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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뎀보우(Dembow)를 둘러싼 전례 없는 저작권 소송
    rhythmer | 2026-10-08 | 6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강일권


    음악 저작권 소송은 대개 한 곡에서 시작한다. 멜로디의 유사성이나 무단 샘플 사용처럼 작품의 특정 요소가 타인의 저작권을 침해했는지가 쟁점이 된다. 그런데 지난 2021년 미국에서 제기된 한 소송은 좀 특이하다.


    일단 규모부터 남다르다. 배드 버니(Bad Bunny), 대디 양키(Daddy Yankee), 제이 발빈(J Balvin), 카롤 쥐(Karol G), 드레이크(Drake)를 비롯해 160명이 넘는 아티스트와 음악회사가 피고 명단에 올랐고, 문제가 된 곡은 무려 1,800곡 이상으로 늘어났다. 제이 발빈과 윌리 윌리엄(Willie William)의 “Mi Gente”, 대디 양키의 “Gasolina”, 배드 버니의 “Tití Me Preguntó”, 엘 촘보(El Chombo)의 “Dame Tu Cosita” 같은 세계적인 히트곡들도 여럿 포함됐다. 음악 저작권 분쟁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다.

    그런데 이 소송을 더욱 이례적으로 만든 것은 문제의 대상이었다. 유명한 멜로디도, 특정 샘플이나 가사도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레게톤의 밑바닥에서 반복되어온 짧은 리듬, 바로 ‘뎀보우(Dembow)’였다. 자메이카의 전설적인 댄스홀 프로듀서 듀오 스틸리 앤 클레비(Steely & Clevie) 측은 자신들이 1989년 발표한 “Fish Market”에서 비롯된 음악적 요소가 이후 수많은 레게톤 곡에 허락 없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폭넓게 받아들여진다면 몇몇 스타가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수준에서 끝날 사안이 아니었다. 세계적인 장르를 특징짓는 핵심 리듬에 누가 어느 범위의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리듬을 공유하며 성장해온 수십 년의 음악을 얼마나 개별 창작자의 소유로 인정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리듬과 그루브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은 이전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빈 시크(Robin Thicke)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Blurred Lines” 사건이다. 마빈 게이(Marvin Gaye) 유족 측이 제기한 이 소송은 노래의 느낌이나 그루브 같은 요소까지 저작권 보호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후에도 리듬이나 반복 패턴을 둘러싼 논쟁은 이어졌다. 그러나 뎀보우 사건은 그 문제가 특정 곡 사이의 유사성을 넘어 장르 전체의 역사와 계보로까지 번졌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한 장르를 상징하는 리듬을 근거로 수많은 곡이 하나의 소송에 묶인 것이다. 사실상 레게톤을 대표하는 박동 자체가 법정의 판단 대상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뎀보우는 무엇인가. 오늘날 이 이름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레게톤을 들을 때 곧바로 떠오르는 특유의 반복 리듬이며, 다른 하나는 그 리듬을 바탕으로 발전한 도미니카공화국의 독립적인 음악 장르다. 엘 알파(El Alfa)와 침발라(Chimbala) 같은 아티스트를 통해 널리 알려진 도미니칸 뎀보우는 레게톤보다 빠른 템포와 거친 반복, 짧고 강한 후렴을 앞세워 독자적인 흐름을 만들어왔다.

    이번 소송의 중심에는 그보다 앞선 리듬의 역사가 놓여 있다. 1989년 스틸리와 클레비는 디제이 그레고리 펙(Gregory Peck)의 싱글 “Poco Man Jam”에 쓰인 리듬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인스트루멘탈은 이후 “Fish Market”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이듬해 바비 딕슨(Bobby “Digital” Dixon)이 프로듀싱한 샤바 랭크스(Shabba Ranks)의 “Dem Bow”에도 같은 계열의 리듬 트랙이 사용됐다. 스틸리와 클레비는 이 노래의 작곡 저작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오늘날 널리 쓰이는 뎀보우라는 명칭은 바로 이 “Dem Bow”에서 비롯됐다.

    이 리듬 트랙은 여러 프로듀서의 손을 거치며 빠르게 새로운 형태로 변해갔다. 예컨대 자메이카 외 지역에서 레게, 댄스홀 음악의 중심지 역할을 한 HC&F 스튜디오(뉴욕)에서는 프로듀서 데니스 톰슨(Dennis “The Menace” Thompson)이 이를 다시 손봤으며, 디지털 퍼커션을 더한 버전은 보보 제너럴(Bobo General)과 슬리피 원더(Sleepy Wonder)의 “Pounder”(1990)와 B면에 실린 “Pounder Dub Mix II”로 이어졌다.

