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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5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
    rhythmer | 2015-12-20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15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4 12 1일부터 2015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믹스테입(Mixtape)’이더라도 CD, 혹은 디지털로 정식 유통된 경우에는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무료 공개 앨범들도 후보군에 포함하였습니다.

     

     

    20. THEESatisfaction – EarthEE

     

    Released: 2015-02-24

    Label: Sub Pop Records

     

    스태시아 아이언스(Stasia Irons)와 캐서린 해리스-화이트(Catherine Harris-White)로 이루어진 듀오 디세티스팩션(THEESatisfaction)의 이 두 번째 앨범은 곱씹을수록 깊은 감흥이 느껴지는 음악을 선사한다. 힙합과 소울, 그리고 약간의 일렉트로닉이 보기 좋게 어우러졌으며, 전반적으로 몽환적이고 부유하는 사운드 사이로 리듬 파트가 은근하게 파고드는 가운데, 주술 같은 랩이 최면을 걸고, 전위적이며 계산되지 않은 듯한 멜로디와 보컬이 자유분방하게 흩날린다. 무엇보다 얼터너티브 계열의 음악이 유행하면서 종종 발견되는 노골적인힙스터 호소용곡들과는 질을 달리한다. 사운드의 일부로 작용시키기 위해, 혹은 무드에서 오는 감상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컬을 운용한 듯한 흔적이 역력한데, 그 와중에 아렴풋하지만, 분명히 기승전결을 갖춘 멜로디 라인이라든지, 가사, 사운드, 멜로디의 자연스러운 삼합을 꾀한 지점에서 그녀들이 얼마나 구성에 신경 썼는지를 체감할 수 있다. 특정한 곡이 안기는 희열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에서 오는 맛이 좋은 앨범이며, 현실과 비현실, 지구와 우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듣고 있으면, 어느샌가 빨려 들어가는 작품이다.


     

    19. Dâm-Funk - Invite the Light

     

    Released: 2015-09-04

    Label: Stones Throw Records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며 탄생한 펑크(Funk)의 혁신적인 서브 장르가 피-펑크(P-Funk)라면, 힙합 안에서 이 핏줄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나온 게 쥐펑크(G-Funk). 그리고 댐펑크(Dam-Funk)는 이를 자양분 삼아 이른바모던 펑크(Modern Funk)’를 내세워 장르의 명맥을 훌륭하게 이어가는 중이다. 그의 음악적 뿌리와 성취는 본작에서도 빛난다. 그가 오늘날 인정받는 데에는 당대의 사운드와 무드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도 있지만, 샘플링이나 기존 루프를 사용하기보다 아날로그 악기를 가지고 순수 작곡만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앨범엔 적극적으로 부각한 신시사이저와 불안정하고 느긋한 보컬, 이상세계를 노래하는 듯한 가사 등이 뒤엉키면서 혼란스럽고 펑키하며, 범은하적인 무드와 그루브가 그득하다. 더불어 지펑크 특유의 몽글몽글한 리듬 파트가 향수를 자극함과 동시에 생생한 질감의 피펑크 사운드 소스들이 어우러지며 자아내는 감흥이 절묘하다. 지난 2013, 스눕 독(Snoop Dogg)과 함께 만든 걸작 [7 Days of Funk]에 이어 실천하는 덕후, 댐 펑크의 펑크 음악을 향한 멋들어진 헌정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18. Raheem DeVaughn - Love Sex Passion

     

    Released: 2015-02-17

    Label: 368 Music Group, E1 Music

     

