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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4 ‘리드머’ 국외 알앤비 앨범 베스트 20
    rhythmer | 2015-01-07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를 선정한 ‘2014 국외 알앤비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2014년 국외 알앤비 씬 역시 메이저와 인디에서 고르게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온 해가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힙합 씬과 달리 절대 강자들이 없어서 선정에 더욱 애를 먹었습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3 12 1일부터 2014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아무리 신곡만으로 구성되어 있더라도믹스테입(Mixtape)’은 제외하였습니다. , CD, 혹은 디지털로 정식 유통된 경우에는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무료 공개지만, 정규 앨범, EP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앨범들은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1차 투표에서 꽤 높은 점수를 얻었던 에프케이에이 트윅스(FKA Twigs)의 앨범 [LP1]은 훌륭한 작품이지만, 해당 뮤지션이 "fuck alternative R&B!"라며 알앤비 장르 안에서 논의되는 걸 부정한 바, 필진들의 판단 아래 후보군에서 제외하였습니다. http://www.nme.com/news/various-artists/79079






    20. Daniel Caesar - Praise Break EP

     

    Released: 2014-09-18

    Label: n/a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의 본작은 짧은 EP이지만, 앨범을 통해 이 뮤지션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고, 앞으로 무한한 재능을 펼칠 수 있으리란 기대 또한 품기에 충분하다. 그는 화려하기보다 차분하고 진지하며, 작위적이지 않다. 자연스럽게 그의 내면을 끌어내어 표현하였고, PBR&B에 상당부분 기대고 있기는 하나, 시대적 흐름이나 현재 유행하는 음악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태도가 이 앨범을 더욱 빛나게 한다. 짝사랑하던 소녀를 향한 노래인 “Violet”은 그의 모습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데, 여러모로 본작은 다니엘 시저가 비슷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선배들인 위켄드(The Weeknd), 하우 투 드레스 웰, 파티넥스트도어(Partynextdoor)의 아류가 아님을 증명한다. 감칠맛나게 하는 트랙 수가 아쉬울 정도로 좋은 무드와 완성도 높은 곡들로 가득한 이 앨범은 또 한 명의 걸출한 캐나다 출신 소울 뮤지션의 발견이며, 올해 알앤비 씬을 윤택하게 한 수확이다.

     



    19. Mali Music – Mali Is...

     

    Released: 2014-06-17

    Label: RCA

     

    [Mali is...]는 앨범 명처럼 말리 뮤직(Mali Music)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켜 준 앨범이었다. 물론, 앨범이 청자에게 인식되기까지는 그의 기본기와 음악적 감각, 이해도가 바탕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지만, 전반적으로 꽤 괜찮은 내용물로 음반이 꾸려진 것 역시 결정적이었다. 말리 뮤직은 모든 장르에 대한 소화력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종교적인 색깔이 담긴 힙합과 레게는 물론, 추세에 따른 PBR&B까지를 총망라했다. 또한, 이러한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안정감 있고 산만하지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조화로웠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말리는 능숙한 장르의 차용과 익숙한 내용 전개의 가사가 아닌 인생에 대한 철학적인 가사와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음악에 대한 욕심과 자신감을 공표하였다. 그의 용기 있는 선택과 사상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18. George Tandy. Jr - The Foundation

     

    Released: 2014-07-29

    Label: RedStar Entertainment

     