    특히 이 버전이 파나마와 푸에르토리코의 음악가들에게 전해지면서 다시 여러 갈래로 변주됐다. 스페인어 랩이 더해지고 새로운 드럼 루프와 베이스가 결합했으며, 디제이와 프로듀서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리듬을 끊임없이 재구성했다. 이런 시도가 1990년대에 쌓이면서 훗날 레게톤을 특징짓는 핵심 리듬도 점차 뚜렷한 형태를 갖춰갔다.

    여기서 이 소송의 가장 까다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뎀보우의 역사는 한 창작자가 만든 리듬이 여러 사람에게 그대로 복제된 과정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자메이카 댄스홀의 리딤(riddim) 문화에서 파나마의 레게 엔 에스파뇰, 뉴욕의 카리브 디아스포라, 푸에르토리코의 언더그라운드 랩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지역과 공동체가 비슷한 리듬적 재료를 끊임없이 변형하고 재구성해왔다.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여덟 개의 짧은 박을 3-3-2로 나눠 강세를 만드는 리듬 역시 쿠바의 하바네라(Habanera)를 비롯해 아이티의 콤파(Kompa), 트리니다드의 소카(Soca), 푸에르토리코의 전통음악 등 여러 아프로-카리브(Afro-Caribbean) 음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긴 계보에서 스틸리와 클레비가 남긴 영향은 분명하지만, 오늘날의 뎀보우 역시 여러 지역의 음악가들이 오랜 시간 주고받으며 만들어온 결과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바로 이 두 사실이 맞닿는 지점에 있다.

    클레비와 2009년 세상을 떠난 스틸리의 권리자들은 “Fish Market”에서 비롯된 요소가 “Dem Bow”와 “Pounder” 등을 거쳐 수많은 레게톤 곡으로 이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무단 복제와 보간, 샘플링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여러 소송이 하나로 통합되고 피고와 대상 곡이 계속 늘어나면서 결국 세계적인 레게톤 산업의 상당 부분이 사건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오랫동안 진행되어온 이 사건이 2026년 들어 다시 음악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직접적인 계기는 여름부터 이어진 법원의 입장 변화였다. 7월 초 사건을 맡은 안드레 비로테 주니어(André Birotte Jr.) 판사는 뎀보우를 이루는 여러 리듬 요소의 결합이 저작권으로 보호할 만큼 충분한 독창성을 갖췄는지를 두고 양측 전문가의 견해가 팽팽하게 맞선다고 보았다. 따라서 법률 판단만으로 결론내리기보다 배심원이 따져야 할 사실관계의 쟁점이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이 결정이 유지됐다면 1,800곡에 이르는 레게톤 음악이 공유해온 리듬의 저작권성을 배심원단이 직접 판단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달 뒤, 상황이 뒤집혔다. 배드 버니 측의 재심 요청을 받아들인 법원이 9월 1일 앞선 판단을 번복하며 소송의 핵심 저작권 논리에 제동을 걸었다. 실제 재판을 향하던 5년짜리 소송의 방향이 불과 몇 달 사이 크게 바뀐 것이다. 지금 세계의 음악 매체와 전문가들이 뎀보우 소송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판사의 판단을 바꾸었을까. 배드 버니 측을 비롯한 피고들은 원고가 저작권 보호를 주장한 ‘선택과 배열(selection and arrangement)’이 과연 하나의 저작물 안에 온전히 존재하는지를 문제 삼았다. 원고 측 설명에는 “Fish Market”, “Dem Bow”, “Pounder Dub Mix II” 등 서로 다른 작품의 요소들이 함께 등장했다. 이에 피고 측은 여러 녹음에 흩어진 요소를 소송 과정에서 하나로 묶어 새로운 저작권 보호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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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 1일 비로테 판사는 이 논리를 받아들였다. 저작권으로 보호받으려는 ‘선택과 배열’이 있다면, 그 조합이 실제로 어느 하나의 저작물에 담겨 있는지를 먼저 특정해야 한다는 것이 결정의 핵심이었다. 서로 다른 작품에 흩어진 요소들을 사후에 하나로 묶어 새로운 조합을 만든 뒤, 그 전체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원고 측이 보호를 주장한 리듬 조합이 하나의 저작물에 온전히 담겨 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고, 피고 측에 부분적 약식판결을 내렸다.

