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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7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
    rhythmer | 2017-12-28 | 2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17 국외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2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6 12 1일부터 2017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20. John Legend - Darkness And Light

     

    Released: 2016-12-02

    Label: GOOD Music, Columbia

     

    존 레전드(John Legend)가 발표한 다섯 번째 정규앨범 [Darkness And Light]는 알앤비/소울의 영역 안에서 보다 다채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가스펠, 소울, 블랙 록, 얼터너티브 알앤비 등을 넘나든다. 다만 전작까지 꾸준히 선보였던 힙합과 조우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는 와중에도 사운드의 일관성이 느껴지는 점은 흥미롭다. 이는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은 블레이크 밀스(Blake Mills)가 전반적인 흐름을 잘 잡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블랙 록 사운드가 살짝 가미된 미디엄 템포 알앤비 트랙 “Penthouse Floor”는 존 레전드의 기존 음악과 밀스의 스타일이 적절히 조화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작들처럼 앨범에는 여전히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은유도 흩뿌려져 있다. 흥미로운 건, 정치적인 은유들 덕분에 연인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는 트랙들도 앨범을 다 듣고 나면 처음과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Darkness And Light] 10년이 훌쩍 넘은 존 레전드의 커리어에서 음악적 변화의 폭이 가장 크게 두드러진 앨범이다. 기존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포섭해 이것이 탄탄한 완성도로 귀결되었다. 자신의 영역 안에만 안주하지 않는 과감함이 결과적으로 득이 된 셈이다. 앨범 단위로 꾸준히 성취를 이뤄내고 있는 그의 행보는 이름처럼전설이란 칭호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19. Brent Faiyaz - Sonder Son

     

    Released: 2017-10-13

    Label: Lost Kids

     

    브렌트 페이야즈(Brent Faiyaz) 2016년 여름 [A.M. Paradox]라는 근사한 EP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해 겨울 선공개된 골드링크(GoldLink)의 첫 플래티넘 싱글 “Crew”에 참여하면서부터다. 해당곡의 후렴에서 드러난 것처럼 얇지만 섬세하게 뻗어나가는 그의 보컬은 정규 1집인 [Sonder Son]에서도 매력적인 형태로 발현됐다. 브렌트가 지닌 재능 중 가장 으뜸인 음색에는 때가 타지 않고 맑은 느낌이 베어있다.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기교를 억제하면서도 유유히 감정을 전달해냈다. “Missin Out”은 그 예의 부합하는 대표적 트랙이다.

     

    목소리를 보조하는 프로덕션 역시 단조롭고 미니멀한 형식으로 설계되었는데, ‘90년대 바이브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독특하게도 기타 사운드를 필두로 완성됐다. 라틴 풍의 기타 멜로디가 사용된 트랙 “First World Problemz”부터 기타로 청량감을 살린 “Needed”, 그리고 전자기타 리프와 대중적인 코드가 사용된 “L.A.”까지 그 쓰임새는 다양하다.

     

    각 트랙마다 과거의 기억으로 단편을 짜내어 한 편의 성장 스토리로 앨범을 매듭짓는 형식도 흥미롭다. 호기롭게 등장한 여러 신인 알앤비 싱어들과 멈블 랩퍼들이 선보인 서술법과 차별점을 두려는 그의 고민이 느껴진다. 단연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18. Snoh Aalegra - Feels

     

    Released: 2017-10-20

    Label: Artium Recordings

     

    스웨덴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스노 앨레그라(Snoh Aalegra)는 거장 프로듀서 노 아이디(No I.D.)의 알앤비 페르소나라 할만하다. 두 아티스트는 추구하는 스타일과 사운드의 근원이 옛 소울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마침내 발표된 앨레그라의 정규 데뷔작에서도 이 같은 기조는 고스란히 이어진다. ’70년대 소울과 이를 원천 삼아 완성한 ‘90년대 힙합 소울은 앨범을 관통하는 장르적 문법이다.

     

    무엇보다 주력한 걸로 보이는 것은 당대 소울의 극적인 무드 연출. 간간이 샘플링을 병행하여 주조한 [Feels]의 곡들은 ‘70년대 범죄 누아르나 고전 탐정물의 사운드트랙을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녀가 직접 이름 붙인시네마틱 소울(Cinematic Soul)’을 체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앨범 발매 훨씬 전에 공개된 싱글(“Nothing Burns Like the Cold” “Feels”)을 능가하는 신곡이 없다는 점이 일말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Feels]의 완성도는 분명히 탁월하다. 처음부터 앨레그라가 지켜온 음악적 노선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오늘날 이처럼 극적인 소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더욱 반갑다.

