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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토픽] 2025 국내 알앤비/소울 베스트 앨범 10
    rhythmer | 2025-12-28 | 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리드머 필진이 선정한 '2025 국내 알앤비/소울 앨범 베스트 10’을 공개합니다. 아무쪼록 저희의 리스트가 한해를 정리하는 좋은 가이드가 되길 바랍니다.

     

    2024 12 1일부터 2025 11 30일까지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10. 에이트레인 - Povidone Orange

    Released: 2025-09-27

     

    에이트레인(A.TRAIN)은 지난 두 앨범을 통해 삶의 생채기를 직시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 지난한 시간에서 도달한 결론이 [Povidone Orange]에 담겨 있다. 여전히 삶에서 희망은 찾기 어렵고, 상처는 바라볼수록 더욱더 벌어지며, 얻는 것보단 잃는 게 더 많은 일들만 계속된다. 누군가는 이러한 현실에도 긍정을 외치며 힘차게 나아가고자 하지만, 에이트레인은 그렇지 않다. 나아질 것 같지 않고 '빌어먹을 돈이 안 돼도' 그냥 전진하고자 한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우울하고도 처절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소리가 중첩되어 덧난 상처를 치료하고 꿋꿋이 살아가려는 의지와 맞물려 격한 감정을 전달하는 "Povidone", 많은 소스와 노이즈를 활용해 거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를 구현한 "Broken Hill", 가녀린 듯 폭발적인 보컬의 장점과 함께 감정적으로 분출하는 "Sell Fish", 단출한 구성에 음악가로서의 다짐을 역설적으로 전달하는 "나도"까지. 바꾸기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서 고통스럽지만, 아픈 부위를 부여잡고 외친다. 여전히 음악과 함께하고 있다고. 결국 [Povidone Orange]는 굳센 용기에 관한 결과물이다.


     

    9. 다다 - Love is a Bandage

    Released: 2025-10-04

     

    다다(DADA)는 2023년 발표했던 데뷔 EP [97's Baby]를 통해 고유한 음악을 선보였다. 알앤비, 힙합 소울을 기반으로 블랙 뮤직 특유의 멋을 끌어낸 보컬과 20대 중반의 복잡다단한 감성을 담아 그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Love is a Bandage]에서는 '사랑'이라는 더 좁은 주제에 집중했다. 과거는 상처로 가득하고 현재는 불안하다. 그리고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그렇지만 사랑을 쟁취하기 망설이지 않는다. 이는 20대라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에 가능한 무모함이다. 전작을 직접적으로 인용하여 상대를 향해 직진하는 "위험해"는 그가 사랑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 

    다다의 보컬은 과하지 않게 리듬을 살짝 밀고 당기며 자연스럽게 그루브를 만들어낸다. 라임을 강조하고 가성과 진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목소리 자체로 장르의 색이 느껴진다. 힙합 소울 트랙 "Boo"와 댄스홀 리듬을 차용한 "ride on me"는 그의 매력이 십분 드러난 곡이다. 그런가 하면, 나우아임영(NOWIMYOUNG)과 함께한 "Met Met"에서는 UK 개러지를 기반으로 한 극적인 전개의 사운드와 팝과 가요 사이를 미묘하게 가로지르는 멜로디로 트렌드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소화해 냈다. 실력 있는 여성 알앤비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등장하는 가운데 다다는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Love is a Bandage]를 들어 보면, 그 여정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8. 장한나 - Hannah's Studio

    Released: 2025-11-20

     

    장르를 나누는 것이 점점 어렵고 의미 없어지는 듯한 시기에 등장한 장한나의 [Hannah's Studio]는 오히려 가장 장르에 충실해지는 방법을 통해 차별점을 만든 작품이다. 힙합 소울의 특징을 담은 "Down"이 대표적이다. 리드미컬한 붐뱁 비트로 그루브를 끌어내며, 재지한 건반과 여러 악기 소스를 적재적소로 배치했다. 공격적인 베이스와 둔탁한 킥 드럼이 인상적인 "Choosy", 네오 소울의 틀에서 악기와 가창을 배치한 "Power", 얼터너티브 알앤비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구현한 "Keep It Going", 풍성한 코러스와 토크박스를 활용해 펑키한 사운드를 완성한 "I Love You" 등등, 유쥐피(UGP)가 주도한 프로덕션은 긴 호흡에도 매끄럽게 50분 남짓한 긴 시간을 편하게 듣도록 돕는다.

