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화지 - 뜨거운 신예, 격변의 현장을 담다
- rhythmer | 2012-06-25 | 13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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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혼용을 극도로 배제한 가사와 센스 넘치는 라이밍으로 무장하고 중저음의 보이스 톤으로 거침없이 랩을 내뱉는 화지는 현재 씬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받는 신예 중 한 명이다. 무엇보다 주로 워드플레이와 스웨거에 집중하던 그가 이번에 발표한 첫 공식 결과물 [화지] EP에서는 내면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스스로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랩퍼인지를 증명했다. 그가 앨범을 통해 이야기한 인간 송석하가 겪은 격변의 이야기를 직접 만나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았다.리드머(이하’리’): 힙합음악에 빠져든 계기가 뭐였어요?
화지(이하’화’): 미국에서 계속 살면서 듣기 시작한 시기는 나스(Nas)가 짱이었던 때였고, 그 이후 오케이플레이어(Okayplayer) 쪽 아티스트들이 유명세를 떨치던 시기였어요. 맙딥(Mobb Deep) 커먼(Common) 같이 힙합을 좋아하는 누구나 알만한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었죠. 저는 그런 음악을 들으며 큰 세대에요. 쉽게 말하자면, 라디오에 나올만한 대중성 있는 힙합음악을 들은 거죠.
리: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그럼…?
화: 계기를 딱 집어서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냥 자연스럽게 들으며 자라왔으니까요. 굳이 결정적인 계기를 찾자면, 다이나믹 듀오의 [Taxi Driver] 앨범을 한국힙합 가운데 처음 듣게 되었던 거에요. 지금 라디오스타로 같이 활동하고 있는 영 소울(Young Soulja T)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전학을 와서 친해진 뒤 이 앨범을 들려줬거든요. 처음 듣고 한국에도 씬이 있다는 것을 알고 꿈을 가지게 되었죠.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5천번은 들은 것 같아요. 그렇게 영 소울이랑 같이 랩을 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되었고 이것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간 뒤였죠. 그때는 이미 한국힙합 앨범을 여러 장 찾아 들었던 상태였고요. 당시 들은 팔로알토 형의 랩 같이 긍정적인 이야기와 이상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랩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것을 많이 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문화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한국에 가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었어요. 그래서 짐 싸 들고 온 거고요.
리: 혼자서 한국에 온 건가요?
화: 네. 당시 영 소울이 군대를 간다고 해서 제가 먼저 왔어요.
리: 라디오스타 EP를 먼저 냈었잖아요.
화: 그때는 저희가 한국에 있었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미국에서 작업을 해가지고 방학 때 한국에 잠시 왔다가 냈던 거예요.
리: 한국힙합 앨범은 대부분 미국에서 들은 거예요?
화: 한국에서 엄청 사가지고 들어갔어요. 그걸 1년 내내 듣는 거죠. 그 뒤에 나온 앨범은 또 내년에 와서 사가지고 듣는 식이었죠.
리: 되려 한국에 있는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깊게 들었겠네요.
화: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모든 것을 합법적으로 들었다곤 할 수 없어요. 정말 듣고 싶은 앨범은 인터넷을 통해 듣기도 했거든요. 사실 미국사이트에서 음원 다운로드를 받기도 어려워요. 한국 음악 가운데 유명한 것들만 있으니까요.
리: 그렇게 이 씬에 들어왔고,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건 EP가 발매되었어요. 타이틀까지 자신의 이름으로 한…. 국내에서 드문 편이라 눈길을 끌기도 하고, 중요한 의미가 담겼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화: 앨범 타이틀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어느 날 보니 누나가 솔직한 제 이야기니까 ‘화지’가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딱 맞아떨어졌고…. 랩퍼 ‘화지’의 이야기보다는 인간 송석하의 이야기가 많이 실린 앨범이라 다른 생각을 많이 했는데, 누나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결정했어요.
리: 라디오스타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인데 솔로 EP를 통해 목표한 바가 있었다면요?
