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리드머 필자 단톡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한국힙합 베스트 10곡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비평적인 시선은 살짝 내려놓은 상태에서 사적인 감정이 앞선 베스트 곡.

 

당장 내일이 되면 마음 속의 리스트가 또 바뀔 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것은 필자 각자의 취향과 기준이 반영된 지금의 결과다.

 

여러분의 사적인 베스트도 궁금하다.

 

*각 리스트의 곡 순서는 가나다 순.

 

남성훈

 

가리온(Garion) - 영순위 (Feat. 넋업샨) (2010)

한국힙합을 간증하고 복음을 전파하는 셋.

 

라임어택(RHYME -A-), 마일드 비츠(Mild Beats) - MFU (Skratch By The Z) (2006)

성장하던 홍대 한국힙합 씬을 담아 돌렸던 전단지.

 

비프리(B-Free) - Hot Summer (2014)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이에게 바치는 헌사.

 

이그니토(IGNITO) - Lost Chronicle (Feat. E-Sens) (2006)

부조리한 세상 속 처연한 삶을 달래주는 위로가.

 

이센스(E-SENS) - Back In Time (2015)

한국힙합 최고의 래퍼는 만들어지지 않고, 태어나서 우리에게 찾아왔음을.

 

재지팩트(Jazzyfact) - Always Awake (2011)

살아있음을 느끼는 순간. 그 순간을 포착한 청춘 그 자체.

 

지드래곤(G-DRAGON) - One Of A Kind (2012)

대한민국 전체를 설득시킨 전무후무한 스웨깅.

 

제이통(J-TONG) - 개판 (2011)

한국힙합의 모든 시선을 부산으로 단숨에 돌려버렸던 루키.

 

창모(CHANGMO) - 태지 (2021)

위치가 변해도 본질은 그대로. 완벽한 자수성가 한국힙합 트랙.

 

화지(Hwaji) - 말어 (With Okasian) (2014)

말어 피우고 말어 마시는 이들의 낭만, 혹은 허상.

 

 

이진석

 

가리온(Garion) - 영순위 (Feat. 넋업샨) (2010)

야생마처럼 날뛰는 프로덕션 위로 던지는 가리온의 무게감 있는 메시지.

 

딥플로우(Deepflow) - 작두 (Feat. 넉살, Huckleberry P) (2015)

홍대 박수 삼인방의 신들린 듯한 랩.

 

버벌진트(Verbal Jint) - 투올더힙합키즈 투 (2007)

날 선 냉소와 분노, 더 없이 세련된 랩의 조화.

 

비프리(B-Free) - Hot Summer (2014)

담백한 랩 속에 꿈틀거리는 열정과 열망.

 

윤미래 - 검은 행복 (2007)

모진 세상의 풍파 끝에 음악으로 구원받은 윤미래의 가슴 뭉클한 회고록.

 

이그니토(IGNITO) - Lost Chronicle (Feat. E-Sens) (2006)

묵시록적인 분위기와 압도적인 랩, 혀를 내두르게 하는 피처링.

 

지기 펠라즈(Jiggy Fellaz) – 간지 (2009)

신구의 합으로 빚은 간지의 기준.

 

피타입(P-TYPE) - 돈키호테 (Feat. 휘성) (2004)

한국힙합에 투신하고자 하는 열망에 찬 신예의 낭만 가득한 출사표.

 

허클베리 피(Huckleberry P) - Rap Badr Hari (2012)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공연장의 열기.

 

화지(Hwaji) - 상아탑 (2016)

스스로에 대한 소개와 세상을 향한 시선을 담은, 앨범의 문을 여는 가장 완벽한 인트로.

 

 

장준영

 

가리온(Garion) - 무투 (2005)

가리온이 가치 증명을 위해 맞이했던 투쟁의 결정적 순간에서.

 

넉살(Nucksal) - 작은 것들의 신 (2016)

꿈을 잃지 않고 정진하는 모든 이에게 진솔하게 외치는 응원가이자 찬가.

 

넋업샨 & 나찰 & 피타입(P-TYPE) & 엠씨 메타(MC Meta) - 불한당가 (2013)

고유한 것에 대한 강한 신념과 고집이 만든 탁출한 결과.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 고백 (Go Back) (Feat. 정인) (2005)

다듀의 장점과 강점이 모두 어우러진 최고의 히트곡.

 

마일드 비츠 & 차붐(Mild Beats & Chaboom) - 안산 (Feat. Sol) (2010)

탁월한 비트가 주조한 무드에 안산이라는 지역을 선명히 그리는 퍼포먼스.

 

버벌진트(Verbal Jint) - Tight이란 낱말의 존재이유 (2008)

우월감과 자신감을 동력으로, 우아하고 Tight하게 완성하는 일격.

 

스윙스(Swings) - 신세계 (2013)

난잡하게 들끓었던 씬을 깔끔히 갈무리한 결정적 순간.

 

이센스(E SENS) - Next Level (2015)

짜릿한 성장 서사에 담긴 2000년대 힙합 씬의 생생한 회상, 그리고 기가 막힌 변주로 생동감을 극대화한 오비(Obi)의 프로덕션까지.