    물론 장한나의 퍼포먼스도 압도적이다. 해외 유수의 아티스트와 여럿 비교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굉장한 가창이 앨범 내내 이어진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음역의 변화에도 탄탄한 음정을 유지하며, 밀고 당기는 세밀한 테크닉이 연속돼 감탄하게 한다. 분위기와 BPM이 시시각각 바뀌는 프로덕션에도 탁월한 가창이 일관돼 듣는 내내 흥미롭다.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10년이 넘는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았다는 것을 [Hannah's Studio]로 증명한다. 올해 반드시 주목해야 하는 데뷔작이다.


     

    7. 소울 딜리버리 - New Wave

    Released: 2025-02-21

     

    소울 딜리버리(Soul Delivery)는 2022년 첫 정규 앨범 [Foodcourt]를 발표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세 번째 정규 [New Wave]에서 그간 쌓은 내공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중간중간 스킷성으로 들어가 있는 "Soundcheck" 시리즈가 방증하듯, 네 사람의 연주는 여전히 잼을 맞춘 것 같은 생동감이 살아있다. 알앤비, 소울을 기반으로 레게, 신스 팝, 재즈, 네오 소울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끌어와 블랙 뮤직의 세계를 자유롭게 탐구한다. 쭉 뻗어나가는 신시사이저 라인으로 시작해 악기들이 차례로 치고 나오며 도로의 풍경을 그려내는 "자유로"는 밴드의 음악을 대변하는 곡이다.

    이들은 여러 게스트를 초빙해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의 연주가 중심을 잡아주는 "New Wave"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비브라폰 연주가 황홀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oldmanstreet"이 그렇다. 흥미로운 건, 보컬도 마치 악기의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특히, "oowee"에 참여한 호림(Horim)은 시적인 표현의 가사와 낮게 읊조리는 보컬로 밴드의 연주에 슬며시 녹아든다. 앨범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은 네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New Wave]까지 밴드는 완성도 높은 앨범을 꾸준하게 발표해 왔다. 기존에 하던 것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외연을 조금씩 넓히며 이뤄낸 성취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한국에 몇 없는 블랙 뮤직 밴드로서 소울 딜리버리의 위상은 더 공고해졌다.


     

    6. 까데호 - Endless

    Released: 2025-06-06

     

    즉흥연주에서 출발한 까데호가, 오히려 즉흥에 매너리즘을 느끼기 시작한 역설에서부터 [Endless]는 시작됐다. 앨범 제작 다큐멘터리에서도 밝혔듯이, 까데호는 다른 작업 방식으로 접근하여 기존과는 매우 상이한 정규를 완성했다. 품고 있는 장르는 여전히 다양하다. 많은 장르적인 요소와 하위 장르의 특징을 '이렇게 섞어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기가 막히게 하나로 수렴시켰다. 특히 루프 기반의 토대가 한몫했다. 반복적이고 명확한 구조가 생기면서 재즈적인 터치에 개러지 록의 향수, 사이키델릭 록과 펑크(Funk)의 특징이 틈입해도 이물감을 느낄 수 없다. 물론 평소 장르를 넘나드는 세 사람의 연주가 탁출한 것도 그렇다.

    [Endless]의 또 다른 주인공은 우치다 나오유키(Uchida Naoyuki)다. 흔히 라이브 덥(Live Dub)이라 부르는, 이펙터와 믹서로 연주자 또는 현장 분위기에 맞춰 사운드를 변형하고 증폭하는 테크닉에 능한 엔지니어를 초빙했다. 세 사람의 연주에선 기존과 달리 제약을 주어 형식적인 틀에서 시작하도록 했다면, 우치다는 밴드가 여태 담지 못했던 새로운 즉흥성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로 여태 발매했던 세 장의 앨범과는 완전히 다른 질감을 완성해 다시 한번 경탄하게 한다. 창작에 관한 고심이 낳은 까데호의 빛나는 작품이다.


     

    5. 지바노프 - Misery

    Released: 2025-05-01

     

    지바노프(jeebanoff)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본인의 스타일을 유지해 왔다. 다른 장르를 적극 끌어안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하기보다는 알앤비라는 장르의 본연을 해치지 않으며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유려한 멜로디로 고수한 것이다. [Misery] 역시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작들보다 완성도가 무르익었다는 점이다. 적당한 템포를 유지하며 신시사이저, 피아노, 관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더해 사운드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듣는 순간 뇌리에 남는 선명한 멜로디 라인을 얹어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다. 게스트 없이 오롯이 지바노프의 목소리만으로 채웠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다.

    그중에서도 "낯선 사람", "가려진 사진", "오늘은", "Meet Me At The Dream" 같은 곡은 지바노프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곡이다. 화려한 애드립을 더하거나 고음을 내지르기보다는 일정한 음역대 안에서 말하듯이 나긋나긋하게 부르는 보컬은 집중해서 들을수록 빠져들게 된다. 특히 "가려진 사진"에서 끊길 듯 계속해서 이어지는 멜로디와 이를 살려낸 보컬은 그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사랑의 다양한 순간들에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을 특정한 소재를 이용해 풀어낸 가사도 감정을 가볍게 건드린다.

