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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디스의 품격: Nicki Minaj를 향한 Remy Ma의 핵펀치
    rhythmer | 2017-02-28 | 15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강일권

     


    미 힙합 씬에서 디스는 흔한 일이다. 이제 웬만해선 관심을 지속적으로 붙들어 매기 쉽지 않은 디스테인먼트 시대지만, 그럼에도 고감도 디스는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이번 레미 마(Remy Ma)의 니키 미나즈(Nicki Minaj) 디스가 그렇다. 두 랩퍼의 불화가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한때 동료에서 적으로 돌아선 데다가, ‘랩의 여왕(Queen Of Rap)’이란 자리까지 걸렸기 때문이다.

     

    레미 마와 니키 미나즈는 이미 작년부터 미묘하게 신경전을 펼쳐왔다. 레미는 작년 12월에 공개한 프레셔(Phresher)"Wait A Minute (Remix)”에서, 니키는 올해 2월에 공개한 구찌 메인(Gucci Mane)“Make Love”에서 서로를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서로인 듯한 라인을 뱉었다. 비록, 이를 두고 레미가 니키를 디스한 게 아니다.”라며 해명까지 했으나 이번에 발표한 디스곡 "ShETHER"로 말미암아 많은 힙합 팬은 이전 곡들이 서로를 노렸다는 걸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여성 랩퍼의 활약과 상업적인 성공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사실상 오늘날 메이저 여성 랩퍼의 지분은 니키 미나즈와 이기 아잘리아(Iggy Azalea)가 양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랩 실력이 받쳐주지 못한 이지 아잘리아와 달리 탁월한 랩핑을 구사하는 니키 미나즈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함부로 디스를 걸만한 상대가 아니란 소리다. 이미 ‘90년대를 풍미한 베테랑이자 여왕벌(Queen Bee)’ 릴 킴(Lil Kim)이 니키 미나즈의 콧대를 꺾으려 시도했다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체면만 구겼다.

     

    팻 조(Fat Joe)가 이끈 테러 스쿼드(Terror Squad) 출신의 레미 마가 니키 미나즈와 붙는다고 했을 때 역시 많은 이는 니키의 승리를 점쳤다. 이전까지 레미 마가 솔로 커리어에서 보여준 것이 별로 없었기에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빠르게 디스전이 마무리될 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니키 미나즈가 아니라 레미 마의 승리로 말이다. 그만큼 이번에 그녀가 발표한 디스곡 "ShETHER"는 강력하고 끝내준다.




     

    레미는 그저 원색적인 비난이나 자기 과시로 라인을 허비하지 않는다. 확실하게 약점을 찾아서 치밀하게 파고드는 공격은 고감도 디스의 정석이라 할만하다. 곡 내내 팩트와 펀치라인을 섞어서 조지는데, 상대가 정말 괴로울만큼 헤집어놨다. 보는 눈이 있으니 맞디스는 해야겠는데, 도무지 반격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랄까. 레미 마는 디스 역사에 길이 남은 나스(Nas)의 제이 지(Jay Z) 디스곡 "Ether"의 비트를 사용해서 디스 역사에 남을만한 곡을 탄생시켰다. 그래서 인상적인 몇몇 부분을 꼽아본다.

     

    Let's be honest, you stole that line 'bout bitches being your sons

    How you take my '09 jail tweet and run?

     

    레미 마는 지인에게 총격을 가한 혐의로 무려 8년형을 선고받고 지난 2007년부터 교도소 생활을 했다. 그러던 2009, 레미는 트윗 하나를 올린다. 흡사 가사와도 같은 라임으로 본인을 모함한 이들에게 분노를 표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니키가 이 라인을 몇몇 곡에서 무단 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I Endorse These Strippers”“Did It On ‘Em”이 대표적인 예다. 레미 마가 감옥에서 쓴 트윗을 빼앗고 튀었다,’라며 이를 꼬집는 부분이다.

     

    Guess who supports a child molester? Nicki Minaj

    You paid for your brother’s wedding? That’s hella foul

    How you spending money to support a pedophile?

