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Unsigned: 큐엠(QM)
- rhythmer | 2016-11-07 | 2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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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싸인드(Unsigned)'는 아직 레이블과 계약하지 않은 주목할만한 힙합, 알앤비 신인을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가능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 대상이며, 비정기적으로 꾸준히 소개할 예정입니다.이름: 큐엠, QM
출생지: 서울 이태원
능력: 랩
주력: 힙합
지난 2015년, 두 명의 신인 랩퍼 큐엠(QM)과 심스가 팀을 이뤄 공개한 믹스테입 [한국힙합]은 여러모로 주목할만했다. 타이틀에 걸맞은 대주제는 물론, 나아가 한국힙합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만을 사용했다는 점, 그리고 그 위에 얹힌 랩이 준수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큐엠의 잠재력은 상당해 보였고, 이후 공개한 곡들에서 그 능력이 밖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힙합 씬의 어두운 단면을 꿰뚫는 시선과 그 안에서 느끼는 혼란함이 순차적으로 담긴 “조각”, 현재 한국 사회 전체를 충격에 빠트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비판하는 “순siri” 등, 가장 최근에 발표된 두 곡은 그가 장차 한국힙합 씬에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준다. 씬과 현실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롭고, 청자를 꽉 조이는 랩핑엔 잔뜩 날이 서 있다.
처음 그가 랩을 듣게 된 계기는 욕설 때문이었다고 한다. 바스코(Vasco)의 정규 데뷔작 [The Genesis]에 수록된 “얼굴 없는 싸나이”를 듣고 욕이 많이 나오는 것에 호기심이 든 큐엠은 이후, 소울 컴퍼니와 빅딜 등, 한국힙합 음악을 찾아듣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등학교 2학년이 됐을 무렵, 힙합을 좋아하던 친구의 추천으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되는데, 바로 미국힙합이었다. 당시 친구가 그에게 소개해준 건 투팍(2pac), 노토리어스 비아이쥐(The Notorious B.I.G.), 에미넴(Eminem), 빅 엘(Big L), 닥터 드레(Dr. Dre)의 앨범들. 그중에서도 큐엠을 가장 매료시킨 건 에미넴이었다.
스스로 “화나, 키비의 가사를 보며 자랐으나 제 랩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뮤지션은 ‘Eminem, Slim Shady, Marshall Mathers(*필자 주: Slim Shady는 에미넴의 또 다른 자아, Marshall Mathers는 에미넴의 본명)’입니다. 에미넴 곡의 카피 랩으로 처음 랩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밝힐 정도다. 또한, 사람들이 듣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공감대가 높은 주제를 선정하여 가사를 적고 있으며, 궁극적으론 에미넴처럼 ‘랩 갓(Rap God)’이 되는 게 목표다.“제일 랩을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진짜가 되고 싶습니다. 이 판에 가짜가 아무리 많아도 상관없어요. 가짜는 진짜를 쓸 수밖에 없거든요.”
한편, 큐엠이 공개한 곡을 들어보면, 트렌디한 프로덕션보다는 ‘90년대 붐뱁 프로덕션을 선호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이는 실제로 그가 지향하는 바다. 다만, 그 이유가 스타일의 우열을 따지거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선 따위는 아니다. 트랩(Trap)은 랩을 하기에 재미없어서 추구하지 않을 뿐이라고.“진실된 가사와 그 가사를 지키는 스탠스를 취하는 것, 흰 도화지를 희다고 검은 도화지를 검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실력”을 아티스트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 여기는 그는 오는 12월 15일, 프로듀서 제이에이(JA)와 합작 앨범 [Nazcar]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 둘은 제이에이의 앨범과 이번 “순siri”라는 곡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Nazcar] 이후엔 내년 초 솔로 EP도 발표할 예정이다. 비로소 큐엠의 정식 앨범 단위 커리어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는 현재 한국힙합의 상황을 “아수라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된 신예의 패기는 언제나 기대를 높이는 법이다.글: 강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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