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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잔존하는 인종차별, 한 17세 소년의 비극적 죽음
    rhythmer | 2012-03-30 | 32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지난 2월 26일, 미국 플로리다의 한 슈퍼마켓에서 일어났던 총격 사건 때문에 미국 사회와 흑인 커뮤니티가 들썩이고 있다. 17살 소년 트레이본 마틴(Trayvon Martin)이 28살의 방범대원 조지 짐머만(George Zimmerman)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짐머만은 마틴이 총기를 들고 있었고, 생명의 위협을 느껴 쐈다고 진술하여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짐머만의 진술과는 달리, 마틴이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져 이 사건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마틴은 당시 그 어떤 흉기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단지 검은 후드를 입은 채 후드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다가 이 같은 끔찍한 변을 당한 것이다. 그리고 마틴이 사망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현지에선 정당방위 판결을 내린 마이애미 경찰에 분개하는 여론으로 뜨겁다.

    유독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건, 마틴은 흑인이고 짐머만은 히스패닉이라는 점이다. 짐머만의 살인과 정당방위라는 경찰의 판결에 인종차별의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며 의혹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마이애미의 흑인들이 마틴을 애도하는 슬로건을 내걸고 연일 '후디(Hoodie) 시위'를 벌이고 있는 건 물론, 유명 흑인 아티스트들이 이번 사건을 SNS와 인터뷰 등을 통해 계속해서 언급하며 분노하고 있어, 논란은 점점 확산되고 있다.

    "We Want Justice"

    인종차별과 관련하여 그 어떤 뮤지션들보다 민감하고 직접적인 반응을 보여온 힙합 뮤지션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더욱 강한 의견을 피력하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나스(Nas)는 최근 매체와 인터뷰에 검은 후드를 입고 참여하여 마틴을 애도하는 뜻을 표하는 한편, 인종차별 문제가 영원히 해결될 것 같지 않다며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은 트위터에 후드 시위에 동참하는 뜻에서 검은 후드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으며, 게임(Game) 역시 인터뷰에서 마틴 사건을 언급하며 아직도 존재하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강한 경계심과 우려를 드러냈다. 고스트페이스 킬라(Ghostface Killah)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청원하는 페이지를 링크하며 팔로워들에게 서명해달라는 멘션을 남겼고,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는 짐머만이 마틴에게 가격당했다고 진술한 경찰 조사내용과는 달리, 사건 직후 경찰서에서 찍힌 짐머만의 얼굴이 멀끔해 보이는 동영상을 링크하여 이번 사건의 부당함을 환기시켰다. 또한, 샤카 칸(Chaka Khan)은 마틴을 애도하는 트리뷰트 곡을 공개했는데, 이 페이지를 닉 캐논(Nick Cannon)이 리트윗하기도 했으며, 마이애미 출신의 플라이스(Plies) 역시 마틴에 대한 트리뷰트 곡을 자신의 사이트에 공개했다. 비단 아티스트들뿐만 아니라 마이애미 히트 농구 선수단과 르브론 제임스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도 애도 행렬에 동참하여 정의를 촉구했다.


    마이애미 히트 농구 선수단의 추모 퍼포먼스

    이번 사건은 흑인들뿐만 아니라, 아직도 이런 비극적인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전 세계인들에게도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피해자는 17살의 어린 소년이다. 부모님의 심부름으로 사탕을 사러 슈퍼에 갔던 소년이 허무하게 죽임을 당한 이 사건에 많은 이가 앞장서서 분노하고 재수사를 요구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 LA 폭동의 원인이었던 '로드니 킹 사건'에서 전혀 진보된 것 없이 닮아 있는 이번 트레이본 마틴 사건은 미국 사회의 슬픈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도의적으로 금기시되어야 마땅해진 오늘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노력과 희생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잔재가 사라지지 않은 이 같은 사건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미국 내 흑인들에게 얼마나 허망함과 서글픔을 안겨주는 일인지, 유명 아티스트들이 득달같이 정의를 호소하고 나선 걸 보며 느낄 수 있다. 흑인인권신장운동의 일환으로, ‘흑인이 하는 모든 것, 흑인의 문화는 멋있다!’를 외쳤던 과거와 다르게, 진정한 의미의 스웨거(swagger)가 실종되어 가고 있던 요즘, 이번 트레이본 마틴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흑인 문화를 대표하는 현 메인스트림 힙합 씬의 아티스트들이 흑인들에게 있어 힙합이 그들을 정의하던 시절처럼, 흑인의 입장과 심경을 음악을 통해 다시 한 번 말할 발화점이 될만한 사건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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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정식 (2013-01-22 16:12:56, 121.173.199.**)
      2. 잘읽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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