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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The Weeknd 공연 후기: 이 시대 최고의 알앤비 아티스트라는 선언
    rhythmer | 2026-10-25 | 1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글: 장준영


    '이 시대 최고의 아티스트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한다.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같은 압도적인 스타가 부재하는 현시점에선 그 논쟁은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2026년에 단 한 사람을 꼽는다면, 누가 적당할까?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배드 버니(Bad Bunny), 방탄소년단, 드레이크(Drake),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등등, 수많은 이름이 뇌리에 스쳐 가지만, 적어도 올해 10월의 한국에서만큼은 위켄드(The Weeknd)를 넘어설 이름은 없어 보인다.

     

    위켄드가 무려 8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8년이라는 시간 자체도 절대 짧지 않지만, 이제 정규를 6장이나 보유한 그가 당시엔 그 절반밖에 앨범을 내지 않았다는 걸 떠올린다면, 여태 안 와도 너무 안 온 셈이다.

     

    그 긴 공백 동안, 위켄드는 단순히 피비알앤비(PBR&B)와 얼터너티브 알앤비의 대표 주자, 다프트 펑크(Daft Punk)와 합작한 아티스트와 같은 수식어를 넘어선 인물이 되었다. "Blinding Lights"를 필두로 "Timeless", "Save Your Tears", "Take My Breath"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했고, [After Hours](2020), [Dawn FM](2022), [Hurry Up Tomorrow](2025)까지 이어지는 3연속 앨범으로 비평과 상업 모두 장악하며 장르를 초월한 이 시대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그렇기에 그의 내한이 언제 성사될지는 음악 팬들의 초미의 관심사였고, 다행히 투어에서 아시아 일정이 추가되며 한국 일정도 확정됐다. 이번 공연은 2022년부터 이어진 월드 투어 [After Hours til Dawn Tour]의 일환이자, 그 마무리 시점에 이뤄졌다. 투어 명부터 두 장의 앨범([After Hours], [Dawn FM])을 내걸었다만, 실제론 트릴로지(Trilogy)라 부르는 정규 3장을 모두 아우르는 투어가 되었다.

     

    그동안 늘어난 작품과 인기를 방증하듯, 장소도 고척스카이돔에서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일정도 이틀로 규모가 대폭 커졌다. 그러나 오랜 기다림 앞에선 그마저도 부족했나 보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최대 접속자 수가 약 130만 명에 육박했고, 1시간도 채 안 돼 전석이 매진됐다. 음악 컨텐츠 크리에이터와 SNS 매거진들은 공연 전부터 위켄드의 영상을 쉴 새 없이 찍어 올렸고, 암표는 걷잡을 수 없이 치솟았다. 여기에 미리 진행한 2주 간의 팝업 스토어도 성황을 이루었다. 오아시스(Oasis) 이후로 이렇게 난리였던 내한 공연이 있었나 싶을 만큼 뜨거운 열기가 공연 전부터 가득했다.

     

    그리고 이틀 공연 중 첫날이었던 10월 7일. 공연장 주변은 빠른 입장을 위해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은 이들은 물론이고, 현장의 열기를 미리 느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현대카드의 홍보 부스를 둘러보거나 역대 슈퍼콘서트의 발자취를 살피다가도, 리허설 소리가 들려오면 벅찬 마음을 환호로 터뜨리곤 했다. 날이 저물수록 고양종합운동장 일대는 점점 소란스러워졌고, 이내 인산인해를 이뤘다.

     

     

     

     

    입장한 관객을 맞이한 것은 십자 형태의 무대와 그 정중앙에 있던 약 12미터 높이의 황금빛 로봇 조각상이었다. 여성 로봇과 에로티시즘을 소재로 반세기 넘게 활동 중인 소라야마 하지메(空山 基)와 협업한 대형 로봇 조형물은 이번 공연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이었지만, 빛이 표면에 부딪혀 사방으로 굴절돼 경기장을 더욱더 빛나게 만들었다. 공연 중에는 천천히 회전하여 미러볼 같은 효과를 내기도 했다. 더불어 공연 중 여러 차례 위켄드가 조형물 주변을 돌아다니며 만지고 교감하는 장면, 댄서들이 그 주위로 모여 마치 종교의식을 연상케 하는 퍼포먼스를 비롯해 조각상을 단순히 장식이 아닌 연출의 일부로 활용한 점도 돋보였다.

     

    공연은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됐다. 예정 공연 시작 시각인 19시 45분을 조금 넘긴 19시 50분, 레이저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한 위켄드는 [Hurry Up Tomorrow]의 수록곡 "Baptized In Fear"-"Open Hearts"-"Wake Me Up"을 시작으로 마지막 곡 "Moth To A Flame"까지 2시간 남짓 동안 39곡을 내달렸다. 전체적인 선곡은 다른 나라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반부의 퍼포먼스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계속되는 투어 일정 탓인지 고음을 다소 자제하고 음을 낮춰 불러, 음원에 비해 아쉽게 느껴졌다. 그러나 마스크를 벗고부턴 사뭇 분위기가 변했다. 타 공연과 비교했을 때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고, 이에 흡족해진 위켄드는 '자신의 첫 스타디움 공연이 한국이었다'라는 사실을 되짚으며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이후 "Cry For Me"부터 "Can't Feel My Face"까지 흥겨운 노래들을 연달아 몰아치면서 관객의 호응과 환호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폭발적이었다.

     

     

     

     

    그 열기에 화답하듯 "Often"부터는 더 이상 음을 낮춰 부르지 않는 동시에 폭발적인 성량과 애드립으로 최상급의 퍼포먼스를 들려줬다. 특히 "The Hills", "One of the Girls", "Is There Someone Else?", "Save Your Tears", "Less Than Zero"와 같은 곡에선 음원을 능가하는 가창과 객석의 호응이 맞물려 감격스러운 순간이 되었다.

     

    뭉클한 순간도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가 비평과 흥행 모두 실패했던 드라마 [디 아이돌, The Idol](2023)의 "One of the Girls"에서 나오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태 다른 콘서트에서도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떼창이 (약간의 웃음과 함께) 근사하게 완성됐을 때, 그동안 그가 곡과 드라마로 겪었던 수모와 부채감을 씻어내는 듯이 내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공연에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관객과의 소통이었다. 끊임없이 '한국', '고양', '서울'을 노래와 멘트마다 섞어 외쳤으며, 관객을 일일이 지목하고 대화하는가 하면, 무대 밑으로 자주 내려가 악수하고 포옹하며 끊임없이 교감하였다. 더구나 돌출 무대를 활용해, 한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한 쪽도 소외되지 않고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해 놀라웠다. 조각상과 더불어 대형 공연장이라는 규모에 맞는 연출과 퍼포먼스가 가득했다.

     

     

     

     

    유독 이번 내한 공연에 호평이 자자하다. 많은 곡 수와 최상의 컨디션을 앞세운 훌륭한 라이브도 있었지만, 팬들과 소통하던 성의 넘치는 태도도 한몫했다.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 관객이라면 값어치를 하는 공연은 차치하고 성의 있는 공연을 원한다. 그 관점에서 보면 위켄드는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 셈이다. 그래서 그 여운이 어느 때보다도 길게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현시대 최고의 알앤비 스타, 그리고 어쩌면 최고의 팝스타일지도 모르는 위켄드의 공연은, 그 압도적인 명성과 인기에 버금가는 끝내주는 시간이었다. "조만간 한국에 다시 오겠다"라는 그의 약속이 언제 지켜질지는 모르지만, 긴 기다림이 충분히 가치 있는 콘서트이자 아티스트라는 점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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