     

     

    17. Khalid - American Teen

     

    Released: 2017-03-03

    Label: Right Hand, RCA, Columbia

     

    신예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칼리드(Khalid)는 데뷔작 [American Teen]을 통해 확실히 이름을 아로새겼다. 앨범은 PBR&B, 트랩, 포스트 펑크(Post-Funk) 등등, 현 메인스트림 알앤비의 트렌드를 적극 차용하면서도 복고적이고 아련한 맛을 자아내는 프로덕션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자메이카 레게통으로부터 영향받은 진한 보컬 톤이 어우러진 그의 음악은 비슷한 계열의 다른 신예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베테랑 프로듀서인 일마인드(!llmind)를 비롯하여 상당히 다양한 프로듀서 진이 참여했음에도 일관성이 느껴지는 것은 본인의 음악에 대한 확실한 지향점이 있기 때문이다. 새 시대의 10대 찬가라고 할 수 있는 “American Teen”이나 “Young, Dumb & Broke”, 그 시절 느끼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한 “Saved”“Coaster” 등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가사 또한 그의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American Teen] 이전에 칼리드는 그저 평범한 십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데뷔작을 통해 알앤비 씬의 새 얼굴로 거듭났다. 현 메인스트림 씬에서 이처럼 자극적이지 않은 언어들로 아름답게 청춘을 노래하는 아티스트가 드물다는 점에서 그의 존재가 더욱 반갑다. 아직 19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의 미래가 더욱 더 기대될 따름이다.

     

     

    16. Mary J. Blige - Strength of a Woman

     

    Released: 2017-04-28

    Label: Capitol Records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는 여전히 감각적이고 압도적이며, 왕성하다. 그녀의 이름 앞에 전설이란 칭호를 붙이는 것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단지 활동 햇수로 쉽게 정의된 허위 전설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열세 번째 정규 앨범 [Strength of a Woman]에서도 블라이즈의 클래스는 여전하다. 앨범을 낼 때마다 고유한 스타일을 유지하는 동시에 트렌드 역시 적극적으로 수용해온 그녀답게 ‘90년대의 향수를 간직한 팬들과 현재의 음악 팬 모두를 아우를만하다. 그것도 현상 유지 수준이 아니라 옛 스타일이든 트렌디한 스타일이든 완전히 압도해버렸다.

     

    그 중심엔 언제나 탁월한 보컬 퍼포먼스가 있다. 트랩 알앤비 세대들에게 관록의 리듬 주무르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Glow Up"과 느긋하게 점화하여 터질 듯 말 듯 진행하며 가슴을 휘젓는 "Thank You" 같은 곡을 들어보라. 그녀의 보컬은 예나 지금이나 힙합과 알앤비를 잇는 가교이자 극단에 있는 무드와 스타일마저 하나로 묶는 마법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삶의 경험에서 비롯한 고통과 치유의 반복이 담긴 가사가 얹혀 감정의 파고는 더욱 거세진다. 그녀의 어떤 작품보다 처절하고 강인하며, 개인적인 감정이 극대화된 동시에 여성의 현재를 대변하는 듯한 가사는 이 같은 인고의 시간 끝에 작업한 결과일 것이다.

     

    [Strength of a Woman]를 들으며 과연 그녀에게도 슬럼프란 게 있었을지 새삼 궁금해졌다. 그동안 인생에서의 슬럼프라면 셀 수 없이 겪었겠지만, 커리어에서는 전혀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매우 대단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알앤비/힙합 여왕의 탁월한 음악 여정을 동시대에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14. Ibeyi – Ash

     

    Released: 2017-09-29

    Label: XL Recordings

     

    프랑스-쿠바 혈통의 쌍둥이 듀오 이베이(Ibeyi)2015년 데뷔는 강렬했다. 셀프 타이틀 앨범에 담긴 소울과 일렉트로닉, 그리고 팝의 자유분방한 결합은 탁월한 완성도로 귀결됐다. 그들의 음악은 이른바 전위적인 알앤비라 할만했다. 2년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 앨범 [Ash]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전작보다 구성은 소박해졌지만, 감흥은 여전하다.