    힙합 댄서와 바리스타를 거쳐 인디 레이블 레드스타 엔터테인먼트(RedStar Entertainment)와 계약한 신예 조지 텐디 주니어(George Tandy. Jr)의 이 첫 앨범은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동시에 각인시킬 만큼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서정적인 무드를 강조한 컨템포러리 알앤비 사운드가 지배적인 가운데, 악기와 연주의 생생한 질감, 그리고 미려한 멜로디가 잘 살아있는 곡들이 수놓고 있다. 특히, 클리셰와 진부함을 효과적으로 피해가는 구성과 멜로디에서 뮤지션의 영민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앨범에서 얼굴마담 역할을 하는 피아노가 강조된 팝 소울 트랙들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 조지 텐디 주니어의 보컬이 뿜는 매력 또한, 상당하다. 곡의 전개상 감정이 고조되는 부분에서도 절대로 과하게 치고 나가는 법 없이 능수능란하게 강약을 조절하며, 감정을 표현하는데, 더불어 순간순간 감지되는 미세한 떨림은 그의 보컬적 매력을 더하고 듣는 이를 녹이는 결정적 요소이다. 잘 만든 앨범을 통해 데뷔와 함께 장르 팬들의 시선을 잡아두는 데 성공한 셈이다.


     

    17. Jesse Boykins III - Love Apparatus

     

    Released: 2014-11-18

    Label: Empire Distribution Corp.

     

    초창기부터 일렉트로닉한 사운드와 결합에 적극적이었던 제시 보이킨즈(Jesse Boykins III)의 이번 앨범은 크게 보자면, 네오 소울 범주에 들기는 하나, 사실 이렇다 하게 특정 범위를 따질 수 없는 갖가지 요소가 접목한 앨범이다. 일렉트로닉하기도 하고, 소울풀하기도 하며, 어떻게 보면 굉장히 팝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다. 난해한 듯하면서도 일정한 규칙을 따라 움직이는 이 앨범은 사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종류의 것은 아니다. 편하게 앉아 느긋한 마음으로 듣기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고, 긴장하며 듣게 하는 종류에 가깝다. 앨범 전체를 채운 유려한 멜로디와 일정한 비트의 전자사운드는 60년대 펑크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했으며, 이것은 현재 유행하는 PBR&B와는 또 다른 스타일로 표현이 되었다. 꾸준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음악을 해온 그의 지지대는 [Love Apparatus]를 통해 더욱 견고해졌으며, 가장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한 알앤비 앨범으로 입증했다.


     

    16. Avery Sunshine – The Sunroom 

     

    Released: 2014-05-27

    Label: Shanachie

     

    싱어송라이터 에이버리 선샤인(Avery Sunshine)이 데뷔작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이 앨범은 기본적으로 옛 소울 음악의 정취에 기대어 있다. 하지만 주로 '60-70년대 소울과 펑크의 정수를 파고들거나 구현에 집중하는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노선에서는 살짝 비켜나 있다. 당대 소울에 근간을 두되 대중친화적인 사운드와 달짝지근한 멜로디가 버무려져 있는데, 그 조화가 적절하다 보니 장르팬이 아니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장르적 감흥 또한, 고스란히 살아나는 절묘한 순간을 연출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듣는 이를 포근하게 감싸는 그녀의 보컬이다. 대부분 곡에서 보드랍게 스치는 보컬을 통해 과하지 않게 감정을 담아내는데, 리듬부를 따라 보컬을 전개하는 감각과 적절한 순간에 강약을 조절하는 지점에서 소울풀한 감흥이 물씬 묻어난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음악과 더불어 새삼 알앤비에서 보컬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느끼게끔 해주는 앨범이다.


     

    15. Pharrell Williams – GIRLS

     

    Released: 2014-03-03

    Label: Columbia

     

    길다면 긴 세월 동안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퍼렐(Pharrell Williams)의 음악 스타일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그리 큰 변화를 맞이한 적이 없었다. 물론, 왕성한 활동량으로 다양한 작업에 참여했고, 이런저런 장르에 발을 담그기도 했지만, 건조하게 부각되어 카랑카랑하게 몰아치는 신스음과 단단한 리듬은 그의 이름이 올라 있는 음악에서 항상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그러한 특징들이 기본 바탕에 깔렸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좀 더 힘을 뺀 느낌인데다가 힙합의 비중이 줄어들고, 대신 펑크(Funk)에 대한 세련된 해석과 댄스 뮤직이 더 중심축으로 이동해 들어왔다. 그가 다프트 펑크(Daft Punk)에서 로빈 시크(Robin Thicke)로 이어지는 싱글 라인을 통해 드러냈던 디스코와 펑크에 대한 애정은 현대의 사운드와 절충을 거쳐 한 장의 앨범으로 빛을 발했고, 넘치도록 받아온 세계 여성 팬들의 애정에 대해선 타이틀에서부터 전곡에 이르기까지 앨범 통째로 '무한 여자사랑과 존중심'에 초점을 맞춘 컨셉트로 보답했다. 사실 그동안 퍼렐이 주조했던 획기적이고 번뜩이는 결과물들을 생각해보면, 본작이 주는 첫인상은 그리 강렬하지 않다. 하지만 다소 평범한 듯 느껴지는 앨범의 모든 요소가 들을수록 퍼렐이라는 이름 아래 특별해진다는 것이 가장 절묘한 지점이 아닐까 싶다.


