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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18 국내 랩/힙합 앨범 베스트 10
    rhythmer | 2019-01-24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18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17 12 1일부터 2018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0. 짱유(JJANGYOU) - KOKI7

     

    Released: 2018-09-07

    Lable: ()라이언하트

     

    일랍, 와비사비룸, 그리고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이어온 짱유는 각각 결은 다르지만, 흥미로운 음악 세계를 만들어왔다.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래핑과 실험적인 프로덕션, 그리고 뒤틀린 심리를 직선적으로 쏘아내는 특유의 가사 스타일은 그의 음악에서 근간이 되는 요소다. 본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프로듀서로서 함께한 제이플로우(Jflow)의 참여다. 그래서인지 대체로 히피는 집시였다의 결과물이 연상되는 얼터너티브 사운드가 주를 이룬 가운데(*필자 주: 흥미롭게도 본작의 프로덕션은 히피는 집시였다가 결성되기 이전에 완성되었다.), 몇몇 구간에선 한층 실험적인 요소가 도드라진다.

     

    전작보다 한층 부드러운 분위기로 진행되지만, 와중에도 짱유가 구축해온 캐릭터는 여전하다. 퍼포먼스의 변화 역시 눈에 띈다. 기존에도 멜로딕한 랩을 구사하긴 했지만, [KOKI7]에선 랩-싱잉 뿐만 아니라 노래의 비중 역시 늘어났다. 걸쭉하고 느릿한 보컬과 빠르게 치고 나가는 래핑을 번갈아 선보이는 가운데, 간혹 비트와 따로 노는 듯하던 느낌은 줄어들었다. 특유의 넘치는 에너지가 다소 희석되었고, 강렬하게 흡입하는 지점 또한 희미하지만, [KOKI7]는 짱유의 내면을 깊숙이, 그리고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느껴지는 바가 남다른 결과물이다.

     

     

    9. 마일드 비츠(Mild Beats) - Secondhand Smoking

     

    Released: 2018-06-20

    Lable: Mild Beats

     

    프로듀서 마일드 비츠(Mild Beats) 2005년 첫 앨범 [Loaded]로 데뷔한 이래, 트렌드와 무관하게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베테랑이다. ‘90년대 미국 동부의 붐뱁 힙합(Boom Bap) 사운드와 샘플링 작법에 기반을 두고 누구보다 왕성하게 작품을 발표해왔다. 최근엔 더 나아가 알앤비/소울과 칠-아웃 음악(Chill-out Music)의 영역까지 발을 내디뎠다. 지난 2013년에 발표한 솔로 2 [Beautiful Struggle] 이후, 5년만에 나온 3집은 그의 뿌리이자 여전히 주력 장르인 힙합에 투신한 작품이다.

     

    최초 묵직한 드럼과 베이스가 두드러진 선 굵은 비트로 대표되던 마일드 비츠의 프로덕션은 여러 앨범을 거듭하며 다양한 무드와 그루브로 분산됐다. [Secondhand Smoking]엔 이 같은 마일드 비츠의 과거와 현재가 고스란히 담겼다. '90년대 붐뱁 힙합의 전통적인 감흥을 전하는 곡이 있는가 하면, 차붐과의 합작 [Still Ill]을 기점으로 도드라진 레이드-(Laid-Back) 넘버도 있다. 인스트루멘탈 곡들은 본작이 서사적으로 표방한 '서로의 관계와 주고받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잇는 지점이자 인스트루멘탈 앨범을 낼 때의 마일드 비츠와 미래에 나올 노바디러브의 결합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베테랑의 기운이 충만한 작품이다.

     

     

    8. 키드 밀리(Kid Milli) - AI, The Playlist

     

    Released: 2018-03-10

    Lable: 인디고뮤직

     

    스윙스(Swings)가 설립한 레이블 인디고 뮤직(Indigo Music)에 합류하며 주목받은 키드 밀리(Kid Milli)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서브컬쳐로부터 받은 영향과 패션에 대한 관심을 음악에 녹여내며 고유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첫 번째 정규앨범 [AI, The Playlist]에선 이를 바탕으로 음악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프로덕션적으론 댄서블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이 눈에 띈다. 특히, 다양한 프로듀서와 작업했음에도 본인이 직접 프로듀싱에 관여하며 일관적인 색깔을 유지했다는 것은 장점이다.

