이라는 정체성까지 부여해가며 자기 위안들을 하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든 것이다.

     

    지난 시즌1 때부터 제작진은 '쇼미더머니'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힙합을 위해, 한국힙합의 대중화를 위해'라고 공공연하게 선포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슬로건은 이번 시즌까지도 이어졌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제작발표회에서도 이들은 "욕 먹으면서 힙합이라는 좋은 음악을 대중에게 알려주고 싶어서 만든다."라고 밝혔다(뉴스엔 기사 중). 내부적으로 제작진이 프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공식적인 '쇼미더머니'의 정체성은

    '예능'이 아니라 '한국힙합을 위한 힙합 프로그램'이다.

     

    이것을 뮤지션들이나 글 쓰는 사람들이 '예능으로 보아요.'라고 한다고 해서 '랩을 이용한 예능 프로'가 되는 게 아닌 거다.



     


    실제로 '쇼미더머니'가 시즌을 거듭하며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건 '예능' 이상이다.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게 아니다. 시즌1 2는 그 반향이 힙합 커뮤니티 밖으로 크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3는 달랐다. 그 어떤 시즌보다 막장이라는 평을 들었지만, 그 어떤 시즌보다 흥행 면에서 성공적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이 유독 한국에서만 뮤지션과 방송국 PD들의 숙원 사업이 된 '힙합의 대중화'를 이룩했다거나 힙합의 장르적인 맛을 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힙합팬들만 알던 랩퍼가 공중파 방송에 몇 번 나오고, 많은 사람이 '힙합, 힙합' 한다고 해서 대중화가 되었다고 할 순 없기 때문이다. 대중화를 판단하려면, 필연적으로 실질적인 상업적 성과와 판세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힙합 앨범의 판매량이 높아진다든지, /힙합 뮤지션들이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는 일이 많아진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누이 얘기하지만, 오늘날 많은 이들이 말하는 정도의 대중화라면, 이미 드렁큰 타이거, 에픽하이, 다이나믹 듀오 등에 의해 될만큼 됐다. '쇼미더머니'가 한 일이라면, 일부 출연 랩퍼들의 단기간 음원 수익과 대학교 축제 행사비를 올려준 것 정도다.

     

    중요한 건 어쨌든 '쇼미더머니'가 힙합 커뮤니티를 넘어 대중에게 '힙합'을 전달하는 매개체로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졌다는 사실이고, 이것이 대중화가 아닌, 장르와 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만 잔뜩 쌓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에 출연했거나 지지했던 이들이야 방어수단으로 자기기만을 할 수밖에 없겠지만, 문제의식을 가졌던 이들까지 '예능으로 보면'이라는 발언으로 논점을 피해가는 행위는 다소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능으로써라면, 프로그램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설사 예능으로 보더라도 '쇼미더머니'는 수준이 낮다는 점이다. '내가 좋아하는 랩퍼와 무대를 방송에서 볼 수 있다!'라는 애정 어린 심경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보자. 몇몇 공연 무대를 제외하면, 편집과 연출 면에서 일반적으로 비판받는 삼류 예능 프로의 단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악마의 편집' 논란이고, 이는 다름아닌 출연한 랩퍼들이 스스로 제기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랩/힙합이 비쳐지는 건 괜찮다는 얘긴가? /힙합이 예능으로써 바람직하고 재미있게 소비되는 수준은 차라리 개그콘서트의 '힙합의 신'이 몇 수 위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건 케이블 방송 프로 하나에 한국힙합 씬 전체가 흔들거리고, 힙합 음악과 문화적 측면이 심하게 왜곡되고 있음에도 여기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하는 힙합퍼들이 전무하다는 현실이다. 지난 남성훈 부집장의 칼럼 리드머 첨삭지도 9: '쇼미더머니'가 힙합에 정착한 관용구?( http://bit.ly/1wNDLAm)’를 통해서도 언급했듯이 힙합 음악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 힘쓰겠다는 프로그램의 수장이 힙합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제대로 쌓지 못한 상태로 왜곡된 말들을 쏟아내는 사실만 보더라도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얄팍한지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마 미국힙합 씬이었다면, 많은 뮤지션들이 비판의 화살을 엄청나게 퍼부었을 것이다. 물론, 씬의 내외적으로 얽힌 여러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창작자들이 어째서 이 부분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지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이렇게 장르와 문화가 방송을 통해 기형적으로 소비되는 힙합 씬을 찾기 어렵다는 사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많은 랩퍼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기사에 언급되는 걸 보면서 좋아하며 흥분했고, 일부 힙합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한국힙합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환호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가? (원래부터 힙합 팬이었던 이들을 제외한) 정작 대중들이 환호한 건 랩퍼들이 쏟아내는 막말들과 편집과 얽혀 연출되는 막장 상황극, 그리고 훈훈한 외모 3인방(바비, 아이언, 비아이)의 무대였다는 것을….  