     

    14. Toni Braxton & Babyface - Love, Marriage & Divorce

     

    Released: 2014-02-04

    Label: Motown

     

    90년대 토니 브랙스톤(Toni Braxton)과 베이비페이스(Babyface)의 리즈 시절, 더불어 영화 [Boomerang] OST에서 'Give U My Heart'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이 앨범은 발매된 것 자체가 가슴 벅찬 사건이었다. 그만큼 그와 그녀의 듀엣 앨범은 실로 오랫동안 수많은 알앤비 음악 팬의 애간장을 태운 끝에 나왔다. 그리고 각자 뮤지션이기에 앞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겪은 사랑의 드라마(만남결혼이혼)를 기반으로 완성한 본작에서 첫 듀엣으로부터 흐른 22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흐뭇하고 아름다운 음악적 화합을 보여준다. 한동안 예전의 감각을 잃은 듯 느껴졌던 베이비페이스는 전성기로 회귀까지는 아닐지언정 여전히 탁월한 멜로디와 분위기 메이커로서 재능이 살아있다는 걸 증명했고, 한때 모든 것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를 고려했던 토니 브랙스턴 역시 특유의 농도 짙고 허스키한 보컬의 힘을 선보이며, 다시금 보컬리스트로서 날아오른다. 특히, 본작에 담긴 가슴을 포근하게 감싸는 멜로디와 매혹적인 선율에 화답하는 농염한 보컬은 근래 메이저 알앤비 씬에서는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감흥을 자아낸다. 이 앨범은 '90년대 알앤비의 탁월한 재현'을 넘어 당대 알앤비 음악에 심취하여 가슴 한편에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의 가슴 한편에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심었다.


     

    13. August Alsina – Testimony

     

    Released: 2014-04-15

    Label: ISLAND / DEF-JAM

     

    뉴올리언스 출신의 알앤비 뮤지션 어거스트 알시나(August Alsina)가 올해 초 발표한 첫 정규 앨범은 그의 탁월한 음악적 감각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앞서 발매된 수준급의 EP를 비롯한 일련의 믹스테잎들을 통해 알앤비와 힙합 사이의 경계를 절묘하게 가로지르며, 자기 색깔을 성공적으로 각인시킨 그는 이번 앨범에서 역시 섹스와 마약으로 점철된 거리에서의 삶을 생생히 묘사하고 여기에 대한 속마음을 여과 없이 꺼내 보이는데 집중한다. , 지난 EP의 동어반복에 그치는 함정을 효과적으로 피해가면서 보다 자기고백적이고 디테일한 이야길 담고자 한 흔적이 돋보인다. 그 속에서 쓰라리고 고단했던 과거의 뼈아픈 기억들을 숨기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이를 정면에서 마주하고 음악을 통해 승화시키려는 진솔한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알앤비와 힙합적인 요소들이 적절히 결합된 준수한 비트와 잘 짜인 멜로디 위에서 여과되지 않은 거친 가사를 뱉으며 유려하게 흘러가는 보컬 또한, 매력적이다. 랩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전해지는 이야기의 맛과 탄탄한 프로덕션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12. Kelis – Food

     

