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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편견의 장벽을 허물다, 퀴어 랩/힙합 아티스트 10
    rhythmer | 2015-06-22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지난 6 9일 서울시청광장에서 16회 퀴어문화축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와 함께 몇몇 보수적인 기독교 단체 역시 맞불 집회를 열고 그들의 축제를 방해하여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아직까지도 한국에선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퀴어에 대하여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편이지만, 10년 전에 비하면 인식이 많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남성 우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힙합의 경우엔 어떨까? 실제 힙합 음악 속엔 호모포비아적인 가사가 만연하였다. 대표적으로 에미넴(Eminem)은 호모포비아적인 성향을 담은 가사들로 퀴어 인권 단체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하였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오며 힙합 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2년 알앤비 싱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은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트위터로 고백하였고, 이후 팬들과 동료 뮤지션들의 응원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퀴어에 대해 경직되어있던 분위기가 풀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2013년에는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Macklemore & Ryan Lewis)“Same Love”라는 곡을 통해 퀴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 곡은 상업적인 성공에 힘입어 힙합 문화 전반에 큰 파급력을 끼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메인스트림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사건들과 달리, 미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는 ‘90년대 말부터 퀴어 힙합이 태동하고 있었다. 이후, 2000년 캘리포니아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팀 티 웨스트(Tim’m T. West)가 결성한 퀴어 힙합 그룹 딥 디콜렉티브(Deep Dickollective)를 중심으로 일부 호모포비아적인 메인스트림 힙합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편견의 벽 탓에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몇몇 아티스트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하기도 했지만,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만 화제가 되었을 뿐 대중적인 성과는 미미한 데에 그쳤다. 그후, 시간이 지나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나아지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과 더불어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도 남다른 음악 세계를 통해 스스로 어필하고 있는 아티스트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로 접어든 것이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는 퀴어의 달’ 6, 이에 따라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며 편견의 장벽을 허물고 있는 퀴어 힙합 아티스트 10팀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초기의 퀴어 힙합 아티스들과 달리 지금 소개하는 팀들은 메이져 레이블과 계약하고 음악과 영상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다수가 일렉트로닉(Electronic) 사운드와 보깅을 중심으로 하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지만, 단순히 한 가지 특징을 짚기에는 각자가 뚜렷하게 개성 있는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퀴어이기 전에 아티스트이기에 완성도와 상관없이 이들의 음악에 무조건적으로 지지를 보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힙합 씬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들을 어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1. 아질리아 뱅크스(Azealia Banks)

     

    한국에서는 음악보다 SNS를 통한 동료 뮤지션들과 설전으로 더 잘 알려진 아질리아 뱅크스(Azeaia Banks)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퀴어 힙합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자신을 양성애자(Bisexual)라고 밝힌 그녀는 SNS에서만큼이나 거침없는 욕설과 비속어로 무장한 가사와 힙-하우스(Hip-House)로 대표되는 댄서블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인 [Broke with Expensive Taste]에서는 장르적인 틀에 구애받지 않는 변화무쌍한 음악과 탁월한 랩 실력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음악을 통해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지는 않지만, 그녀가 뱉는 거친 가사들과 맞물려 음악을 설득력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F 워드에 대해 게이 남성들이 쓰는 ‘Bitch’와 다를바 없다며 남다른 견해를 펼쳐 퀴어 커뮤니티로부터 반감을 사기도 하였다.

     

    Azealia Banks – Chasing Time

    https://www.youtube.com/watch?v=jtTjzDTpx8o

     



    2.
    엔젤 헤이즈(Angel Haze)

     

    디트로이트(Detroit) 출신으로 여러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하며 인지도를 쌓은 엔젤 헤이즈는 2012년 무료 EP [Reservation]을 공개한 후,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4년엔 ‘XXL Freshman Class’에 선정되며 주목받았던 그녀는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범성애자(Pansexual/*필자 주: 상대방의 성별과는 관계 없이, 성별을 배제하고 상대방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라는 것을 밝혔다. 그녀는 매클모어 앤 라이언 루이스의 “Same Love”에 랩을 얹어 사운드클라우드(Soundcloud)에 공개하여 어렸을 적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가족에게 멸시 받았던 과거를 극복해낸 과정을 풀어내며, 감동을 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리스트에 있는 아티스트 중 가장 메인스트림에 가까운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편이다. 작년에 발표한 정규 앨범 [Dirty Gold]의 수록곡 “Battle Cry”에서도 사회적인 시선에 맞서 싸우는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내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Angel Haze – Battle Cry (Feat. Sia)

    https://www.youtube.com/watch?v=QvvRNPOJPH0


     

