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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7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
    rhythmer | 2018-01-07 | 2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1차 후보작 선정부터 최종 순위 선정까지 총 두 번의 투표와 회의를 통해 선정한 ‘2017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6 12 1일부터 2017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0. 매디(MADDY) - Come Over

     

    Released: 2017-08-08

    Label: 유니크뮤직, NHN벅스

     

    다수의 광고 음악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시작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매디는 2017년의 또 다른 발견이라 할만하다. 그는 올해 여름 발표한 데뷔 EP [Come Over]를 통해 근래 유행하는 퓨쳐 바운스(Future Bounce)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탄탄한 완성도의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비슷한 계열의 다른 뮤지션들과 차별화 또한 이뤄냈다. 귀를 간질이는 신시사이저 소리로 시작하여 중간에 이뤄지는 리듬 변화와 하이라이트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변주가 잘 맞물린 첫 트랙 "Moon Dance"는 대표적.

     

    PBR&B와 퓨처 바운스의 접점을 잘 찾아낸 "Still Dreamin'"과 팝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Come Over" 등도 인상적이다. 본인이 직접 참여한 준수한 프로덕션 위로 귀를 잡아끄는 캐치한 멜로디 라인과 이를 잘 살려낸 진한 감성의 보컬 역시 탁월하다. 의미 없이 마디를 채우는 한영혼용 표현들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는 "Comer Over"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Rollercoaster" 등은 가사가 주는 맛 또한 괜찮다.

     

    비록, 5곡밖에 수록되지 않았지만, 매디의 음악적 감각과 가능성을 가늠하기엔 충분하다. 최근 몇 년 간 뛰어난 아티스트들이 별처럼 쏟아지는 중인 한국 알앤비 씬에서 [Comer Over]는 놓치면 아쉬울 수작이다.


     

     

    9. 지바노프(jeebanoff) - for the few

     

    Released: 2016-12-22

    Label: Stay Ready Records, 지니뮤직

     

    2016년 데뷔 EP [so fed up]으로 주목받은 지바노프는 지하방에서 꿈과 불안함이 뒤섞인 채로 표류하는 청춘을 그린 "삼선동 사거리"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알앤비&소울 노래부문을 수상하는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for the few.]는 신인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탁월했던 [so fed up]에 이어 그해가 지나가기 전에 발표한 두 번째 EP.

     

    얼핏 평범한 사랑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서로 맴돌며 섞이지 못하는 외로움에 기반한 가사가 돋보인다. 정서적인 울림은 좀 더 정제된 편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개인간의 관계가 아닌 사회에 섞이지 못해 힘들어하는 이들, 타이틀 대로라면 소수로 취급받는 이들의 위로가처럼 들리기도 한다. '어느 샌가부터 두 귀를 닫고 있게 돼'라는 가사가 담긴 "Belief", '먼지 한 톨도 무겁게 느껴져 이 공기도 답답한데'로 시작하는 "Table"이 대표적이다.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흐름을 잘 잡아낸 전작에서 하우스 기반의 라운지 음악에 가까운 프로덕션으로 변화하면서 앨범의 컨셉트에 맞는 색을 영리하게 만들어 낸 것도 훌륭하다. 2017년 또 다른 성향의 스타일이 담긴 [KARMA]까지 앨범 단위의 결과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지바노프는 단연 성장 중인 한국 알앤비 씬의 선봉에 선 아티스트다.

     

     

    8. 민제(Minje) - Now

     

    Released: 2017-04-22

    Label: ㈜스톤쉽, CJ E&M MUSIC

     

    민제는 2013년 바스코(현재는빌 스택스’)와 함께한 싱글 “Melt”로 활동을 시작한 얼터너티브 알앤비 뮤지션이다. 몇 년 전 PBR&B 열풍에서 시작되어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표방하는 알앤비 뮤지션들이 꽤 여럿 등장했지만, 민제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과감한 접근과 해석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간다는 면에서 돋보인다.

     

    민제의 첫 번째 정규작 [Now]는 초반 싱글에 비해 좀 더 정돈된 형태와 스타일의 음악을 완성했던 전작 [Mojo] [Boy II Man]의 무드와 성취를 이어간다. 전체적으로는 불친절하게 다가오는 멜로디와 보컬의 비중도 상당하지만, 중간중간 중심을 잡아주는 곡들의 존재감이 상당하다. 선명하고 서사적인 매력보다는 전체적으로 조성되는 묘하고 불안한 이미지가 앨범을 지배하고 있는데, 짧게 반복되거나 극단적인 패닝을 통해 등장하는 음원들과 가성을 적극 활용하며 오토튠과 필터링으로 치장한 보컬 역시 일관되고 충실하게 그 흐름을 따라간다.