    Released: 2014-04-22

    Label: Ninja Tune

     

    [Food]는 메인스트림 알앤비의 선두에 섰던 켈리스(Kelis)에게 한숨의 여유와 느긋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앨범이다. 요란한 비트보다는 풍성한 브라스가 그녀의 다이내믹한 그루브를 표현했으며, 허스키하고 금속성이 강한 목소리는 빈티지한 사운드와 더할 나위 없이 조화를 이루며 앨범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과거의 음악들을 그대로 재현해 내는 단조로운 방식이 아닌, 얻어낸 영감을 현재에 맞춰 세련되고 도시적인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고, 이는 지금까지 표현된 과거의 색채가 가득한 앨범 중 몇 안 되는 가장 현대적인 앨범으로 [Food]를 소화해 낸 것이다. 무엇보다 티브이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의 데이브 시텍(Dave Sitek)에게 프로덕션을 일임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로써 “Milkshake”로 기억되던 그녀의 음악은 새로운 음악으로 치환되었고, 이는 대중들에게 완벽한 신뢰를 얻어냈다. 자칫 잘못하면 고리타분해질 수 있는 빈티지한 사운드는 뻔한 방식이 아닌 메인스트림을 주도하던 그 자세 그대로 세련된 사운드로 버무렸고, 여기에 음악적 깊이가 더해져 단지 퍼포머로서가 아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녀의 재능이 마음껏 발휘되었다.


     

    11. Teyana Taylor – VII

     

    Released: 2014-11-04

    Label: GOOD Music

     

    테야나 테일러(Teyana Taylor)가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굿 뮤직(GOOD Music)과 계약했을 때 데뷔 앨범의 구성은 다소 뻔하리라 예상했다. 칸예는 분명 최고의 뮤지션이지만, 그의 앨범을 제외하면 레이블 차원에서 나온 앨범 중 프로덕션 면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VII]는 매우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줬다. 특히, 칸예가 뒤로 빠지고 테일러에게 작업의 권한을 쥐여준 게 눈에 띄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바람직한 결과를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작금의 트렌드인 PBR&B 사운드와 2000년대식 힙합 소울, 그리고 보컬의 힘을 강조한 알앤비 음악이 전체적인 무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혼재되어 메인스트림 알앤비 앨범으로써 외양을 잘 갖췄고, 잘 짜인 보컬 어레인지와 멜로디, 관능적인 사운드, 매혹적인 보컬이 어우러져 탄탄하게 내면이 꾸려졌다. 특히, 초반부는 상당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올해 가장 돋보인 데뷔 앨범 중 한 장이라 할만하다.


     

    10. Prince - Art Official Age

     

    Released: 2014-09-30

    Label: NPG

     

    음악계에서 이른바 '혁신'이라는 키워드의 대명사였던 프린스(Prince)지만, 그처럼 방대한 커리어를, 그것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어온 뮤지션이라면, 이제 새롭거나 대안적인 결과물을 평가의 잣대로 들이대는 건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차치하더라도 이전까지 연속된 두 작품 [Lotusflow3r / MPLSound] [20Ten]은 실망스러웠으나 어쨌든 관건은 좋은 음악을 얼마나 꾸준히 만들어내느냐가 되어야 할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이번 앨범은 프린스가 단지 '왕년에 어마어마했던' 걸로 연명하는 부류로는 전락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에 다시 한 번 방점을 찍는다. 본작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소울과 펑크(Funk) 스타일을 기조로 작금의 일렉트로닉 음악적 요소가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으며, 슬로우잼과는 또 다른 영역을 점하고 있는 프린스식 섹슈얼 알앤비 음악들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그야말로 '90년대의 프린스를 느낄 수 있는 한편으로 오늘날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프린스의 감각을 체감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한때 잠시 주춤했던 그는 이렇게 잘 만든 음악을 통해 다시 한 번 '거장'이라는 칭호가 그저 옛 영광에 기대어 얻은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9. How to Dress Well - What Is This Heart?

