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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놓치면 후회할 2018 언더그라운드 힙합 앨범들
    rhythmer | 2018-10-01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양지훈


     

    미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리고 언제나 메인스트림 힙합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의 즐거움이 있다. 2018년도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물량 공세가 아니더라도, 독립 레이블에서 발매된 많은 힙합 앨범이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발매 날짜를 기준으로 2018 1월부터 8월까지 매월 한 편씩 '들을만한 가치가 충분한' 언더그라운드 앨범을 선정했다. 놓치면 땅을 치고 후회할만한 작품들이다.

     

     

    1: Evidence - Weather or Not

     

    느릿느릿한 랩 때문에 미스터 슬로우 플로우(Mr. Slow Flow)라는 별칭까지 가진 에비던스(Evidence) 7년 만에 만든 솔로 앨범에서도 빼어난 수준을 증명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전달력이 확실한 본인의 장점을 [Weather or Not]에서도 잘 활용했으며, 슬럭(Slug) 등 피처링 랩퍼들로 균형을 맞추려는 영민함도 보여줬다.

     

    절친한 동료 알케미스트(The Alchemist)가 이번에도 큰 힘을 보탰다. ALC 비트의 참신함이 돋보이는 "Sell Me This Pen"과 같은 트랙은 아직도 에비던스와 알케미스트의 조합이 '품질 보증'임을 증명했다. 전형적인 붐뱁(Boom-Bap) 스타일의 비트와 에비던스의 진솔한 랩이 한데 어우러져 또 하나의 수작이 되었다.


     

    2: Dabrye - Three / Three

     

    일렉트로니카, 혹은 하우스 뮤지션으로 분류되지만, 다브리(Dabrye)는 특정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방면으로 창작 활동을 해왔다. 2006년 작인 [Two / Three] 이후, 랩퍼들을 대거 기용하는 프로젝트는 10여 년 동안 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후속 활동이 없어 아쉬워했던 힙합 팬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2018년에 드디어 세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Electrocutor"처럼 일렉트로니카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곡도 있지만, 이번 프로젝트도 드럼 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힙합 고유의 느낌은 여전하다. 길티 심슨(Guilty Simpson),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 (Doom) 등이 앨범 초반부를 화려하게 메웠다.

     

    락 마르시아노(Roc Marciano)와 대니 브라운(Danny Brown)이 참여한 "The Appetite"는 앨범의 백미다. '랩퍼들이 랩을 하고 싶게 만드는 비트가 무엇인지 아는 프로듀서'라는 12년 전의 극찬은 여전히 유효하다.


     

    3: Apathy - The Widow's Son

     

    미국 북동부 코네티컷(Connecticut)의 자존심 애퍼씨(Apathy)는 올해도 바쁘다. 10년 사이 쉬었던 해가 없었지만, 2018년도 앞구르기 외길 인생이다. 2017년 오씨(O.C.)와 만든 합작의 여흥이 가시기도 전에 애퍼씨는 오래전부터 기획했던 [The Widow's Son]을 공개하며, 열정의 행보를 이어갔다.

     

    '목에 핏대 세우고 랩하는 열혈 랩퍼'라는 수식어처럼 이번에도 애퍼씨의 랩은 빽빽하고 격하다. 포문을 여는 "The Spellbook"은 랩이 너무 타이트한 나머지, '애퍼씨가 화가 난 상태에서 녹음한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셀프 타이틀드(Celph Titled)와 엠오피(M.O.P.)까지 가세한 "Stomp Rappers"는 랩 배틀 현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가득한 트랙이다. 피트 락(Pete Rock)과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 유명 프로듀서들의 평범한 비트가 아쉽지만, 주인공을 포함한 랩퍼들의 활약이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4: Dr. Octagon - Moosebumps: An Exploration Into Modern Day Horripilation

     

    쿨 키스(Kool Keith)가 만든 캐릭터 가운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닥터 옥타곤(Dr. Octagon)이 돌아왔다. 1996년 처음 공개한 캐릭터를 아직도 우려먹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은 가볍게 무시해도 된다. 2006 [The Return of Dr. Octagon] 이후, 무려 12년 만에 활용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베이 에어리어 프로듀서 댄 더 오토메이터(Dan The Automator)와 디제이 큐벗(DJ Q-Bert)이 닥터 옥타곤 프로젝트에 합류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 애썼다. 큐벗은 "Bear Witness IV" "Operation Zero"에서 현란한 스크래칭으로 힘을 보탰고, 오토메이터는 모든 트랙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시간을 거스르는 외계인처럼 기본 설정은 기존 앨범과 같으며, 재치 넘치는 성적 묘사(sexual content)도 여전하다. 새로운 건 없지만, 능글맞은 랩과 정교한 프로듀싱으로 1996년의 영광에 근접했다는 것 자체가 큰 소득이다. [Dr. Octagonecologyst]의 강렬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The Return of Dr. Octagon]이 아쉬웠던 팬들이라면, 다시 만족할만한 앨범이다.