    첫 솔로작 [The Love Experience]를 발표하면서 네오 소울(Neo Soul) 신예로 부상했던 라힘 드본(Raheem DeVaughn)은 여러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포괄적 컨템포퍼리 알엔비(Contemporary R&B) 스타로 변태했다. 특히, 끈적한 창법에서 부드러운 팔세토 창법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의 보컬과 사랑에 대한 섬세한 감성을 담은 가사가 일품이다. 초기적보다 넓어진 음악적 스펙트럼과 탁월한 보컬을 바탕으로 완성된 드본의 이번 앨범은 유연한 멜로디와 편곡이 돋보이는 가운데, 어반 소울의 기본에 충실하고, 알앤비란 장르가 가진 무드를 고르게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라힘 드본을 대표하는 코드, 이를테면, 과거의 향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물꼬를 틀었다기보다는 가장 현대적인 방법으로 멜로디를 잇는 지점은 여전히 눈부시다. 또한, 많은 트랙을 주제와 가락에 맞춰 배치하여 몰입감을 팽팽하게 조이는 균형 잡힌 구성도 인상적. 본작은 그야말로 테디 펜더그래스(Teddy Pendergrass),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정서를 이어받은 'King Of Loveland', 혹은 ‘Love King’의 탄생을 알리는 앨범이다.


     

    17. Dornik – Dornik

     

    Released: 2015-08-07

    Label: Caroline Records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제시 웨어(Jessie Ware)의 레이블 메이트이자 투어 밴드의 드러머로 활약했던 신예 도닉(Dornik)의 이 정규 데뷔작은 곳곳에서 마이클 잭슨의 영향(특히, 보컬)이 느껴진다는 점부터 흥미롭다. 레트로퓨처리스틱(Retrofuturistic)을 표방한 사운드는 네오 소울과 펑크(Funk), 디스코, PBR&B 등이 어우러진 가운데, 복고적이면서도 모던한 감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여러 가지 장르가 섞여 있는 트랙들은 마치 한 곡인 것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꿈속을 거니는듯한 나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는 전체적으로 넘실거리는 신시사이저가 곡들을 주도하며, 그 사이로 풍성한 코러스와 섬세한 도닉의 보컬이 중심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PBR&B 트랙인 “Second Thoughts”이나 신스와 디스코 리듬의 일렉 기타가 어우러진 “Drive”는 앨범의 색깔을 잘 드러내주는 트랙들이라고 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발표하는 풀렝쓰(Full-Length) 앨범임에도 뚜렷한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16. 1968: Soul Power! (feat. Rasheed Ali)

     

    Released: 2015-03-27

    Label: Digital Rain Factory

     

    매년 준수한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앨범이 나오고 있지만, 노장 아티스트 라쉬드 알리(Rasheed Ali)의 본작은 좀 더 특별하다. ‘70년대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로버트 케네디 대통령(Robert F. Kennedy)과 마틴 루서 킹 목사(Martin Luther King)가 암살당한 해이자 소울 음악이 당대 블랙 커뮤니티의 정신적 측면을 대변하는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던 1968년을 주된 테마로 하여 탁월한 컨셉트 앨범을 완성했다. 펑키한 그루브가 전반에 걸쳐 흐르는 본작의 음악은 흡사 리마스터링되어 발매된 당시의 레어 소울/펑크 앨범을 듣는 것 같은 감흥을 전한다. 그만큼 연주와 편곡은 물론, 질감까지 철저하게 ‘60년대 후반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구현하고자 한 흔적이 역력하며, 가사적으로도 극심한 인종차별 속에서 투쟁하던 그 시절의 정서가 물씬 배어난다.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의 사운드와 세계관이 제대로 부활한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소울과 펑크가 음악 이상의 의미를 갖던 시대로 떠나는 시간 여행과도 같은 작품이라 할만하다   


     

    15. Leon Bridges - Coming Home

     

    Released: 2015-06-23

    Label: Columbia

     

