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PNSB - 거침없는 정신, 뼛속까지 군산힙합
- rhythmer | 2013-12-19 | 3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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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8만의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도시 군산. 군산의 지역문화를 검색하면 군산시민문화회관을 중심으로 몇몇 단체와 작은 축제 정도만 확인할 수 있는데, 음악 애호가라면 힙합을 중심으로 범상치 않은 실력자들이 모인 ‘애드밸류어(Add Valuer)’라는 집단을 주목해볼 만하다. 리드머는 직접 군산으로 내려가 2013년 가장 신선한 힙합 앨범 중 하나였던 [Fractice]를 발표했던 애드밸류어의 랩퍼 PNSB를 만났다. 지역 문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특정 랩퍼 디스를 포함해 홍대 힙합을 향한 강도 높은 발언, 그리고 그의 독특한 작업방식까지. 색다르면서 완성도 있는 장르 음악의 멋을 만들어가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인터뷰에는 최근 [MON EP]로 주목 받으며 활동 중인 애드밸류어의 메인 프로듀서 그레이(Graye)가 동석했다.
리드머(이하 ‘리’): 우선 PNSB 씨를 잘 모르거나 앨범으로만 접한 분들에게 소개 부탁합니다.
PNSB(이하 ‘P’): 저는 군산에서 태어났고, 군산에서 자랐고, 군산에서 힙합음악을 하는 사람입니다. PNSB라는 이름의 뜻은 'P'는 제 성에서 딴 것이고, 'SB'는 어릴 때부터 나이키SB를 좋아해서 붙였어요. (웃음) 군산 토박이입니다.
리: 지금 애드밸류어(Add Valuer)라는 크루에 속해 있는데요. 애드밸류어는 크루라고 보면 되죠?
P: 물론 원래 시작은 크루 개념에 가까웠어요. 그런데 음악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모이고,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들어오다 보니까 좀 애매해진 부분이 있었어요. 지금은 걸러 낼 사람은 다 걸러냈고, 확실히 음악 만드는 일을 하는 레이블로 키우려고 하고 있어요. 그리고 멤버 출신은 거의 군산이고, 중간에 왔다 갔다 하시는 분도 있어요.
리: 음악에 집중한다고 했는데, 애드밸류어 음악의 방향성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특색이 좀 보이는데요.
P: 음, 사실 그게 없어요. (웃음) 분명 각자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취향이 있는데 딱히 어떤 음악을 만들자고 정한 것은 없어요. 우리 멤버들이 성향이 정말 다 달라요. 사람들이 되게 예민해서 한 달 주기로 좋아하는 것이 바뀌기도 하고, 그때그때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리: 그렇다면 군산힙합은 뭐가 다를까요?
P: 군산에서의 힙합? 생각 좀 하고 올 걸 그랬네요. 뭐가 다를까요? (웃음)
리: 인천힙합, 부산힙합, 대구힙합 이런 지역 표방이 많이 생겼잖아요.
P: 이런 건 있어요. 인천, 부산 이런 곳의 힙합 씬 만든 사람들이 그쪽에서만 활동해서 뜬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이 동네에서 완전히 베이스를 깔고 가고 싶은 욕심이 커요. 여기서만 해서 주목을 받고 싶어요. 물론, 지금은 한계를 느끼니까 활동을 많이 하려 하고요. 어쨌든 이 동네에서 주목을 받고 싶어요. 그런 마음가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리: 사실 힙합이 로컬문화 성격이 굉장히 강하잖아요. 식상하지만 동부힙합, 서부힙합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힙합 사의 걸작들 대부분 지역 문화/코드가 강조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단 지역을 표방하면서도 이른바 ‘홍대힙합’에 일단 진출하는 성향이 강하고요. 한국적인 상황이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PNSB 씨나 애드밸류어는 군산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해서 좀 결이 다르고 그 지점에서 구분되는 느낌이에요.