    3. 빅 디퍼(Big Dipper)

     

    기존에 힙합 문화에서 터부 시 되어오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이 백인 게이 래퍼는 오히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미 매거진 바이스(Vice)에서는 빅 디퍼에 대하여 게이 베어(*필자 주: 체격이 큰 남성이 출연하는 게이 포르노)가 더해진 니키 미나즈(Nicki Minaj)”라는 평을 내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그는 게이로서 어필할 수 있는 섹슈얼한 부분을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통하여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느낄 수 있는 지점에 대하여 그는 한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내가 기존의 힙합 음악을 들을 때 모두가 여성의 몸과 파티, 마약, 그리고 성행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역시 내 시각과 정체성에 따라서 그들과 똑같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뿐이다.”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Big Dipper – Meat Quotient

    https://www.youtube.com/watch?v=h_6py7V2OuU


     

    4. 빅 프레디아(Big Freedia)

     

    1999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빅 프레디아는 뉴올리언스(New Orleans)를 중심으로 시작된 힙합의 서브 장르 중 하나인 바운스 뮤직(Bounce Music)을 대중화시키는 데에 일조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쉴새없이 반복되는 드럼과 베이스 라인의 EDM 사운드, 과장된 보이스의 랩과 파격적인 비주얼 등을 혼합하여 본인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스스로를 트렌스젠더가 아니라 게이 남성이라고 정의내린 그는 가사적으로 성정체성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 내는 류라기보다는 성정체성 자체를 음악과 비주얼의 재료로써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음악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고, 2012년부터는 미국 음악 전문 체널 퓨즈(Fuse)에서 [Big Freedia: Queen of Bounce]라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고 있다.

     

    Big Freedia – Explode

    https://www.youtube.com/watch?v=Pa5IV_3fVfk


     

    5. 브루크 캔디(Brooke Candy)

     

    양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후 부모에게 쫒겨난 브루크 캔디는 할리우드에서 스트립 댄서로 생활을 이어나가다가 음악과 패션계에 발을 담구게 된다. 당시 “Das Me”, “Everybody Does”, “I Wanna Fuck Right Now” 등 세 곡의 뮤직비디오를 유투브에 공개한 그녀는 탄탄한 기본기에 파격적인 비주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에 성공한다. 특히, “Das Me”에서 보여준 메탈 소재의 비키니와 분홍색 콘로우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며 대중은 그녀를 니키 미나즈(Nicki Minaj)나 레이디 가가(Lady Gaga)에 비교하기도 하였다. 평소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패션 디자이너 세스 프랫(Seth Pratt)과도 자주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라임즈(Grimes)“Genesis” 뮤직비디오와 찰리 엑스씨엑스(Charli XCX)의 데뷔 앨범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그녀는 작년 RCA 레코즈와 계약하고 첫 번째 EP[Opulence]를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Brooke Candy – Das Me

    https://youtu.be/dHULK1M-P08


     

    6. 케이크스 다 킬라(Cakes Da Killa)

     

    케이크스 다 킬라는 2011년부터 믹스테입을 발표하며 래퍼로서 커리어를 시작하였다. 그가 주목받은 계기는 2012년에 발표한 두 번째 믹스테입 [The Eulogy]가 피치포크(Pitchfork)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부터다. 본래 이 믹스테입을 끝으로 음악을 그만두려 했던 그는 이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으며 커리어를 이어가기에 이른다. 한 인터뷰에서 게이 래퍼는 논쟁적인 존재가 아니고, 난 단지 내가 되었을 뿐이라며 자신의 성 정체성과 음악에 대한 태도를 밝히기도 하였다. 미아(M.I.A.)의 동명의 곡을 샘플링한 “I Run This Club” 등의 곡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 역시 이디엠이 가미된 댄서블한 사운드를 주로 차용하며, 리드미컬하게 뱉는 랩 실력 또한 뛰어나 향후가 기대되는 뮤지션이다.