     

    장르 퓨전이 기본 덕목, 혹은 강박처럼 되어 흔해진 시대 속에서도 이베이의 음악은 환하게 빛난다. 소울, 재즈, 힙합, 일렉트로닉의 결합이 그저 흘러가는대로 이루어진 듯한 프로덕션과 그 안에서 부유하는 이베이의 화음은 지속적으로 가슴 한편을 건드린다. 일부 곡에서 아프리카 전통음악을 연상하게 하는 퍼커션의 활용도 눈에 띈다. 앨범의 곡들은 질서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치밀한 구성이 엿보이고, 계획적인 듯하면서도 자유분방하다. 함축된 표현을 통해 여성의 힘을 역설하는 가사는 또 얼마나 인상적인가.

     

    주술처럼 다가오는 이베이의 보컬과 음악이 지닌 마력은 이번에도 통했다. 특히, 흩날리듯 허공을 떠돌다가 피날레를 위해 공간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듯 강렬한 기운을 뿜는 마지막 구간(“When Will I Learn” – “Numb” – “Ash”)은 상당하다. 알앤비/소울, 일렉트로닉, , 어떤 분야에 놓든 단연 베스트라 할만한 작품이다.  

     

     

    14. Moses Sumney – Aromanticism

     

    Released: 2017-10-10

    Label: Jagjaguwar

     

    PBR&B를 위시로 한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 현 시대의 대표 장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사운드가 점점 전형화되고 아류의 출몰이 이어지면서 초기의 신선함은 사그라졌고, 유행의 바람도 주춤해지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약 2년 간의 추세는 눈 여겨 볼만하다. 개성 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내세운 신예들이 등장하면서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신예 알앤비 아티스트 모세 섬니(Moses Sumney)가 발표한 첫 정규앨범 [Aromanticism] 역시 이 대열에 이름을 올릴 만한 탁월한 작품이다. 그는 주특기인 기타 연주를 베이스로 인디 포크(Indie Fork), 일렉트로닉, PBR&B 등등, 다양한 장르를 혼합해 꿈결을 거닐 듯 고요하면서 마음을 짓누르는 무거운 사운드의 음악을 들려준다. 본작은 두 장의 EP에서 보여준 음악의 연장선에서 더 완결성 있는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 위로 코러스와 다양한 질감의 신시사이저들이 간간이 울려 퍼지는 “Don’t Bother Calling”은 대표적.

     

    앨범의 내러티브도 매우 흥미롭다. 타이틀인 ‘Aromanticism’은 어떠한 연인관계, 나아가 인간관계를 거부하는 신념을 뜻하는 말로 모세가 만든 신조어다. 이러한 그의 철한은 앨범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Aromanticism]은 또 다른 올해의 발견이라 할만하다. 본작을 기점으로 그의 존재감은 달라질 것이다. 그만큼 독특하고 뚜렷한 주제의식을 완성도 높은 색깔 있는 음악에 담아냈다. 그리고 이는 듣는 이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13. The Pollyseeds - Sounds of Crenshaw vol.1

     

    Released: 2017-07-14

    Label: Ropeadope

     

    아무리 귀에 익어도 질리지 않은 음악이 있다면 테레스 마틴(Terrace Martin)의 것이 아닐까. 2016 [Velvet Portraits]로 탁월한 음악성을 증명한 바 있는 마틴은 올해 직접 꾸린 밴드 더 폴리씨드(The Pollyseeds)와 함께 여러 감각을 조화로이 배열한 음반을 들고나왔다. 재즈와 소울에 기반을 두고 쥐펑크(G-Funk) 사운드를 입힌 그의 작법은 여전히 뭉클하고 세련되었다. 부드럽게 표현해낸 신시사이저에 어쿠스틱 드럼으로 질감적 재미를 덧붙이고 색소폰이나 보코더 연주로 펑키하면서도 강렬한 획을 긋는 형식이다.

     

    이러한 작법 덕에 앨범을 관통하는 획일적인 무드 자체는 레이드백(Laid-Back) 된 편이다. 다만, 각 곡의 구조나 감상 포인트, 악기의 배합을 매번 달리 가져간다는 점에서 듣는 즐거움이 있다.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감성이 물씬 풍기면서도 네오 소울의 잔향을 남겨둔 “Intentions”, ‘70년대 퓨전 재즈 사운드를 재현해낸 대곡 “Funny How Time Flies”, 무게감을 덜어낸 쿨 재즈 트랙 “Mama D/Leimert Park”, 그리고 폴리씨드의 보컬 로즈 골드(Rose Gold)가 활약한 “You and Me”까지의 초반부는 매우 인상적이다.