GRAYE(이하 ‘G’): 음, 저희는 약간 이런 생각이 있어요. 제이통도 그렇고, 리듬파워도 그렇고 출신만 말하고, 자기 지역의 좋은 것만 말하는데, 저희는 군산의 진짜 모습, 이 동네의 구린 것들 다 말하거든요. 우린 여기서 살고 있고 그게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좋은 것만 말하는 것이 좀 가짜 같은 느낌이 들어요.
P: 저희는 무조건 “내 동네가 짱이야!” 이런 것보다는 여기서 일어나는 구린 상황들이나 구린 사람들을 다 솔직하게 말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러고 있거든요.
리: 말씀하셨듯 군산 내에서 힙합 장르 음악을 가지고 문화활동을 하고 있는데, 정말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목적이 음악을 통한 자생적인 지역 문화라고 보면 될까요?
P: 애초에 저희의 목적이 바로 그것인데요. 확신은 못 해도 계속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지속해서 좋은 음악 뽑아내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죠. 특히,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지방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 되게 예민해서요. 예를 들어 저희가 그냥 “나 음악해.” 하면, 어디 학교 축제나 다니는 이상한 애들로 보는데, “내 음악 어디 올라와 있어, 어디 사이트에서 다뤘어.” 하면 금방 또 “와~ 그래?” 해요 (웃음) 이런 식으로 보이는 것에 되게 예민하게 반응해요. 그래서 너무 나서고 싶지도 않지만, 좋은 방법으로 최대한 사람들에게 많이 보여주려고 해요.
리: 어쨌든 보여주는 대상이 불특정 음악 애호가가 아니라 군산에 있는 사람들이란 거죠?
P: 네, 그렇죠. 저희는 이 동네 사람들을 끌어내서 같이 가고 싶어요. 이 동네에서 독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는 힙합 크루 이런 것을 떠나서 로컬 문화 자체를 멋지게 일으키고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우리 힙합이야!” 이런 느낌이 아니거든요. (웃음) 실제로 저도 랩을 하는 사람이지만, 랩/힙합 앨범을 많이 즐겨 듣지는 않아요. 오히려 앱스트랙트, 전자음악에 관심 많고, 트랩뮤직 이런 것들 좋아하고요. 막혀있지 않은 이런 제 성향에 감사하고 있어요.
리: 최근 일부 인터넷에서 전라도 지역 비하 용어가 참 많이 나와요.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입장에서 이런 걸 접하면 기분이 어때요?
G: 뭐 ‘전라디언’ 이런 말이요? 저는 그 말 자체는 사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힙합을 해서 그런지 뭐랄까 흑인이 쓰는 ‘Nigga’처럼 느껴져요. 남이 하면 싫은데 우리끼리 하면 좋은? (웃음) 남이 하면 안 되죠.
리: 요즘엔 지역에서 문화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 지방자치에서 지원도 많이 해주잖아요. 먼저 찾아서 연락도 주고요. 그쪽에서는 아직 애드밸류어를 주목하거나 그런 연락은 없었나요?
G: 저희는 그런 지원은 안 받으려고요. 받으면 타협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원하는 게 있으니까 손을 내미는 것이거든요. 사실 그게 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커요. 제가 듣기로는 전주 같은 경우는 통이 커서 4천만원 지원을 받은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그런데 그걸 받는 순간 매주 보고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제약이 많아요. 오히려 제안을 해오는 음악비즈니스 회사가 있으면 그쪽이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지, 시를 통해서 지원을 받고 싶지는 않아요. 실제로 저희 멤버의 가까운 친척이 시의원인 사람도 있고, 그런 내용 잘 알지만, 지원해주신다고 해도 안 받고 독자적으로 갈 겁니다.
리: 군산에서 힙합 좋아하는 분들은 당연히 온라인을 통해서 이른바 ‘홍대힙합’을 많이 좋아할 텐데요. 아직 활동한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그랬던 분들이 가장 먼저 PNSB 씨를 주목할 분들 같아요, 어떻게… 좀 느껴지시나요?