     

    Cakes Da Killa – Goodie Goodies

    https://www.youtube.com/watch?v=Mfc4EVHlNu0



     

    7. 제이비덥스(JbDubs)

     

    또 한 명의 백인 게이 래퍼이지만, 빅 디퍼와는 전혀 다른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 제이비덥스는 본래 발레 무용가였다. 탄탄한 몸매와 잘 생긴 얼굴을 가진 그는 2011년 인터넷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I Hate My Job”의 뮤직비디오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 시작하였다. 마치 비욘세(Beyonce)“Single Ladies”의 뮤직비디오처럼 세 명이 조를 이뤄 안무를 선보이는 뮤직비디오는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에도 소개되어 더 많은 이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랩을 하기는 하지만, 음악적으론 랩에 중점을 두지 않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중심으로 보다 팝적인 프로덕션을 선보이고 있다. “I Hate My Job” 이후로도 다수의 음반을 발표하며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 그의 음악이 단순히 화제를 끌기위함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JbDubs – I Hate My Job

    https://www.youtube.com/watch?v=Dj6kcpys_Tg



     

    8. 미키 블랑코(Mykki Blanco)

     

    본래 디자인을 공부하고 시집을 발표하는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던 콰틀밤(Michael David Quattlebaum Jr.)2012년 미키 블랑코라는 이름으로 EP [Mykki Blanco and the Mutant Angels]를 발표하며 뮤지션으로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 후 각각 2장의 EP와 믹스테입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를 퀴어 힙합이라고 정의내리지 않고, 다만 다른 예술적 활동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릴 킴(Lil Kim)의 얼터 이고인 키미 블랑코(Kimmu Blanco)에서 이름을 따온 미키 블랑코라는 페르소나를 통해 10대 소녀와 같은 케릭터를 연기하며 유투브에 다양한 동영상을 올리기도 하였다. 예측불가능한 캐릭터만큼이나 실험적인 음악과 탄탄한 기본기의 랩으로 음악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편, 최근엔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2011, HIV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 대중에게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Mykki Blanco – Wavvy

    https://www.youtube.com/watch?v=sokeAMDm7mk


     

    9. 리프(Le1f)

     

    미키 블랑코의 첫 번째 EP에 프로듀서로서 참여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리프는 본래 뉴욕 콘코드 아카데미(Concord Academy)에서 발레와 현대무용을 전공하였다. 과거 경력 덕인지 그는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도 보깅을 비롯하여 다양한 안무를 선보이고 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용한 댄서블한 트랙에서부터 트랩 사운드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곡을 소화하면서, 끈적한 보이스의 랩과 자신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스웨깅(Swaging)을 주무기로 하고 있다. 리프는 작년 발표한 EP [Hey]로 좋은 평을 받기도 하였다. 최종 리스트에 뽑히지는 못했지만, 올해 2015 ‘XXL Freshman Class’에 후보로 오르기도 하면서 퀴어 힙합 아티스트로서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는 중이다. 게이 래퍼로서 가장 좋은 상업적 성과를 올리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Le1f – Boom

    https://www.youtube.com/watch?v=KKwLsWwlqYk


     

    10. 지브라 캣츠(Zebra Katz)

     

    2012년에 발표한 싱글 “Ima Read”로 각종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지브라 캣츠는 퀴어 힙합 물결의 한축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실제로 싱글은 패션 디자이너 릭 오웬스(Rick Owens)2012년 파리 패션 위크에서 쇼 음악으로 사용했을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다른 퀴어 힙합 아티스트들처럼 EDM 사운드를 바탕으로 하지만, 지브라 캣츠의 음악은 마치 호러코어(Horrorcore)처럼 보다 어둡고 기괴한 사운드를 주로 들려준다. 아질리아 뱅크스의 투어에서 오프닝 게스트로 서며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그는 지금까지 총 두 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했으며, 프로듀서 디플로(Diplo)2005년 설립한 레이블 매드 디센트(Mad Decent)와 계약하며 더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Zebra Katz – Ima Read (Feat. Njena Reddd Foxxx)

    https://www.youtube.com/watch?v=oo4Sqt2Bmag

     


    *본고는 미 웹진 살롱(Salon)2013년 기사 ‘10 Queer rappers you should be listening to instead of Eminem

    (http://www.salon.com/2013/11/16/10_queer_rappers_you_should_be_listening_to_instead_of_eminem/)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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