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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Common VS Drake 디스전이 남긴 치명적 질문
    rhythmer | 2012-01-31 | 18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작년 12월에 촉발되어 현재 잠정 종료된 커먼(Common)과 드레이크(Drake)의 디스전(Diss)은 각자 확고한 영역을 구축한 톱 클래스급 신구 뮤지션의 대결(물론, 대세는 드레이크지만)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여러모로 흥미롭다. 힙합 씬에서 디스는 엔터테인먼트적으로도 재미있지만, 몇몇 사례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며 유익함(?)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이번 경우가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우선 두 뮤지션이 약 한 달간 펼친 공방전의 진행상황부터 개괄하고 가보자.

    시발은 커먼의 새 앨범 [The Dreamer/The Believer]에서 세 번째 싱글로 발표된 “Sweet”이라는 곡이었다. 곡의 가사 중 ‘you soft muthfuckers (중략) Some ho ass niggas Singing all around me man, la la la. You aint muthaf-cking Frank Sinatra/너희 무른 자식들 (중략) X같은 자식들이 내 주변에서 라라라~거리며 노래를 부르고 다녀. 넌 씨발 프랭크 시나트라가 아냐’라는 문제의 라인이 힙합팬과 매체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것. 의혹이 불거지자 커먼은 드레이크를 디스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음악팬들은 ‘soft’, ‘Singing’, ‘Frank Sinatra’ 등의 단어를 결정적인 증거로 들며, 커먼의 해명을 믿지 않았다(필자 주: 드레이크는 지난 2010년, MTV 어워드 프로모 클립에서 프랭크 시나트라를 오마주하는 걸로 출연했었다). 이러한 (당시까지는) 루머가 점점 퍼지게 되자 드레이크는 1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공연에서 ‘난 노래를 부를지는 몰라도, 암캐는 아냐. 만약 커먼이 무언가 할 말이 있다면, 내 면전에서 하라고 해.’라며, 불쾌함을 표출했다. 그리고…

    결국, 커먼은 라디오 쇼인 ‘Sway in the Morning’에서 인터뷰 도중 드레이크를 디스한 게 맞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두 뮤지션의 디스전에 대한 관심은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는데, 드레이크 진영의 핵심 프로듀서 노아 “포티” 세비(Noah “40” Shebib)는 트위터를 통해 은근히 드레이크의 편을 들기도 했다(‘난 커먼의 [One Day It'll All Make Sense]가 나왔을 당시 커먼의 음악이 힙합이냐 아니냐에 대해 한 달여 동안 논쟁을 벌이곤 했어. 모든 사람이 너무 알앤비적이라고 했지. 디스하는 게 아냐. 단지 사실을 얘기하는 것뿐. 난 커먼을 좋아해. SWV와 John B도.’). 그리고 침묵하던 드레이크도 릭 로스(Rick Ross)의 믹스테잎 [Rich Forever]에 수록된 트랙 “Stay Schemin’”에서 자신의 벌스를 통해 ‘랩 (씬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 ‘오늘날 개자식들은 단지 레코드 팔기에만 급급하지.’라며, 커먼에게 직격탄을 날렸고, 이에 다시 커먼은 똑 같은 비트 위에서(“Stay Schemin’ Remix”) 재치있으면서도 매서운 반격을 가했다. 이후, 서던힙합의 전설 스카페이스(Scarface)는 비프(Beef)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며 간접적으로 불쾌함을 표했고(릭 로스는 이를 리트윗하며 소심하게 드레이크 편을 들기도 했다), 드레이크와 함께 멜랑콜리 사운드의 선봉에 선 더 위켄드(The Weeknd) 역시 ‘내가 들은 것 중에 가장 형편없는 컴백’이라며, 혹평했다. 또한, 드레이크가 속한 캐쉬 머니(Cash Money)의 CEO이자 랩퍼인 버드맨(Birdman)은 ‘드레이크의 뒤에는 우리가 있다. 우리의 삶을 걸고 서포트할 것이다.’라며, 강력하게 지지하고 나섰다.

    이어 커먼이 이제 비프를 멈춰야 할 때인 것 같다며, 종료 (비슷한) 선언을 했고, 드레이크는 커먼의 디스에 화답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엔터테인먼트적인 디스전에 휘말리지 않고 새로운 음악 창작에만 몰두하겠다고 밝혔다.

