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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과소평가된 랩퍼들 Vol. 2
    rhythmer | 2017-01-18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남성훈

     

     

    어느 나라의 힙합 씬이든 실력, 혹은 결과물의 완성도에 비해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거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랩퍼들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취향을 크게 타는 스타일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팀 내 다른 멤버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너무 큰 유명세가 실력에 대한 시선을 먹어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고, 특정 사건을 통해 선입관이 덧씌워졌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아예 조명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지나가는 시대, 리드머에서는 더 많은 이야기가 오갔으면 하는 랩퍼들을 모아봤다. 아마 한국힙합 팬 여러분의 마음 속에도 저마다 과소평가된다고 생각하는 랩퍼들이 몇 명쯤 있을 것이다. 이하는 우리가 선택한 과소평가되고 있는 랩퍼들이다.

     

     

    수다쟁이

     

    수다쟁이는 2006년 디제이 웨건(DJ Wegun) "Wheels of Steel"에 참여하고 2007 [Let's get funky]를 발표한 수퍼랩핀 피제이(Superrappin' PJ)의 멤버로 등장했다. 미 올드스쿨 힙합에 강한 애정을 표하며 투박한 힙합을 추구하던 팀의 멤버였지만, 이후 클라우댄서(Cloudancer)라는 팀에서는 부드럽고 상쾌한 음악을 통해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또한, 허클베리피와 팀을 이뤄 한국힙합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강점은 언제나 많은 양의 가사를 유려하게 풀어내는 탁월한 이야기꾼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2015년 발표한 솔로앨범 [북가좌동 349-17]에서는 좀 더 진중한 시선과 세밀한 표현력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다. 비록, 오늘날 기준에서 세련된 스타일의 랩핑을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탄탄한 이야기의 힘을 지닌 데다가 결과물을 거듭할수록 기술적으로도 더욱 견고해졌기 때문에 보다 더 크게 주목받아야 할 아티스트다.


     

    콸라(Qwala)

     

    2011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작업물을 보여준 콸라는 특이한 음색과 캐릭터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그 이목은 단발성에 그치곤 했는데, 데뷔이래 쭉 현란한 플로우를 선보였지만, 떨어지는 가사 전달력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인 건 2014년에 발표한 믹스테입 [Monster Truck 2014]을 통해서였다. 콸라는 붐뱁을 위시하여 독특한 색이 잘 녹아드는 프로덕션을 앞세워 본인의 랩이 지닌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16, 동료 랩퍼 프로그맨, 월터와 결성한 그룹 오사마리(OSA)의 앨범 [City Of OSA : Family Business]에서 좋은 딜리버리와 매끄러운 플로우의 완연한 조합을 과시하기에 이른다. 자연스레 가사의 수준도 이전보다 올라갔다. [City Of OSA : Family Business]는 그야말로 콸라가 하드캐리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확실한 음악적 지향점이 엿보이기에 더욱 흥미로운 아티스트이며, 2년 사이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랩퍼다. 초기적 콸라만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그의 결과물을 꼭 다시 체크해보길 권한다.


     

    깔창

     

    2012년 힙합 플레이야 선정 'NEW WAVE'에도 선정됐던 깔창은 이후 많지 않은 작업물 때문에 기억 속에서 사라진 랩퍼였다. 벅와일즈 크루에 속해 있는 랩퍼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그를 설명할 때 가장 부각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발표했던 첫 EP [Rocksteady](2016)는 그가 결과물만 꾸준히 냈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올라섰을 거란 가정에 설득력을 더하는 앨범이었다.

     

    여유있는 듯하면서도 슬쩍 날을 세우는 특유의 톤, 그리고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프로덕션과 가사는 오히려 신선한 모습을 보여줬다. 적어도 5년 전 주목받던 신예의 자존심은 지켜내며, 다시금 그를 향한 기대감을 불어넣을만했다. 물론, 앨범에 대한 반응은 소소했지만, 앞으로 프로덕션의 중량감만 더한다면 충분히 주목하고 즐길만한 결과물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랩퍼다. 물론 다시 수 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만 아니라면 말이다.


     

    제이문(Jay Moon)

     

    제이문은 지난 2012년에 발표한 데뷔작 [Fly Me To The Moon]을 통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어린 나이에 발표한 앨범임에도 상당한 완성도와 깊이 있는 가사로 주목받았는데, 그 중심엔 제이문의 놀라운 랩 실력이 있었다. 식상하지 않은 가사와 놀라운 완급조절 능력을 보여준 랩핑의 조합은 그가 이미 동시대 신예들보다 한 단계 위에 있음을 보여줬다.

     

    2013년 일명 '컨트롤 대전' 당시 발표한 "Conduct(Control Response)"는 비록, 화제의 중심에 서진 못했지만, 그의 뛰어난 랩 실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곡이었다. 2015년 바스코와 함께한 "스페셜 데이"를 시작으로 의욕있게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으나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쇼미더머니] 오디션에서 작은 구설에 오르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지만, 실력만큼은 상당하다. 제이문은 여전히 어리고 랩핑과 감각 역시 한창 물이 올라있다.


     

    이그니토

     

    이그니토가 2006년 발표한 [Demolish]는 한국 힙합 역사상 가장 독특하고 탁월한 작품 중 하나다. 프로덕션도 탁월했지만, 이그니토의 랩이 그 중심에 있었다. 특히, 암울한 기운을 웅장하게 펼쳐내는 가사는 개성 넘치는 플로우와 만나 독특한 기운을 만들어냈다. 또한, 특이하지만 억지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라이밍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듣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여기에 시각적인 효과까지 대단한 표현력이 더해진 이그니토의 랩은 전에 없던 멋을 품고 있었다.

     

    이그니토는 5년만인 2011 [Black]을 발표하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선회한 표현법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인지 첫 앨범과 같은 충격은 주지 못했다. 이후, 활동을 멈추지는 않았지만, 결과물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그니토의 랩이 가진 힘은 여전하다. 특히, 2014 "무언가(無言歌)"에서 허클베리피와 MC메타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고, 2016년 헝거노마와 발표한 싱글 "Oracle"에서는 다시금 [Demolish]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음악이 품은 특유의 세계관과 무드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그니토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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