     

    [Now]는 데뷔 이래 꾸준히 작업물을 보여준 민제가 4년 간 이룬 성장의 결과와 앞으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동시에 장르를 향한 고집스러운 탐구와 이를 통해 획득한 개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7. 자이언티(Zion.T) - 00

     

    Released: 2017-02-01

    Label: 더 블랙 레이블, 지니뮤직

     

    자이언티의 YG행에 대한 반응 대부분은 우려보다 기대 쪽이었다. 이제까지 그가 보여준 재능과 YG의 탄탄한 프로덕션이 결합하면 뭔가 범상치 않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예상에서였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발표된 YG에서 첫 앨범은 매우 소박한 구성과 평범한 사운드로 완성됐다.

     

    [OO]는 굳이 따지자면, 기존의 자이언티 색에 가깝지만, 특별히 음악적인 색깔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무난하다. 한 마디로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회색 같은 앨범인 셈이다. 중요한 건 이것이 흠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덕션의 근간이 예상보다 무난하다는 얘기지 곡들의 세세한 부분은 여전히 탁월하기 때문이다.

     

    어떤 스타일의 곡이든 능수능란하게 소화하여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특유의 보컬과 마냥 자유로운 것 같지만 치밀함이 엿보이는 멜로디, 그리고 어감이 잘 살아있는 가사의 힘은 이번 앨범에서도 도드라진다. 자이언티는 언제 어디서 판이 깔리든 제대로 놀 줄 아는 아티스트이며, [OO]는 그 증거다.

     

     

    6. 신세하(Xin Seha) - 7F, the Void

     

    Released: 2017-02-27

    Label: Greater Fools Records,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여전히 장르적 구분은 중요하게 이루어지지만, 어느 한 장르로 단정하기 어려운 아티스트가 계속 늘고 있다. 싱어이자 프로듀서 신세하 역시 그중 한 명이다. 그의 음악은 신스 팝이 근간을 이루는 가운데, 펑크(Funk), 뉴웨이브, 소울, 일렉트로닉, 사이키델릭 등이 한데 어우러져 완성된다.

     

    EP [7F, the Void]는 이처럼 퓨전 보편화 시대임에도 신세하가 왜 눈에 띄는 존재인지 체감케하는 한편, 커리어를 통들어 가장 부드러운 측면이 응집된 작품이다. 특히, 모던 펑크풍의 베이스와 슬로우 잼 무드가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고, 포근하게 감싸오는 멜로디가 일품인 "Balcony" 같은 곡이 선사하는 감흥은 매우 짜릿하다. 1960~1970년대 미국 첩보물의 스코어를 연상시키는 프로덕션 위로 은근히 포개진 보컬이 귀를 간질이는 "7F"도 빨려드는 곡.

     

    혹자는 그의 음악을 두고 '괜히 있어 보이려 한다'라며, 관심 밖에 두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신세하의 음악은 있어 보이려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뭔가 있다. 모던 펑크를 제대로 구현한 이 앨범이 그걸 말해준다.

     

     

    5. 세우 인 윤훼이(sAewoo in YUNHWAY) – 2226

     

    Released: 2017-12-14

    Label: CJ E&M MUSIC

     

    PBR&B 사운드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는 한국에서도 꾸준히 시도되는 중이다. 이미 주류가 된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주류인 이 계열의 음악은 최근 2년 사이 완성도 면에서 꽤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그리고 그 배경엔 탄탄한 기본기와 감각을 갖춘 신예들이 있었다. 프로듀서 세우(sAewoo)와 싱어 윤훼이(YUNHWAY)가 결성한 알앤비 듀오, 세우 인 윤훼이도 그 예 중 하나다.

     

    2016년의 마지막 달에 발표된 이들의 데뷔작 [2226]은 그동안 국내에서 나온 얼터너티브 알앤비 결과물 중에서 손꼽을 만큼 탁월하다. 정규 트랙과 인터루드(Interlude)성 트랙이 적절히 교차하며 분위기를 환기하는 가운데, PBR&B 특유의 침잠된 무드와 부유하는 사운드가 제대로 구현되어 온몸을 휘감는다. 냉기가 매력적인 윤훼이의 보컬을 타고 순간순간 살아나는 멜로디 라인도 일품이다.