P: 근데 제가 군산에서 중학교 때부터 공연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랩도 많이 보여주고, 공연도 하고요. 애초에 그때부터 저를 좋아해주던 사람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꾸준히 제가 품고 왔고, 홍대힙합 좋아했던 사람들은 앨범 나오고 군산이나 가까운 전주에 계신 분들께서 관심을 주시는 것이 느껴져요. '여기에도 이런 것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고요. 근데 아직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요, 좀 신기해하는 눈치에요. (웃음)
리: 신기해하거나 관심 있어 하는 분들이 군산 힙합을 접하기 위해 군산에 오면 어디서 어떻게 군산 힙합, 혹은 애드밸류어를 만날 수 있을까요? 활동 기반이 되는 클럽 같은 곳 좀 소개해주세요.
P: 군산 수성동의 ‘빅스톤’이란 곳이 있어요. 우리가 거기서 파티 주최를 좀 했었어요. 사장님이 지원도 많이 해주고요. 그런데 음악을 소개한다기보다는 좀 놀자판이 되어서 애드밸류어를 따로 만든 거에요. 따로 힙합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이 없기도 하고…. 어쨌든 저희 기반은 빅스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낮에는 거의 이쪽에 있고 해 지면 그쪽에 가 있고 그래요.
리: [Fractice] 앨범도 그렇고 여러모로 홍대힙합과 의도적으로 좀 거리를 둔다는 인상도 강합니다.
P: 거리를 둔다기보다는 사실 관심이 없어요. 이미 재미없는 것 다 맛봤고, 거기 돌아가는 더러운 꼴 다 알고요. 매주 똑같은 라인업의 별다를 것 없는 힙합 공연만 봐도 거기서 사람들이 뭘 소비하나 싶기도 하고, 재미가 없는데 사람들이 거기에 돈을 소비하기 바라는 것도 좀 웃긴 것 같아요.
리: “Kiddie Pop”에 홍대힙합의 오랜 경력자인 비즈니즈를 디스하는 구절이 있어요. TFO의 믹스테입 [PTSM]에서도 비즈니즈를 조롱하는 곡이 있죠? 이유가 있나요?
P: 저는 한국에서 그 사람이 제일 싫어요. 랩 못하고 그냥 좀 XX 같지 않아요?
G: 랩도 못하고 음악도 못하는데, 돈과 인맥으로 음악 하는 느낌이에요. 원래 그 디스 부분은 다른 사람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데, 저희가 곡을 만들면서 비즈니즈 욕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뒤에서 말고 앞에서 욕하자 하고 넣은 거에요.
P: 비즈니즈 같은 부류는 안 좋아요. 그런 사람이 주류로 서 있고 홍대힙합에서 음악 하려는 어린 애들 위에 있잖아요. 그래서 구린 거 구리다고 말도 못 하고요. 저희는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이니까 우리라도 그런 말 해줘야죠. 많이 알지도 못하지만, 홍대힙합 씬에 있는 몇몇 아는 사람들 대부분 다 비즈니즈 이해가 안 된다고 하는데, 말은 제대로 못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말 못하는 사람들을 좀 대변해주는 것도 있고, 물론 제가 진짜 싫은 것도 있어요.
리: 최근 한국힙합, 다르게 말하면 홍대힙합이 당면한 기이한 상황들이 좀 있는데요. 언더그라운드 랩퍼 이미지 마케팅으로 음원을 노리며 뻔한 곡을 미는 회사도 생겼고, 엠넷의 [쇼미더머니] 기획은 단번에 홍대힙합을 들었다가 놨다 하기도 하고요. 견고하고 건전한 시장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이유일 텐데, 지역에서 로컬문화를 만들고 있는 음악을 하는 애드밸류어가 볼 때는 어떤가요?
G: 짜증 나는 상황이 생기긴 하죠. 예를 들어 전 ‘긱스’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잘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기 사람들도 서울의 유행에 되게 민감해요. ‘긱스’ 이런 애들이랑 저희랑 비교하고 그러니까요.
P: 별로 관심은 없어요. 그런데 ‘원태야 너는 왜 이런 거 안 해? 얘네처럼 해봐. 너는 [쇼미더머니] 안 나가? [슈퍼스타K] 나가 봐.’ 이런 소리 되게 싫어요. 그래서 만든 싱글이 “Earplug”에요. “Kiddie Pop”도 그렇게 쓴 내용이고요. ‘넌 왜 이렇게 못해? 차라리 내 랩이 비즈니즈 같다고 욕해’ 이런 내용도 그래서 들어가 있고요.