     

    미니멀한 신시사이저로 몽환적인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2WO”, 독특한 리듬 파트가 인상적인 딥 하우스 트랙 “Hugoboss”, 묵직한 베이스 위로 808드럼이 속도감 있게 달려가는 “Corporate Espionage” 등은 하이라이트. 랩은 더욱 화려해졌다. 변화한 프로덕션에 맞춰 플로우를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거나 일부러 발음을 뭉개서 리듬감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좋다. 스킬적인 화려함은 심심한 톤의 약점을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키드 밀리는 본작에 이르러서 드디어 딱 맞는 옷을 갈아입은 느낌이다. 불과 2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앨범을 3장이나 발표하며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는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7. 재달(Jaedal) – Period

     

    Released: 2018-09-14

    Lable: Stone Music Entertainmen (유통)

     

    재달은 2017년에 가장 눈에 띈 신예 중 한 명이었다. 데뷔 EP [Adventure]는 랩을 차용한 얼터너티브 팝, 혹은 팝과 락을 차용한 힙합 어느 쪽으로 보든 탄탄하고 매력적인 앨범이었으며, 구수하지만, 촌스럽지 않은 랩-싱잉 퍼포먼스가 진한 인상을 남겼다. 모험과 같은 삶을 사는 이에게 바치는 전작에 이어 [Period]에선 이 시기를 겪거나 겪을 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 시기'가 언제를 얘기하는 것인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나 가사를 보면, 각자가 미래와 정체성을 고민하는 시기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이상과 현실이 괴리되는 세상 속에서 꿈과 목표를 둘러싸고 신념, 방황, 다짐을 오가는 재달의 심경은 곧 오늘날 젊은이들의 정서와 맞닿아있다. 재달은 이 같은 주제를 적당히 추상적이면서 뜬구름 잡지 않는 수준의 은유로 잘 풀어낸다. '어차피 안개처럼 흩어져 사라질 바에 난, 짙은 향기로 이곳을 적셔내길 원해'라고 읊조리는 마지막 곡 'Tree'가 남기는 여운은 그래서 더욱 진하다. 전작보다 레이드백(Laid-Back)하고 어반한 무드의 곡이 도드라진 것은 프로덕션적인 변화다. 재달이 주조한 멜로디와 사운드는 나태하게 트렌드를 좇거나 관습적인 구성에 얽매이지 않은 채, 은근히 스며들어 마음을 사로잡는다. 짧지만, 굵은 선을 남기는 작품이다.

     

     

    6. 화지(Hwaji) – WASD

     

    Released: 2018-01-11

    Lable: ()인플래닛

     

    걸작의 반열에 오른 두 장의 정규 앨범 [EAT.] [ZISSOU]를 통해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화지는 이제껏 세상과 한국힙합 씬을 관조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EP [WASD]에서도 이 같은 태도는 근간을 이룬다. 다만, 한국힙합에 관해서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시선을 들이댔다. 겉으로는게임이 앨범을 관통하는 테마이지만(*필자 주: 타이틀인 ‘WASD’ PC로 게임을 할 때 키보드에서 방향키로 쓰이는 w, a, s, d 키를 따온 것이다.), 실질적인 주제는화지가 바라보는 한국힙합 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첫 트랙인나 빼에서부터 기형적인 한국힙합 씬을 폭로하고 이에 일조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자신을 분리한다. 아울러 [쇼미더머니]라는 거대한 자본과 상관없이 본인의 음악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펑크 그루브를 강조한 프로덕션은 정규작들과의 차이다. 그 중심엔 지난 2016년 데뷔 싱글 “Drive”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오넛이 있다. 오넛의 참여가 영 소울의 감각적인 리듬 파트 구성과 잘 어우진 덕에 전작과는 또 다른 무드의 탄탄한 사운드가 완성됐다. [WASD] 2 [Zissou]의 완성도 높은 비사이드(B-Side) 앨범처럼 느껴진다. 그 대상이 한국힙합으로 한정되었을 뿐, 화지는 여전히히피다운 태도를 지킨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화지는 한국힙합에 대해서 지극히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지만, 그간의 커리어와 본작의 음악적 성취가 대안처럼 작용된다는 점이다. [WASD]가 지닌 이 아이러니야말로 기형적인 씬을 향해 날리는 통쾌한 한 방이다.

     

     

    5. 오르내림(OLNL) – 전체이용가

     

    Released: 2018-01-28

    Lable: ㈜스톤쉽

     

    한때 래퍼가 노래를 부른다는 것, 특히, 감성적인 무드의 보컬을 구사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진 힙합계의 불문율을 깨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드레이크(Drake)로부터 촉발한 랩-싱잉 붐은 하나의 스타일이자 트렌드가 됐고, 이제 노래와 랩을 병행하는 아티스트는 더 이상 비난받지 않는다. 신예 오르내림(OLNL)은 이 같은 흐름을 타고 2016년부터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블랙뮤직 아티스트다. 엄밀히 따지자면, 노래의 비중이 좀 더 크고 더 매력적이지만, 랩이 차지하는 지분도 적잖다. 정규 데뷔작인 [전체이용가]에서 가장 먼저 귀를 잡아끄는 건 보컬이다. 어딘가 막혀있는 듯한 음색을 바탕으로 무심하게 뱉다가 순간순간 감정을 싣는 보컬 스타일은 개성 있고 중독적이다. 랩을 할 땐 다소 평범한 감흥을 주는데 그치지만, 노래와 뒤섞이는 순간 그 매력이 극대화된다.