    He a walking dead man, sending threats to him

    I guess that’s why they call you Barbie, you was next to Ken

     

    12살 아이를 수차례 강간하여 1급 강간죄로 15년형을 선고받은 니키 미나즈의 오빠를 거론하는 부분. 니키는 그의 결혼식 때 약 3천만 원 정도를 냈었는데, 이를 두고 소아성애자를 지지했다며 약 올리는 라인이다. 니키는 1심 판결 후, 오빠의 보석석방을 위해 거액을 지급하기도 했다. 남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니키 오빠를 '걸어 다니는 송장'으로 낙인 찍은 건 덤. 사형 집행장에 입장하는 사형수를 일컫는 은어 'Dead Man Walking'을 살짝 비튼 센스도 돋보인다. 다만, 니키 오빠 제라니 마라즈(Jelani Maraj)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And stop talking numbers, you signed a 360 deal

    Through Young Money, through Cash Money, through Republic

    Which means your money go through five niggas before you touch it

     

    니키가 레미 마를 겨냥한 곡("Make Love")에서 '랩의 여왕이 되려면 음반이나 팔고 얘기해'라고 한 부분에 대한 아주 영리한 반격이다.

     

    '숫자 얘기 좀 하지마. 360딜이잖아. 영 머니 통하고, 캐시 머니 통하고, 리퍼블릭 레코즈를 통해야 하는. 네가 번 돈을 네가 만지기도 전에 다섯 새끼들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야.'

     

    360딜은 주로 메이저에서 통용되는 계약으로 아티스트가 음반으로 번 돈 외에 투어, 광고, 머천다이즈 판매 등등, 모든 부분에서 얻은 수익의 일정 %를 레이블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아티스트 사이에선 일종의 노예 계약 비슷한 뉘앙스로 거론하는 계약 방식. 니키 미나즈는 대형 레이블 리퍼블릭 레코즈와 이곳과 협력 중인 캐시 머니, 그리고 캐시 머니의 산하 영 머니 모두에 속해있다. 그만큼 그녀와 관련한 저작권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대표가 여럿이며, 당연히 떼이는 게 많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참고로 이 라인은 과거 푸샤 티(Pusha T)의 드레이크(Drake) 디스곡이었던 "Exodus 23:1"에서 'You signed to one nigga that signed to another nigga, That's signed to three niggas, now that's bad luck' 라인을 차용하여 기가막히게 변형시킨 것이다.

     

    그런데 레미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니키의 360딜 처지를 계속 조롱하다가 인디펜던트인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는 걸로 방점을 찍는다. 니키가 내세워온 바비 캐릭터를 조롱하는 것과 함께.

     

    Any videos, promotions come out of your budget

    Endorsements, tour and merchandise, they finger-fuck it

    You make like 35 cents off of each ducat

    I own my masters, bitch, independent

    So for every sale I do, you gotta do like ten



     


    계속해서 이번엔 제이 지와 비교하지 말라며 일침을 날린다. 한 마디로 일꾼이면서 보스 행세를 하지 말라는 거다.

     

    Stop comparing yourself to Jay, you not like him

    You a motherfucking worker, not a boss like Rem

     

    참고로 니키는 엄청난 제이 지의 팬이며, 스스로 '여성 제이 지'라 칭한 바 있다. 또한, 그녀의 앨범 [The Pinkprint]를 두고 제이 지의 역작 [The Bluprint]에 비견하기도 했다.

     

    자 그리고 레미는 랩의 여왕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니키에겐 매우 치명적일 대필 의혹, 고스트라이터의혹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No, to be the Queen of Rap, you can't have a ghostwriter

    And that's why this is my house, Flo Rida

    Niggas done seen Drake penning, Wayne penning

    And since your first boyfriend left, bitch ain't winning

    You a Internet troll, a Web browser, I'm sorry

    You can't get her online with out Safaree!

     

    앞서 언급한 '랩의 여왕이 되려면 음반 좀 팔고 얘기해'라는 니키의 공격에 레미는 '랩의 여왕이 되려면 고스트라이터부터 없어야지'로 맞받아치고 들어간다. 가사에서 언급된 드레이크와 릴 웨인이 니키의 고스트라이터로 거론된 랩퍼들. 무엇보다 펀치는 마지막 라인이다. 니키의 옛 연인이자 그녀의 첫 두 앨범에서 작사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던 사파리(Safaree)와 인터넷 웹브라우저 사파리(Safari)를 이용하여 조롱하는 감각적인 동음이의어 펀치다.

     

    이 외에도 "ShETHER"엔 재미있고 위협적인 라인이 빼곡하다. 그야말로 차분하게 잽을 먹이는 듯한 랩핑과 몇 차례나 다운시키기에 충분한 핵펀치 같은 가사가 어우러진 멋진 디스곡이다. 부디 가사 전문을 꼭 한 번 해석해보길 권한다. 이 안에 배틀 랩의 진수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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