화: 제 욕심을 부려서 랩 스킬로 바르고 뭔가를 보여주는 것은 싱글이나 믹스테잎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EP는 제 어둡고 숨겨진 지질한 반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들한테 이해를 구하고 싶었고요. 저의 모습을 정당화하기보다는 이런 굴레를 벗어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해요. 낭만이 죽은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겐 긍정적인 자극이 필요하니까요.
리: 그동안 공개된 곡을 들어보면, 지질함 같은 이미지와는 전혀 연관되지 않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나 봐요?
화: 두 가지 다 저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 “격변”이라는 곡에서 화지 씨의 어두운 단면을 볼 수 있더군요.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었어요.
화: 그 곡은 가사를 쓰면서 특히 울컥했어요. 부끄러운 이야기도 많고요. 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제 기준에서는 스스로 용서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거든요. 저한테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던 곡이죠. 세상에 감춰둔 내 이야기를 앞에 꺼내놓으니 저를 아는 사람들도 울컥하더라고요. 외로운 시간과 강해지는 시간이었는데, 강해지는 시간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외로움을 안고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는 것은 멋지잖아요. 어른이 될수록 세상 앞에 눈을 닫고 귀를 막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저는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똑같이 행복하고 멋지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남들보다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요. 어떤 사람은 저한테 부모님 잘 만나서 유학도 다녀오고 미국에서 살 수 있었으니 남들에 비해 행복한 것이라고도 했는데, 그건 정말 개소리라고 생각해요. 행복의 기준과 불행의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으니까요. 저도 굉장히 힘든 때가 있었거든요.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거란 생각도 했죠. 자살기도도 하고 방바닥에 붙어 지내고 학교도 안 나가고 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 행복할 수 있는 거에요. 처음에 태어나서 엄마의 세계관을 주입받고 그에 맞추어 살다 보니 저희 엄마가 너무 착했고 그에 비해 세상은 너무 엿 같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세상이 엿 같다기 보다는 사실 너무 약하게 자란 것 같더라고요. 저는 16살 때부터 혼자 살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강해졌어요. 사람들이 싫고 멀어지다 보니 별의 별 쇼를 다하기도 했었죠. 그러다가 문득 저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에 남을 위해 살기보다 나를 위해 살아보자는 마음을 먹었죠. 엄마의 가르침은 남에게 기댈 수 있는 나무 같은 존재가 되라는 것이었지만, 그 사고에서 벗어났고 그런 격변의 과정을 가사에 담아낸 거예요.
리: “격변”이 어두운 면을 드러내면서 밝게 승화시키는 느낌이 강했다면, 또 다른 대표곡 “Heaven” 은 청자와 대화하며 토닥이는 느낌이에요. 과거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 형식도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이 곡의 탄생 배경도 궁금하네요.
화: 죽으려고 마음먹고 비관적인 모습이었던 몇 년 전의 저한테 찾아가서 지금의 제 모습을 보여주고 슬퍼할 수 있을 때 슬퍼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곡이에요. 슬퍼할 수 있는 것도 굉장히 값진 일이잖아요. 그만큼 여리고 순수하다는 거니까요. 지금의 저를 돌이켜보면 슬퍼할 일이 없는 것 같아요. 예전 같으면 슬퍼할 상황에도 지금은 슬퍼하질 않으니까요. 예전의 제가 그립기도 하면서 한편 위로해 주고픈 마음이 든 거죠. 그리고 제 나이보다 많은 형, 누나들을 위로하거나 사고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저보다 어리거나 제 친구 또래의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위로를 해주고 싶었어요. 사람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과 CDP나 MP3를 통해서 제 이야기를 듣는 것의 벽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벽을 없애기 위한 고민을 많이 했기에 작업하면서 몇 번을 엎기도 했죠. 결국엔 제 자신을 찾아서 스스로를 위로한다면 누군가가 공감해줄 거라는 확신을 얻었어요.
리: 실제 반응이 괜찮았죠?
화: 네. 많은 사람이 제게 이 곡을 들으면서 위로가 되었다는 반응을 해줬어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 시험 때문에 투신자살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음악이 하나의 위로가 된다면 저로선 행복한 일이죠.
리: “연애인”에서는 평상시 가지고 있는 연애관을 담아냈는데, 평소 이성관, 혹은 연애관은 어떤 편이에요?