     

    5: Royce Da 5 9 - Book of Ryan 
     

    로이스 다 파이브 나인(Royce Da 5' 9'') '가장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랩을 들려주는 현역 랩퍼' 선발전이 있다면, 최고를 다툴만한 인재다. 로이스는 디제이 프리미어와 함께 만든 '프라임(PRhyme)' 시리즈 2탄이 모습을 드러낸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일곱 번째 솔로 앨범도 발매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6 [Layers]와 최근 보여준 프라임 시리즈에서 이미 절정의 랩 감각을 과시했던 로이스지만, 새 앨범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3년부터 여섯 곳 이상의 스튜디오를 돌아다니며 꾸준하게 만든 20개 트랙에는 에미넴(Eminem), 제이 콜(J. Cole), 푸샤 티(Pusha T) , 게스트들의 이름도 담겨 있다. 하지만 게스트 동원 여부와 무관하게 로이스의 랩은 항상 빛났다.

     

    이지-(Eazy-E) "Eazy-Duz-It"을 샘플링한 "Power", 본 떡스 앤 하모니(Bone Thugs-n-Harmony) "1st of tha Month"를 샘플링한 "First of the Month" 등 힙합 히트 싱글을 재활용한 흔적을 찾는 것도 일종의 재밋거리다.


     

    6: Freddie Gibbs – Freddie

     

    프레디 깁스(Freddie Gibbs) 2018 [Freddie]를 깜짝 발표해 힙합 팬들을 즐겁게 했다. 알앤비 싱어였던 고() 테디 펜더그래스(Teddy Pendergrass) [Teddy] 앨범 커버를 오마쥬하여 알앤비 앨범이 아닐까 싶었지만, 알앤비의 느낌이 조금 들었을 뿐 여전히 현란한 랩이 주를 이룬다.

     

    25분에 불과한 앨범이지만, 노골적으로 타이트하게 늘어놓은 랩이 인상적인 "Automatic", 여전히 재기발랄한 후렴 메이커(Hook Maker)임을 증명하는 "Set Set" , 알찬 내용물이 귀를 즐겁게 해줬다. 예상치 않은 시점에 등장한 앨범이지만, 프레디 깁스에게 막연한 기대를 거는 팬들까지 대부분 만족을 표했다.


     

    7: 38 Spesh & Kool G Rap - Son of G Rap

     

    백전노장 쿨 쥐 랩(Kool G Rap)은 이미 올드 힙합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지만, 38 스페시(38 Spesh)를 모르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38 스페시는 뉴욕 동북부 로체스터(Rochester) 출신 랩퍼이며, 2012년부터 꾸준하게 믹스테입을 만들었다.

     

    2014년 디제이 프리미어가 프로듀스한 "The Meeting"을 녹음하며 처음으로 조우한 두 랩퍼는 4년이 지나 아예 합작 앨범을 만드는 사이로 발전했다. 38 스페시가 펀치라인 만들기에 능하다 보니 쿨 쥐 랩과의 합작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프리미어, 피트 락, 알케미스트 등등, 노장 프로듀서들의 참여도 눈에 띈다. 1995년 쿨 쥐 랩의 첫 솔로 앨범에 수록된 "It's a Shame"의 비트를 다시 쓴 흔적도 보인다.

     

    단순히 '노장 프로듀서들과 노장 랩퍼들의 모임'이란 수준을 넘어 뉴욕을 기반으로 하는 랩퍼들과 프로듀서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2000년 이후, 쿨 쥐 랩의 콜라보 앨범 가운데 가장 괜찮은 앨범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8: Bun B - Return of the Trill

     

    '노장은 살아 있다'라는 표현은 2018년 번 비(Bun B)를 두고 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40대 중반이 된 랩퍼가 트랩(Trap)이든 붐뱁(Boom-Bap)이든 비트를 가리지 않고 유연한 랩을 들려주기 때문이다.

     

    프로듀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빅 크릿(Big K.R.I.T)을 비롯해 티아이(T.I.), 슬림 떡(Slim Thug), 투 체인즈(2 Chainz), 런 더 쥬얼스(Run The Jewels) 등이 대거 참여해 마치 '사우스 올스타 힙합 앨범' 같지만, 번 비는 굳건히 중심을 지킨다. UGK 시절 동료였던 고() 핌프 씨(Pimp C)의 음성과 번 비의 랩이 수시로 교차하는 "U a Bitch"의 독특한 구성이 인상적이며, 빅 크릿을 중심으로 한 프로덕션도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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