     

    [2226]은 그저 미국의 트렌드를 따라하기 급급한 부류가 만든 결과물들과 달리 해당 장르를 확실히 이해한 상태에서 구성과 사운드 디자인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매년 한국 알앤비 씬에선 예상치 못한 신예의 작품이 탁월한 완성도로 깜짝 놀라게 해왔다. 본작은 그런 이들이 유독 많았던 올해를 고스란히 대변한다.

     

     

    4. 오프온오프(offonoff) - boy.

     

    Released: 2017-07-24

    Label: 하이그라운드, 지니뮤직

     

    (DEAN), 크러쉬(Crush)가 주축이 된 크루 클럽에스키모(clubeskimo)의 일원이자 하이그라운드(HIGHGRND) 소속이기도 한 듀오 오프온오프의 음악에선 화려한 기교나 장식을 찾기 어렵다. 이들은 노래를 통한 감정의 전달에 보다 큰 비중을 두며,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고 기본적인 사운드만을 활용하는 식으로 공백을 넓혀 곡에 담긴 정서의 여운을 길게 만든다. 시대적 트렌드를 적절히 수용하면서도 개성 또한 잃지 않는 세련된 비트는 프로듀서 영채널(0channel)의 탁월한 감각을 대변하고, 콜드(Colde)의 반듯하고 매끈한 음색 역시 이와 멋스럽게 어우러지며 상당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이러한 특성은 그룹의 첫 정규작 [boy.]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본작에서 그들은 소년을 주제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놓지만, 앨범 전반을 감싸는 그윽한 무드와 서정적인 노랫말들이 서로 절묘하게 버무려지며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더불어 곡의 느낌이나 분위기에 맞게 톤을 세밀히 조절해가며 심정의 미묘한 변화까지도 표현해내는 콜드의 보컬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며, 자연스러운 몰입을 이끌어낸다. 특히 앨범 중반부에 등장하는 트랙 “gold”는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다.

     

    귀를 잡아끄는 후렴구나 변주는 부재하지만, 간결한 음색들이 조합된 깔끔한 비트는 청량감이 넘친다. 또한, 그 위에서 안정적인 톤을 유지하며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흥을 이끌어내기까지 하는 탄력적인 보컬 역시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알앤비와 일렉트로 소울의 경계를 절묘하게 가로지른 작품이다.

     

     

    3. 리코(Rico) - White Light Panorama

     

    Released: 2017-09-29 (Online: 2017-12-07)

    Label: 데이즈얼라이브, 포크라노스

     

    싱어송라이터 리코(Rico)는 정규 데뷔작 [The Slow Tape]을 통해 슬로우잼의 정수를 들려주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나 발표한 두 번째 정규앨범 [White Light Panorama]에서 알앤비의 다양한 하위 장르를 끌어안으며, 조금 더 트렌드에 가까워졌다. 이는 각각 2곡에 참여한 언싱커블(Unsinkable)과 이치원(EachONE)을 제외하고 모두 다른 프로듀서들이 곡을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산만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일정한 색을 유지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트랙을 고르고 앨범을 꾸리는 데에 있어서 꽤 고민했을 거로 추정되는 지점이다.

     

    그중에서도 펑크(Funk) 사운드를 차용하여 넘실거리는 신시사이저가 귀를 잡아끄는마지막이야(Last Dance)”, 마일드 비츠가 주조한 네오 소울(Neo Soul) 트랙 “Paradise”, 구스범스 특유의 어두운 트랩 사운드가 인상적인 “Vanish” 등은 이러한 변화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한 트랙들이다. 슬로우잼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Like This” “Everything” 같은 트랙도 전보다 더욱 세련되어졌고 여유가 느껴진다. 달라진 프로덕션에 따라 리코의 보컬 퍼포먼스도 발전한 인상이다. 진한 발성으로 리듬을 밀고 당기다가 때로는 날카로운 팔셰토로 분위기를 환기한다.