화: 일단 음악은 듣고 느끼는 바가 각자 다르잖아요. 그 점에서 조금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연애인”에서 의도한 바는 남녀가 멀어지는 과정을 그렸는데, 남자와 여자의 상황을 1,2절로 표현했어요. 그런데 다른 시각이 아닌 동시에 벌어지는 것을 그렸죠. 어떻게 보면 남녀의 차이를 이야기한 것 같은데, 흔히들 ‘좋은 사람 언제 나타날까?’라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전 좋은 사람을 찾을 순 있어도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자기 눈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리: 대체로 한국 힙합 곡은 사랑과 이성 이야기를 할 때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돌려서 표현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직관적인 표현을 주로 사용 했는데….
화: 미국에서도 논쟁이 되는 부분인데, 전반적으로 흑인음악이 가부장적이거나 여성비하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곤 해요. 그런데 전 그런 편이라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죠. 쉽게 이야기하자면, 섹스를 좋아하고 존엄성과 자유를 믿는 사람이니까요. 그것을 더럽다고 생각하고 숨기고 부끄러워하면 변태를 양성하는 짓이라 생각해요. 건강하게 표현하고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범주 내에서 성적인 코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나이를 먹으면 먹은만큼 받아들일 수 있어야죠. 돌직구를 날리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사실 미국 본토힙합과 상관도 없고, 제가 자란 공간적인 배경을 떠나서도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생각해요. 미국에도 그런 부분에 조심스러운 친구들이 있고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진 친구들이 있거든요. 저를 누구에 맞추지 않고 그대로를 드러낸 셈이죠.
리: 아닌 척 하면서 알게 모르게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게 더 문제인 것 같아요.
화: 우리나라 사회의 통념상 보는 눈도 있으니까 그럴 수 있겠죠. 그렇지만 어른이라면, 건강하게 드러낼 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뮤직비디오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할머님이 등장하는 씬이 참 찡한....
화: 저희 할머니 정말 재미있는 분이세요. 예전부터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제게 주셨거든요. 할머니께서 일흔이 넘으셨는데도 전 아직까지 반말을 하는데 그 정도로 벽이 없어요. 남들이 보기엔 버릇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친밀하고 가깝거든요. 예전에는 누워 있으면 이불을 통째로 끌어당겨 깨우셨는데 지금은 다리도 많이 아프고 당신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려우시니 안타까워요. 어렸을 때 태어나자마자 할머니하고 지내다가 미국으로 갔거든요. 어릴 때 저를 업어 키워주셨기에 추억이 많아요.
리: 반면, 마지막 트랙인 “기름부어”는 곡의 완성도와 별개로 앨범에서 다소 튀는 감이 좀 있습니다. 이 곡도 EP의 주제와 어우러지는 부분이 있는 건가요?
화: 다른 곡들은 제 내면 이야기가 많잖아요. 이 곡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내지르고 살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 곡이에요. 이런 이유로 ‘깽판을 치고 멋지게 살려고 하는 것이다!’라는 곡이죠.
리: 평소 가사 전개방식이 드라마틱해서 호평을 듣기도 하지만, 취향의 차이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는데, 평소 가사를 쓸 때의 철학이 있다면요?
화: 간단하게 말씀드려서 솔직하지 않으면 백날 써봤자 가짜 냄새가 나요. 뭔가 만들어진 모습, 내가 아닌 사람으로 포장하려면 냄새가 나는 법이거든요. 국내외 막론하고 힙합 씬에서 멋있어 보이려다가 마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경우는 대부분 솔직하지 않아서인 것 같아요. 솔직함이라는 것이 굳이 진솔해야만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이 부릴 수 있는 멋 가운데서도 솔직한 것들을 뱉자는 거예요. 책임지지 못할 말을 뱉는 건 좀 웃기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어 누군가를 디스하고선 정작 그 당사자 앞에서 굽신거리는 태도 같은 거… 별로인 것 같아요. 진정성 운운하는 것도 좀 오그라 들고요. 국힙, 외힙 몇 년 차 들먹거리는 것도 우습고요.
