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20 뉴 랩스타, Megan Thee Stallion VS Dababy
- rhythmer | 2020-11-23 | 1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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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두하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신인의 등장을 마주하는 건 언제나 즐겁다. 힙합이 대중음악 시장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된 것도 매년 걸출한 신예들이 등장한 덕분이다. 2010년대 초반에 새로이 등장해 뛰어난 실력과 독특한 개성으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드레이크(Drake),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제이 콜(J.Cole) 등은 대표적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블랙뮤직 매거진 더블엑스엘(XXL)에서는 매년 프레쉬맨(Freshman)을 선정해 예비스타들을 위한 장을 열어주고 있다. 켄드릭 라마와 제이 콜은 대표적인 프레쉬맨 출신 래퍼들이다. 재능 넘치는 새 얼굴들은 비슷한 스타일이 범람해 씬이 지루해질 때마다 활기를 불어넣어왔다.팬데믹이 휩쓸고 간 2020년에도 이는 변함없다. 특히, 메간 디 스탈리온(Megan Thee Stallion)과 다베이비(Dababy)의 활약은 눈부시다. 2019년 ‘XXL 프레쉬맨’ 출신인 두 래퍼는 올해 잠재력을 터트린 것을 넘어 새로운 랩스타에 등극했다. 메간은 비욘세(Beyoncé)가 힘을 보탠 “Savage (Remix)”와 카디 비(Cardi B)와 함께한 “WAP”가 모두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다베이비 역시 또 다른 신예 로디 리치(Roddy Rich)와 함께한 싱글 “Rockstar”로 빌보드 1위에 올랐다. “WAP”과 “Rockstar”는 여전히 10위권을 유지하는 중이다. 가히 올해를 대표하는 히트곡이라 할만하다.
이들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메간은 EP [Tina Snow](2018)의 수록곡 “Big Ole Freak”을 2019년 초 싱글로 발표했는데, 점점 입소문을 타며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65위까지 올랐다. 2016년부터 믹스테입(Mixtape)을 발표하며 활동해왔지만, 빌보드 차트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니키 미나즈(Nicki Minaj), 카디 비와 같은 ‘배드 비치(Bad Bitch)’ 컨셉을 표방하면서도 동네 대학생처럼 더 쿨한 이미지를 가진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랩이다. 단단한 발성으로 속도감 있게 단어를 밟아나가는 차진 퍼포먼스와 이미지를 잘 활용한 재치 넘치는 가사는 “Big Ole Freak”이 입소문을 타게 된 가장 큰 이유다.이후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같은 해 5월 발표한 공식 믹스테입 [Fever]는 세련된 프로덕션과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인상적인 결과물이었다. 믹스테입은 평단과 장르 팬들의 호평을 받았고, 앨범에서 내세운 캐치프레이즈 ‘Hot Girl Summer’는 그해 미국 SNS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시태그가 되었다. 이 앨범을 계기로 XXL 프레쉬맨에 이름을 올리게 됐고, 9월에는 락 네이션(Roc Nation)과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으며 성공으로 향하는 길을 탄탄하게 다졌다. 그가 올해 두 곡이나 빌보드 1위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작년부터 기틀을 잘 닦아놓은 덕분이다.