    오늘날 음악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과거와 현재가 가장 잘 공존하고 있는 장르를 하나 꼽는다면, 알앤비/소울이 아닐까 싶다. 세계적으로 옛 소울/펑크(Funk) 음악이 지닌 감흥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주력하는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 앨범이 매년 트렌드와 상관없이 발표되는 현실이 이를 대변한다. 올해는 여기 조지아 주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리온 브릿지스(Leon Bridges)가 탁월한 완성도의 데뷔작을 통해 그 명맥을 이었다. 눈에 띄는 건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이라는 범주 안에서 브릿지스가 표방한 시대다. 이 계열을 추구한 앨범 대부분이 '70년대, 혹은 '60년대부터 '70년대를 비슷한 비중으로 아우르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 달리 본작은 철저하게 '60년대 사운드에 헌신한다. 소울 음악이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흑인들을 대표하고 시대를 대변하는 음악으로 부각되던 시기. 시종일관 경쾌한 드럼, 여유롭고 흥겨운 기타, 블루지한 관악기가 어우러지고, 브릿지스의 깊고 부드러운 보컬이 얹혀 귀와 가슴을 사로잡는다. 군데군데 당대의 녹음 사운드를 그대로 구현하고자 한 믹싱 기법도 흥미를 더한다. 그야말로 대형 소울 신예의 등장을 알린 작품이다.


     

    14. Jill Scott – Woman

     

    Released: 2015-07-24

    Label: Blue Babe, Atlantic

     

    질 스캇(Jill Scott)은 음악 외에도 칼럼을 통해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결혼과 관련된 이슈, 랩 음악에서 드러나는 잘못된 여성관 등등, 인종과 성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앨범엔 이 같은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그만큼 주체적인 여성상에 대해 피력하며, 사랑과 이별의 여러 측면을 세심하게 다룬다. 이는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한 번쯤은 다룬 주제이지만, 그동안 다방면으로 사회참여적인 활동을 보여준 그녀이기에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따로 떼어놓고 보면 평범한 사랑 노래인 트랙들도 스캇이 앨범을 통해 제시하는 여성상과 만나 전혀 다른 차원의 감흥을 선사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프로덕션적으론 힙합 뮤지션들과 긴밀하게 작업하며 리듬감을 강조한 전작 [The Light of The Sun]에 비해서 한층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전반적으로 네오 소울과 다운 템포 알앤비, 필리 소울 등이 어우러지며 비교적 잔잔한 리듬의 곡들이 이어지고, 그 위로 얹힌 스캇의 훌륭한 보컬이 여전히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뚜렷한 주제의식이 담긴 본작은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 속에서도 질 스캇이 꿋꿋하게 고유의 색깔을 지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13. Jazmine Sullivan - Reality Show

     

    Released: 2015-01-13

    Label: RCA

     

    두 번째 앨범 [Love Me Back] 이후, 음악계를 떠났던 재즈민 설리번(Jazmine Sullivan)이 무려 5년 만에 발표한 본작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그녀가 구축한 캐릭터와 이를 바탕으로 뿌려놓은 생생한 내러티브다. 이번에도 사랑처럼 보편적인 주제부터 자전적인 이야기까지 능숙하게 담아냈는데, 그 속에서 취하는 태도와 주제를 풀어내는 과정이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다. 버림받은 여인의 이야기와 메이저 레이블의 냉정함까지 담아낸 “Brand New”는 대표적인 예다. 앨범엔 이처럼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한 보컬과 멜로디 메이킹은 물론, 동세대의 삶과 사랑을 꿰뚫는 작사력까지 장착한 설리번의 치밀한 구성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엿볼 수 있는 곡이 그득하다. 더불어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를 아우르는 프로덕션도 이질감 없이 유기적인 마감을 자랑한다. 본작은 앨범의 주인공이 싱어송라이터로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프로덕션까지 제대로 제어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양질의 결과물로써 좋은 예라 할만하다. 공백이 무색할 만큼 또 한 번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그녀의 귀환이 더욱 반가웠던 이유다.   


