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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극의 리스트] 화나의 ‘Fanaconda’ 베스트 가사 10
    rhythmer | 2017-05-22 | 2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
    쇼미더머니]가 한국힙합을 잠식한 지 5년째에 접어든 현재, 랩퍼들의 처신은 양극으로 갈렸다. 거의 대부분은 몸값을 올리고자 기꺼이 가슴팍에 번호표를 달았고, 남은 소수는 회의감, 혹은 소극적인 디스 아래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따지자면, 화나는 후자다. 그리고 약 4년 만에 발표한 새 정규 앨범 [Fanaconda]에서 이 같은 태도와 시선을 더욱 맹렬하게 드러낸다. 그만큼 어둡고 힘이 많이 느껴진다.

     

    특히, 좁게는 본인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어글리 정션(Ugly Junction), 넓게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유배지로 정의한 '유배지에서'부터 그를 포함하여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고 본인의 길을 가는 아티스트들의 스탠스를 확실히 하는 '순교자 찬가'를 지나, 변질된 'Wack MC'들을 향해 기어코 이빨을 드러내는 'Fanaconda'까지 이어지는 라인은 서사의 힘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화나의 랩 퍼모먼스가 남기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그가 주 무기로 삼아온 빼곡한 라이밍에 대한 강박이 다소 기계적인 플로우를 낳아 감흥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랩에서 이전보다 풍부한 감정 표현을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프로덕션과 메시지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여기 화나의 새 앨범 [Fanaconda]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사 10개를 뽑아봤다.

     

    인트로 글: 강일권


     

     

    소속산 없어 난 어엿한 Underground / 영혼 판 도적단이 쪽쪽 빤 이 더러운 판 위 떳떳한 못난이 / 손아귀 속 결단의 도전장 / 그리고 절대 꺾일 수 없는 내 연필 / 끝내 여길 때려치울 생각 없어

     

    -유배지에서

     


     

    온통 여긴 전염병이 덮쳐버린 공동묘지 / 저 뻔뻔히 겁도 없이 얼쩡거리던 버러지들의 종족번식 / 영역표시로 더렵혀진 역겨운 거리 / 썩어버린 똥덩어리들 격조 높이는 여론몰이 / 노력 없이 거저먹기로 얻어걸린 명성놀이

     

    -Fanaconda

     


     

    용의 시대에 지배되기를 거부한 야생 이무기 / 이름이나 몸집 크기로 기죽지 않는 / 이 긍지의 삶은 B-Movie / 우성이 아니라서 열성으로 맞서네 / 쉬운 먹잇감이라도 전력으로 단번에

     

    -Fanaconda

     


     

    문화 시장의 불합리 / 숱한 시련의 틈바귀 / 수난기를 맞이한 음악인들의 줄타기 / 금박지 흑막 뒤 주사위 놀음말이 되어 / 물탄 Scene에서 모두 아가미와 물갈퀴를 달지

     

    -진실은 저 너머

     


     

    마냥 거대해 져버린 유통망 속 행패가 / 반복될 때 땅꼬맹이의 눈엔 달콤해 봬나 봐 도대체 / 제 감정 제대로 말 못해 랩 학원에 가서 배회 / 현실은 잔혹해 얘네 갈 곳 태반은 자녹게에 / 다 본 게임에 낙오된 채 각자 놀 때에 / 거기 반쪽 무대에 만족해 환상 속에 난 놈 행세 / 각종 폐해 낳고 생색내는 각본 대회가 널 세뇌 / 화려해 보이는 여긴 힙합 연예계

     

    -가족계획

     


     

    힙합은 컸는데 시장은 곡을 해 / 기운 땅을 넘는데 높이 쌓는 법을 왜? / 실상은 어두운데 빛남을 요구해 / 그 휘황을 덮을 때 그림자는 더 크게 뻗는데 / 여긴 다들 색이 변해 / 실은 그래서 더욱 진짜를 세기 편해

     

    -가족계획

     


     

    나누어진 판 / 여긴 투명인간 아니면 유명인사 / 난 그 끊어진 사슬 틈 어딘가 덩그러니 박혀 구덩일 파 / 무성히 자라 우거질 싹을 꿈꿔 씨앗들을 / 묻었지만 느끼는 건 미약한 숨소리 / 과연 이건 분종인가 무덤인가

     

    -Power

     


     

    저 허허벌판에 닥친 엄동설한 / 모두가 멀고 먼 환상의 낙원을 엿보건만 / 돌아온 건 혼란 그리고 병목현상 / 그래도 기어코 결판 짓기를 원해 / 험로로 완고히 걸어온 난 / 이건 어쩌면 단지 과욕 혹은 자기만족 / 하지만 꼭 어차피 한 쪽에 건다면 난 희망 쪽

     

    -Power

     


     

    선택이란 곧 죄가 되는 획일화 속에서 / 예민해진 어깨 위에 진 무거운 책임의 짐 때문에 겁쟁이 내진 좀생이 되지 / 누가 곁에 기대지 못하게 친해지기보단 조금 멀게 지내지 / 먹잇감이 되긴 싫어 꽁지 빠지게 멀찌감치 내빼고 몸조심하지 매일 / 소심한 입엔 거짓말이 배 / 더 이상 이제 어리단 핑곈 먹히지 않기에

     

    -대면

     


     

    아는 것과는 먼 아주 먼 세상 / 그 속엔 바른 놈 나쁜 놈 같은 놈 다른 놈 / 다 큰 놈 작은 놈 사는 놈 파는 놈 / 하는 놈 마는 놈 잘하는 놈 못하는 놈 / 가는 놈 남는 놈 떠나는 놈 붙잡는 놈 / 나는 놈 기어가는 놈 빠른 놈 따라가는 놈 / 아는 놈 얕은 놈 약은 놈 당하는 놈 / 까는 놈 맞는 놈 바쁜 놈 퍼 자는 놈

     

    -세상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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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신숭털 (2017-05-23 18:54:16, 218.152.158.**)
      2. 하나하나 주옥같네요 ㅠ
      1. 박한웅 (2017-05-23 09:35:30, 223.32.38.**)
      2. 뢈을 이렇게 쓸수있다는것만으로도 들으며 귀가 짜짜릿릿한 음반였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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