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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스윙스 VS 데드피, 힙합계 들썩인 맛있는 대결
    rhythmer | 2012-04-09 | 3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이번 스윙스와 데드피의 디스전은 앨범 발매량과 판매량이 모두 급격히 줄어들어 분위기가 침체됐던 한국힙합 커뮤니티를 오랜만에 들썩거리게 한 맛있는 떡밥이 아닌가 싶다. 뭇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어하는 구경거리 중 하나가 바로 싸움구경이다. 비록, 요즘은 상황이 심각해져도 말리기는커녕,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찍기 바쁜 충격과 공포의 시대지만, 어쨌든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사람이란 동물의 이 ‘구경본능’은 앞으로도 억제할 수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스윙스와 데드피의 싸움은 일반인들이 치고받는 막싸움이 아니라 프로 선수들이 일정한 룰 안에서 벌이는 싸움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건 요즘 최고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UFC 같은 거다. 힙합 씬(케이지) 안에서 랩(룰)이라는 형식을 통해 누가 더 죽여주는 라임(서브미션)과 플로우(타격)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해서 제압하는가.

    스윙스의 은근한 선공(‘Lyrical Monster 10’)을 받은 데드피의 본격적인 공격(‘Bitch’), 이어진 스윙스의 반격(‘심각하다’), 데드피의 또 다른 역공(‘It`s a Goodday to Kill’), 그리고 스윙스의 재반격(‘예정’)…. 많은 이로부터 랩 좀 한다는 평을 듣고 이름값도 있는 랩퍼들이 대놓고 디스전을 펼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건 한국힙합 역사에 남을 대사건이다.

    분명 이번 디스전을 탐탁하지 않게 보는 시선도 많을 것이다. 근데 그것이 이번 디스전을 흥미롭게 보는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져선 곤란하다. 그 어떤 장르의 음악보다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음악이 랩이고, 배틀의 역사를 통해 발전해온 음악 또한, 바로 랩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준수한 음악 결과물을 통해 벌어진 디스전을 단순히 ‘싸움’ 정도로 치부하고 그걸 흥미롭게 지켜 보는 이들을 '유치하다'라고 한다면, 너무 섭섭하다. 더욱이 과거 미국 랩퍼들의 디스전을 보면서 흥분하고 멋있다며 손가락을 치켜세우던 사람들이 이번 디스전을 보며 유치하다고 혀를 차는 것만큼 모순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미국 랩퍼들의 디스전은 그래도 명분이 있고, 멋이 있었다고? 모르는 소리. 발표된 음악과 편집되어 나온 언론 플레이가 멋있었던 거지, 디스 자체가 대단한 명분 없이 시작되거나 유치했던 건 그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서로 사이 좋게 지내면, 그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느냐마는 세 사람만 모여도 파벌이 형성되는 게 인간이다. 모두가 한 뜻 한마음으로 뭉치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게 좋은 것만도 아니고 말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레벨에 올라 있는 랩퍼들이 각자 라임을 쓰는 방식이 다르고, 구사하는 플로우가 다른 상황에서 누가 이겼고, 누가 졌는가를 판단하는 건 의미도 없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나와 같은 힙합팬들은 그저 이 게임을 즐길 뿐이다. 막말로 서로 코피를 먼저 터트리거나 울음을 먼저 터트리는 사람이 이기는 원초적인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음악을 통해 이 정도 자존심 대결마저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 얼마나 재미없는 힙합 씬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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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uronymous (2012-04-11 00:42:56, 183.102.139.**)
      2. 뭐... 이미 지나간 해프닝이 되어 버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미없었던 치고받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딱 하나 좋은 게 있었다면 데드피의 멋진 랩을 간만에 들을 수 있었다는 점?

        물론 썰렁하던 각 힙합 커뮤니티들이 디스 얘기로 왁자지껄해진 걸 두고 좋게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여전히 한국 힙합 씬이 인터넷 커뮤니티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던 사례였습니다. 고작 디스전 하나로 한 문화의 부침을 논할 수 있다니! 장동건 고소영이 결혼해서 한국 연예계가 활성화되었다는 말과 비슷하게 들립니다.

        디스전이 있든 없든 자본력과 지역색으로 잘만 굴러가는 미국 힙합 씬과 좁아 터진 국내 씬을 비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결국 디스가 지나가고 난 뒤 무엇이 남았을까요? 재미와 이슈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 한국 힙합 씬은 무엇을 잃었을까요? 디스전 만큼이나 식상한 것이 바로 디스에 맹목적으로 열광하는 방식입니다. 디스야 원래부터 유치하다지만 그 유치함이라는 게 어떤 맥락을 통해 드러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구요? 디스는 날을 바짝 세운 흉기 같은 언어이고, 흉기는 잘못 사용하면 여럿이 다치기 때문입니다.