     

    불필요한 한영혼용 없이 본인만의 표현이 돋보이는 가사를 지키며 이뤄낸 발전이란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퓨쳐 베이스를 바탕으로 소울, 트랩, , 일렉트로닉, 모던 훵크, 얼터너티브 알앤비 등이 혼재된 프로덕션 역시 탁월하다. 특히, 편안한 무드의 '로봇팔'에 이어 강력한 트랩 비트와 타이트한 랩이 주도하는 'juiceoveralcohol(곡의 제목인 'juiceoveralcohol'은 오르내림이 속한 크루다)'이 자연스레 붙는 구간은 본작이 구성적으로도 탄탄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전체이용가]는 제목처럼 전 연령이 듣고 즐길 수 있는 동심 가득한 가사로 채워졌지만, 듣고 나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앨범이다. 이처럼 순진무구한 표현 뒤에 삶에 대한 고찰을 심어놓는 것은 오르내림의 장기라 할만하다.

     

     

    4. XXX – Language

     

    Released: 2018-11-28

    Lable: BANA

     

    이센스(E Sens)의 걸작 [The Anecdote]의 유일한 피처링 래퍼로 이름을 알린 래퍼 김심야와 힙합보다는 얼터너티브 영역에 있는 프로듀서 프랭크(FRNK)가 만난 XXX는 늘 기존의 한국힙합과 같은 영역에 놓이길 거부해왔다. 김심야는 지독한 염세주의로 무장한 채 이죽거리듯 뱉어대는 래핑으로, 프랭크는 전자음과 변주를 극대화한 비트로 각각 고유의 영역을 구축했다. 두 번째 앨범 [LANGUAGE] 역시 이 같은 멤버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일렉트로닉과 앱스트랙 힙합의 영향이 느껴지는 프랭크의 날카로운 프로덕션이 시종일관 소리의 해체와 조합을 통해 귀를 공격하고, 불쾌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김심야의 랩과 가사가 정신의 가장 약한 부분을 비집고 들어와 내리 꽂힌다. 특히, 그동안의 결과물을 통해 구축된 김심야의 캐릭터는 이번 앨범에 이르러 폭발 직전에 이른 느낌이다. 그는 유해한 시스템이나 다름없는 [쇼미더머니]가 지배하고 천편일률적인 스타일의 음악이 즐비한 한국힙합 씬을 향해 냉소하는 한편으로, 원하는 만큼의 돈과 명예를 획득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자괴감을 동시에 표출하면서 독특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3. 저스디스 X 팔로알토(JUSTHIS X Paloalto) - 4 the Youth

     

    Released: 2018-03-07

    Lable: Hi-Lite Records

     

    저스디스(Justhis)와 팔로알토(Paloalto)가 함께 앨범을 제작한다고 했을 때 장르 팬들의 기대는 한 없이 부풀어 올랐다. 이미 역량과 커리어 면에서 인정받은 두 아티스트의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사람은 각자의 전작에 참여해 좋은 합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씬을 바라보는 날카롭고 묵직한 시선을 음악에 담아낸다는 교집합이 있었다. 22곡의 엄청난 트랙 수로 꽉 채운 [4 the Youth] 11번째 곡인 “Nest One”을 기점으로 파트가 나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뮤지션으로서의 삶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음악으로 이뤄낸 성과를 전시하거나 공격적인 태도로 가짜들과 자신들을 분리한다. 결과물로써 스스로를 증명한 바 있는 두 뮤지션이기 때문에 이러한 자기과시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후반부에서는 삶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을 풀어내는 데에 집중한다. 앨범의 타이틀이 왜 [4 the Youth]인지 짐작하게 하는 부분인데, 삶의 모습을 구체적인 어휘로 묘사한 전반부 덕분에 뮤지션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젊은이들을 위한 앨범을 표방했지만, 교조적인 자세를 취하기보단 자신들의 삶과 그 속에서 느낀 깨달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연스레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은 본작의 미덕이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두 아티스트의 만남으로써 손색 없는 완성도를 갖춘 앨범이다. 아울러 삶을 묘사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견지하며, 그 속에서 겪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근래 한국힙합 씬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트랙으로 꽉 채운 대작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작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다.

