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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드머 뷰] 힙합 팬들이 멘붕을 겪는 과정?
    rhythmer | 2012-06-04 | 40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음악 커뮤니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 힙합 5년 들었네, 10년 들었네” 하는 얘기는 마치 나이 먹은 자랑과 함께 그동안 인고의 시간을 나타내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든다. 외국에서 현지인들과 영어를 섞지 않고 살아왔거나,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힙합 음악을 접해 온 순수(?) 한국인들이 흔히 힙합 음악을 들으며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 겪게 되는 멘붕 사례를 뽑아봤다.

    1. 이게 표절이야? 창작이야?

    힙합 음악을 처음 접한 후, 약 1년 안에 겪게 되는 첫 번째 멘붕 사례다. 지금이야 샘플링에만 의존하는 음악의 비중이 점차 줄어 나가는 추세지만, 여전히 힙합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기존에 존재하던 소리에서 일부를 활용하는 샘플링 작법이다. 쿵쾅거리는 드럼과 베이스 사이에서 달콤한 멜로디 라인이 흐르고 “아니! 이런 과격한 분위기에서 이런 달콤한 멜로디가!” 하면서 힙합 음악에 관심을 두던 많은 이들은 어느 날 같은 멜로디에 오래된 분위기의 곡을 접하고서는 자신이 좋아하던 곡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된다. ‘맙소사! 알고 보니 표절이었어?’ 하는 섣부른 판단과 함께 멘탈 붕괴가 오는 것이다. 이 중 더는 힙합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된 이들은 힙합 곡 대부분을 부정하는 악플러가 되거나 타진요가 되어 “힙합 같은 거나 하며”라는 인터뷰를 한다. 반면, 힙합의 기원을 찾아 헤매는 자는 리스너로서 한 차원 높은 배경지식을 가지게 되어 힙합이 가진 본질을 사랑하게 된다.


    사진은 "How Do U Want It"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2. 아니 이게 이런 가사였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힙합을 처음 접하고 나서 길게는 5년 안에 겪게 되는 두 번째 멘붕 사례다. 동요를 사랑하던 어린이는 동요가 지겨워져 TV 속 대중가요를 찾아 듣게 된다. 근데 이마저도 지루하다. 그래서 가사를 바로 바로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외국 곡을 섭렵하기 시작한다. 팝은 평범한 것 같고 메탈은 시끄럽다. 힙합을 듣기 시작한다. 네잇 독(Nate Dogg)의 달콤 쌉싸름한 보컬 라인과 박력 넘치는 투팍(2Pac)의 랩이 어우러진 “All Bout U”를 듣고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가사를 알아듣진 못하지만, ‘쇼’, ‘비디오’ 같은 단어들이 들린다. 제목도 너에 대한 모든 것. 이것은 틀림없이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비디오를 즐기는 사랑가일 거라 믿는다. 한참을 그렇게 듣는다. 어느 날 hiphople.com에 가사 번역 뮤직비디오가 올라온다. 클릭한다. “아니 나의 순수한 투팍이 이런 불순한 가사를!” 하며 멘붕을 겪는다.

    3. 라이브! 라이브!

    힙합을 접하고 용기를 낸다. 특유의 거친 가사와 샘플링이 가지는 묘미도 즐긴다. 이제는 직접 사랑하는 랩퍼들의 무대를 보고 싶다. 공연장을 찾아간다. 입구에는 문신한 빡빡머리 형들이 아무 이유 없이 째려본다. 이마저도 힙합 특유의 감성이라 느끼고 공연장에 들어간다. 스모그가 깔리면서 DJ가 판을 돌리고 랩퍼들이 하나둘씩 등장한다. 스튜디오 음반에서 들었던 내가 좋아하던 그 비트다. 이제 그루브를 느끼며 손을 흔들어야 할 시간이다. 하지만 MC가 랩을 하는 순간 몸을 흔들 수가 없다. 음반에서 느꼈던 그루브와 귀에 쏙쏙 들어오던 랩 가사들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묻혀간다. 그제야 싱어들의 라이브 음반은 흔하지만, 랩퍼들의 라이브 음반은 왜 나오지 않는지 깨달으며 멘붕이 온다. 물론, 이 반대의 케이스는 존재한다. 스튜디오보다 라이브가 더 열정적이고 멋진 케이스.

    4. 뮤지션의 오버그라운드 진출

    ‘힙합은 역시 뭐니뭐니해도 언더그라운드가 짱이지!’라며, 메인스트림을 부정하고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찬양한다. 세월이 흘러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몇몇은 오버로 진출한다. 보기 좋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버로 진출한 뮤지션들이 가요프로그램에서 아이돌과 어울린다. 예능에 진출한다. 언더그라운드에서 봐왔던 날카로운 눈매는 서글서글해져서 랩보다는 개인기에 치중하는 모습이 TV에 포착된다. 언더 시절 디스를 가했던 댄스가수에게 사과하고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본다. 여기서 일부는 멘붕을 겪는다. 보통 사회생활을 겪어보지 않은 어린 친구들에게서 이런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물론, 일부 뮤지션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듯 장르적으로 노선을 갈아타며 힙합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지기도 한다.

    5. 뮤지션의 죽음

    외국 힙합을 들은 지 어느 정도 된 리스너들은 랩퍼들의 생일보다 기일을 기려야 한다. 말로만 듣던 뮤지션의 총격전과 폭력, 투병 같은 단어들이 익숙해진다. 팬심에 따라 초대형 멘붕을 불러일으킨다. 국내에서는 총격전 같은 사태는 없다. 다만 폭력과 고소, 뮤지션 대기실에서의 화해 같은 일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이런저런 멘붕들이 온다.