    여기서 판결의 범위를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9월 1일의 결정은 뎀보우 리듬 자체의 저작권 여부를 최종적으로 가린 판결이 아니었다. 법원이 본 핵심은 더 구체적이다. 스틸리와 클레비 측이 보호받고자 한 리듬 조합이 실제로 특정 작품에 온전히 담겨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는가 하는 문제였다. 법원은 이 부분이 충분히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소송 전체가 끝난 것도 아니다. 특정 녹음을 실제로 복제했거나 직접 샘플링했다는 주장처럼 범위가 더 좁은 쟁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10월 초 현재까지 공개된 후속 상황에서도 9월 1일의 핵심 판단을 뒤집는 새 결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소송의 무게중심은 크게 달라졌지만, 사건 자체는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이 음악계에서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대중음악의 장르는 반복과 공유 속에서 발전해왔다. 블루스에는 세대를 거쳐 되풀이된 코드 진행이 있고, 펑크(Funk)와 디스코는 익숙한 리듬과 베이스라인을 수없이 변주해왔다. 힙합 역시 같은 드럼 머신과 샘플링 방식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음악을 듣고 다시 바꾸는 과정 속에서 성장했다. 예컨대 트랩(Trap)을 대표하는 808 베이스와 촘촘한 하이햇 패턴도 수많은 창작자가 같은 소리와 리듬을 각자의 방식으로 변형하면서 장르의 특징으로 굳어졌다.

    이처럼 장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까지 폭넓은 독점권이 인정된다면 음악을 만들고 이어가는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뎀보우 계열의 리듬을 사용할 때마다 라이선스와 저작권 지분을 따져야 한다면 그 부담은 대형 레이블이나 스타보다 인디 아티스트와 신인 프로듀서에게 훨씬 크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곡을 만드는 단계부터 기존 음악과의 유사성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거나 혹시 모를 분쟁을 피하기 위해 작곡 크레디트를 미리 나누는 관행도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르에서 널리 쓰이는 리듬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별 창작자의 권리까지 가볍게 볼 수도 없다. 특정 녹음을 직접 가져오거나 창작자의 독창적인 리듬 조합을 실질적으로 복제했다면 그에 따른 권리와 보상은 따로 따져야 할 것이다. 장르가 공유하는 기본 요소와 한 창작자가 완성한 구체적인 표현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저작권은 아이디어 자체보다 그것이 구체적인 형태로 완성된 창작물을 보호한다. 그래서 법원은 원고 측이 보호받으려는 요소가 어느 작품에 어떤 형태로 담겨 있는지를 분명히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오랜 역사와 문화적 영향력을 지닌 요소라도 여러 작품에 흩어져 있다면 그것을 한데 묶어 하나의 권리로 주장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기준은 힙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힙합은 짧은 드럼 브레이크를 다시 사용하고 앞선 세대의 플로우와 리듬을 변주하며, 오랫동안 공유해온 소리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특정 음원을 직접 샘플링하는 행위와 장르가 공유해온 리듬적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다만 실제 음악에서는 그 경계가 늘 선명한 것은 아니기에 저작권 분쟁도 계속된다.

    뎀보우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그래서 리듬의 저작권 여부보다 그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가깝다. 어느 정도 구체화된 리듬을 개인의 창작물로 볼 것인지, 어디까지를 장르가 함께 사용하는 공통의 요소로 남겨둘지가 쟁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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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의 판결은 여기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권리를 주장하려면 보호받으려는 요소가 특정 저작물 안에 구체적인 형태로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 여러 작품에 흩어진 특징을 사후에 하나로 묶어 새로운 권리의 대상으로 삼으려면 그만큼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음악은 이전의 음악을 듣고 기억하며, 반복하고 변형하는 과정 속에서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나의 리듬도 여러 창작자의 손을 거치며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바뀌고, 그런 변주가 쌓이면 어느 순간 한 장르를 특징짓는 소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특정 창작자가 완성한 구체적인 결과물의 권리는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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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을 법정으로 불러들인 뎀보우 소송은 바로 그 두 영역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를 묻는다. 5년째 이어진 이 소송이 2026년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경계가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레게톤을 넘어 대중음악이 과거의 음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음악으로 이어가는 방식까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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