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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강집장의 듣다 죽자: 11월 블랙 뮤직 단평
    rhythmer | 2014-11-28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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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국내 장르 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외 힙합/알앤비 앨범을 소개하는 건 꾸준히 해야겠는데, 매월 쏟아지는 양과 속도를 쫓아가기엔 벅차서 단평 코너를 시작해봅니다. 정식 리뷰와 별개로 매달 비정기적으로 주목할만한 국외 신보 몇 장을 골라서 감상 위주로 캐주얼하게 소개하려 해요. 앨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음악평은 정식 리뷰에서 계속됩니다. 부디 유익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듣다 죽어요~~"

     


    '듣다 죽자'에서 다루는, 그리고 다룰 앨범의 일반적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메인스트림이든 인디든 힙합 팬들에게 잘 알려졌거나 주목받는 뮤지션의 앨범이라면, 좋든 좋지 않든 다룰 예정이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인지도가 부족한 뮤지션의 앨범은 추천할만한 완성도일 때에 한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이를 참고하시면, 더욱 유익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Keyshia Cole - Point Of No Return 2014-10-07

     

    2005년 데뷔이래 거의 2년 주기로 새 앨범을 발표해오며 벌써 6장의 정규작을 보유했으니 키샤 콜(Keyshia Cole)의 창작욕은 알아줘야 한다. 무엇보다 그 완성도 또한 고르게 준수했다는 점과 그녀가 현 알앤비 씬의 중심에서 한 번도 멀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무게감을 더한다. 하지만 [Point Of No Return]은 콜의 커리어에서 최초로 아쉬운 범작이라 할만하다. 트렌드를 무리하게 따르지 않고, ‘90년대 스타일에 기반을 둔 힙합 소울에 일정 지분을 할애하는 등의 음악적 방향성이 여전하며, 보컬의 힘 또한,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곡들은 강박에 메여있고, 단 한 번의 강렬한 순간도 없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작곡에서 비롯된다. 탄탄한 곡의 구성과 더불어 멜로디의 힘이 살아나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앨범 속 곡들의 멜로디는 고갈이 느껴질 정도로 하나같이 귀를 잡아끌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곡이 흐를수록 피로감이 몰려든다.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순 없겠지만, 언제나 직접 곡을 써왔던 키샤 콜이기에 책임을 면할 순 없을 것이다. 너무 타이트한 작업이 문제일까? 어쨌든 지금 그녀에겐 약간의 휴식이 필요해 보인다.


     

    Rapsody - Beauty and the Beast EP 2014-10-07

     

    메이저에서 니키 미나즈(Nicki Minaj)와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가 여성 랩퍼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인디에서는 랩소디(Rapsody)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랩퍼 중 한 명이다. 특히, 그녀는 프로듀서 나인스 원더(9th Wonder)의 식구가 된 이후부터 더욱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했는데, EP도 그로부터 나온 산물이다. 그리고 본작에서도 정규 데뷔작이었던 [The Idea of Beautiful]과 일련의 믹스테입에서 드러난 그녀의 음악적 방향성, , 소울풀한 룹에 기반한 전통적인 샘플링 작법 위에서 '90년대 여성 리리시스트(Lyricist)의 계보를 잇는 행보는 여전히 이어진다. 나인스 원더, 크라이시스(Khrysis), 에릭 쥐(Eric G), 놋츠(Nottz) , 더 소울 카운슬(The Soul Council)의 프로덕션이 주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번 EP 역시 제한된 스타일 안에서 얼마나 그 감흥을 극대화했느냐가 관건이다. 일단 랩소디의 랩은 흠잡을 곳이 없다. 라임의 구조를 겹으로 쌓고, 수준 있는 은유와 말장난을 곁들이며, 힙합의 문화적 측면에 기대어 뱉는 그녀의 랩은 랩소디를 향한 지지가 단지 오늘날 여성 랩퍼의 품귀현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다만, 평이하게 일관한 프로덕션은 단점이다. 랩소디의 음색과 플로우 스타일 자체가 다소 낮고 차분하게 진행되는 편인데, 소울 카운슬의 탁한 질감의 비트만 연속되다 보니 한 번의 강렬한 지점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진입할수록 지루함이 유발되는 것도 이 탓이다. 전반적으로 탄탄한 느낌이 들긴 하나 이제 랩소디도 근사한 앨범을 한 장쯤 보유해야 할 시기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가시질 않는 작품이다. 