    6. 대화가 필요해

    힙합을 듣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인터넷 게시판을 찾아 헤맨다. Hiphopplaya.com, hiphople.com, rhythmer.net 등을 들어간다. 내가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쏟아낼 시간이다. 말이 안 통한다. 쌍욕이 오간다. 멘붕이 오기 시작하며 악플러가 되거나 눈팅족이 된다. 누군가는 글빨을 인정받아 게시판의 영웅이 되기도 한다.

    7. 리스너에서 창작자로!

    여러 가지 보컬 기술이 필요한 싱어와 달리 랩 그까이꺼 박자만 좀 타고, 리듬감만 갖추고 가사만 쓸 줄 알면 되는 거 직접 한번 해보기로 한다. 씬에서 나이만 먹고 커리어는 없는 잉여보다 잘할 자신이 생겨 p2p에서 쿨에디트, 큐베이스 등을 불법 다운받는다. 돈이 많은 일부 잉여는 콘덴서 마이크를 구매하고 팬텀파워를 넣지 못해 대형 멘붕을 겪으나 보통은 싸구려 노래방 마이크나 SM58을 구매한다.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고 맘에 드는 인스트루멘탈을 돌린다. 밤새 써내려 갔던 가사를 보며 녹음버튼을 누르고 랩을 한다. 모니터를 한다. 처음 들어보는 지질한 코맹맹이 소리가 들린다. “의사양반 내가 이 목소리라고?” 전에 겪어보지 못한 멘붕이다. 일부는 다시 리스너로 돌아가고 일부는 여전히 창작자가 되어 랩 슈퍼스타가 되거나 방구석 잉여 MC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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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랩퍼투혼 (2014-07-03 11:05:24, 121.132.252.***)
      2. 역시나 마지막 라인이 임팩트있게 다가옵니다요
      1. 임정식 (2013-01-23 14:58:17, 121.173.199.**)
      2. 일부는 다시 리스너로 돌아가고 일부는 여전히 창작자가 되어 랩 슈퍼스타가 되거나 방구석 잉여 MC가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Abrasax (2012-07-09 17:54:04, 111.91.147.***)
      2. 라이브는 정말 많이 반성해야 합니다.
        타이거 JK나 다이나믹 듀오 라이브를 보면서 많이들 연습해야 할 것 같아요.
      1. doh! nuts (2012-06-12 16:54:58, 164.124.106.***)
      2. 좋은 글이네요. ㅋㅋㅋ 다 공감합니다.
        그나저나 칼럼아닌데 칼럼수준 들먹이는 꼬꼬마 초딩은 뭔가요 ㅋㅋㅋ
        악플러인가
      1. 강백호 (2012-06-12 16:15:39, 180.67.13.***)
      2. 리드머칼럼 수준이 왜 이렇게 되었죠?
      1. 포가튼 (2012-06-08 18:19:44, 101.235.55.**)
      2. 의사양반ㅋㅋㅋㅋㅋㅋ
      1. 김진환 (2012-06-07 12:45:06, 220.66.54.***)
      2. ㅎㅎ 내 상황과도 엇비슷 ㅎㅎ 7개의 상황 ㅋ
      1. l'equip (2012-06-06 14:04:04, 211.109.207.***)
      2. ㅋㅋ 재밌게 봤어요
      1. Messlit (2012-06-06 01:30:33, 118.33.55.**)
      2. ㅋㅋㅋ 리드머 이래서 좋아요 ㅋㅋ
      1. 보자기 (2012-06-05 23:13:24, 180.65.234.**)
      2. 의사양반ㅋㅋㅋㅋㅋㅋㅋ
      1. Raaaam (2012-06-05 23:08:32, 27.119.47.***)
      2. 아놔 7번ㅋㅋㅋㅋㅋㅋㅋ
      1. 잠온다 (2012-06-05 21:46:05, 118.36.147.***)
      2. 이건 다 내 얘기야.
      1. 박상현 (2012-06-05 21:43:54, 14.50.65.***)
      2. 4,5번에 특히 공감이 간다..
      1. DJ.Crag (2012-06-05 04:41:55, 124.5.122.***)
      2. 567이 주요 공감인듯.
        리스너로 살지만 방구석 잉여 MC도 한번쯤 되고픈?
      1. DetroitLuva (2012-06-04 22:53:44, 115.21.99.***)
      2. 정말 잘 짚어내셨네요ㅠㅠ
        라이브같은경우는 힙합뿐만아니라 타장르에서도 몇번느끼는거같아요
        좋아하는가수 라이브가 좀 별로면.... -.-
      1. CHAI HAOZI (2012-06-04 22:13:25, 218.37.216.***)
      2. 장단점이 있는 만큼
        잘 이용하고 극복하는거 밖에는 없네요
      1. piano (2012-06-04 19:49:55, 1.252.109.***)
      2. 이런 다 내 얘기 같네 ㄷㄷ
      1. sodghs (2012-06-04 19:03:14, 112.155.51.***)
      2. 재밌게 읽고 갑니다.
      1. 탕탕탕 (2012-06-04 18:35:38, 1.249.156.**)
      2. 재밌네요 잘봤습니다
        리드머 개편 마음에 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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