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드머 토픽] 2026 상반기 놓치면 아쉬울 블랙 뮤직 앨범
- rhythmer | 2026-07-26 | 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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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의 반이 지난 시점에서, 리드머가 모종의 이유로 미처 리뷰로 다루지 못한 작품이 있었다. 정식 리뷰를 했다면 R 4개 이상은 받았을 완성도 높은 작품 중, 놓치기엔 너무 아쉬울 국외 블랙 뮤직 앨범을 엄선했다.
각자의 플레이리스트에 담지 못한 앨범이라면, 한 번씩 체크해 보기를 권한다. 혹시 이미 알고 있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한번 들을 기회가 되길 바란다.

Mark Lux - opened gates (2025-12-05)
마크 럭스(Mark Lux)의 데뷔 믹스테이프 [opened gates]는 15곡, 43분 동안 성공을 향한 집착과 신앙, 경쟁심을 밀도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간결하고 단단한 웨스트코스트 비트, 구호처럼 반복되는 훅, 지역 래퍼들이 차례로 에너지를 보태는 구성에서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GNX]로부터 강하게 영향받은 흔적이 느껴진다. 특히 “GO MARK!”의 선명한 드럼과 직선적인 랩은 앨범의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확립한다.
신에 대한 믿음과 물질적 성공을 향한 욕망이 충돌하는 가사는 마크 럭스의 야심을 단순한 과시 이상의 이야기로 만든다. 궁핍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그린 “200$”와 성장기의 폭력적인 환경을 복싱에 빗댄 “fades”에서는 그의 서사적인 강점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muse”처럼 힘을 덜어낸 곡까지 자연스럽게 배치하며 강한 랩뿐만 아니라 앨범의 흐름을 조절하는 능력도 보여준다. [opened gates]는 익숙한 웨스트코스트 힙합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마크 럭스의 신앙과 절박함을 중심에 놓아 자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한 데뷔작이다. (황두하)

Ras Kass - Leopard Eats Face (2026-02-13)
라스 카스(Ras Kass)는 [Leopard Eats Face]에서 미국 사회와 힙합 산업을 향한 비판과 엠씨로서의 경쟁심을 밀도 높은 랩으로 풀어낸다. 스스로 지지하거나 방관한 대상에게 역으로 피해를 입는 상황을 뜻하는 앨범 제목은 정치와 산업, 거리의 폭력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로 작동한다. 라스 카스는 구체적인 인물과 사건, 역사적 맥락을 촘촘하게 연결하며 긴 벌스 안에서도 논점을 놓치지 않는다. “Leopard Eats Face”와 “Flava Flav Dance”에서는 미국의 정치적 위선과 총기 폭력을 날카로운 펀치라인과 불편한 유머로 압축한다.
“I Got That”에서 인스펙타 덱(Inspectah Deck), 코스트 콘트라(Coast Contra)와 벌스를 주고받는 장면은 묵직한 붐뱁 프로덕션과 결합해 앨범의 경쟁적인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앱소울(Ab-Soul)과 함께한 “Latency”의 빠른 연상과 복합적인 라임, 베테랑 래퍼들이 집결한 “Scar Tissue”의 거친 합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Leopard Eats Face]는 데뷔 30년이 지난 뒤에도 라스 카스의 작법과 문제의식이 여전히 예리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황두하)