     

    Released: 2014-06-23

    Label: Weird World

     

    2010년 데뷔 이후 기복 없는 성과를 이어온 PBR&B 아티스트 하우 투 드레스 웰(How To Dress Well)은 올여름 발매된 세 번째 정규작을 통해 다채로운 재능과 역량을 다시금 증명했다. 각종 장르를 버무린 독창적인 팝 사운드는 알앤비의 소울풀한 감성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전 앨범들 못지않은 진한 감흥을 선사하고, 곧 부서질 듯 여리면서도 생기를 잃지 않는 보컬 역시 여전히 우아하며 매혹적이다. 그는 기존에 즐겨 사용해 오던 가지각색의 전자음들을 한층 더 노련하게 활용하면서 쓸쓸하면서도 아득한 특유의 정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냈으며, 그 외에도 세련된 기타 연주나 웅장한 현악 선율, 그리고 몽환적인 보컬 샘플 등등, 다양한 음악 소스들을 적극 수용하면서 보다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여성스런 섬세함과 남성다운 기품을 고루 갖춘 하우 투 드레스 웰의 미성은 앨범 내내 존재감을 잃지 않는데, 한없이 외롭고 불안하지만, 침착하게 고통에 맞서며 삶에 대한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는 그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이 음성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고 이는 어느 때보다 진한 감동과 희열을 안긴다. 더불어 그는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간결하지만 중독성 있는 후렴구를 앨범 적재적소에 배치하면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을 영리하게 덜어냈고 개별 곡들에 대한 깊은 감상과 몰입까지도 가능케 하였다.    


     

    8. Sharon Jones and the Dap kings - Give the People What They Want

     

    Released: 2014-01-14

    Label: Daptone

     

    레트로 소울을 기반으로 한 앨범은 어느 정도 흥행을 보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 완성도가 보장되었을 때 이야기지만, 장르 자체가 웬만한 내공을 가지고는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 보니 물리적인 수는 얼마 되지 않으나 나오는 앨범 대부분은 일정 수준 이상의 감흥을 선사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브루클린의 펑크/소울 밴드 샤론 존스 앤 더 댑킹스(Sharon Jones And The Dap-Kings)의 본작은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노선을 걷는 작품 중에서도 좀 더 높은 위치를 점할만하다. 무엇보다 이들이 비슷한 방향성을 보인 기존의 뮤지션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모든 부분에서 당대(주로 1960~1970년대)의 소울을 100% 그대로 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옛 모타운 사운드에 기반을 둔 이번 앨범 속에도 보컬 어레인지부터 스타일, 곡의 구성은 물론, 지금처럼 녹음 기술이 발달하기 전의 아날로그 사운드(대표적인 예로 악기당 한쪽에서만, 예를 들어 왼쪽에선 드럼, 오른쪽에선 기타만 들리는)가 고스란히 살아있다. 여기에 전작들보다 대중 친화적인 멜로디 라인이 가미된 점이 눈에 띈다. 그야말로 믹싱, 마스터링에 이르는 사운드의 세세한 부분까지 소울의 시대를 완벽하게 재건하려는 시도가 감탄을 자아내는 앨범이다.


     

    7. Ben l'Oncle Soul - A Coup De Reves

     

    Released: 2014-09-02

    Label: Motown

     

    프랑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벤 롱클르 소울(Ben L`Oncle Soul)이 옛 소울에 대한 애정으로 빚은 데뷔 앨범 [Ben L`Oncle Soul]은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보컬의 힘을 고스란히 증명하는 작품이었다. 아트워크부터 창법, , 편곡,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우러나오는 60년대와 70년대 초반까지의 모타운 소울은 실로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성공한 데뷔작 이후, 다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온 이번 정규 2집 역시 약 4년이라는 기간이 단번에 수긍될 정도로 탁월한 소울이 그득하다. 그는 관악과 건반을 주로 하여 당대의 스타일과 사운드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와중에 좀 더 다이내믹한 편곡과 세련된 노랫말을 통해 단순한 재현과 차별화하는 지점을 만들고, 이전처럼 영어와 불어를 (혼용이 아닌 곡에 따라) 양분한 보컬을 선사한다. 특히, 기본 음색 자체가 워낙 소울풀하지만, 감정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며 곡을 지배하는 보컬은 들을수록 깊은 맛을 더하는데, "You Got My Back"은 이를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곡이다. 지난 데뷔작에 이어 [A Coup De Reves] 또한, 2000년대 나온 '레트로 소울 지향 앨범' 중 손 꼽을만하다.