 

저스디스(JUSTHIS) - 씹새끼 (Motherfucker Pt. 2) (2016)

몰입도 높은 래핑에 폭력적이고도 혐오 가득한 표현을 배설하여 획득하는 캐릭터성.

 

창모(CHANGMO) - 태지 (2021)

창모이기에 가능한 현시대 록스타의 경이로운 과시.

 

 

황두하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 이력서 (2004)

다이나믹 듀오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고 역사가 될 미래를 예고하는 곡.

 

드렁큰 타이거(Drunken Tiger) - Good Life (2001)

피가 뜨거워지는 가사와 따라부를 수밖에 없는 전설의 후렴구.

 

비프리(B-Free) - Hot Summer (2014)

한국에서 래퍼로 살아가는 청년 비프리의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 - Stay Cool (Feat. Zion.T) (2011)

늦은 밤을 위로해주는 편안함과 세련됨의 절묘한 공존.

 

산이(San E) - Rap Genius (2009)

재치 넘치는 워드 플레이와 자로 잰듯 정확히 떨어지는 라임의 향연.

 

스월비(Swervy) - Mama Lisa (2020)

한국힙합의 ‘엄마’ 클리셰를 제대로 비튼 짜릿한 여성 서사.

 

에픽하이(Epik High) - Go (2003)

간결한 라임으로 쌓아올린, 20년의 시작이 된 도발적인 출사표.

 

이센스(E SENS) - 꽐라 (2007)

랩, 가사, 비트의 삼박자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 제대로 된 클럽튠.

 

지드래곤(G-Dragon) - One Of A Kind (2012)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의 격이 다른 브래거도시오(Braggadocio).

 

창모(CHANGMO) - 태지 (2021)

열등감을 성공으로 뒤엎어버린 통쾌한 자수성가 서사.

 

 

강일권

 

데프콘(Defconn) - 가족 (Feat. C-Luv) (2003)

애잔한 멜로디의 루프로 완성된 비트와 부모 이야기가 합쳐지면 치트키다. 씨-러브(aka 태완)의 보컬 파트에선 참았던 눈물이 찔끔.

 

도끼(DOK2) - Hiphop Lover (2017)

랩, 비트, 가사, 그리고 샘플까지 간지 그 자체. 한국힙합 최고의 'Hip Hop 'til I Die' 노래 중 하나.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나도 힙합을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돈 싸인(Don Sign.) - 여전히 두 손을 모아 (Feat. PNSB) (2021)

'고인물 소리 듣지 않으려고 요즘 곡 하나 넣었네!'라고 반박 시 당신 말이 맞다. 하지만 이토록 처연한 무드와 멜로디의 비트를 내가 워낙 좋아한다. 작년과 올해 가장 많이 들었다. 누가 끝내주는 래퍼 PNSB 좀 찾아주세요 제발.
 

버벌진트(Verbal Jint) - 투올더힙합키즈 투 (2007)

사실 버벌진트의 래핑을 그다지 즐겨듣지 않았다. 이 곡이 나오기 전까진. 작년에 낸 첫 책의 제목에도 영향을 준 트랙. [무명] 리뷰도 내가 썼다.

 

셔니슬로우(Sean2Slow) - Moment Of Truth (2001)

내가 아는 '진실의 순간'은 두 개뿐이다. Gang Starr의 1998년 앨범과 셔니슬로우의 이 곡. 이게 21년 전 래핑이라고?! 말도 안 돼.

 

씨비 매스(CB Mass) - 셋부터 넷 (Feat. 린) (2001)

몹시 늦게 간 군대(01년 군번이다!)에서 정말 많이 들었다. 최전방 산속에 처박혀있던 어느 날 고참이 튼 CD플레이어에서 Surface의 "Closer Than Friends"를 샘플링한 이 곡을 처음 들었고, 그 자리에서 울뻔했다.

 

엠앤에이(M&A - Mild Beats ＆ Addsp2ch) - Mama & Papa (2008)

다시 말하지만, 애잔한 멜로디의 루프로 완성된 비트와 부모 이야기가 합쳐지면 치트키다. 거나하게 취해서 들어온 늦은 밤에 들으면 복받치는 감정 앞에서 속수무책.

 

이현도 - Player's Anthem (Feat. Jinusean, Tracy Wlliams) (1996)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환희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에서 이런 G-Funk 사운드가 가능하다고?! 이런 신스 멜로디가?! 게다가 보컬은 Tracy Wlliams?? 장담하건대 여러분도 1996년에 이 곡을 들었다면, 나처럼 졸도 직전까지 갔을 것이다.

 

재키 와이(Jvcki Wai) - Anarchy (2017)

'고인물 소리 피해가려고 재키 와이 곡 하나 넣었네!'라고 반박 시 당신 말이 맞다. 하지만 난 정말 이 곡에 매료되었다. 특히 후렴구는 과장 조금 보태서 일 년 동안 내 무의식을 지배했다. 아직도 가끔 입에서 맴돌아....

 

피타입(P-TYPE) - 돈키호테 (Feat. 휘성) (2004)

랩, 비트, 가사 전부 멋과 낭만 덩어리. 문학적인 동시에 너무나도 음악적인, 정말 아름다운 한국힙합. 선선한 바람이 불어올 때 즈음 들으면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