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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실험적인 힙합의 선두주자들 2부
    rhythmer | 2015-05-14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1부에서 이어집니다. 


    6. 데스 그립스(Death Grips)

     


    데스 그립스는 실험적인 힙합 음악을 논할 때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대표적인 팀 중 하나이다. 드러머 겸 메인 프로듀서 잭 힐(Zach Hill)과 보컬을 맡은 엠씨 라이드(MC Ride)의 주도 아래 완성된 데스 그립스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는 대안 힙합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많은 대중과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어둡고 사이키델릭한 질감의 전자음을 쉴 새 없이 쏘아대는 것은 물론, 과도한 이펙트를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불규칙하게 변주된 드럼 비트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통상적인 랩 음악의 틀과 공식에서 자유로워지려는 욕심이 음악 면면에 짙게 배어있다. 데뷔작 [Exmilitary]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5장의 정규 앨범을 내놓은 데스 그립스는 그러나 얼마 전 발매한 [The Powers That B]를 마지막으로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복잡하고 매혹적인 이들의 음악을 당분간 들을 수 없다는 점은 진한 아쉬움으로 남지만, 매번 색다른 시도와 종잡을 수 없는 사운드를 통해 짜릿한 쾌감을 안겼던 힙합 그룹 데스 그립스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회자되며 해당 계열의 후배 뮤지션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7.
    클리핑(clipping.)


     

    캘리포니아 기반의 힙합 트리오 클리핑은 단호한 정의를 내리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퓨전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들은 여러 장르와 스타일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그저 무의미한 소음으로 치부될 수 있는 각종 소리들을 효과음으로 적절히 활용하면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생소한 사운드를 완성한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음악 재료들이 혼재되어 있음에도 이들의 음악이 이질적이지 않고 조화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특유의 섬세함 덕분인데, 사운드의 선택은 물론, 배치와 강약 조절까지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 쓰며 곡의 전체적인 흐름을 매끄럽게 만드는 치밀함이 감탄을 자아낸다. 메인 래퍼 다비드 딕스(Daveed Diggs)의 탁월한 플로우와 재기 넘치는 가사 역시 클리핑 음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트랙의 분위기와 주제에 따라 래핑 톤과 속도를 영리하게 조절하는 그의 출중한 재능은 앨범의 드라마틱한 전개에 일조하고, 풍부한 비유와 기발한 이야기를 활용해 각종 이미지들을 생생히 구현하는 가사 또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8.
    샤바즈 팰러시스(Shabazz Palaces)


     

    프로듀싱을 맡는 텐다이 마레어(Tendai Maraire)와 래퍼 이스마엘 버틀러(Ishmael Butler)로 구성된 힙합 듀오 샤바즈 팰러시스의 창의성은 데뷔 때부터 빛을 발했다. 2011년 발매된 데뷔작 [Black Up]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매체들을 통해 올해의 앨범으로 꼽혔고, 힙합 음악계는 대형 신인의 등장에 환호했다. 이후에도 그룹은 다양한 합작 싱글과 라이브 앨범 등을 꾸준히 공개하며 인기를 이어갔는데, 2014년에 공개된 두 번째 정규 앨범 [Lese Majesty] 역시 준수한 성적으로 이들의 명성에 일조했다. 샤바즈 팰러시스가 거둔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인내와 끈기, 그리고 대담한 도전 정신이다. 그들은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사운드 실험에 집착하며, 새롭고 혁신적인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부단한 노력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샤바즈 팰러시스의 작품에선 차별화를 위한 극도의 치열함이 느껴지며, 이는 매번 색다른 설렘과 전율을 안긴다. 이들에겐 식상함의 위기가 와도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다시금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잠재적 재능과 역량이 있으며, 이 사실만으로도 샤바즈 팰러시스의 다음 행보에 주목해야 할 명분은 충분하다. 

     



     


    9.
    안티팝 컨소시엄(Anti-Pop Consortium) 


     

    뉴욕 출신의 3인조 그룹 안티팝 컨소시엄이 추구하는 음악은 전형적인 힙합 스타일과 동떨어져 있으며, 이는 그 어떠한 장르든 가리지 않고 그들만의 스타일로 만들어버리는 멤버들의 자유분방함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데뷔 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항상 새로운 음악을 탐하며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타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색다른 사운드를 실험하는 것 역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여러 가지 이질적 재료들이 한 곡 안에서 다채롭게 결합되고 혼용되는 와중에도 각 요소들의 문법과 질감은 그대로 살아있다는 점이며, 이는 감상의 묘미를 한 차원 끌어올리고 프로듀서 얼 블레이즈(Earl Blaize)의 범상치 않은 음악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같은 안티팝 컨소시엄 특유의 창의성과 세련미는 베테랑 재즈 피아니스트 매튜 쉽(Matthew Shipp)과 협업을 통해 완성한 앨범 [Antipop vs. Matthew Shipp]이나 러시아 출신의 디제이 겸 프로듀서 디제이 바딤(DJ Vadim)과 멤버들 간의 숱한 합작 싱글 등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난다. 물론, 새 정규 앨범은 2009년의 [Fluorescent Black]을 끝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지만, 멤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한 솔로 활동을 펼치며 현재까지도 그룹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0.
    다이어렉(Dälek)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퍼포먼스, 그리고 강렬한 사운드로 무장한 뉴저지 출신의 힙합 그룹 다이어렉은 10여 년이 넘는 활동 동안 대세와 타협을 한사코 멀리하며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 이들은 사운드란 메시지를 담기 위한 수단일 뿐 결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기조 아래 본인들의 생각과 감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실험을 거듭했고, 그 결과 타 장르를 적극 흡수하는 것은 물론, 어두운 분위기의 전자음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구조 파괴적인 드럼 비트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색다른 시도를 통해 힙합의 영역을 대폭 확장할 수 있었다. 다이어렉의 음악엔 분명 기존 힙합의 다이내믹한 기운도 느껴지지만, 거칠고 성긴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사운드와 무미건조한 효과음이 뒤섞여 만들어 낸 난잡함 또한 공존하며, 이 같은 복잡 미묘한 분위기가 그룹의 개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그리고 여기엔 (지금은 팀을 떠난) 프로듀서 옥토퍼스(Oktopus)의 공이 컸다. 그는 타고난 재능을 바탕으로 알앤비와 재즈를 비롯하여 슈게이징(Shoegazing), 얼터너티브 록, 클래식까지 두루 섭렵하며 음악적 상상력을 펼쳤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주조한 온갖 혁신적인 사운드는 다이어렉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올해 초 열린 유럽 투어를 기점으로 몇 년간의 공백을 끝낸 이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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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숭털 (2015-05-16 00:23:32, 121.130.227.**)
      2. 샤바즈 팰러시스는 역시 있군요. 처음 들었을 때 진짜 충격이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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