     

    앨범이 후반부로 치달을 즈음엔, 한정된 재료로 최상급 음악을 국수 뽑듯 뽑아내는 본인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 한편으론 이 만큼 타당한 자의식이 있을 수 있을까도 싶다. 그가 오늘날 최고의 블랙뮤직 프로듀서이자 장르 퓨전의 고수 중 한 명이란 사실을 다시금 체감케 하는 작품이다.

     

     

    12. Nick Hakim - Green Twins

     

    Released: 2017-05-19

    Label: ATO Records

     

    이 워싱턴 DC 출신 싱어송라이터의 정규 데뷔작 [Green Twins]는 사이키델릭하고 소울풀한 기운으로 자욱하다. 그 짙은 색채를 논외로 치고서도 가장 현대적인, 그야말로 2017년에 발표됐다고 하기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동시에 빈티지한 매력도 풍기기 때문에 요상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애절함과 처연함을 꾹꾹 눌러 담아 섬세하게 써낸 가사도 일품이지만, 소울을 토대로 여러 장르를 결합한 프로덕션이야말로 가장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사이키델릭 소울과 얼터너티브 팝의 경계가 절묘하게 무너지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닉 하킴이 주조한 몽환적이면서 틀에 박히지 않는 전개 방식은 귀를 매료시킨다. 잔잔한 템포로 어수룩한 티를 내는 듯하다가도 한편으론 비범하고 능숙한 사운드 변속을 통해 톤의 변화를 가져간다. 나른히 흐르다가 어느 순간 급류에 휩쓸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 대표적인 트랙 “Tyaf”는 사이키델릭한 슬로우 잼으로 시작해서 포크 락 트랙으로 단숨에 바뀐다. 창법 역시 곡의 분위기와 가사에 맞게 가져갔고, 비교적 공간이 열려있는 곡들에서는 에코와 리버브를 강하게 걸어 웅장함으로 공백을 채운다.

     

    [Green Twins]는 청각적인 실험성은 지향하면서 곡의 균형도 지켜낸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이와 차별되는 음악 세계에 대한 하킴의 집요한 독단성과 확신감이 강렬히 와 닿는다. 추후 수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릴 아티스트로 성장하게 되리라 예상한다.

     

     

    11. Kelela - Take Me Apart

     

    Released: 2017-10-24

    Label: Warp

     

    워싱턴 D.C.(Washington D.C.)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케레라(Kelela) 2013년 믹스테입 [Cut 4 Me]를 무료로 공개하면서 독특한 비주얼과 음악으로 주목받았다. 알앤비를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 차용, 하우스, 유로 댄스 등의 장르를 끌어안은 그녀의 음악은일렉트로-알앤비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댄서블하고 몽환적이며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데뷔 이후 4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Take Me Apart]는 그간 보여주었던 음악 스타일을 보다 확장, 발전한 결과물이다.

     

    더불어 완성도와 별개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여지가 있었던 전작들과 달리 대중적으로 쉽게 다가갈 만한 팝적인 요소가 강해졌다. 앨범의 리드 싱글인 “LMK”부터 이러한 변화가 느껴진다. 연인과의 잦은 다툼과 이별, 재회를 다룬 가사들 또한 듣는 맛이 좋다. 반복되는 갈등을 두 사람의 입장에서 풀어낸 “Onanon”에서처럼 구체적인 상황들을 펼쳐놓고 그 사이에 관계와 사랑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표현들을 흩뿌려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케레라는 [Take Me Apart]를 통해 데뷔 때부터 고집해온 본인만의 영역을 더욱 견고하게 쌓아 올렸으며, 전에 없던 대중성도 챙겼다. 일렉트로닉과 알앤비를 결합합 다양한 사운드를 시도하는 와중에도 일관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또한 특기할만하다. 얼터너티브 알앤비가 흔해진 작금의 씬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한껏 돋보인다.