    지바노프가 등장한 지도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어간다. 긴 시간 동안 그는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Misery]는 그간 쌓아온 음악적 역량이 응축된 작품이다. 비슷한 스타일의 알앤비를 선보이는 아티스트는 많지만, 지바노프만큼 할 수 있는 이는 드물다.


     

    4. 진보 - Jbfm

    Released: 2025-10-17

     

    진보(JINBO the SuperFreak)가 [Afterwork](2010)을 내놨을 때가 기억난다. 블랙 뮤직 프로듀서로서 탁월한 소스 운용과 사운드 구성, 적재적소에 보컬과 랩을 더해 활동명처럼 진보한 결과물을 들려줬다. 15년이 지난 시점에 발매된 [Jbfm]은 [Afterwork]가 더러 생각나는 앨범이다. 디트로이트 사운드를 위시하며 퍼포먼스에 경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곡을 담았다.

    "Gold Skin"에선 진보가 잘하는 카랑카랑한 신스와 리드미컬한 비트, 영리하게 쌓은 화음이 대단하며, 차분한 붐뱁 비트의 "Times Of Our Lives"에서는 가정을 이룬 행복한 삶을 보내는 감정을 아름다운 멜로디로 구현했고, "느낌이 와"를 통해선 90년대 힙합 소울의 질감을 근사히 재현했다. 더불어 보컬과 랩을 적절히 분배한 "All Kinds"와 "눈을 떠"에선 진보의 강점이 오랜만에 물씬 드러난다.

    라디오 방송이라는 컨셉을 취한 점도 훌륭하다. 곡의 앞뒤로 진행자의 대사와 광고 스킷(Skit)을 배치하여 라디오 느낌을 물씬 전달한다. 동시에 상이한 프로덕션에도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종살이"로 대표되는 거친 내용의 곡도 유머 가득한 스킷으로 빠르게 분위기를 전환해 몰입감을 높인다. 데뷔 20년을 자축하기에 [Jbfm]만큼 적절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3. 비비 - Eve: Romance

    Released: 2025-05-14

     

    비비의 음악에서 사랑이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주제이자 필수 불가결인 내용이다. 시간이 지나고 프로덕션이 변모하면서도 주제만큼은 일관되게 밀어왔다. 그만큼 삶과 행복에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역설하기도 한다. 첫 정규 [Lowlife Princess: Noir](2022)에서는 욕망과 쾌락을 동력으로 부도덕하고 강렬한 사랑을 나열했다면, [Eve: Romance]에서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사랑을 외친다. 많은 여성 아티스트가 섹스를 비롯해 외설적인 이야기를 펼치곤 한다. 그리고 그것 자체론 그리 신선한 시도는 아니다. 다만, 비비의 가사는 타자화된 이미지를 전시하기보단, 오히려 남성 아티스트가 여성을 그리는 방식처럼, 상대를 대상화하여 분위기를 조성하고 주체적으로 주제를 가지고 논다. 주체가 뒤바뀌고 관계가 전복되면서, 흔한 소재는 신선하고 새롭게 느껴진다.

    끈적한 가사에 맞는 프로덕션과 퍼포먼스도 완성도에 한몫한다. 제목부터 알앤비를 표방하는 "홍대 R&B"에선 끈적끈적한 기타 연주와 함께 농밀한 보컬 테크닉이 인상적이며, 프랭크(FRNK)와 함께한 "Pygma girl"에선 차분하지만, 리드미컬한 비트에 어울리는 중저음의 보컬과 랩을 유려히 오간다. 제목처럼 톡톡 튀는 일렉트로닉 소스와 심장 박동을 연상케 하는 헤비한 베이스가 굉장한 "Sugar Rush", 변형한 보컬 샘플과 귀엽고 예쁜 소리를 주조하는 보컬 퍼포먼스를 통해 상대방을 갖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데레", 시티팝의 미덕을 지키는 프로덕션에 맑고 투명하게 부르는 가창이 끝내주는 "왔다갔는교" 등등, 만족스러운 순간이 한둘이 아니다.

    [Eve: Romance]는 하나의 작품으로서 꽤 근사하게 완성됐다. 알앤비 장르에서 떼 놓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이란 주제를 이토록 새롭게 신선하게 완성하는 저력을 쉬이 목도할 수 있는 작품이다. 비비의 사랑은 이번에도 활기차고 아름답다.