      

     

    12. The Milk - Favourite Worry

     

    Released: 2015-10-16

    Label: Wah Wah 45s

     

    ()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를 시작으로 촉발된 영국 소울 음악의 역습은 차트와 어워드를 초토화시킨 아델(Adele)에서 정점을 찍었고, 매년 주목할만한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다. 4인조 밴드 더 밀크(The Milk)의 이번 정규 앨범도 그 좋은 예 중 하나였다. 이들의 음악 역시 다른 영국 소울 아티스트 대부분의 결과물처럼 레트로 소울과 펑크(Funk)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간간이 브릿팝 요소가 스며들어있는데, 각 곡의 구성과 보컬 어레인지는 물론, 전체적인 흐름까지 모든 면에서 매우 타이트하게 조율되었다. 기타와 드럼, 그리고 필요에 따라 가미한 관악 세션이 절묘하게 조화하여 힘찬 그루브를 생성하다가 소울풀한 기운으로 차분하게 분위기를 다스리는 곡들이 미끈하게 교차하고, 그 와중에 세심하게 짜인 멜로디가 살아나며 감흥은 배가된다. 특히, 리드보컬 리키 넌(Ricky Nunn)의 퍼포먼스는 굉장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소울 특유의 호소력 짙은 그로울링(Growling: 성대에 힘을 줘서 부르는 창법)이 빛난 “Deliver Me” 같은 곡을 들어보라. 여전히 미국 뮤지션들의 독주가 강한 블랙 뮤직계에서 그들의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고 나아가는 영국 소울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11. Donnie Trumpet & the Social Experiment – Surf

     

    Released: 2015-05-28

    Label: Self-released

     

    최초 국내외 매체를 통해서 본작이 [Acid Rap]의 뒤를 잇는 챈스 더 래퍼의 솔로 프로젝트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이는 반만 맞는 이야기이다. 챈스 더 래퍼가 밴드의 리드 보컬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팀 이름이 말해주는 것처럼 밴드의 리더이자 세이브머니의 재즈 트럼펫 주자인 도니 트럼펫(Donnie Trumpet)에 방점이 찍힌 앨범이기 때문이다. 구성적으론 보컬이 꽉 차 있는 트랙과 여백을 가진 트랙들이 교차하고, 프로덕션은 도니 트럼펫의 혼(Horn)을 필두로 하는 밴드 사운드에 힙합, 소울, 댄스 팝, 재즈 등의 장르가 입혀졌다. 전반적으로 네오 소울, 혹은 재즈 퓨전의 향이 강하다. 이 같은 다양한 장르의 트랙들은 밴드의 연주를 만나면서 전체적으로 밝고 따뜻하며, 청량감이 느껴지는 일관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리드 보컬로서 게스트와 합을 맞추다가도 때로는 주인공의 자리를 기꺼이 내어주며 완성도에 일조하는 챈스 더 래퍼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한 장르로 특정할 수 없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담고 있는 [Surf]는 현시점에서 소울과 힙합이 다양한 장르를 만나 긍정적인 형태로 진화한 모습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10. Tyrese - Black Rose

     

    Released: 2015-07-10

    Label: Voltron, Caroline

     

    주연은 아니지만, 순항 중인 영화 커리어와 달리 타이리즈(Tyrese)의 음악 커리어는 다소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표할만한 앨범이 없다는 게 치명적이다. 그런 타이리즈가 이번 정규 6집에 이르러 드디어 걸출한 결과물을 탄생시켰다. 이전부터 트렌드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던 그답게 이번에도 어반한 무드를 기조로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차분하고 달콤한 알앤비로 구성했다. 그만큼 전보다 완숙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확연히 달라진 점이라면, 곡의 구성과 보컬 어레인지가 세심하고 치밀하게 짜였으며, 멜로디 라인 역시 진하게 살아난다는 것이다. 소울 발라드와 필리 소울이 사이좋게 어우러지고, 올드 소울 프로덕션의 향이 노골적이지 않게 곳곳에 묻어나며, 힙합 소울과 펑크(Funk)의 경계를 가로지르기도 한다. 그 와중에 감각적인 샘플링까지 버무려져서 감흥을 배가시킨다. 프로덕션이 탄탄하니 타이리즈의 보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울림을 주는 느낌이다. [Black Rose]가 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란 사실이 너무 아쉬울 뿐이다.  