     

    [White Light Panorama]를 통해 리코는 음악적 스펙트럼을 성공적으로 확장했다. 자연스레 아티스트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슬로우잼이라는 옷을 벗고 갈아입은 새 옷이 그에게 딱 맞았다. 아울러 전에 없던 세련됨과 여유로움까지 챙겼다. 본작은 씬의 중심에서 다소 비켜나 있었던 리코와 레이블의 존재감을 다시금 아로새기기에 충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2. 라드 뮤지엄(Rad Museum) – Scene

     

    Released: 2017-10-26

    Label: you.wiil.knovv, 유니버설뮤직코리아

     

    라드 뮤지엄은 딘(Dean)을 통해 알려진 크루 클럽에스키모(clubeskimo)의 일원이다. 아직 그의 이름이 생소한 상황에선 이 같은 사실이 가장 먼저 이목을 잡아끌지만, 곧 마음을 움직이는 건 음악이다. 작금의 트렌드인 얼터너티브 알앤비에 기반을 두지만, 관습적인 구성이나 그럴듯한 흉내내기에 함몰되지 않았다. 적당히 로파이(Lo-fi)하게 잡은 사운드의 기조가 또렷이 느껴지는 가운데, 곡마다 알앤비의 서브 장르와 팝, 그리고 ‘90년대 가요 감성이 기가 막히게 조합됐다.

     

    네오 소울과 한국의 ‘90년대 어쿠스틱 발라드 프로덕션이 보기 좋게 어우러진 “Over The Fence”, ‘60년대 유행한 로큰롤과 리듬 앤 블루스의 결합을, 그리고 그로부터 영향받았던 ‘70년대 한국 가요를 떠올리게 하는ㅗ매드키드ㅗ”,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계열의 재즈 랩 프로덕션을 보다 가벼운 터치로 완성한 느낌의 “Birthday”, 드림 팝의 꿈결 같은 무드를 전혀 이질감 없이 녹여낸 “Woman” 등에서 그의 얕지 않은 내공을 엿볼 수 있다.

     

    [Scene]2017년의 끝자락에 만난 또 하나의 발견이다. 왜 우리가 근래의 한국 알앤비/소울 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주목해야 하는지를 주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더할 나위 없이 성공적인 데뷔다.

     

     

    1. 히피는 집시였다 나무

     

    Released: 2017-06-12

    Label: ㈜스톤쉽, 지니뮤직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듀오 히피는 집시였다는 와비사비룸의 제이플로우(Jflow)가 프로듀서로서 신예 보컬리스트 셉(Sep)과 의기투합해 만든 팀이다. 작년 12 EP []을 발표하며 등장한 이들의 음악은 제이플로우가 제이통의 앨범에서 보여주었던 것들과 일맥상통한다. PBR&B를 위시하여 유행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사운드를 차용하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한국적인 무드를 담고 있다. 마치 민요처럼 토속적인 느낌이 드는데, 작년 신예 비단종이 알앤비와 국악 요소를 절묘하게 퓨전했던 것과는 또 다르다. 제이플로우 특유의 소스 운용과 한영혼용 없는 가사, 그리고 장르적 감흥이 살아있으면서도 동양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멜로디 라인이 어우러져 진한 여운을 남긴다.

     

    약 반년 만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나무]는 지난 EP의 훌륭한 확장판과도 같다. 전작에도 수록됐던한국화”, “어여가자가 포함된 앨범은 4곡밖에 되지 않아 미완의 느낌을 주었던 EP보다 훨씬 완결성이 있다. 전반적으로 큰 고저 없이 일관된 무드를 유지하지만, 완성도와 감성의 밀도가 워낙 높다 보니 집중도도 흐려지지 않는다. 더불어 또 다른 신예 오르내림(OLNL)과 소마(SOMA), 색소폰 연주자 김오키의 참여 덕에 음악적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지네연리지에 참여한 김오키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색소폰 연주로 매우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가사 역시 본작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다소 추상적이지만, 구체적인 묘사와 삶과 사랑에 대한 철학이 담긴 표현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며 강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 힙합/알앤비 씬에서 ‘레퍼런스 논란’은 매년 반복되는 화두 중 하나이다. 정도를 떠나 직간접적으로 미국 메이저 씬의 영향을 받는 현실은 이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영향을 얼마나 자기만의 것으로 소화해내느냐이다. 히피는 집시였다의 [나무]가 더욱 돋보이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트렌드인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어디에도 없던 그들만의 색깔로 재창조해냈고, 그것을 완성도 있는 앨범에 담아냈다. 매체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아시안 얼터너티브’라 할만하다. 단연 올해의 한국 알앤비/소울 최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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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cuba (2018-01-17 23:35:08, 182.226.86.**)
      2. 나무 이제 듣고 있는데 앨범 미쳤네요
      1. 박한웅 (2018-01-08 15:43:19, 211.114.120.***)
      2.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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