     

    2. 추다혜차지스 - 소수민족

    Released: 2025-06-13

     

    추다혜차지스가 [소수민족]으로 다시 한번 모였다. 여전히 그 접근법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2020)와 유사하다. 무가를 통해 이야기를 이어가고, 여러 장르를 뒤섞었다. 당연하게도 두 번째 시도인 탓에 처음보단 신선한 인상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오히려 익은 과실처럼 익숙하면서도 진한 맛이 일품이다. "허쎄"만 들어도 금세 알 수 있다. 카랑카랑한 기타 리프를 필두로 건조하고 거친 질감의 악기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이키델릭 록과 소울, 힙합의 장르적인 특징을 융합시켜,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독특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동시에 공수(*주: 신령이 무당의 입을 빌려 인간에게 의사를 전하는 일)의 성격을 띠는 가사와 함께 추다혜의 비음, 전성과 퇴성을 비롯한 떨림음을 풍성히 사용해 또 하나의 독창적인 곡을 완성했다.

    오신(娛神, *주: 무당이 굿을 할 때에, 타령이나 노랫가락 따위로 신을 찬양해 즐겁게 하는 일)의 성격을 진득이 나타내는 "좋다 잘한다 좋다"에선 펑키한 기타 리프와 함께 멤버들이 참여한 추임새가 흥을 더하고, "부귀덩덩"을 통해선 주가 되는 덥(Dub) 리듬과 경쾌한 브라스, 금전적인 풍요를 바라는 내용 등등, 많은 요소가 루츠 레게(Roots Reggae)의 향취를 불러일으킨다. 그 외에도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를 앞세워 축원(祝願)을 드리는 "너도먹고 물러가라", 긴 호흡의 구성에 변주와 함께 목을 긁어 거칠고 힘 있는 목소리로 새로운 면모를 들려주는 추다혜가 돋보이는 "어영차" 등등, 한 곡도 놓칠 수 없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앨범을 마무리하는 "니나니"까지도 근사하다.

    신보의 또 다른 강점은 당연히 가사다. 이번에도 무가의 언어를 생생히 가져왔다. 무속 의식에서 실제 쓰는 단어, 말투를 앨범에 이식해 현장감이 생동하며, 한국어 사용자만이 그득히 느낄 수 있는 넉넉한 표현과 말맛, 재미가 끝내준다. 특히 곡과 문장마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말투, 리듬과 맞아떨어지는 각운, 의성어, 첩어가 활용돼 소리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물론 옛것의 언어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읽히고 들리는 것엔 추다혜의 놀라운 가창, 언어에 어우러지는 프로덕션, 그리고 탄탄한 연주를 구축한 밴드의 힘이 큰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무수한 아티스트가 끊임없이 원심력에 초점을 맞추며 세계를 우러러볼 때, 이 밴드는 구심력을 강조하며 가장 나답고 우리다운 것을 찾았다. 추다혜차지스가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로 들려준 방향성이 옳다는 것을 [소수민족]을 통해 재차 증명했다.

     



    1. 윤다혜 - 개미의 왕

    Released: 2025-09-26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처음으로 펼쳐 보이는 순간은 짜릿하다. 윤다혜의 첫 정규 [개미의 왕]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고후(kohu), 혜민송(hyeminsong)과 함께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기반으로 한 과감한 사운드 전개를 펼친다. 드럼 앤 베이스를 차용해 극적으로 진행되다가 후반부에 거친 질감의 신시사이저가 쭉 뻗어나가는 "신 시티", 겹겹이 쌓아놓은 신시사이저와 아프로비츠를 기반으로 한 리듬 파트가 결합한 "Funeral Freestyle", 느릿한 템포와 부유하는 듯한 신시사이저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귀 있는 자"는 앨범의 기조를 대표하는 곡이다.

    단단한 발성으로 진성과 가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안정적인 보컬은 음악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낮게 읊조리며 리듬을 밀고 당기다가도 음 사이에 여백을 두고 멜로디의 결을 살리는 능숙한 보컬 그 자체로 듣는 맛이 상당하다. 그런가 하면, "그녀는 손가락 금붕어", "Funeral Freestyle", "White Tee" 등에서는 한 번 들으면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적인 멜로디 라인으로 금세 집중하게 만든다. 가사도 독특하다. 욕망과 죄악, 외로움 속에서 괴로워하지만, 끝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인간의 내면을 상이한 단어의 조합과 은유로 풀어냈다. 지칭하는 대상과 이야기의 전개가 모호해서, 듣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개미의 왕]의 매력은 분명하다. 윤다혜는 여러 장르를 해체, 재조합하는 전위적은 프로덕션으로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보여줬다. 선형적인 진행을 탈피한 멜로디와 이를 살리는 탄탄한 보컬, 철학적인 주제를 탐구하는 가사도 앨범의 매력을 배가한다. 2025년 반드시 들어봐야 하는 한국 알앤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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