     

    Diamond District – March On Washington 2014-10-14

     

    아폴로 브라운(Apollo Brown)과 함께 멜로 뮤직 그룹(Mello Music Group)의 주력 프로듀서(이자 랩퍼)로 활약 중인 오디씨(Odisee)를 주축으로 재능 있는 두 랩퍼 업타운 엑스오(Uptown XO)와 와이유(yU)가 뭉친 그룹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Diamond District)가 빛나는 건 비단 ‘90년대 붑 뱁 사운드를 잘 구현해서만이 아니다. 그들은 신구를 통틀어 오늘날 앨범 한 장을 할애하여 사회,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몇 안 되는 힙합 뮤지션이며, 무엇보다 이를 탄탄한 랩으로 뱉을 줄 아는 랩퍼들이다. 데뷔작 [In The Ruff] 이후, 5년여 만에 발표한 이번 새 앨범에서 역시 이들의 성향과 음악적 방향성은 바뀌지 않았다. 1963년에 있었던 역사적인 민권운동행진을 상기시키는 타이틀에서부터 앨범의 성격을 대놓고 드러내는 본작에서 세 랩퍼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잔존하는 차별과 부당한 처우, 그리고 정치적 허점들을 끄집어내고 파고든다. 철저하게 그 범위를 멤버들의 연고지인 워싱턴 안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결국 이것이 미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는 지점에서 쾌감은 더하다. 특히, 가사적으로 멤버 각각 주제를 다루는 태도와 강도, 예를 들어 진중함으로 일관하느냐, 진지함과 가벼움을 적절히 배분하느냐 등에서 미세한 차이를 발견하는 건 또 하나의 재미다. 그러나 샘플링을 비롯한 작법상의 기술적 완성도가 탄탄하다는 걸 넘어서 깊은 감흥을 남기는 비트가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 그래서인지 계속 끌어당기는 맛은 덜하지만, 랩이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주는 작품으로써 매력이 상당하다  


     

    Boyz II Men – Collide 2014-10-21

     

    비록, 전성기가 한참 전에 지난 데다가 장르 팬들의 관심에서조차 멀어졌지만, ‘90년대 알앤비 씬을 향유해온 이들에게 보이즈 투 맨(Boyz II Men)은 여전히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그러나 데뷔 20주년을 기념했던 전작으로부터 약 3년 만에 발표된 이번 새 앨범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들이 본작에서 택한 건 다양한 스타일을 망라하는 것이다. ‘6-70년대로 대표되는 고전 소울 음악부터 작금의 어반한 미디엄 템포 트랙과 팝 소울이 산재해있다. 심지어 “Already Gone”에선 ‘80년대 팝 발라드를, “As Long As I’m With You” 같은 곡에선 무려 컨트리 팝까지 아우른다. 문제는 곡들이 전혀 감흥을 안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프로덕션과 보컬 어레인지는 클리셰에 잔뜩 얽매여 있고, 무엇보다 보이즈 투 맨의 음악을 듣고 기대감을 놓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이유인 화음과 멜로디의 힘을 느낄 수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멜로디 구성에서 옛 한국가요의 고질적인 신파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 놀라움을 안기는 “Losing Sleep”은 그들의 커리어 최악의 싱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두왑(Doo Wop) 스타일을 구현한 “What Happens In Vegas"만이 진흙 속의 꽃처럼 피어있다. 본작의 유일한 성과라면, 그들의 옛 앨범들을 다시 찾아 듣게 했다는 거다.


