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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카라 사태와 우리의 힙합
    rhythmer | 2011-02-07 | 2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SM의 동방신기가 3명과 2명으로 나뉘어 소속사와 분쟁을 벌인 끝에 두 동강이 나 활동하게 되고, 서로 가사와 트위터를 통해 맞디스(?)를 벌인 게 불과 얼마 전 일이다. 그렇기에 멤버 중 3인이 소속사와 분쟁을 벌였던 이번 카라 사태는 카라 팬들은 물론, 음악계에 관심 있는 여러 사람의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카라 3인 측이 소속사를 상대로 계약 내용 자체와 그 이행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함과 동시에 매니지먼트 담당자 교체 및 계약 기간 단축과 수익 분배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사태는 주변의 여러 관련 업계 사람들과 단체들까지 편을 갈라 싸우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국내 음반 제작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크게 느낀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수위의 디스전과 저 옛날 슈그 나잇(Suge Knight) 등으로 대표되는 공갈·협박 및 부당계약의 화신들에 얽힌 이야기에 익숙한 힙합 팬들이라면, 아이들 소꿉장난처럼 귀엽다고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우리 가요계는 90년대 초반부터 일본의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회사가 기획하는 가수를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창기에는 대중의 입맛에 맞춘 노래 잘하는 가수를 찾는 정도의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제작 형태가 오늘날에는 아주 오랫동안의 투자와 훈련 및 교육을 통해 가능성 있는 일반인을 대중의 취향에 딱 맞는 맞춤형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근래에는 언급한 카라를 비롯해 여러 아이돌 가수들이 일본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발전(?)했다. 불과 7년 전만 하더라도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통해 일본 음반이 들어오려고 할 때, 다수의 음반 업계 관계자들이 우리나라 음반 산업이 일본의 그것에 밀려 모두 죽을 것이라며 호들갑 떨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사진: 카라

    사실 저러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폐해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비판이 이미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걸 여기서 다시 읊으며 되풀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다. 다만, 많이들 얘기하는 노예 계약에 대한 얘기는 다시 꺼낼 수밖에 없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란 것이 다양한 매체에서 나오는 거대한 액수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비해서 그리 실속 있는 사업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이고 유명하다는 기획사들의 몸집만 봐도 1~2군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좀 괜찮다는 중소기업들의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대중의 요구가 높아질수록 그 눈높이를 맞추려는 기획사들의 투자는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기 때문이다. 가수가 음악과 관련한 일만 잘해서는 뜰 수 있는 바닥이 아닌 우리나라 가요판의 특성상 몇 년 동안 수많은 연습생을 두고 노래부터 춤은 물론, 외국어를 비롯해 연예계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모두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 그들 중 일부만이 데뷔하고, 또 그 중에서도 아주 극소수만이 어느 정도 기획사가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게 해주는 게 현실이다. 이는 기획사 측에서도 할 말이 생기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라. 기획사를 옹호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금의 부당한 계약 관행을 바꿀 수 있고 또 바꿔야만 하는 게 또 그들이니까.

    현재 우리의 음반 산업이 워낙 기획된 아이돌 상품 위주로만 이루어지다 보니, 실력 있는 어린 뮤지션 지망생들마저도 메이저 진입을 위해서는 아이돌 멤버로 데뷔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대중이 접하게 되는 음악의 다양성도 그만큼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지금의 아이돌 육성 사업에서 손을 뗄 수야 없겠지만, 적은 투자로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회수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것은 범위를 좁혀 봤을 때 한국 힙합 씬에도 분명히 도움 될 일이기에 더욱 절실히 바란다. 직접 가사를 쓰고 곡을 쓰고 하나의 앨범을 완성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이 판에는 적잖게 있지 않은가? 트렌드란 것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다. “뻑이가요”와 같은 노래가 국내 가요계에서도 등장해 먹히는 그림을 몇 년 전만 해도 머릿속에 그려보기란 어려웠다. 메이저 진입을 희망하는 다양한 힙합 뮤지션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열리고 제공되다 보면 시간이 지나 그들 중 누군가가 어떤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물론, 메이저 진입을 노렸던 힙합 뮤지션들의 작업물들이 힙합 마니아들의 성에는 차지 않는 경우가 많았단 점이 영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건 일단 기회의 문이 많이 열리게 되었을 때 뮤지션들이 책임져 나가야 할 영역일 것이다.


    사진: 상상을 초월하는 협박과 훼방을 일삼은 걸로 악명 높은 전 Death Row 대표 Suge Knight

    비록, 나름대로 탄탄했던 한국 힙합 씬의 음반 시장은 근 몇 년 사이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뮤지션들의 활동과 매체 및 커뮤니티가 그 어느 인디 씬보다 활발한 곳이 바로 우리 힙합 씬이다. 그리고 크루와 레이블의 경계가 모호했던 지난날에 비해 이제 최소한의 형태를 갖춘 레이블이 몇몇 생겨나고 있고, 앞으로도 생겨날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움직이고, 레이블의 운영이 밖으로 드러나 있지 않은 힙합 씬도 그 규모는 다를지언정 이번 카라 사태와 비슷한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레이블과 크루 위주의 문화 아래에서 소속 뮤지션에 대한 부당한 대우, 혹은 크루 내 후배나 동생뻘 뮤지션의 활동에 대한 지나친 터치 및 관여가 이루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 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 힙합계의 어린 뮤지션들이 부당한 계약 및 관계 아래에서 그러한 기회를 박탈당한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나라 힙합 팬 누구도, 한국 힙합 계의 슈그 나잇이나 카라를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 Copyrights ⓒ 리드머(www.rhythmer.net) / 글: 이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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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태재 (2011-02-17 00:41:28, 218.52.116.***)
      2. word up bro
      1. 박현수 (2011-02-13 03:21:54, 222.237.221.***)
      2. 역시 리드머..
      1. doh! nuts (2011-02-10 08:49:10, 164.124.106.***)
      2. 역시 리드머다운 좋은글 이런글도 있어야 좋은것 같아요.
        맨날 라임논쟁만 하지말고!
      1. 랩의진수 (2011-02-07 16:15:16, 68.193.77.***)
      2. 글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 Notorious (2011-02-07 03:59:09, 115.20.134.***)
      2. 힙합씬에 대한 애정이 담긴글~
        힙합 쪽 만 아니라 우리나라 음반시장도 일본이나 미국처럼 다양한 음악들이 숨쉴수 있는
        곳 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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