     

     

    9. Lianne La Havas – Blood

     

    Released: 2015-07-31

    Label: Warner Bros.

     

    영국 소울/포크 싱어송라이터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이 두 번째 앨범은 그녀의 만개한 역량과 더욱 확장된 음악적 스펙트럼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어쿠스틱 사운드가 주를 이뤘던 전작과 달리 네오 소울, 재즈, , 레게 등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프로덕션이 눈에 띈다. 이처럼 상이한 스타일의 트랙 사이에서도 리앤 라 하바스의 보컬은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곡들을 이끌어가고, 구성 면에서도 전체적으로 일정한 톤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그녀의 음악적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앨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자신의 뿌리에 접근하고자 한 그녀의 노력은 앨범 곳곳을 통해 감지되는데, 이는 사운드뿐만 아니라 가사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자메이카를 상징하는 초록색과 아버지의 고향인 그리스를 상징하는 금색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모습을 보여준 “Green & Gold” 외에도 전체적으로 정체성, 사랑, 인생에 대한 고찰이 드러나는 가사들이 한 편의 시처럼 잘 짜여 있으며, 이것이 주제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순간까지 마련한다. 리앤 라 하바스는 전작을 웃도는 완성도를 통해 소포모어 징크스를 말끔히 날려보냈으며, 장르 팬들에게 그 이름을 확실히 각인했다.


     

    8. The Weeknd - Beauty Behind the Madness

     

    Released: 2015-08-28

    Label: XO, Republic

     

    2000년대 등장한 획기적인 장르, PBR&B의 선봉장으로 시작한 더 위켄드(The Weeknd)의 정규 데뷔작 [Kiss Land]는 준수한 완성도와 한계 또한 명확하게 드러난 앨범이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발표한 본작에선 그가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약간의 변화를 모색했음이 드러난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와 함께했던 “Love Me Harder”에서부터 감지되었는데, 프로덕션적으로 어둡고 몽환적인 기존의 사운드를 유지하면서도 보다 대중적인 스타일로 기울어진 모습이다. 이처럼 변화를 모색한 트랙들 사이에서도 위켄드는 특유의 어둡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어딘지 처연하게 들리는 그의 매력적인 보컬과 공간감을 강조한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사적인 면에서도 연인과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관계에 대한 씁쓸한 감정과 퇴폐적이고 향락적인 자신의 생활 사이에서 방황하고, 결국에는 진실한 사랑을 할 누군가를 갈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서사를 이루고자 한 흔적이 엿보인다. 강렬하진 않았지만, 스타일의 유지와 변화의 조화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7. Phony Ppl - Yesterday’s Tomorrow

     

    Released: 2015-01-13

    Label: Phony PPL LLC

     

    뉴욕 브루클린을 근거지로 하는, 노래하고 연주하고 랩도 하는 6인조 밴드 포니 피플(Phony Ppl)의 본작은 그림 같고, 꿈결같으며, 그루브하고 소울풀한 사운드로 가득하다. 소울이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가운데 펑크(Funk)와 힙합 역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재즈와 록도 가미된 포니 피플의 음악은 자극적으로 얘기하자면, 퍼렐(Pharrell), 칸예 웨스트(Kanye West), 루츠(The Roots)를 한데 섞어놓은 듯하다. 실제 몇몇 곡은 보컬에서까지 영락없이 퍼렐이 떠오를 정도인데, 다만, 그들처럼 혁신 쪽은 아니고, 그들의 음악에서 서정적이고 소울풀한 부분이 특히 부각되었다고 하면 감이 오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건 본작이 앞서 언급한 셋의 음악을 적당히 짬뽕하여 만든듯한 고심 없는 결과물이나 단순한 카피캣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적절한 장르의 크로스오버, 귀에 계속 맴도는 멜로디, 윤기가 흐르는 편곡, 연주의 일부처럼 녹아든 보컬, 레이더망에 쉬이 잡히지 않았던 생소한 이름이 만든 첫 정규 결과물이지만, 잘 숙성된 음식과도 같다. 한편으론 네오 소울의 계보를 잇는 걸작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하나의 감각적인 실력파 블랙 뮤직 밴드의 출현을 알리는 순간이자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6. Tuxedo – Tuxedo