    이상이 지금까지 흘러온 ‘커먼 VS 드레이크 디스전’의 상황이다. 느꼈겠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난 뮤지션들의 발언과 현지 음악팬의 반응을 살펴보았을 때 드레이크를 지지하는 측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누군가 했어야 할 말을 했다.’라며 커먼을 지지하는, 그동안 드레이크 류의 음악에 반감을 품어온 힙합팬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힙합 커뮤니티에서 논쟁은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편, 이 와중에 흥미로운 의견도 나왔다. 이 디스전이 실은 ‘진정한 힙합’ 때문이 아니라 ‘한 명의 여자’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설이다. 그 여자는 바로 테니스 스타 세레나 윌리암스(Serena Williams). 커먼은 세레나 윌리암스와 2년간 열애 끝에 헤어졌다. 그런데, 최근 드레이크와 세레나 윌리암스의 염문설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이번 디스의 진정성에 의심을 품는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드레이크가 자신의 옛 연인과 만난다는 사실에 심통이 나서 그런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가만히 보면, 이 의견에도 충분히 일리는 있다. 사실 드레이크가 추구하는 음악 스타일과 보컬에 대한 애착은 이미 그 이전에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808s & Heartbreak]를 통해 먼저 선보여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또한, 드레이크말고도 키드 커디(Kid Cudi) 역시 특유의 멜랑콜리 노선을 선보이며, 평단과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럼에도 커먼은 드레이크만을 공격했다. 칸예나 드레이크처럼 씬의 대세로 떠오르진 못한 키드 커디는 차치하더라도, 커먼이 여전히 굳은 음악적, 친목적 동맹을 맺고 있는 칸예 웨스트를 떠올리면, 어딘가 석연치 않은 건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커먼 VS 드레이크’전은 우리에게 좋은 떡밥을 던진다.

    그런데 ‘진정으로 커먼의 디스는 세레나 윌리암스와 관련 없는가?’가 엔터테인먼트적인 논쟁거리라면, 이번 디스전이 남기는 진짜 중요한 논쟁 거리는 바로 이것이다.

    ‘현재 드레이크의 음악은 과연 힙합인가, 아니면, 힙합이 일부인 음악인가?’, 더 나아가 그렇다면, ‘오늘날 힙합은 어떤 의미인가? 힙합음악의 범위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할 것인가?’

    이와 관련한 논쟁을 벌이는 힙합팬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된다. 일렉트로니카, 하우스 댄스 음악과 적극적으로 결합하며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진 2000년대 힙합의 정점을 찍고 있는 드레이크 류의 음악을 힙합음악의 작법적, 또는 스타일의 변화로 인정하고 포용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방법론과 전통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비판을 가하며 장르의 영역을 견고히 할 것인가가 그것이다. 국내를 비롯한 드레이크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의 음악을 힙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혹은 ‘게X힙합’이라며 비하하는) 이들을 향해 ‘옛날 힙합의 울타리에 갇혀서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꼰대들’로 정의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데, 일단, 이건 그렇게 단순히 흑과 백으로 나눠서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1년 11월, 내가 작성한 드레이크의 [Take Care] 리뷰에 달렸던 예동현 필자의 댓글을 인용하자면, ‘어느 정도의 방법론이나 전통적인 감성이라는 것은 존재하고 그것들이 모여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며, ‘새 앨범이나 근래의 음악들에 대한 평가가 박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과거의 작품들을 통해 쌓아 올린 기준마저 부정하기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싶기 때문이다. 멜로디의 천국 속에서 천대받던 힙합음악이 독자적인 장르로서 인정받고, 대중음악계에서 그 힘을 키워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부분임을 고려하면, 더욱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지키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지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니까.

    두 가치관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기만 한다면야 아무 문제없겠지만, 잘 아시다시피 세상에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더구나 돈의 흐름에 민감한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트렌드는 곧 돈의 샘물을 파는 시추기와도 같기 때문에 대세가 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하나의 장르 씬을 발전시킬 수도, 혹은 변질시킬 수도 있다.

    내가 애초에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커먼과 드레이크 중 누가 더 설득력 있는지를 판가름해보기 위함도, 커먼의 디스에 대한 진정성을 따지기 위함도, 오늘날 힙합에 대한 나의 정의를 설파하기 위함도 아니었다. 본문에서 언급한 논쟁 거리들에 대한 나와 같은 힙합음악 애호가들의 생각이 궁금해서다. 그래서 난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현재 드레이크의 음악은 과연 힙합인가, 아니면, 힙합이 일부인 음악인가?’, (그의 음악을 온전한 힙합의 범주에 넣든 넣지 않든) 더 나아가서 ‘오늘날 힙합음악의 범위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봐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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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WQUIP (2012-02-07 02:29:39, 182.211.204.***)
      2. 결국은 개인의 주관대로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질문이긴 한데,
        갠적으로 드레이크의 스타일은 표면적인 형식은 멜로디, 즉 노래이긴
        하더라도 그 안의 정서, 표현, 방향은 랩과 일치하다고 봅니다.
        박자위에 일정한 플로우와 라이밍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거요.
        (그런 의미에서 알켈리나 요즘 알앤비 가수들의 랩에 가까운 싱잉도
        랩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노래보다는 랩한다는 느낌으로
        만들고 부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표면적 형태보다는 그 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정서나
        표현방식에 있어서 대다수 힙합문화안의 구성원들의 지지와 인정을
        받느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닌가 싶어요. 요컨데 엠씨몽같은
        경우가 힙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음악스타일이 손발
        오그라들기 보다는 그가 음악으로 표현하는 정서, 방향이 힙합씬안의
        구성원들 대다수의 정서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힙합을
        전혀 안듣고 일반적인 한국 발라드, 사랑노래를 즐겨듣는 사람들에게
        엠씨몽의 음악은 더 많이 지지 받습니다. 정서적 접점이 달라요.