     

    6. Fatima - Yellow Memories

     

    Released: 2014-05-12

    Label: Eglo Records

     

    밴드 플로팅 포인츠 앙상블(Floating Points Ensemble)의 보컬로 활동을 시작했던 영국 출신의 파티마(Fatima)가 발표한 이 솔로 앨범은 밴드 형식의 음악을 취하면서도 좀 더 재기 발랄한 방식으로 자신을 분리했다. 밴드의 보컬리스트로 활동했던 때보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더욱 디테일해졌고, 선명해졌으며, 그녀의 재능이 십분 발휘된 느낌이다. 참여한 프로듀서들의 성향이 그렇듯이 일레트로닉한 다운템포에 많은 부분 기대어 있으며, 가벼운 터치의 비트와 몽환적인 무드는 얼핏 현재 유행하는 PBR&B와 닮은 듯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네오 소울의 성향을 십분 살리고 있는 파티마는 그들을 연상하게 하면서도 오롯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또한, 사운드에 가장 집중한 듯하면서도 멜로디 라인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는 부분이 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잠깐 정신을 팔면 놓치게 되는 기승전결 없는 흐름이 아닌 선명한 멜로디 구성은 아마도 그녀가 보컬리스트이기에 해야 할 필연적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든 폭발적인 가창력보다는 매끄럽고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보컬 기술이 앨범 속 음악과 잘 맞물린다.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얼터너티브 소울 사운드로 꽉 채운 본작은 데뷔 앨범의 신선함과 패기, 의욕, 진지함을 모두 갖추었다. 무엇보다 작가주의적 사운드로 점철되었지만, 네오 소울 부흥기가 일찌감치 끝나버린 게 아쉬울 정도로 상업적인 힘 또한 느껴지는 작품이다.


     

    5. Faith Evans - Incomparable

     

    Released: 2014-11-24

    Label: Bmg Rights Managemen

     

    첫 싱글 “I Deserve It”부터 ‘90년대 중후반의 샘플 룹(Loop)에 기반한 힙합 소울을 들고나오며, 노골적으로 앨범의 색깔을 암시했던 본작은 알앤비가 EDM, 혹은 팝과 본격적으로 끈끈한 유대를 형성하기 전까지의 음악, 에반스의 커리어에서 보자면, 가장 돋보였던 두 작품 [Faith] [Faithfully]에 맞닿아있다. 전통적인 샘플링 작법과 룹을 중심으로 한 곡들은 물론, ‘90년대 알앤비 특유의 그윽한 감성과 멜로디를 품은 곡이 가득한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페이스 에반스의 보컬이 압도적인 감흥을 선사하는데, 그녀 혼자 제작총지휘를 맡은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야말로 'Incomparable'이라는 타이틀의 의미가 무색하지 않은 작품이다. 페이스 에반스가 굉장히 탄탄한 커리어를 꾸려온 아티스트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돋보이는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그러한 커리어 내에서도 대표격이었던 두 앨범 [Faith] [Faithfully]의 감흥을 재현하면서도 전반적인 완성도는 그보다 살짝 우위를 점한다. 최소 13년 전에서 최대 20년 전의 향수에 기대어 있지만, 전혀 시대착오적이지 않으며, 흠잡을 곳 없는, 들으면 들을수록 진한 향기가 풍기는 앨범이다.