GENA - The Pleasure Is Yours (2026-02-27)
지나(GENA)는 싱어송라이터 리브(Liv.e)와 드러머 카리엠 리긴스(Karriem Riggins)가 결성한 듀오로, [The Pleasure Is Yours]에서 재즈와 네오소울, 힙합을 즉흥적인 감각으로 결합한다. 리브의 거칠고 흐릿한 음색과 노래와 랩의 경계를 오가는 표현은 리긴스의 따뜻하고 입체적인 드럼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인다. 가사에는 연애의 설렘과 욕망, 자기 확신, 감정적인 회복을 향한 태도가 장난스럽고 솔직하게 담겼다. 정박을 미묘하게 비껴가는 리듬과 먼지 낀 듯한 스네어, 짧게 개입하는 악기들은 느슨해 보이는 곡 안에 정교한 질서를 만든다.
“Unspokern”은 속삭이듯 이어지는 보컬과 작은 타격음의 변화만으로 깊은 그루브를 형성하며 두 사람의 호흡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Theybetterbegladihavetherapy”의 몽환적인 소울과 “Left the Club Like ‘Really Nigga!’”의 묵직한 1990년대식 힙합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구성도 돋보인다. “Circlesz”와 “Dream a Twinkle”의 부드러운 낭만을 거쳐 “omo iya ati baba”의 겹겹이 쌓인 드럼과 가스펠 하모니에 도달하는 흐름은 앨범의 폭을 확장한다. [The Pleasure Is Yours]는 실험적인 알앤비를 난해함에 가두지 않고 그루브와 교감의 즐거움으로 전달한 인상적인 협업작이다. (황두하)

ELIZA - The Darkening Green (2026-03-04)
엘라이자(ELIZA)의 [The Darkening Green]은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 "The Echoing Green"의 일부 구절에 영향받은 앨범이다. 평소에도 식물과 자연을 향한 사랑을 드러내는 엘라이자는 녹지를 잃어버린 도시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풀어냈다. 사랑을 갈구하고 결핍을 느끼며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감정과 사랑을 긍정하고 보듬으며 단단해지는 과정이 하나의 드라마처럼 연결된다. 콘크리트를 뚫고 나온 꽃과 엘라이자를 보여주는 앨범 커버처럼, 거칠고 메마른 도시 생활에도 자신을 지키는 과정이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엘라이자와 파이로(Phairo)가 주도하는 프로덕션은 알앤비, 팝, 일렉트로닉, 펑크 등등 각 장르적인 요소가 끊임없이 틈입하지만, 간결한 전개와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밴드 사운드를 필두로 현악기를 연상케 하는 보컬을 차분히 쌓는 "Anyone Else", 끈적하고도 음습한 베이스가 축을 이루는 "Zombie-Like", 잘게 쪼갠 리듬과 기타 연주로 느린 곡과 상반된 급박한 느낌을 전달하는 "Cheddar" 등등, 이야기에 걸맞은 프로덕션 덕에 몰입감이 한층 배가된다. 상반기 가장 인상적인 영국 알앤비 아티스트다. (장준영)

Thundercat - Distracted (2026-04-03)
무려 6년 만에 [Distracted]로 돌아온 썬더캣(Thundercat)의 음악은 여전히 독특하고 풍성하다. 그렉 커스틴(Greg Kurstin)이 주도한 프로덕션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구성에도 일관된 분위기와 질감을 빚어냈다. 썬더캣의 인장과도 같은 스케일 연주와 신스로 곡을 전개하는 "Candlelight"을 시작으로, 60년대와 70년대의 음악적 특징을 그대로 살려낸 알앤비 발라드 "What Is Left To Say", 악기 연주를 활용해 근사한 그루브를 완성한 "This Thing We Call Love", 비정형적인 음계와 전개 위로 넘실거리는 보컬이 중독적인 "Anakin Learns His Fate" 등등, 한 앨범에서 담을 수 있는 최대치를 들려준다.
[Distracted]의 또 다른 강점은 피처링이다. 중간중간 포진한 게스트 아티스트와의 뛰어난 호흡이 앨범을 한층 흥미롭게 만든다. 테임 임팔라(Tame Impala)와 함께 한 "No More Lies"에선 두 아티스트의 곡이 절묘하게 하나로 섞인 사이키델릭 소울을 느낄 수 있고, "I Did This To Myself"를 통해선 오랜 음악 파트너인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를 불러와 펑크와 소울을 뒤섞은 프로덕션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윌로우(WILLOW)의 힘 있는 가창을 활용해 썬더캣의 팔세토 보컬과 아름다운 화음을 끌어낸 "Thunder Wave", 맥 밀러(Mac Miller)의 익살스럽고 여유로운 랩이 즐거운 "She Knows Too Much"는 자꾸만 듣게 되는 곡이다. 긴 공백을 완벽히 메운 꽉찬 작품을 만나보자. (장준영)