     


     

    10. PJ Morton – Gumbo

     

    Released: 2017-05-08

    Label: Independent

     

    알앤비 싱어송라이터이자 키보디스트인 피제이 몰튼(PJ Morton) 2005년 인디 레이블에서 데뷔 앨범 [Emotions]를 발표한 이래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앨범 단위의 결과물을 꾸준히 발표하며 솔로 커리어를 이어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2012년부터는 팝 밴드 마룬 파이브(Maroon 5)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솔로 앨범들을 통해서 고전 소울, 알앤비, 펑크(Funk), 재즈 등, 복고적 감성의 장르를 세련되게 편곡한 밴드 사운드 위로 특유의 유려한 보컬을 얹어 나름의 영역을 구축했다.

     

    네 번째 정규 앨범 [Gumbo]는 전작보다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그만큼 피제이의 음악적인 내공이 응축된 작품이다. 영 머니와 계약을 해지하고 인디로 전향한 후 처음 발표하는 정규작인만큼 이러한 배경이 앨범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넘실거리는 리듬 파트와 혼, 현악기 등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힙합 소울 트랙 “Claustrophobic”은 대표적이다. 그는 메인스트림 씬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을 지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검보(Gumbo)’는 뉴올리언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로, 그 기원 때문에 종종 미국 흑인 문화를 대표하는 메타포로 쓰이기도 한다. 이를 타이틀로 내세운 본작은 그만큼 전통적인 블랙뮤직의 진수를 담고 있으며,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더불어 인디펜던트로 전향한 것이 그의 음악을 한층 더 자유롭게 만든 느낌이다. 그를 단지 마룬 파이브의 키보디스트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9. dvsn - Morning After

     

    Released: 2017-05-08

    Label: Independent

     

    캐나다 토론토(Toronto) 출신의 알앤비 듀오 디비전(dvsn)은 작년에 첫 정규 앨범 [Sept. 5th]를 발표하며 단숨에 OVO 사운즈(OVO Sounds)의 비밀 명기로 떠올랐다. 수장인 드레이크(Drake)와 비슷한 음악 스타일을 공유하는 레이블답게 이들의 음악 역시 PBR&B로 대표되는 멜랑꼴리한 무드의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다. 그후 약 1년 반 만에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Morning After]는 전작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약간의 변화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특히, 전작보다 명징해진 멜로디 라인이 시종일관 귀를 사로잡는다. 음침한 무드의 신시사이저가 인상적인 “Think About Me”, 리드미컬한 벌스와 아이작 헤이즈(Isaac Hayes)의 보컬을 샘플링한 후렴이 어우러진 “Don’t Choose”, 맥스웰(Maxwell)을 떠오르게 하는 네오 소울(Neo-Soul) 트랙 “Mood”가 이어지는 구간은 본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트랙에 맞춰 변화하는 다니엘 딜레이(Daniel Daley)의 보컬 역시 일품이다. 한편, “Morning After”“Can’t Wait”처럼 전작과 달리 스타일의 변화를 준 트랙들도 눈에 띈다.

     

    [Morning After]는 디비전의 음악적 역량을 다시금 증명한 작품이다. 이들은 기존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부분적으로 변화를 주어 본인들의 영역을 조금씩,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최근 메인스트림 알앤비 씬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사랑에 대한 감성적인 가사 역시 듀오의 음악을 특별하게 한다. 디비전은 완성도 있는 두 장의 정규 앨범을 연달아 발표하며, 레이블을 넘어 알앤비 씬의 새로운 세대로 떠올랐다.

     

     

    8. Daniel Caesar – Freudian

     

    Released: 2017-08-25

    Label: Golden Child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 2014년 데뷔 EP [Praise Break]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유행하는 PBR&B 사운드를 차용하면서도 블랙 가스펠, 고전 소울 등 레트로한 장르의 차용을 병행하며 시류에 기대지 않는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다. EP 이후, 3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데뷔작 [Freudian]은 전작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훨씬 더 노련해지고 깊어진 음악 세계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싱글로 먼저 공개되었던 첫 트랙 “Get You”는 대표적인 예. 느릿한 베이스라인과 아련함을 자아내는 일렉 기타가 어우러진 다운 템포 알앤비 트랙으로, 캐치한 멜로디라인과 아름다운 가사가 앨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끈다. [Freudian]은 촉망받는 신예의 첫 정규 앨범으로써 손색없을 만큼 훌륭한 완성도가 돋보인다. 언뜻 단출해 보이지만, 탄탄한 프로덕션과 치밀하게 계산한 구성으로 진한 감동을 남긴다. 유행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에 기반을 두면서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시저만의 색깔을 드러냈다는 점 또한 특기할만하다.

