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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일리네어 레코즈(1LLIONAIRE RECORDS)가 남긴 베스트 앨범 3
    rhythmer | 2020-07-11 | 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황두하


    2020
    7 6, 한국 힙합계의 유력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1LLIONAIRE RECORDS)가 해체를 선언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10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레이블 설립자였던 도끼(Dok2)는 지난 2 6일 이미 일리네어를 떠나 미국에서 옐로우머니 레코즈(YELLOWMONEY RECORDS)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노선을 걷는 중이었고, 지난주 7 2일에 빈지노(Beenzino)마저 일리어네어 레코즈와 계약을 종료한다는 기사가 떴다.

     

    이에 빈지노는 인스타 라이브에서 기사를 통해 먼저 소식이 알려진 것이 안타깝고, 일리어네어 레코즈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나흘이 지난 6, 일리어네어 레코즈는 공식적으로 세 아티스트 모두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2011 1 1, 일리네어 레코즈는 도끼와 더 콰이엇(The Queitt)이 의기투합해 공식적으로 출범한 레이블이다. 그리고 한국 힙합 역사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레이블이 되었다. 당시 도끼와 더 콰이엇은 레이블 출범 이후 서던 힙합, 트랩 사운드, 머니 스웩을 본격적으로 표방하며 당시 한국 힙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소울 컴퍼니(Soul Company) 시절과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인 더 콰이엇의 변신에 많은 힙합 팬이 놀라기도 했다.

     

    레이블 초기에 내놓았던 더 콰이엇의 [Ambitiqn] 믹스테입과 빈지노의 [24:26], 그리고 컴필레이션 앨범인 [11:11] 등은 지금까지도 장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작품이다. 이들의 행보는 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10년 전과는 전혀 다른 씬의 모습을 만든 기반이 되기도 했다. 또한, 세 아티스트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대중적인 인기까지 얻으며 아이콘이 되었다.



     


    물론, 레이블에서 나온 작품들의 음악적 완성도가 모두 뛰어났던 건 아니다. 메인스트림 힙합/알앤비 사운드를 지나치게 레퍼런스 삼은 프로덕션과 미국 힙합 머니 스웩의 핵심인 인종적 맥락을 대체할 만한 이야기가 부족한 가사 등은 레이블이 추구했던, 특히, 더 콰이엇과 도끼가 추구했던 음악의 가장 큰 한계였다. [11:11]은 장르 팬들의 지지와는 별개로, 이러한 약점이 가장 크게 두드러진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11:11]이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트랩 뮤직과 머니 스웩 같은 힙합의 새로운 면을 알린 앨범인 건 사실이다. 대중이 힙합을 연상했을 때 손쉽게 떠올리는 곡이 연결고리로 바뀐 것만 봐도 (곡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그 영향력이 얼마나 컸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 힙합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일리네어를 기억하며, 10년 동안 발표했던 세 아티스트의 작품 중, 가장 음악적인 완성도가 뛰어난 앨범 3장을 기록해본다(*발매순). 도끼, 더 콰이엇, 빈지노 세 아티스트가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행보도 기대해본다.

     



    빈지노 - 24:26 (2012)

     

    2012년에 발표된 빈지노의 첫 EP [24:26]은 그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뛰어난 완성도의 캐치한 음악으로 당시 씬에서 주목받던 신예 빈지노는 이 앨범을 통해 대중적인 인기까지 거머쥐었다. 그동안 언더그라운드에 기반을 두었던 한국 힙합 뮤지션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다소 침체되어 있던 씬에 새로운 활기를 띠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하게 흘러가는 랩 퍼포먼스와 프라이머리(Primary), 진보(Jinbo), 더 콰이엇,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 등이 참여하여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확보한 프로덕션은 지금 들어도 세련됐다. 아직까지도 당시의 빈지노가 이룬 것만큼의 성과를 낸 아티스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24:26]가 가진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콰이엇 - AMBITIQN (2013)

     

    2013년도 발표된 더 콰이엇의 믹스테입 [AMBITIQN]은 그의 본격적인 변신을 알린 작품이다. 콰이엇은 이 작품에서 당시 릭 로스(Rick Ross)로 대표되는 메이백 뮤직(Maybach Music) 스타일의 웅장하고 강렬한 트랩 사운드를 적극 차용했다. 이전 소울컴퍼니 시절 청춘의 단상을 서정적인 비트 위에 노래했던 더 콰이엇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획기적인 변신이었다. 그래서 일부 힙합 팬들은 그에게변했다.’라며 비난을 쏟기도 했다.

     

    지금의 더 콰이엇과 씬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정말 생경한 풍경이다. 이 작품은 그가 스타일을 바꾼 후 내놓은 작품 중에서 프로덕션적으로도 가장 탄탄하고, 랩 퍼포먼스도 가장 안정적이다. 특히 “Tomorrow” 같은 곡은 지금 들어도 굉장히 인상적인 랩을 들려준다. 콰이엇의 변신과 레이블의 방향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앨범이다.


     

    도끼 - Reborn (2017)

     

    도끼는 커리어 내내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항상 뛰어난 랩과 트렌디한 사운드가 담긴 준수한 완성도의 앨범을 내놨지만, 동어반복에 가까운 가사가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에 발표한 앨범 [Reborn]에서 도끼는 이 같은 비판을 상쇄할 만큼 새롭게 태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수록곡들은 앨범 제목에 설득력을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그루비룸(GroovyRoom)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세련된 사운드와 도끼의 물오른 랩, 그리고 구체적인 묘사와 표현으로 흥미를 끌어내는 가사가 어우러져 여태껏 그의 음악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흥을 선사했다. 특히, “Hiphop Lover”는 한국 힙합과 도끼의 역사를 좇아왔던 사람이라면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많고, 변절자 래퍼들에게 보내는 통렬한 비판이 강렬한 쾌감을 준다. 여러모로 그의 방대한 커리어에서 최고작으로 손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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