     
    Dionne Warwick - Feels So Good 2014-10-27

     

    여성 뮤지션 중에서 아리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다음으로 차트에 가장 많은 싱글을 올린 디바, 디온 워윅(Dionne Warwick)은 데뷔작을 낸 1963년이래 단 한 번도 창작 활동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그리고 그 덕에 우린 또 한 장의 새로운 워윅의 정규 앨범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본작은 듀엣 앨범을 컨셉트로 하여 완성됐다. 글래디스 나이트(Gladys Knight), 신디 로퍼(Cyndi Lauper), 빌리 레이 사이러스(Billy Ray Cyrus) 등의 긴 커리어를 지닌 베테랑부터 씨로(Cee Lo), 마야(Mya), 니요(Ne-Yo), 제이미 폭스(Jamie Foxx) 등등, 워윅의 한참 후배 뮤지션들이 매곡에서 그녀의 깊고 아늑한 보컬과 호흡을 맞추며, 신구의 조화를 꾀하기도, 워윅의 지난 명곡에 새 생명을 불어넣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이 단순한 히트곡 재탕이 아니라는 건 리듬감 있는 편곡과 적절한 두께로 쌓은 코러스가 돋보이는 “Close To You”나 컨템포러리 재즈 스타일로 분위기 있게 재해석된 “A House Is Not Home” 같은 곡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Walk On By"가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참으로 여유롭고 따뜻한 작품이다.  


     

    Havoc – 13 Reloaded 2014-11-18

     

    이제 해복(Havoc)에게 '예전만 못하다.'라든가 '한물갔다.'라는 말은 더 이상 해선 안 될 듯하다. 기나긴 내리막을 걷던 그는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솔로 앨범 [13]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고,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몹 딥(Mobb Deep) [The Infamous Mobb Deep]으로 예전의 아우라를 회복했으며, 이번 새 솔로 앨범에서 그 모든 것이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13]에 이어 다시금 '(전성기적 해복의 사운드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본작은 그만큼 탄탄한 프로덕션과 성공적인 향수 자극으로 완성됐다. 앨범 전반에 걸쳐 프로덕션에 스며있는 해복 특유의 우중충하고 우수 어린 감성은 그가 경험하고 곡을 쓰며 떠올렸을 거리의 모습을 듣는 이의 머릿속에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이미지화하고, 그 안에서 랩을 빌어 펼쳐지는 거리의 이야기들이 비트와 동화되어 각각의 챕터를 만든다. 가사적으로 다소 투박한 묘사와 단조로운 구성의 설계는 전작에 이어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지만, 프로덕션과 랩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편의 스산하면서도 애잔한 영화적 무드를 괜찮게 연출한다는 점에서 큰 흠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더불어 본작에는 QB 힙합의 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큰 감흥을 느낄만한 지점이 몇 존재하는데, 같은 제목과 소재의 곡을 발표했던 코메가(Cormega)를 초대하여 세상의 풍파 속에 사라져간 동료들을 추모하는 “Fallen Soldiers”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제 우리가 해복을 잊어선 안 될 이유가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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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양지훈 (2014-11-30 17:07:45, 61.255.31.**)
      2. 보이즈투멘의 앨범은 제가 올해 들어본 모든 알앤비 앨범 중에서 최악입니다. 곡 하나하나를 들을 때마다 [아 이건 뭐지... 아... 아 또...] 이런 식으로 탄식을 반복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1. 할로윈1031 (2014-11-29 04:37:47, 125.139.11.**)
      2. 와.. 예전에 해복 1,2집 나왔을때쯤엔 거의 도망가고 싶을 정도 였는데 요즘 완전히 회복하신거같아 진짜 행복합니다.
      1. Fukka (2014-11-29 00:06:26, 110.70.27.**)
      2. 아 진짜 보이즈투맨은.. ㅠㅠ
      1. 블랙맘바 (2014-11-28 23:59:05, 118.36.243.***)
      2. 보이즈투맨 1번 트랙 Me, myself and I를 전 신나게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곡들은 거의 손이 안가네요.. 오랫만의 부활인데 ㅠㅠ
      1. stereols (2014-11-28 10:02:05, 183.110.19.***)
      2.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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