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뷰] Brockhampton 'I'll Be There Tour': 2018년 젊음의 정의
- rhythmer | 2018-11-06 | 4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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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두하
현재 씬에서 가장 열심히 일하는 '보이밴드' 브록햄튼(Brockhampton)은 지난 9월 새 앨범 [Iridescence]를 발표하고 'I'll Be There'라는 이름의 투어를 돌고 있다. 그룹은 여전히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이 탄탄대로였던 것만은 아니다. 올해 초 핵심 멤버였던 아미르 벤(Amir Vann)의 성범죄 혐의가 SNS를 통해 폭로되었고, 6월에 발표하기로 했던 앨범 [Puppy]의 발표와 투어 일정이 취소되었다. 당연한 조치였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이러한 위기도 이 젊은 아티스트들의 창작욕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들은 팀을 빠르게 재정비했고, 약 4개월 만에 새로운 앨범을 들고나왔다. 앨범은 전보다도 진취적이고 과감해진 사운드와 예측 불허의 구성 위로 갑작스레 찾아온 성공의 부담감을 담아냈다. 아미르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완성도의 앨범은 이들이 왜 지금의 위치에 올랐는지 보여주었다.
[Iridescence]의 발매와 함께 발표된 'I'll Be There' 투어는 순식간에 매진되었다. 특히, 2회로 예정되었던 뉴욕 공연은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 입어 추가 공연이 성사되기도 했다. 여행 일정 중 운 좋게도 시기가 맞아 그중 2회 째인 10월 21일 월요일 공연을 예매할 수 있었다. 드디어 현세대 젊음을 대표하는 보이밴드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공연은 뉴욕 맨하튼 헬스 키친(Hell's Kitchen) 지구에 위치한 터미널 5(Terminal 5)에서 열렸다. 공연 시간인 8시보다 30분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대기줄이 공연장 옆 터널을 넘어 반대편 불록까지 이어졌다. 새삼 브록햄튼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였다. 저마다 개성 넘치는 옷으로 치장한 이들은 기대감에 부푼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굉장히 얌전해보였다. 다른 힙합 콘서트들에서 볼 수 있는 거친 관객들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드디어 8시, 입장이 시작됐다. 공연장은 3층으로 이루어졌고 곳곳에 술을 파는 바들이 위치해 있었다. 입구 쪽에서는 후드, 맨투맨 등 [Iridescence]의 커버 디자인이 그려진 굿즈를 팔고 있었다. 굿즈를 파는 곳에도 줄은 길게 이어졌다. 공연은 바로 시작하지 않았다. 1시간이 넘어 기다림에 지칠 때 즈음, 브록햄튼이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죄수복(?)을 다 함께 차려입은 이들은 독특한 비주얼의 화면과 함께 첫 곡으로 "NEW ORLEANS"를 선보였다.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로 무대를 휩쓴 이들은 공연장에 모인 얌전해 보이던 10대들을 순식간에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이후로 "BERLIN", "TONYA" 등등, 새 앨범에 있는 곡들은 물론, "STAR", "GOLD", "SWEET"처럼 지난 [SATURATION] 시리즈에 수록된 히트곡들까지 이어가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특히, "STAR"와 "SWEET" 퍼포먼스 때는 관객들의 엄청난 떼창이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조바(JOBA)는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똘끼(?) 넘치는 퍼포먼스로 무대를 휘저었고, 돔 맥클레넌(Dom McLennon)은 흔들리지 않는 라이브로 귀에 축복을 내렸다. 멤버들은 저마다 각자의 몫을 해내며, 무대를 가득 채웠다.
1시간 반의 공연은 "SAN MARCOS"를 끝으로 감동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룹의 열정이 가득했던 무대는 2018년 젊음의 모습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10대 관객들은 각자 좋아하는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공연장을 나섰다. 두서없이 이어진 공연은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끝나고 나니 매우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브록햄튼의 공연은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NBC 방송국에서 진행되는 지미 펄론 쇼(Jimmy Fallon Show)를 방청하러 간 나와 일행은 그날의 뮤지컬 게스트가 브록햄튼인 것을 알게 됐다. 그룹은 그날 방송에서 "DISTRICT"를 공연했다. 총 3번이나 녹화를 했는데, 녹화 때마다 조바는 관객석에 난입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마지막 녹화에선 많이 지쳤는지 무대에 쓰러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전날 콘서트와 달리 대부분 백인 중년들로 이루어진 방청객들은 이들의 퍼포먼스에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들을 이틀이나 보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무엇보다 이 에너지 넘치는 '보이밴드'의 매력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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