     

    4. Beyonce – Beyonce

     

    Released: 2013-12-13

    Label: Columbia

     

    사전 홍보 없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날아든 비욘세(Beyoncé)의 본작은 벼락의 충격처럼 파격적인 시도로 다시 한 번 대중을 놀라게 했다. ‘비주얼 앨범(Visual Album)’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이 전 트랙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함으로써 단조로운 커버와 대조를 이루며 오디오 앨범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것이다. 단지 들려주는 것에만 멈추지 않고, 트랙에 이미지를 씌우면서 감상의 폭을 넓혔고, 대중이 아닌 그녀가 이 곡을 통해 선사하고 싶었던 의도와 영상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그야말로 최고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메인스트림 앨범을 만들었다. 팀발랜드(Timbaland),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 더 드림(The-Dream) 등등, 비욘세의 유명세에 어울리는 스타 프로듀서들은 각자의 스타일로 '비욘세'라는 하나의 이름아래 층을 이룬다. 그 결과 앨범에선 다채로움과 함께 놀라운 집중력이 느껴지는데, 여기엔 프로듀서들의 역량이 차지하는 부분도 크지만, 그 중심에 비욘세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단언컨대 [Beyoncé]는 그동안 그녀가 발표한 앨범 중 가장 세련되고 가장 사랑스러우며, 가장 섹시한 앨범이다. 퍼포머, 뮤지션으로서 정점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번 앨범은 비욘세 개인으로서 성과는 물론이고, 대중에게도 더없이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3. Eric Roberson – The Box

     

    Released: 2014-08-12

    Label: Liaison Records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었던 2011년 작 [Mister Nice Guy]에 이어지는 이번 새 정규 앨범에서도 에릭 로버슨(Eric Roberson) '인디 소울의 제왕'이라는 칭호에 어울리는 탁월한 음악을 들려준다. 알앤비의 전 시대를 아우르고, 트렌드를 거스르면서도 세련된 감각은 잃지 않는 프로덕션과 특유의 포근하고 나른한 무드를 조성하는 보컬이 만나 탄탄한 만듦새의 곡들을 탄생시켰는데, 그러니까 본작의 곡들은 특정 시대를 떠올리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거기서 벗어나 있고, 또 잠시 후엔 다시 특정 시기의 흥취를 불러일으키는 오묘한 매력을 품고 있다. 더불어 육체적 사랑보다는 정신적 사랑에 좀 더 무게감을 두는 로맨티스트로서 사랑의 기쁨과 낭만뿐만 아니라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여러 솔직한 감정과 위험을 능숙하게 풀어내는 가사, 그리고 전작보다 계산된 듯함에도 작위적이지 않고 매끄럽게 흐르는 멜로디 역시 인상 깊다. 그가 구축한 '블루 에로 소울(Blue Erro Soul)'은 이번에도 알앤비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2. Liv Warfield - The Unexpected

     

    Released: 2014-02-18

    Label: 860 Property, LLC

     

    프린스(Prince)의 백업 그룹 더 뉴 파워 제너레이션(The New Power Generation)의 멤버이기도 한 싱어송라이터 리브 워터필드(Liv Warfield)가 무려 8년 만에 발표한 이 두 번째 앨범은 아티스트로서 그녀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할만한 작품이다. 프린스가 제작총지휘를 맡은 작품답게 알앤비/소울과 록이 이상적으로 결합하여 때에 따라 강렬하고 달콤하며, 사이키델릭한 기운이 가득 어리고, 실제 악기들이 차지게 맞물린 연주가 생동감을 더한다. 하드 록 성향이 강조되고 작가 주의를 어필하려는 듯한 대곡 구성의 트랙이 초반부를 달구다가 점점 그윽한 소울로 마무리되어 가는 앨범의 흐름도 흥미로운데, 이 모든 매력적인 지점의 중심엔 리브 워터필드의 황홀한 보컬이 있다. 곡의 스타일과 무드에 따라 자유자재로 강약과 음색을 조절하는 부분에선 그야말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 록적인 곡에서 힘을 잔뜩 실어 지를 때에도, 옛 소울과 펑크에 기반한 곡에서 소울풀한 창법을 과시할 때에도, 슬로우 잼에서 음악 사이를 여유롭게 가로질러 갈 때에도, 그녀의 보컬은 매 순간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더불어 인종적 정체성에 기반하여 쓴 몇몇 의식 있는 가사는 보컬과 프로덕션이 주는 만족감에 짜릿함을 더한다. 커버 아트워크만큼 참으로 강렬하고 타이틀만큼 정말 예상 밖의 감흥을 선사한 앨범이다.