     

    Released: 2015-03-03

    Label: Stones Throw Records

     

    싱어송라이터 메이어 호손(Mayer Hawthorne)과 프로듀서 제이크 원(Jake One)이 뭉친 듀오 턱시도(Tuxedo)의 이 앨범은 레트로 소울을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반대로 잦은 레트로 소울 리바이벌에 싫증을 느낀 이들 모두를 만족시킬만하다. 크게 보자면, 본작 역시 오늘날 알앤비 음악계의 특징적인 흐름 중 하나인 레트로 소울/펑크 리바이벌 노선에 있지만, 이 부류에 속하는 대다수 작품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감각적인 장르 퓨전이 돋보인다. 제이크 원은 1980년대 유행한 부기(Boogie) 사운드를 근간으로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 창조한 피-펑크(P-Funk)와 그로부터 파생된 쥐펑크(G-Funk)까지 아우르며, 익숙함과 신선함이 공존하는 턱시도만의 그루브를 만들어냈고, 그 안에서 메이어 호손은 완벽하게 리듬과 맞물려가며 본능적인 멜로디 감각을 뽐냈다. 무드에 맞춰서 특유의 달콤한 팔세토 창법을 자제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013, 스눕 독(Snoop Dogg)과 댐-펑크(Dam-Funk)가 함께 만들었던 21세기 쥐-펑크 걸작 [7 Days of Funk]와는 비슷한 듯하면서도 독자적인 방향에서 탄생한 또 한 장의 21세기 펑크 걸작이다.


     

    5. Kehlani - You Should Be Here

     

    Released: 2015-04-28

    Label: Self-released

     

    신예 싱어송라이터 케이라니(Kehlani)의 이 비정규 앨범은 철저하게 그녀의 탤런트를 바탕으로 완성되었다. 수록된 곡들은 오늘날 숱하게 들을 수 있는 프로덕션과 무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PBR&B로 대표되는 작금의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에 기반을 두고 메인스트림 힙합과 어반한 감성의 소울, 그리고 팝이 적절하게 가미되었다. 중요한 건 완성도 면에서 여느 아류작들과 수준을 달리한다는 점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만한 곡과 철저하게 무드에 충실하여 만들어진 곡이 혼재되어 있음에도 전혀 이질감 없이 이어지며, 극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본능적으로 흘러가다가도 필요한 순간에 뚜렷하게 멜로디를 살리는 케이라니의 작곡 및 보컬 실력은 확실히 앨범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힘이다. 실제 경험과 주변 환경을 바탕으로 비속어까지 동원하며 주제를 풀어나가는 케이라니의 직설적 화법도 흥미롭다. 트렌드라는 울타리 안에 있지만, 어떻게든 자기 개성을 녹여내어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려한 시도가 매우 성공적인, 올해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아티스트의 뛰어난 앨범을 접하는 건 언제나 짜릿하다.