리: 프로덕션을 맡은 라우드나인(Loudnine) 씨와는 원래 알던 사이였나요? 그동안 전혀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인데요.
화: 라우드나인 형은 회사에서 처음 알게 됐어요. 제 진솔한 이야기를 담기에 아주 좋은 그릇을 선물해주었죠.
리: 단시간에 씬에 이름을 많이 알리게 된 편이에요. 여기저기에서 러브 콜이 많죠?화: 네, 좀 많은 편이에요. 작업을 같이 하자거나 크루에 들어오라는 이야기가 있긴 했죠.
리: 그럼에도 크루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뭔가요.
화: 제가 1집도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EP 다르고, 싱글이 다르고 정규 1집이 다른데 1집을 완성하고 낼 수 있다는 것은 MC로서 성장한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에비던스(Evidence) 리드머 인터뷰를 보면 ‘너는 네 마지막 작품과 똑같은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에 동의하거든요. 그래서 전 제가 쉽게 크루에 들어가고, 크루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사람들에게 쉽게 언급되는 것이 싫어요. 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당당하게 크루에 들어가서 동등한 위치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몇몇 제안을 거절하고 있는 편이에요. 물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분들은 있지만, 크루의 개념은 다르거든요.
리: 평소 친분이 있는 뮤지션들과 피처링, 번개곡 등을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오케이션, 레디 씨와 자주 뭉치는 모습이 눈에 띄어요. 어떻게 친분을 쌓게 된 거예요?
화: 일단 비슷한 시기에 씬에 들어왔어요. 감성은 셋 다 다르지만,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잖아요. 회사 같이 다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금방 친해져서 따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듯이요. 그런 것과 비슷해요.
리: 경쟁의식은 없어요? 누구보다 랩퍼들이 가장 센 데. (웃음)
화: 각자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어요. (웃음) 그렇지만, 경쟁의식은 전혀 없는 것 같아요. 제 또래의 신예들은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생각해요. 전 애초에 경쟁의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서 팬이 몇 명 있는지 관심도 없고 꼴리는 것을 하고 사는 게 중요한 사람이에요. 그 중요한 것은 바로 랩이고요. 저 말고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 또래의 신예들이라 불리는 랩퍼들이란 생각을 해요.
리: 특별히 유닛을 형성할 계획은 없는 거죠?
화: 전혀 없어요. 그냥 친한 사람들끼리 커피 마시고 농담 따먹기 하는 거 아닌가요? (웃음)
리: 앨범 피처링은 싱어인 보니뿐이었는데, 앨범 타이틀이 ‘화지’ 인 만큼 본인의 이야기만을 담고 싶었던 것인지…?
화: 네. 솔직히 제 이야기라 남이 해 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보니 누나는 “연애인”에서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맡아줬고, 깊이를 더해줘서 진짜 멋지게 나온 것 같아요. 정말 짱이에요!
리: 보니 씨도 그 곡에서 기존과는 다른 스타일을 보여줬죠.
화: 뮤지션으로서 또 다른 색을 선보였는데, 그게 제 앨범의 곡이라서 더 뿌듯했어요.
리: 한영혼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여전히 논란이 되는 부분인데, 믹스테잎에서도 이와 관련한 곡을 수록했고, 평소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한영혼용을 하지 않겠다는 강한 음악관을 선보였는데, 좀 더 구체적인 생각을 듣고 싶어요.
화: 음… 무엇보다 정리를 해야 할 필요를 느꼈어요. 일단 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요. 커피 같은 외래어 말이에요. 억지로 북한처럼 우리말로 바꿔서 쓸 필요는 없다는 거죠. 중요한 건 한영혼용을 하지 말자고 남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은데, 영어 못하면서 억지로 쓰지 좀 말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오그라들어서 못 들어 줄 정도거든요.