     

    혹자들은 이렇게 외치기도 한다. '쇼미더머니'가 한국힙합의 전부는 아니라고. 물론이다. 당연히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쇼미더머니'에 나간 랩퍼와 나가지 않은 랩퍼로 나뉘어 진다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힙합 씬의 현실에서 이는 정신승리에 가까운 발언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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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ukka (2014-10-29 00:00:03, 110.70.14.**)
      2. 랩진님 어쩌다 이렇게까지 가셨나... ㅠㅜ
      1. 랩의진수 (2014-10-28 12:34:10, 112.155.232.*)
      2. password / 뭔 개솔;; 엘이에 최근에 쓴 곡 게시판에서 없어졌길래 찻아보니까 사람들한테 추천받고 운영자가 스웩 게시판으로 옴겨줬던데;;
      1. DWO (2014-10-23 18:50:48, 124.28.143.**)
      2. 피드백을 받는것은 피드백 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이기때문, 노이즈도 요즘 정말로 많지만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는 글은 깊이 생각해야겠죠..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글이 되길 바랍니다.
      1. Fukka (2014-10-23 16:06:45, 110.70.58.***)
      2. 시장 작고 현실 어쩌고 문제는 이제 엥간하면 다 아는데 글쓴 일권님이 모르고 썼을거 같진 않고요. 그래서 현실이 그렇다고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거도 문제가 많죠. 그래서 이런 칼럼도 나왔었고 http://m.rhythmer.net/src/magazine/feature/view.php?n=14994&p=2
      1. 이재호 (2014-10-23 14:57:40, 175.197.141.*)
      2. 그냥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ㅋㅋㅋ
      1. 이재호 (2014-10-23 14:56:29, 175.197.141.*)
      2. 방법이 옳던 옳지 안던 막상 배고프면 도둑질이라도 하게 되있다. 이와같이 우리나라에서 힙합한다는 것, 아니 음악한다는 것은 도둑질을 불러올 정도의 가난삶을 겪게 되는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쇼미더 머니든 옷을 벗고 쇼를 하든 그들은 떠야 된다. 그래야 그들이 음악을 할 수있는 돈을 버니까. 결국 어떤 상업 미디어가 보다 문제는 이시장 자체가 작고 돈이 안되다 보니 어떤수단이든 사용할 수 밖에 없게되는 현실이다. 이게다 국민이 돈이 없고 시간적 여유가 없다보니 예술문화 시장자체가 10대 여성 위주로 편협해져서 생기는 문제이다.
      1. password123 (2014-10-21 09:29:48, 110.10.74.***)
      2. 랩의진수 / 아 좀 꺼져요;;; 개인의 주관이 들어가있지 않은 칼럼이 어딨어요? 이게 정보전달을 목적으로하는 신문의 기사도 아니고 애시당초 칼럼이 칼럼니스트가 현상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는게 목적인데... 그따위 말도안되는 얘기로 일일이 반박할거면 음악 저널리즘은 왜 존재하는 건지... LE에서도 말도 안되는 얘기하다가 매번 반박당하고 털리시던데 이쯤되면 본인의 내공이 부족한 걸 알때도 되지 않나 어휴;;;;
      1. 우마루짱 (2014-10-20 02:00:07, 114.200.190.**)
      2. 사실 방송 이후에 교실에서 모두가 힙합에 대해 얘기해서 정말 놀란건 ㅛ사실
        하지만 결국 누가누가 잘하나가 나얼이 잘한다 박효신이 잘한다같은것들에서
        랩퍼들으;ㅣ 이름들로 그 자리가 채워지는 그리고 페이스북을 가득채우는 어마한 양의
        shit
      1. A$APmobbdeep (2014-10-17 17:08:37, 39.7.45.**)
      2. 올해 30살된 직장인 헵합팬입니다. 제주변에 힙합에 관심없던 사람들도 이번엔 정말 많이 보더군요.근데 얘기들 들어보면 본문에서처럼 막말과 막장 크리가 웃겨서 본다는 사람들 많았습니다. 다만 훈훈 3인방 얘기는 여자에게만 해당되는거 같고요. 바비나 아이언 얘기만 하더군요.어느정도 현실인 듯한데요.
      1. 랩의진수 (2014-10-17 16:57:41, 112.155.232.*)
      2. 기사 첫번째 줄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편견이 담긴 이 기사를 읽기를 싫지만 -

        농담이고 예전에는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이나 한국힙합 대중화에 대한것 자체를 무슨 자체적으로 설문조사한걸 바탕으로 부정하는 기사도 리드머에서 쓰시고 했는데 두번째 사진 밑에 첫번째 문단에선 쇼미더머니의 영향력에 대해선 어느정도 인정을 하시네요. 근데 이런 기사에서 막장이란 표현은 좀 그렇습니다, 나쁘게 말해서 안좋다 이런게 아니라 이런 체계적인 글에서 좀 애매모호한 단어. 어떤 면에서 막장으로 봤는지 궁금한데 뭐 그게 포인트가 아니긴 하니까. 아무튼 기사 잘 읽었습니다 리드머가 쇼미더머니 싫어하는거야 워낙에 알고 있었고 어떤 생각으로 그러시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글 맨마지막에서 두번쨰 문단의 "그런데 그 사실을 아는가? (원래부터 힙합 팬이었던 이들을 제외한) 정작 대중들이 환호한 건 랩퍼들이 쏟아내는 막말들과 편집과 얽혀 연출되는 막장 상황극, 그리고 훈훈한 외모 3인방(바비, 아이언, 비아이)의 무대였다는 것을…." 이런 표현들과 문장들은 재대로된 근거나 팩트가 아니라 뭐랄까 좀 글 쓰시는 분의 객관적인 의견이 아니라 치우쳐진, 이미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이 간접적으로 표출이 되기에, 생각이 다른 사람이 읽으면 설득이 된다기보다는 그냥 완전 싫어하나보네, 이정도로 글이 읽혀집니다. 아무튼....리드머 게시판 없어져서 좀 아쉽지만 리드머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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