     

    사운드의 전형화 탓에 그 수명이 다해가는 것 같던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유행은 최근 개성 강한 신예 아티스트들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발표하며, 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제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현 세대를 대표하는 사운드가 되었다. 그리고 시저는 본작을 통해 이처럼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7. Syd – Fin

     

    Released: 2017-02-03

    Label: Columbia

     

    시드(Syd)는 밴드 인터넷(The Internet)의 보컬로서 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2015년에 발표한 블랙뮤직 앨범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히는 세 번째 정규 앨범 [Ego Death]는 밴드의 만개한 음악적 역량과 시드의 매력적인 캐릭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올해 2월 발표한 시드의 첫 번째 솔로 앨범 [Fin.]은 그녀의 매력이 더욱 극대화된 작품이다.

     

    앨범의 프로덕션은 밴드 때와 다르게 미국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에 더욱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는데, 나긋나긋한 톤의 보컬과 캐릭터로 인해 기존 결과물과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는 점은 특기할만하다. 강렬한 신시사이저가 주도하는 트랩 비트 위로 자기과시 가득한 가사를 내뱉는 “All About Me”는 대표적.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에도 참여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또한, 곡마다 캐치한 라인을 배치하여 시종일관 귀를 잡아끄는 지점에선 이전보다 노련해진 시드의 멜로디 메이킹을 체감할 수 있다.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전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성공, 사랑, 이별 등, 개인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가사들 역시 흥미롭다. [Fin.]에는 현 미국 블랙뮤직 씬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 중 한 명인 시드라는 인물이 오롯이 담겨있다.

     

     

    6. Sampha – Process

     

    Released: 2017-02-03

    Label: Columbia

     

    영국 출신의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샘파(Sampha) 2010년에 데뷔 EP [Sundanza]를 발표하며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 직접 연주한 서정적인 피아노 라인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닉을 차용하여 만든 몽환적인 무드와 사운드가 굉장히 신선한 감흥을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발표된 첫 번째 정규앨범 [Process]는 그에게 기대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동향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로다이 맥도널드(Rodaidh McDonald)가 함께한 앨범의 프로덕션은 피아노와 일렉트로닉적인 소스들이 한데 어우러져 언뜻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따뜻함을 품은 묘한 무드를 연출한다. 공기를 가득 머금은 보컬로 날카로운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감싸 안은 업템포 트랙 “Kora Sings”, 일렉트로닉 트랩 사운드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비트 위로 풍성한 코러스가 후렴에 얹힌 “Under” “Incomplete Kisses” 등은 대표적이다.

     

    커리어를 시작하고부터 그에게 닥쳐온 불행과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풀어놓는 앨범의 서사도 인상적이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차용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뮤지션들이 넘쳐나는 작금의 블랙뮤직 씬에서 샘파의 음악을 특별하게 해주는 건 피아노와 보컬, 그리고 가사에서 드러나는 서정성과 따뜻함이다. 그리고 [Process]엔 이러한 그의 음악 세계가 온전히 담겼다. 기대를 모았던 신예의 첫 정규작으로서 손색없는 완성도의 작품이다.

     


     

    5. Sabrina Claudio - About Time

     

    Released: 2017-10-06

    Label: SC Entertainment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시대가 열린 이래 많은 신예가 등장했다. 일부는 클리셰에 함몰되어 사라졌고, 일부는 트렌드의 흐름을 타고 성공했으며, 일부는 성패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 중이다. 싱어송라이터 사브리나 클라우디오(Sabrina Claudio)는 따지자면 세 번째 군에 속한다. 올해 초, 일련의 싱글과 데뷔 EP [Confidently Lost]를 통해 적잖은 여운을 남긴 그녀는 첫 믹스테입(Mixtape) [About Time]으로 완전히 마음을 사로잡는다.

     

    본작은 보컬, 멜로디, 사운드, 모든 면에서 앰비언트 뮤직과 알앤비의 고혹적인 결합이라 할만하다. PBR&B로부터 시작한 이 계열의 음악은 사운드적으로 앰비언트 음악의 특징을 공유해왔다. 최대한 미니멀한 구성을 취하는 프로덕션은 공간감과 잔향을 부각한 사운드로 마무리된다. 그러나 클라우디오의 음악은 단순히 특징을 공유하는 수준이 아니라 두 장르가 비슷한 비중으로 공명한다.