        결과적으로, 드레이크의 음악은 힙합씬내에서 성공을 거두었고,
        그것이 씬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그림이 되었죠. 여러 아티스트들이
        그를 모셔가서 피쳐링을 부탁하고, 앨범이 백만장을 넘기고.....
        뭐 이정도면 대다수 힙합팬들에게 정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인정받았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그 시점에서 힙합이냐
        힙합이 일부인 음악이냐? 정도의 질문에 대한 답은 나왔다고 봅니다.
        힙합이냐 아니냐에 대한 답은 힙합씬 그 자체가 이미 결론내리고 있는거죠.
      1. piano (2012-02-01 03:09:53, 180.68.107.***)
      2. 범위가 어디까진가라는 물음이 의미가 없다는말을 쓰다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생각을 해보니

        "돈의 흐름에 민감한 메인스트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트렌드는 곧 돈의 샘물을 파는 시추기와도 같기 때문에 대세가 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하나의 장르 씬을 발전시킬 수도, 혹은 변질시킬 수도 있다"

        어느대답을 해도 이 부분이 걸리는군요..

        추가로 이 디스전을 보면서, 현대의 디스의 당위성은 무엇인가하는 생각도 드네요 (앨범은 정말 잘듣고있습니다 커먼형님.;)
      1. Archetype (2012-01-31 21:41:05, 112.170.109.**)
      2. 힙합은 컷 & 페이스트를 이용해서 룹으로 만든 음악 아닌가요? 그 룹에 드럼과 베이스 같은 악기들이 어우려지면서 고유의 바이브를 만드는것? 쯤으로 생각해요. 애초에 태생이 흑인 소수자들에게 만들어졌으니 투박한 느낌이 많을테고... 그 흑인들 자신들이 유년시절에 들었던 재즈와 알앤비가 자양분이 된 참 신기하고 재밌는 음악이라고 봐요. 거기서 갱스타 드레 네이티브텅이 나왔고.. 그런데 요즘은 컷 & 페이스트가 선택이 되어버렸고, 이젠 뭐가 힙합이고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음악들의 이종교배?는 잃지 않고 가는한, 힙합이 엄청나게 재밌고 신선한 음악임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 몇명, 몇만명이 모여서 "힙합은 이런거야!"라고 정의내리기엔 범위가 너무 크죠. 키드커디의 음악이 20년전에 나왔으면 힙합이었을까요? 일렉트로닉, 훵크, 소울, 재즈, 락등을 혼합하는 Sa-ra the creative partners는 자신들의 음악이 힙합이라고 했고, 이제 힙합은 정말 다양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존재하는 장르가 되버린것 같아요. 재즈처럼요. 그러니 드레이크가 힙합이다 아니다로 싸우는것 자체가 되게 쓸데 없어 보여요. 힙합이 아니다라는 사람들의 힙합은 krs-one일텐데 안타깝게도 BDP의 힙합은 이제 모든 힙합을 포괄하지 못하네요. 드레이크의 힙합을 딴지걸면 누자베스류의 재즈힙합도 딴지걸어야할테고, 사-라한테도, 키드커디한테도 딴지를 걸어야겠네요. 드레이크가 Galt Macdermot, James Brown, Parliament Funkadelic의 음악들이 아닌, The XX와 James Blake의 음악들을 이종교배시킨다고 힙합이 아니라고 부정하긴 싫어요, 전 ㅋㅋ
      1. didodidodip (2012-01-31 21:15:52, 175.196.153.***)
      2.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드레이크가 제가 알던 것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대응했었군요
      1. 뮤직쿤 (2012-01-31 20:31:22, 1.177.50.**)
      2. 결국,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궁리하는 것보다 질문하기를 사랑할줄 아는 것이

        더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세레나 윌리엄스 얘기는 처음 알게되어서 무지 흥미롭네요. ㅋ

        칼럼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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