        데드피와 스윙스의 랩빨이 워낙에 무지막지했으니 이 디스전이 그나마 살았지 별볼일 없는 랩퍼들의 쌈질이었다면 아마 진작에 버로우 탔을 겁니다. 이 디스전이 앞으로도 계속 회자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두 랩퍼의 랩 간지 때문일 겁니다.

        싸움 구경 혹은 결투 신청이라는 자극적인 요소와 랩핑과 라임이라는 본질적인 요소가 만나 그럴 듯한 그림을 하나 만들었고, 그것이 이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힙합팬들에게 일종의 위로가 되어 주지 않았나 합니다. 마치 프로야구처럼요. 디스를 엔터테인먼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역시 개인적으로는 참 안타깝습니다. 이래가지고서야 한국 힙합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랑의 짝대기가 아닌 디스의 짝대기라도 만들어 랩퍼들을 둘씩 짝지어 주고는 정기적으로 디스전을 벌여야겠군요.
      1. 유명한 (2012-04-10 23:01:15, 116.34.46.***)
      2. 저는 굳이 우열가리고 싶지 않네요
        칼럼 제목처럼 맛있는 대결로서 바라볼뿐
      1. दलित (2012-04-10 17:31:01, 149.169.151.***)
      2. http://www.hiphopplaya.com/magazine/article/view.html?category=2&category2=&mode=text&page=1&sort=&num=9048&keyfield=&key=
        원래 댓글에 Tuifu님의 첫 믹테도 적었어야 했는데 까먹었네요ㅋ;
        아무튼 재밌긴 했지만서도 끝난건 끝난거고, 이제는 디스전이 있었던 동안 관심을 소홀히 했던 다른 분들의 작업물들에도 시선을 돌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1. 덕구 (2012-04-10 15:48:02, 175.202.145.**)
      2. 뭐 우열을 가릴 수도 없고 가릴 필요도 없죠..
      1. stereols (2012-04-10 14:43:45, 180.70.213.***)
      2. 이런 재미있는 사건에 일부 힙합팬의 설레발로 멋진 힙합 문화로 잘 포장되지 않는 것을 보면 참 아쉽네요 ㅋ 앞으로도 두 명의 뮤지션의 흥미있는 결과물 기대합니다~ ㄲㄲ
      1. Stigmata (2012-04-10 10:51:57, 223.62.160.**)
      2. 최고였음걍
      1. दलित (2012-04-10 00:19:27, 149.169.145.***)
      2. 국힙 최고의 디스전이라는 평가가 과하다 느껴지지 않는 훌륭한 디스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만, 너무 그 쪽으로만 관심이 쏠려서 다른 분들의 작업물들이 주목을 받지 못한건 좀 그런거 같습니다ㅇㅇ 예를 들어 븨스메이져의 VMC-003이라던지 화지님, 오케이시안님, 레디님이 같이 작업한 Stay Dreaming, 크림팀의 Chilly, 리오님의 4집,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말이죠;

        쨔핡!쨔핡!쨔핡!ㅇㅠㅇ)b
      1. Messlit (2012-04-09 23:25:18, 118.33.55.**)
      2. 정말 공감이네요 ㅋㅋ
        우리나라에서 디스전하면 거부감 느끼는 사람들한테 맨날 설명하느라 지쳤던 내용이 ㅋㅋ
        오랜만에 정말 즐거웠던 디스전
      1. pusha (2012-04-09 22:56:51, 175.113.134.***)
      2. 스윙스 WIN~~~
      1. Ndis (2012-04-09 22:47:00, 175.208.165.***)
      2. 개인적으로는 우열을 가릴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둘다 우리나라 힙합씬에서 빼놓고 이야기하면 섭섭한 인물들이고

        그냥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1. 김동근 (2012-04-09 20:37:11, 220.88.13.***)
      2. 진짜 제이통vs솔커와는 비교가 안됌 ㅋㅋㅋ
        개인적으로 스윙스가 더 우세하지않나요?
        나만그런가....
      1. closer (2012-04-09 19:58:33, 118.40.15.***)
      2. 공감합니다 원래 디스란게 조온나게 유치한거니까요

        이번 데드피vs스윙스 디스전은 국내 힙합씬 디스역사상 최고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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