리: 사실 저희는 한영혼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거든요. 랩이라는 장르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화: 저는 미국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되려 우리말의 표현과 함축성에서 느껴지는 것들이 정말 재미있어요. 예를 들어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말이 진짜 밥을 먹었냐고 물어보는 것 외에도 많은 뜻을 담고 있어서 재미를 느끼는데, 매일 이 말을 쓰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말로 보여줄 수 있는 플로우나 메시지의 전달도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도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더라고요. 연구라는 게 어려워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잖아요. 랩퍼라면, 그리고 힙합을 문화로 느낀다면, 자국의 언어를 사랑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 한국힙합 뮤지션 가운데 영향, 혹은 영감을 주었던 사람들이 있다면 누구에요?
화: 저한테 한국힙합 플로우의 틀을 깨줬던 사람은 팔로알토 형이에요. 플로우 자체가 독특하고 멜로디컬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그런 톤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달력 또한 굉장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리케이 형의 가사를 들으면서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의 오묘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공감이 되었거든요. 특히, 제가 연애에 대해 비참한 느낌을 받고 있을 때 제리케이 형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고 울기도 했어요. (웃음) 저는 미국힙합도 그렇고 특정 뮤지션에게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 최적의 영역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힙합이라는 문화자체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리: 미국은 힙합의 탄생지라 우리나라 힙합문화와는 다른 느낌일 거예요. 여기서 느끼는 괴리는 없었어요?
화: 문화적인 이해를 계속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해라는 게 사실 어렵지 않아요. 즐거우면 되잖아요. 그래서 거리로 나와서 같이 놀고요. 단편적인 예이지만, 남성 팬들의 활동이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어요. 공연장에 와서 말 그대로 깽판치고! 힙합 공연은 손모가지만 까딱거리는 공연이 아니거든요. 그게 아쉬워요. 이것이 왜 멋진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게 되고, 펀치라인이 이렇게 터졌을 때 왜 재미있는지, 왜 저 자식이 옷을 저렇게 입고 걸음을 저렇게 걷는지 등등을 알고자 한다면, 문화적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자기 밥줄이 중요하고 급한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싶지는 않지만, 적어도 사정이 덜 급한 신예들은 보여준 게 별로 없는 만큼 잃을 것도 많이 없거든요. 저희 세대의 친구들이 이런 문화를 한국적으로 전파하는 역할을 했으면 해요.
리: ‘보여준 게 별로 없는 만큼 잃을 게 없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화: 그렇죠. 그래서 디스도 안하고 있잖아요. 잃을 게 뭐가 있겠어요? 제가 누구를 까면 팬을 몇 명이나 잃겠어요. 멋있는 디스가 아니죠. 잃을 게 많을 때 하는 것이 멋진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스윙스 형이랑 데드피 형의 디스가 참 멋졌죠. .
리: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화: 개인적인 계획은 정규 1집을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작업 중이에요. 다른 뮤지션들도 앨범 발매 약속을 하고 흐지부지 된 경우가 많아서 저 역시 쉽게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성향인지 조금 더 고민해보고 작업을 본격적으로 들어간다면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다만, 방향을 결정하는 고민이 제일 큰 단계에요. 그리고 라디오 스타의 결과물을 기대하셔도 되요. 여름에 발매될 예정인데 정말 죽여요. 이게 터지면 사람들이 느끼는 바가 있을 거에요. 음악적으로나 음악 외적으로나… 그래서 일단 말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
리: 굳이 설명을 하기보다 음악을 들으면 느낄 수 있다는 건가요?
화: 음악적인 것을 떠나서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 예정인데 호언장담하지만, 한국에는 이런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에요.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화: 다들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해요. 이런 내용을 EP도 담았지만, 자기 꼴리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걱정하고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꼴리는 대로 살아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사람들에게 주는 하나의 예로 제가 남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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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 (2012-06-30 14:25:26, 222.107.215.***)
- 화지 저번 믹스테잎부터 이번 앨범까지 정말 잘 듣고 있습니다.
정말 요새 보기 드문 '가사 잘 쓰는' 랩퍼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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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의진수 (2012-06-26 21:24:22, 61.102.205.**)
- 화지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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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카충 (2012-06-26 12:39:30, 164.124.106.***)
- 생각보다 좋아서쫌 놀랜경우! 앞으로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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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ghs (2012-06-26 02:06:45, 218.238.212.**)
- 음악도 인상깊게 듣고 있고 인터뷰도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의 정규앨범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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