     

    1. Tinashe – Aquarius

     

    Released: 2014-10-07

    Label: RCA

     

    단연 올해 가장 돋보인 신예 중 한 명인 티나셰(Tinashe)의 이 정규 데뷔작은 예상대로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침잠된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음에도 '포화상태에 가까운 스타일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관건을 성공적으로 해결한다. 예상보다 더 꽉 짜인 구성과 탄탄한 멜로디, 빼어난 보컬의 조합이 너무나도 익숙한 스타일에서 올 지루함을 느낄 겨를조차 주지 않는 것이다. 그야말로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셈인데, 그렇다고 단순히 '잘 만든 결과물이 해답'이라는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한 곡 한 곡의 리듬 파트와 신스, 그리고 무드가 끈끈하게 맞물리는 가운데, 매혹적인 멜로디 라인이 뚜렷이 살아나고, 마치 알리야(Aaliyah)와 리한나(Rihanna)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듯한 티나셰의 보컬이 완성도에 방점을 찍는다. 이 앨범에서 익숙하지 않은 건 없다. 전반을 휘감는 스타일과 사운드는 이미 힙합, 알앤비, , 일렉트로닉 뮤직 가릴 것 없이 지겹도록 들어온 것이다. 티나셰와 프로덕션 진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현재 PBR&B 스타일, 혹은 얼터너티브 알앤비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며, 겉만 번지르르한 클리셰(Cliché) 덩어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작품을 탄생시켰다. 음악성과 상업성이 이렇게 섹슈얼한 동거를 할 수도 있구나 싶다. [Aquarius]가 절묘한 이유가 바로 이거다.


    :
    강일권, 오이, 이서현, 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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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ng THUGGER (2016-07-28 18:14:10, 59.29.231.**)
      2. 감사해요!!!
      1. asym (2015-06-06 16:59:20, 211.109.114.***)
      2. D'Angelo 는 내년의 올해의 알앤비상먹으려나요
      1. 블랙맘바 (2015-01-10 01:40:55, 118.36.243.***)
      2. 푸샤.. 프라이머리는 쓰레기 같은 표절의 대가인데 열 내는게 미친거 아님?
        무덤을 파네.. ㅉㅉ
      1. Yokohama PMX (2015-01-09 10:21:58, 112.217.238.***)
      2. 헉 못들어보고 처음보는 앨범이 태반 다 돌려 봐야겠네요 암튼 잘봤습니다.알앤비 앨범도 자주 리뷰 해주세요
      1. 짱짱짱맨 (2015-01-08 17:14:23, 211.226.243.***)
      2. 리드머가 뭔 공공기관도아니고...... 당연 리드머 기준대로 지꼴리는대로 뽑지 그럼 누구꿀리는데로 뽑는답니까 ㅋㅋ
      1. pusha (2015-01-08 13:31:55, 58.236.67.**)
      2. 언제나 지 꼴리는데로 순위를 정하는 리드머..
        프라이머리가 열낼만도 하네 그려~
      1. J (2015-01-08 12:47:56, 112.154.175.**)
      2. Aquarius.
      1. 응애 (2015-01-08 06:44:13, 118.127.209.***)
      2. 베스트믹스테잎도 해주시면 안되나요 ㅜㅜ?
      1. The Neptunes (2015-01-07 22:27:26, 61.102.87.***)
      2. Aquarius...올해 제일 많이 들은 앨범 중 하나.
        그녀의 외모 만큼이나 뛰어난 음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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