Blu & Exile - Time Heals Everything (2026-04-20)
블루(Blu)는 최근 몇 년 정말 많은 양의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2007년 [Below the Heavens]라는 힙합 걸작을 함께 만들었던 엑자일(Exile)과 다시 의기투합한 [Time Hears Everything]도 2024년 [Love (the) Ominous World]에 이어 비교적 빨리 2년 만에 나온 앨범이다. "So(ul) Amazing"과 "Soul Provider"를 연상시키며 그들의 오랜 팬이라면 반가워 할 제목의 "Soul Unusual"이 앨범을 연다.
힙합역사의 명곡들을 연이어 샘플링하며 주조한 "The Bag"과 퍼블릭 에네미(Public Enemy)의 "Don't Belive the Hype"의 명라인을 차용한 "I Don't Rhyme"에서 돈과 힙합에 대한 이야기를 다르게 풀어낸 것이라던지, "T.S.O.D"의 종교적이면서 도발적인 가사 등 앨범 내내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Hard Times"에서 삶의 힘든 시절을 돌아보고, "In my Window"에서 소소한 행복을 끄집어내다가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한다는 마지막 트랙 "Time Heals Everything"에 이르면 힙합 음악이 그들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상념에 빠지게 된다. 물론 블루와 엑자일이라는 조합이 선사하는 완성도 높은 힙합 앨범이기 때문이다. (남성훈)

Oddisee & Heno. - From Takoma with Love (2026-04-30)
힙합 래퍼에게 출신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정체성은 늘 중요한 기반이었다. 오디씨(Oddisee)와 헤노(Heno.)는 이런 관점에서 단순하게 바라 볼 이들은 아니다. 오디씨는 잘 알려졌듯 수단 이민자 가정 출신이고, 헤노는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그간의 작업물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왔다. 그래서 둘의 미국인으로서 기반인 지역명을 전면에 드러낸 합작 [From Takoma with Love]는 둘이 겪은 디아스포라(diaspora)와 유색인종으로 겪은 정서가 녹아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가족의 소중함, 성공에 대한 갈망 등 뻔해질 수 있는 가사가 훨씬 입체적으로 들리는 것은 둘의 출신과 성장사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지역에서 시작해 세계의 혼란스러운 이슈를 다룰 때 어색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다. 모든 곡의 프로덕션은 색이 분명한 베테랑 프로듀서 오디씨가 모두 책임졌다. 그의 다채로운 악기 멜로디 루프를 겹겹이 쌓아 올린 붐뱁 비트는 여전히 소울풀함이 가득하다. 둘의 합작은 새롭지 않지만,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는 두 명이 서로 응원을 나누는 듯한 따스한 기운이 느껴진다. (남성훈)

Vince Staples - Cry Baby (2026-06-05)
꽤나 실험적인 음악적 시도를 지속해 온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에게도 [Cry Baby]는 도전적인 프로젝트다. 메이저 레이블을 떠나 발표하는 첫 앨범이면서, 펑크 록 장르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였으며, 정치적 가사는 더 강해졌다. 앨범의 커버는 그야말로 순수한 아기의 모습으로 전 세계를 괴롭게 하는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를 연상케 하는데, "Do You Know The Devil"에서 대통령 트럼프를 대놓고 악마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앨범은 급진적이기 보다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감상을 제공한다. 빈스 스테이플스는 미국의 흑인 역사와 현실을 배경으로 미국의 허상을 끄집어내는데, 허무하고 비관적인 그의 가사는 현실을 고발하는 것을 넘어 무력감을 짙게 드리우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해체하고 부정한 뒤, 앨범의 마지막 "7 In The Morning"에 이르러 미국이 개입하고 있는 전쟁을 언급하는 빈스 스테이플스의 모습은 마치 미국 밖에 보내는 미안함을 담은 편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Summertime '06]이나 [Big Fish]에서 보여준 날카로움과 파격을 기대했다면, 밋밋하게 느껴지기 쉽겠지만, [Cry Baby]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진행되는 2026년, 많은 이들이 느꼈을 무기력함을 잘 담아 낸 앨범이다. (남성훈)