     

    많은 곡에서 보컬의 진행 폭을 최소화한 것은 물론, 후렴구에서 가사를 간소화하며 여백을 강조한 지점도 돋보인다. 그럼에도 순간순간 살아나는 멜로디가 감탄을 자아낸다. 이처럼 [About Time] 속의 곡들은 비슷한 무드를 공유하는 기존의 얼터너티브 알앤비와 또 다른 영역에 있다. 이름 짓자면, 앰비언트 알앤비의 탄생이다. 올해 손꼽을 정도로 정말얼터너티브한알앤비 앨범이다.

     

     

    4. Space Captain - All Flowers In Time

     

    Released: 2017-10-27

    Label: Tru Thoughts Recordings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7인조 밴드 스페이스 캡틴(Space Captain)의 음악은 한 마디로사이키-소울이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초에 발표한 데뷔 EP [In Memory]를 통해 소울에 일렉트로닉과 사이키델릭을 기가 막히게 조합한 음악을 선보였고, 그 완성도는 뛰어났다. 이후 약 1년 반 만에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All Flowers In Time]은 데뷔작의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약간의 변화가 돋보이는 앨범이다.

     

    우선, 사운드적으로 소울과 재즈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으로 따스함이 강조되었다. 더불어 겹겹이 쌓은 코러스로 나른한 무드를 조성하다가 어느 순간 명징해지며 귀를 사로잡는 멜로디 라인은 전작에 비해 더욱 완숙해진 인상이다. 사이키델릭한 소스로 역동적인 감흥을 불어넣는 변주는 여전하다. 특히, “Hollow”부터 “Flood”까지 이어지는 후반부에서 이러한 변주가 자주 이루어지며, 끝까지 귀를 잡아끈다. 장르 퓨전은 오늘날 흔하게 이루어지는 시도지만, 이처럼 절묘한 배합은 언제나 감탄을 자아낸다.

     

    [All Flowers In Time]은 촉망받는 신예의 첫 정규 앨범으로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밴드라는 포맷과 퓨전 소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하이어터스 카이요티(Hiatus Kaiyote) 2015년 명작 [Choose Your Weapon]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본작에 담긴 따뜻하고 나른하면서도 힘 있는 사운드는 전에 없던 스페이스 캡틴만의 음악이다. 비록, 9곡밖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올해 발매된 어떤 알앤비/소울 앨범보다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3. THEY. - Nu Religion: HYENA

     

    Released: 2017-02-24

    Label: Mind of a Genius/Warner Bros.

     

    2016년 가장 눈부셨던 신예 갈란트(Gallant)가 소속된 레이블 마인드 오브 지니어스(Mind Of A Genius)에는 또 다른 신성이 있었다. 블랙 뮤직 듀오 데이(THEY.). 이들은 알앤비와 힙합에 근간을 두고 락과 팝을 껴안았다. 흥미로운 건 프로덕션적으론 확실히 블랙 뮤직의 지분이 크지만, 가사적인 세계관은 특정 락 밴드들의 것과 더 맞닿아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과 세계관은 “Motley Crew”를 비롯하여 EP 전곡을 포함한 정규 데뷔작 [Nu Religion: HYENA]에서 보기 좋게 확장된다. 멤버의 깊어진 내공만큼이나 각 곡의 구성과 어레인지, 그리고 퍼포먼스 등이 더욱 농밀해졌다.

     

    특히, 본인들의 음악을그런지앤비(Grunge&B)’라 칭할 정도로 깊은 락 음악 사랑은 더 많은 부분에 퍼져있다. 특히, “Dante's Creek”부터 잔뜩 이펙트를 먹인 보컬과 중독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져 매캐한 이공간 무드를 자아내는 “Back It Up”을 지나 고동 소리를 비롯하여 사운드 소스의 결합에서 스팀펑크 향이 물씬 나는 증기기관 트랩 “U-RITE”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은 정말 일품이다. 또한, 이들은 단지 새로운 사고방식과 젊음에 관해 노래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 사회 이슈에도 날카로운 시선을 들이댄다. 무엇보다 그 내용이 꽤 급진적이라는 것이 눈에 띈다.