     

    4. The Internet – Ego Death

     

    Released: 2015-06-29

    Label: Odd Future

     

    LA 기반의 힙합 집단 오드 퓨쳐(Odd Future) 내 유일한 소울 밴드인 인터넷(The Internet)은 비록, 1집으로 혹평받았지만, 이후의 결과물을 통해 음악적 진가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의 만개한 역량이 발휘된 게 바로 본작이다. 프로덕션은 지금까지처럼 소울 음악 바탕에 펑크와 EDM 요소가 적절히 가미되었다. 다만, 전작 [Feel Good]보다 라이브 연주의 질감이 거세된 편이며, 무드는 더욱 어두워졌다. 또한, 보다 확장된 사운드의 전개가 돋보이는데, 트랙들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니면서도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러닝타임 내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앨범 곳곳에서 밴드로서 들려줄 수 있는 사운드에 집중한 흔적이 역력하며, 특히, 7분여의 러닝타임을 가진 대곡들에서 이들이 전작보다 훨씬 더 곡을 흡입력 있게 끌고 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앨범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보컬 시드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난 노랫말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던 그녀는 성적 지향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는데, 자아의 죽음이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역설적으로 시드의 진정한 자아가 발현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Ego Death]는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꾸준히 성장하여 얻어낸 결과물로, 인터넷이 지향하는 음악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3. Miguel – Wild Hearts

     

    Released: 2015-06-29

    Label: RCA

     

    미겔(Miguel)의 이 세 번째 앨범은 놀라운 완성도의 전작 [Kaleidoscope Dream]이 아쉽지 않을 만큼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줌과 동시에 제목에서부터 그가 지향하는 음악적 색깔이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이번에도 미겔은 단독, 혹은 전작에서도 호흡을 맞춘 해피 페레즈(Happy Perez), 살람 레미(Salaam Remi) 등을 비롯한 베니 카셋(Benny Cassette), 라파엘 사딕(Raphael Saadiq) 등의 프로듀서와 협력하여 프로덕션을 꾸렸다. 전작보다 많은 프로듀서가 참여했음에도 여전히 매끈한 흐름을 자랑하는 건 앨범을 조율하는 미겔의 역량 덕이다. 세부적으론 기존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던 공간감을 살린 PBR&B 사운드는 상당 부분 거세되었으며, 대신 록과 펑크(Funk)적인 요소를 강조한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복고적인 향이 강한데, 곡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면서 프로덕션에 완전히 녹아들거나 주도하는 보컬이 이번에도 일품이다. 미겔은 [Wildheart]를 통해 다시 한 번 그가 지향하는 알앤비 사운드를 충실하게 구현해냈고, 감탄을 자아냈다. 그야말로 흠잡을 곳 없이 잘 짜인, 전작에 이어진 또 한 장의 걸작이라 할만하다. 더불어 장르의 과용으로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흔해진 작금의 알앤비 씬에서 미겔의 영역이 여전히 매우 견고함을 증명한 작품이다.


     

    2. D'Angelo and The Vanguard – Black Messiah

     

    Released: 2014-12-15

    Label: RCA

     

    이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는 네오 소울 거장의 새 앨범은 무려 14년의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하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첫 곡 ‘Ain't That Easy’부터 사이키델릭한 기타 리프와 쫀득한 펑크 사운드 위로 특유의 변칙적인 어레인지가 돋보이는 보컬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하고,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네오 소울이 처음 등장했을 당시 느낀 환희와 충격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디엔젤로와 그의 핵심 조력자인 퀘스트러브(Questlove)를 위시한 존 블랙웰(John Blackwell/드럼), 피노 팔라디노(Pino Palladino/베이스) 등등, 실력자 동료들이 뭉친 더 뱅가드(The Vanguard)는 라이브 연주와 레코딩의 생생한 맛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사운드적인 중심을 잡았고, 그 안에서 디엔젤로의 영웅이기도 한 프린스(Prince)를 비롯하여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Sly & The Family Stone),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펑카델릭(Funkdelic) 같은 선배 거장들의 음악적 특징 또한, 적절하게 어우러진다. 그야말로 앨범엔 그가 창조한 네오 소울과 그 이전 시대의 소울, 펑크가 화합한 명곡들이 그득하다. 본작을 두고 [Brown Sugar] [Voodoo]와 비교하는 건 무의미할 듯하다. 완벽했던 전작들보다 감흥이 덜하다고 해서 명작이 아닌 건 아니니까 말이다. [Black Messiah] 역시 '네오 소울 클래식'이다.