Deante' Hitchcock - Junkie in The Sun (2026-05-06)
디안테 히치콕(Deante' Hitchcock)의 [Junkie in The Sun]는 현재 시점에서 인생을 되돌아보는 여정을 담은 앨범이다. 래퍼로서, 누군가의 가족, 친구, 동료로 살아가면서 얻는 기대감과 역할에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동시에 포기를 바라다가도 자신과 타인의 상실을 두려워하며 다시금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존재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심도 있는 다짐을 긴 호흡에 담아냈다. 삶을 그만두려는 순간을 담은 "Almost There"가 대표적이다. 벌스가 이어질 때마다 숨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힘 있고 타이트한 래핑과 함께 실감 나는 묘사가 마디마디 가득하다.
"Grass Greener"에선 수준급의 보컬과 함께 현실을 향한 깨달음을 아름다운 비유로 표현한 가사가 인상적이며, 개러지 록의 특징을 차용한 프로덕션의 "Electric evivial"에선 속도감 있는 랩 사이로 쏟아내는 라임이 주는 만족감이 굉장하다. 다소 개인적이고 뜬금없게 느껴질 만도 한, 이토록 무겁고 진득한 내용에도 어느새 50분을 쉼 없이 듣게 만든다. 삶의 고찰을 이토록 깊고 아름답게 풀어낼 수 있는 래퍼가 몇이나 있을지 모르겠다만, [Junkie in The Sun]을 들은 사람이라면 적어도 올해 한 손가락 안에 히치콕을 꼽을 것이라 단언한다. (장준영)

Eloise - My Man & Me (2026-06-12)
엘로이즈(Eloise)의 두 번째 정규 앨범 [My Man & Me]는 한 연애의 애정과 갈등, 미련을 14곡에 걸쳐 세밀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피아노와 기타, 현악을 중심으로 한 따뜻한 편곡과 촘촘하게 겹친 보컬 하모니는 그의 재즈 감각과 섬세한 가창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한다. 타버린 침대 시트와 벗겨진 벽지처럼 관계의 균열을 보여주는 일상적인 장면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서 감정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한 번만 들어도 쉽게 잊히지 않는 멜로디 라인이 앨범 전반을 채우며 각 곡의 감정을 선명한 인상으로 남긴다. 그중에서도 “Don’t Let Me Down”은 끝나가는 관계를 붙잡으면서 상대의 결단을 기다리는 절박함이 유려한 멜로디와 맞물린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Dramaqueen”의 경쾌한 리듬과 “For You”의 차분한 전개처럼 분위기가 달라져도 뛰어난 멜로디 감각이 중심을 잡아 일관된 흐름을 만든다. [My Man & Me]는 정교한 보컬과 구체적인 감정 묘사, 강한 멜로디를 통해 엘로이즈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장점을 집약한 작품이다. (황두하)

Jessie Reyez - A Little Vengeance (2026-06-12)
제시 레예즈(Jessie Reyez)의 [A Little Vengeance]는 여느 알앤비 앨범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들을수록 차별점이 명확해지는 작품이다. 평범해 보이는 가사는 현실성을 대변하며, 단편적인 사랑의 감정은 어느새 분노로 점철된 분노와 체념과 초월의 연속을 따라가며, 정제되지 않은 듯한 보컬은 그 다층적인 변화를 풀어가는 유일한 열쇠가 되어 몰입감을 돕는다.
특히 무니 롱(Muni Long)과 함께 한 "Ain't U Tired?"에서 거친 음색과 함께 능수능란한 리듬감은 가히 압도적이며, 담대한 결별을 외치는 "99%"에서는 밝은 분위기의 프로덕션에 맞춰 힘찬 가창이 인상적이고, 자조적인 "Fuck You Jessie"에선 마치 이야기하듯 소리를 활용하는 방식이 영리하다. 제시의 멜로디와 보컬에 들어맞는 프로덕션도 정갈하다. 아쉽고 슬픔 가득했을 사랑을, 제시는 솔직히 풀어내 가장 특별한 복수를 이뤘다. (장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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