     

    장르 퓨전의 수준, 프로덕션의 구성미, 멜로디의 힘, 랩과 보컬을 준수하게 오가는 퍼포먼스, 탄탄한 편곡, 다양하고 인상적인 주제의 가사 등등, 그야말로 빈틈을 찾기 어렵다. 마지막 곡이 끝나는 순간까지 흠뻑 빠져있을 수밖에 없다. [Nu Religion: HYENA]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블랙 뮤직 신예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매우 짜릿한 순간 그 자체다.

     

     

    2. SZA – Ctrl

     

    Released: 2017-06-09

    Label: Top Dawg, RCA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스자(SZA) 2012년에 EP [See.Sza.Run]을 발표하며 등장했다. 그녀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3년 탑 독 엔터테인먼트(Top Dawg Entertainment, 이하 TDE)와 계약하면서부터다. 항상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담보하는 TDE 소속 최초의 싱어이자 여성 아티스트였기 때문에 기대치는 자연스레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발표한 첫 번째 정규앨범 [Ctrl]은 기존에 추구하던 PBR&B를 기반으로 하되 트랩, 펑크(Funk), 신스팝, 힙합 소울 등등, 다양한 장르를 껴안으며 이전보다 훨씬 밝은 무드로 마감되었다.

     

    은은하게 흐르는 현악기 라인과 둔탁하게 떨어지는 드럼이 어우러져 처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힙합 소울 트랙 “Drew Berrymore”는 대표적이다. 더불어 달라진 프로덕션에 맞춰 명징해진 멜로디 라인이 시종일관 귀를 잡아끈다. 전작에선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스자의 보컬 또한 그 매력이 더욱 극대화되었다. 이처럼 탄탄한 음악 속에서 스자는 잘못된 연인 관계와 실수 탓에 방황하는 불안정한 젊음에 관해 노래한다.

     

    전작인 [Z] TDE의 첫 알앤비 아티스트의 작품이라기엔 다소 실망스러웠고, 때문에 그녀의 영입에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첫 정규앨범 [Ctrl]은 이러한 의문을 접어두기에 충분할 만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다. 적절한 프로덕션의 변화와 치밀한 구성 덕에 겉과 속이 꽉 찬 색깔 있는 작품이 탄생하였다. 스자는 본작을 통해 TDE에 합류할만한 재능을 지닌 것은 물론, 신진 세력으로서의 존재감까지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1. Thundercat - Drunk

     

    Released: 2017-02-24

    Label: Brainfeeder

     

    베이스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썬더캣(Thundercat)은 두 장의 정규앨범을 통해 초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사운드의 크로스오버 소울을 선보였다. 개성 강한 얼터너티브 블랙뮤직 프로듀서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가 총 프로듀싱을 맡았던 전작들은 둘의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빛을 발한 결과물이었다. 그리고 이는 사운드적으로 좀 더 간소화되었던 미니 앨범 [The Beyond / Where the Giants Roam](2015)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2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앨범 [Drunk]는 지난 미니 앨범의 연장선에서 보다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썬더캣이 주도하고 플라잉 로터스는 물론, 사운웨이브(Sounwave), 모노폴리(Mono/Poly) 등이 참여한 프로덕션은 전작들보다 훨씬 다이내믹해졌다. 2분 남짓한 트랙들이 짧게 이어지는 와중에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를 담은 긴 러닝타임의 트랙들이 중간중간 섞여 있어 전체적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1990년대풍의 알앤비 발라드를 재현한 “Show You the Way”, 몽환적인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흥겨운 펑크(Funk) 트랙 “Friend Zone”, 미니 앨범에도 수록되었던 “Them Changes” 등은 대표적으로 앨범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트랙들이다.

     

    아울러 썬더캣은 여러 가지 장치를 통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하고 있다. 같은 멜로디를 다른 가사로 소화한 “Rabbot Ho” “DUI”를 각각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에 포진하여 수미상관 형식으로 앨범을 마무리한 예가 대표적이다. [Drunk]는 썬더캣이 커리어를 시작하고부터 지금까지 구축해놓은 음악적인 자산을 모두 쏟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개성 강한 사운드는 색깔이 더 짙어졌고, 완성도 또한 탄탄해졌다. 더불어 유머와 진지함 사이를 오가는 가사 역시 더욱 무르익은 느낌이다. 본작은 썬더캣 커리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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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mments
      1. Enomis (2017-12-31 17:57:19, 120.50.80.**)
      2. 늘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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