     

     

    2. 뱃사공탕아

     

    Released: 2018-07-18

    Lable: 슈퍼잼레코드

     

    래퍼 대부분이 성공을 위해쇼미더머니란 힙합 카스트 제도 속으로 투신한 가운데서도 뚝심 있는 움직임은 존재한다. 기형적인 시스템이 지배하는 한국힙합 씬에서 여전히 멋과 낭만을 노래하는 크루, 리짓군즈(Legit Goons)는 대표적이다. 그 중심에 선 래퍼 뱃사공은 정규 2 [탕아]를 통해 이 같은 행보에 둔중한 무게감을 더한다. 전작이었던 [출항사]보다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됐다. 작년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물이 오르던 래핑은 완성형이 됐고, 가사 역시 더욱 향이 진해졌다. 투박한 듯 유려한 플로우에서 느껴지는 쾌감과 안이한 한영혼용 없이 담아낸 위트와 서사가 남기는 여운이 상당하다.

     

    얼핏 방탕한 삶을 살며, 현실도피를 일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누구보다 성실하고 치열하게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생생한 청년 르포이자 가슴 뭉클한 드라마다. 앨범 전반을 관통하는 프로덕션 또한 일품이다. '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한국 록과 '60년대 유행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끌어와 전에 없던 스타일과 무드의 프로덕션을 구축했다. [탕아]에 담긴 음악은 이른바미국 메인스트림 힙합 복사기들이 넘쳐나는 한국힙합 씬에 경종을 울릴만하다. 뱃사공은 지금보다 더욱 리스펙트(Respect)받아야 한다. 단지 [쇼미더머니]에 나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탁월한 랩을 뱉고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1. 제이클레프(Jclef) - flaw, flaw

     

    Released: 2018-08-14

    Lable: biscuit haus

     

    신예 래퍼이자 싱어송라이터 제이클레프(Jclef)의 이 앨범은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한 방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무명에 가까운 상황에서 과감하게 정규앨범부터 발표했다는 점이지만, 놀라움의 몫은 그 안에 담긴 음악이다. 힙합, 얼터너티브 알앤비, 팝의 경계에 선 프로덕션은 찰나의 쾌감보단 진득하게 마음을 동요시키고, , 노래, 래핑에 가까운 노래를 능숙하게 오가는 보컬이 시종일관 귀를 휘감는다. 특히, 라임에 대한 인식과 빼곡한 메시지로 채운 적잖은 양의 가사를 잘 짜인 멜로디와 랩이 아닌 노래로 탁월하게 표현한 지점에선 아티스트로서의 고심이 느껴진다. 이는 정말 한국 힙합, 알앤비 계에서 보기 드문 성취다.

    하나의 곡을 완성하는 모든 요소가 결코 안일하게 소비되는 법이 없다. 멜로디는 펄떡거리거나 우아하게 흐르고, 생소한 이름의 프로듀서들과 함께 설계하여 쌓아올린 프로덕션은 작금의 얼터너티브 노선을 따르지만, 트렌드에 함몰되지 않았다. 도처에 널린빌보드 차트 뮤직 제록스부류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모든 사람이 지녔지만, 숨기는 걸 자연스럽게 여기고 또한, 숨겨야 한다고 강요하는 '(flaw)'을 대주제 삼아 앨범 전반에 펼쳐놓은 서사는 또 얼마나 탁월한가. 그녀가 짚어내고 던지는 물음에선 일말의 치기나 허세 따위를 찾아볼 수 없다. 치열한 자기 성찰과 순간을 꿰뚫어보는 능력이 결합하여 나온 결과로 다가온다. 이것이 프로듀서와 피처링 진까지 전부 신인들의 조합 아래 나왔다는 사실이 더욱 고무적이다. 아티스트의 젠더를 떠나서 훌륭한 결과물이지만, 그럼에도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기에 이 말을 꼭 하고싶다. 여기 드디어 우리에게도 모든 부분이 걸출한 여성 힙합 아티스트의 훌륭한 앨범이 도착했다.

    *제이클레프의 앨범은 장르적으로 힙합과 알앤비의 경계에 있으며, 그래서 매체와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구분이 엇갈린다. 하지만 리드머에서는 프로덕션과 보컬 등등, 전반적인 부분(특히, 보컬 위주지만, 작사법과 구성 등이 알앤비보다는 힙합에 가깝다.)을 판단했을 때 힙합에 좀 더 가깝다고 판단했다. 또한, 비공식적으로나마 아티스트는 이번 앨범이 어디에 속해도 상관 없으나 최초 힙합을 좀 더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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