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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강집장의 듣다 죽자: 1월 블랙 뮤직 단평
    rhythmer | 2015-01-31 | 9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여전히 국내 장르 씬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국외 힙합/알앤비 앨범을 소개하는 건 꾸준히 해야겠는데, 매월 쏟아지는 양과 속도를 쫓아가기엔 벅차서 마련한 단평 코너입니다. 정식 리뷰와 별개로 매달 비정기적으로 주목할만한 국외 신보 몇 장을 골라서 감상 위주로 캐주얼하게 소개하려 해요. 앨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음악평은 정식 리뷰에서 계속됩니다. 부디 유익한 가이드가 되길 바라며... 우리 모두 듣다 죽어요~~"



    '듣다 죽자'에서 다루는, 그리고 다룰 앨범의 일반적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메인스트림이든 인디든 힙합 팬들에게 잘 알려졌거나 주목받는 뮤지션의 앨범이라면, 좋든 좋지 않든 다룰 예정이며,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인지도가 부족한 뮤지션의 앨범은 추천할만한 완성도일 때에 한해서 다루려고 합니다. 이를 참고하시면, 더욱 유익한 가이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K. Michelle - Anybody Wanna Buy a Heart? 2014-12-09

     

    지난 2013년에 발표된 케이 미셸(K. Michelle)의 데뷔작 [Rebellious Soul]은 관능적이고 절도 있는 소울 음악으로 무장한 수작이었다. 비단 프로덕션뿐만 아니라 힙합과 소울을 고르게 흡수한 탁월한 보컬과 거침없이 비속어를 사용하며 감정을 솔직하게 투영한 가사는 기존의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주력하던 여성 관점의 노래들과 차별화를 이루며, 그녀의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장점은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다만, 본작에서는 관능미의 표현이 좀 더 무거워졌고, 멜로디와 사운드 면에서도 보다 어두워졌다. 사실 첫 곡인 "Judge Me"의 감흥이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처음 들었을 때는 뒤로 갈수록 다소 힘이 달리는 느낌이지만, 감탄할 정도로 능수능란한 미셸의 보컬 퍼포먼스와 한 곡 한 곡 짜임새 있는 구성에 집중하여 듣다 보면, 역시 잘 만들어진 주류 알앤비 앨범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을 넘어선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눈에 띄는 데뷔 이후, 인상적인 행보라고 하기엔 손색없는 작품이다.


     

     

    Kevin Gates - Luca Brasi 2 2014-12-14

     

    예나 지금이나 힙합 씬에서 범죄 영화의 음악 버전과도 같은 일명 '마피오소 랩(Mafioso Rap/필자 주: 갱스터 랩 중에서도 특히, 마피아적 세계관을 넣은 랩)'은 상당히 지지를 얻는 서브 장르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등장한 이 계열의 걸출한 신예들에 의해 마피오소 랩 컨텐츠는 더욱 극적이고 디테일하게 확장되었는데, 케빈 게이츠(Kevin Gates) 역시 이러한 흐름에 일조한 랩퍼 중 한 명이다. 지난 2013년 최고의 (정규 앨범 같은) 믹스테입 중 한 장이었던 [The Luca Brasi Story]의 속편 격인 이번 새 믹스테입도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작가 마리오 푸조가 탄생시킨 걸작 마피아 소설 [대부]의 캐릭터로 유명한 '루카 브라시'를 타이틀로 내세운 것에서부터 감지할 수 있듯이 게이츠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절묘하게 허물어트리며, 다시 한 번 장기인 범죄 판타지를 잔뜩 펼쳐놓는다. 앨범의 시작부터 끝까지 흡사 한 편의 잘 만든 범죄 영화의 각본처럼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의 흐름이 선사하는 맛이 상당하며, 걸걸한 목소리를 바탕으로 강약을 조절해가며 뱉는 게이츠의 랩핑이 감흥을 더한다. '믹스테입의 탈을 쓴 걸출한 앨범'의 대표적인 예가 또 나왔다.



     

     

    Young Braised - Northern Reflections 2014-12-25

     

    근 몇 년 사이 힙합 씬에서 급속히 대두된 서브 장르 '클라우드 랩(Cloud Rap)'은 특유의 몽환적이고 차가운 사운드와 초현실적 가사를 통해 새로운 음악을 찾아 헤매는 이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유행과 함께 비슷한 스타일이 넘쳐나기 시작하면서 금방 과부하가 걸린 것도 사실, 그럼에도 귀를 잡아끄는 이들은 여전히 있었고, 여기 캐나다 출신의 랩퍼 영 브레이즈드(Young Braised) 역시 그 리스트에 넣을만한 인물이다. 애초에 클라우드 랩은 프로덕션적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는데, 영 브레이즈드는 이번 앨범에서 해당 계열의 여느 랩퍼들보다도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지분을 동일하게 가져간다. 자칫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스타일의 작품이 나올 수도 있었겠지만, 기계적인 잡음을 비롯한 각종 사운드 소스가 능숙하게 활용되어 인상적인 비트가 주조됐고, 사회를 향한 공허함이 깃든 랩핑이 얹히며 메마른 기운 가득한, 그래서 매력적인 랩 음악이 탄생했다. 클라우드 랩의 생명력은 아직 사그라지지 않은 듯하다.

     

     

    Rae Sremmurd – SremmLife 2015-01-06

     

    쫀득한 후렴구를 앞세운 "No Flex Zone" 2014, 가장 인상적인 클럽 뱅어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곡의 주인공인 듀오 레이 스레머드(Rae Sremmurd)는 작금의 영 힙합퍼 신드롬을 성공적으로 이어가는 중이다. 트랩 뮤직에 기반을 둔 이들은 기성 애틀랜타 출신 랩퍼들처럼 대마초와 섹스를 소재로 적극 끌어오고 남성성을 과하게 내세우는데, 이것이 그들의 앳된 외모 및 음색의 랩핑과 상충되며, 십대 소녀 팬들을 겨냥하여 기획된 비슷한 컨셉트의 팀들(예로 ‘New Boyz’)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만들어진다. 다만, 이를 단지 비슷한 부류 안에서가 아닌 힙합 음악 씬 전체에서 보자면, 특별히 인상을 남기진 않는다. 10대 팬들에게만 어필하고자 한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몰라도, 독특하고 중독적인 후렴구 메이킹을 제외하곤 스레머드 형제의 랩핑이 크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본작의 주연은 레이 스레머드보다도 총프로덕션을 책임진 마이크 윌 메이드 잇(Mike WiLL Made-It)이다. 싱코페이션을 극도로 부각한 드럼과 감각적인 신스의 활용을 통해 만들어낸 마이크 윌 메이드 잇 특유의 레이드-(Laid-Back)한 양질의 트랩 사운드가 가득한데, 스레머드의 후렴구가 지닌 강한 매력을 더욱 극대화하는 역할에도 충실하다. 랩에서 아쉬움이 있긴 해도 꽤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앨범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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