다베이비 역시 2019년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5년부터 무려 13장의 믹스테입을 발표한 중고신인이다. 가능성을 알아본 인터스코프(Interscope)와 계약을 맺은 후, 2019년 3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Baby On Baby]가 기대 이상으로 인기를 끌며 그간 많은 믹스테입을 통해 쌓아온 실력을 증명해냈다. 특유의 낮은 발성으로 빠르게 내달리는 랩과 마초적인 성향을 유쾌하게 담아낸 가사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특히, 중독성 있는 플루트 라인이 인상적인 리드 싱글 “Suge”는 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랩 퍼포먼스’ 부문과 ‘랩 송’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말처럼, 다베이비는 한 번 찾아온 성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허슬하고 있다. 같은 해 9월, 두 번째 정규 앨범 [Kirk]를 발표한 그는 올해 4월에 또 다른 정규 앨범 [Blame It On Baby]를 발표했다. 거의 반년마다 정규 앨범을 낸 셈이다. ‘자기 복제가 심하다.’라는 비판도 뒤따르지만, 발표하는 앨범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싱글 “Rockstar”까지 대히트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XXL 프레쉬맨’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이전부터 활발히 교류해오며 ‘영혼의 파트너’로 지내오고 있다. 메간의 히트곡 중 하나인 “Cash Shit”에 다베이비가 참여했고, 반대로 다베이비의 세 번째 정규 앨범 [Blame It On Baby]의 디럭스 버전에 추가로 수록된 “NASTY”에 메간이 참여했다. 비슷한 랩 톤을 가진 둘은 함께 하는 곡마다 좋은 케미를 보여주었다. 다베이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같이 앨범을 만들고 싶은 여성 래퍼로 메간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지난 1년이 늘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올해 6월, 메간이 발에 총상을 입고 수술을 받는 중이라는 뉴스가 미국 연예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이 충격적인 사건의 범인은 바로 뮤지션 토리 레인즈(Tory Lanes)로 밝혀졌다. 두 사람이 몇몇 동료들과 차를 타고 가던 도중 말싸움이 시작됐고, 이후 차에서 내리려던 메간의 발을 토리가 쏜 것이다. 토리는 이후 여러 매체와 자신의 앨범을 통해 사건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미 그에게는 메간을 향한 접근 금지 명령과 총기 소지 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관련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토리는 최대 22년 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메간은 이러한 사건이 자신의 앞길을 막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는 뉴욕 타임스에 광고를 내어 사건에 관해 언급하며, 흑인 여성들이 얼마나 존중받지 못하는지, 남성에 의한 폭력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어있는지를 역설하고, 흑인 여성들을 보호할 것을 호소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단순히 개인적인 것에 한정하지 않고, 흑인 여성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문제로 확장하며 랩스타로서 책임감 있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또한,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살해당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브레오나 테일러(Breonna Taylor) 사건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사건이 그를 한층 더 성숙하게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다베이비의 개인사 역시 순탄치 않았다. 올해 11월 초, 그의 형 글렌 존슨(Glen Johnson)이 총으로 자신을 쏴 숨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 질환을 앓아왔고, 다베이비를 비롯한 가족들은 오랜 시간 그를 보살펴왔다. 가족들의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은 것이다. 이미 2019년에 아버지를 떠나보냈던 그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SNS를 통해 담담하게 슬픔을 토로하며, ‘형에게는 죽음보다 이전의 삶이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라는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또한, 정신질환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주변에 정신질환을 앓는 이가 있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부침이 있었지만, 메간과 다베이비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메간은 11월 20일 첫 정규 앨범 [Good News]를 발표했다. 락 네이션의 지원 아래 발표한 앨범엔 다베이비는 물론, 스자(Sza), 빅션(Big Sean), 영 떡(Young Thug) 등이 참여했다. 올해 BET 힙합 어워즈에서 ‘올해의 힙합 아티스트’를 수상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는 중인 그가 첫 정규작을 통해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ockstar”의 히트 이후,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다베이비 역시 같은 날 EP [My Brother’s Keeper (Long Live G)]를 깜짝 공개했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생을 마감한 형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담아낸 작품이다.
메간과 다베이비의 성공이 인상적인 것은 둘 다 정석적으로 랩을 뱉는 래퍼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몇 년간 정석적인 랩보다는 싱잉 랩과 멈블 랩 등이 인기를 끌며 ‘잘하는 랩’ 혹은, ‘잘나가는 래퍼’에 대한 정의가 바뀌는 듯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은 여전히 래퍼라면 랩을 제대로 뱉을 줄 알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다. 확실한 랩 실력과 개성 강한 캐릭터, 그리고 탄탄한 음악까지, 이것이 메간과 다베이비가 2020년을 대표하는 새로운 랩스타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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