     

    1. Hiatus Kaiyote - Choose Your Weapon

     

    Released: 2015-05-04

    Label: Flying Buddha

     

    싱글 "Nakamarra"와 데뷔 앨범 [Tawk Tomahawk] 2000년대 소울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가 약 3년 만에 발표한 본작은 더 탄탄한 음악과 구성으로 또 한 번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룹의 음악은 따지자면, (그들 스스로도 칭했듯이) 2010년경부터 대두된 '퓨쳐 소울(Future Soul)'의 영역에 속한다. 네오 소울(Neo Soul)로부터 뻗어나와 일렉트로닉, 덥스텝, 펑크(Funk), 재즈, , 힙합, 록 등이 불규칙적으로 어우러져 구축된 스타일이다. 이와 비슷하게 혼합에 기반을 둔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보컬과 사운드 측면에서 기존 알앤비의 울타리로부터 다소 벗어나 있다면, 퓨쳐 소울은 큰 틀에서 전통적인 부분은 고수한다는 게 차이다. , 이들의 음악은 매우 진보적임과 동시에 과거의 향수 또한 중요하게 품고 있다. 행동의 중단을 뜻하는 'Hiatus'와 세상에 없는 단어인 'Kaiyote'를 결합하여 궁금증을 유발했던 그룹 이름만큼이나 그 음악적인 속내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앨범이다. 다른 많은 걸작처럼 두세 번의 감상만으로 빨려 들어가는 류가 아니란 얘기다. 물론, 전반적인 무드와 뛰어난 연주, 그리고 매혹적인 보컬의 합만으로도 충분한 희열을 선사하지만, 한 곡 한 곡 세세한 부분에 집중하여 듣다 보면, 그 이상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대부분 곡이 매우 치밀하게 구성되었음에도 즉흥 연주와 보컬의 매력이 조금도 반감되지 않는 오묘한 맛이 있다. 특히, 기본 바탕이 되는 폴리리듬(polyrhythm: 둘 이상의 서로 다른 리듬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 위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변주를 비롯하여 실제 연주와 디지털 소스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순간은 가장 귀 기울여야 할 지점이다. 그동안 나온 양질의 얼터너티브 소울이나 블랙 뮤직에 기반을 둔 퓨전 음악, 혹은 네오 소울 결과물 중에서도 손꼽을만한 작품이며, 올해 가장 빛난 알앤비/소울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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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ung THUGGER (2016-07-28 17:53:36, 59.29.231.**)
      2. 감사해요!!
      1. 여성훈 (2015-12-28 08:59:14, 223.62.203.***)
      2. Cool Uncle 이 없네요..
      1. Fukka (2015-12-24 14:42:05, 175.223.3.***)
      2. 으아 못들어본 앨범이 반이네요 꼭 들어봐야지.
      1. 230 (2015-12-21 14:48:16, 24.20.227.***)
      2. ㅎㅎ 못들어본 음반들 들으며 한해를 마무리 할수 있겠네요 감사합니다 ㅎㅎ
      1. Scuba (2015-12-21 00:12:02, 182.208.102.***)
      2. 1위는 진짜 이견이 없을 듯...
      1. Manual (2015-12-20 15:47:10, 14.43.167.***)
      2. 저는 올해 디안젤로와 뱅거드를 좋게 들었었는데 상위 랭크되어있어서 기분 좋네요!
      1. Trippy (2015-12-20 06:28:36, 211.45.249.***)
      2. 드디어올라오는군요ㅠ오래기다렸어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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