G: [쇼미더머니] 이야기해 보면, 저는 거기 나간 사람 다 까고 싶지는 않아요. 진짜로 나갈만한 사람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스윙스는 나갈만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매드클라운 이런 사람들도 나가버리니까 실망이 크죠.
P: 한국에서 힙합 가지고 길을 뚫어보려는 게 [쇼미더머니] 나가는 거죠.
G: 거기 안 나가는 게 진짜 마지막 자존심인 거 같아요.
P: 브랜뉴뮤직 이야기도 많이 있는데, 저희는 비주류였던 시기의 오버클래스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지금도 느끼는 게, 당시 오버클래스에서 나왔던 앨범들이 정말 명반이고 좋았던 것 같아요. 정말 좋아했고 그 느낌이 아직도 남아있어서 그 사람들이 지금 뭘 하든 약간 존경심 같은 건 있어요.
리: 애드밸류어가 오드퓨쳐(Odd Future)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있죠?
G: 오드퓨쳐 좋아하기는 하죠. 어떤 면에선 기분 좋기도 하고요. 그런데 우리가 오드퓨쳐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YONKERS” 확 뜨고, 우리끼리 ‘와, 이거 좋다.’ 라고 할 때 이미 PNSB의 앨범은 마무리 단계였으니까요.
P: 일단 [FRACTICE] 앨범만 듣고 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신기하죠. 그 앨범 만들 때는 오드퓨쳐가 수면으로 올라오기 전이니까 전혀 영향을 받은 것이 없어요.
리: 음악적인 부분보다도 주류 라인을 타지 않고, 지역의 친구들끼리 새로움을 추구하는 결과물을 내놓는 크루 느낌 때문에 그런 인상을 받기도 했어요.
P: 그 부분은 항상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고요. 진짜 이 동네 친구들끼리 해오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G: 저희가 각자 음악 작업을 하는데, 한 명이 앨범을 만든다고 하면 하던 것 멈추고 다 같이 모여서 함께 작업하고, 자기들끼리 뭘 만들어 낸다는 공통점은 있죠. PNSB 앨범도 정말 많은 사람이 지지해주고 지원해줘서 나오게 되었어요.
리: 앨범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Fractice] 소개를 하기에는 타이밍이 좀 늦은 것 같고요. 전 이 앨범이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리드머 제외하고는 주요 음악매체에서, 또 힙합음악을 다룬다는 평론가들도 전혀 언급이 없었어요. 대중적인 성공이야 팬이 있느냐 없느냐에 크게 달렸으니 다른 이야기고요.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충분히 주목을 받을 작품을 내놓고 비평 쪽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좀 아쉽거나 불만이 있지는 않아요?
P: 딱히 불만은 없어요. 아예 이 앨범으로 뭘 하겠다는 목적이 없었거든요. 단순한 생각으로 만든 앨범이라 그런 부분에 실망은 없어요. 지금 상황으로도 만족하고 있어요. 힙합 평론가라는 사람이 친분 있는 사람들 것 위주로 쓰기도 하고… 또 아티스트들도 들은 사람도 있을 텐데 인맥이 없으니까 SNS로 언급 안 해주는데, 이런 것도 상관없고, 속으로 '이거 괜찮네.' 하고 생각했다면 만족이에요.
리: [Fractice] 앨범에 랩 강의를 비꼬는 가사도 있고, 가사가 무심한 듯 조롱의 느낌이 강해요.
G: 아, 그런데 이 앨범 가사에 대해 깊게 이야기를 나누기는 좀 그런 부분이 있어요. 왜냐하면, 이 앨범 랩 녹음을 ‘원샷원킬’로 끝냈거든요. 이 친구가 랩에 레이드-백(Laid-back)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PNSB는 그걸 잘 몰랐어요. 공연할 때는 훨씬 더 심한데도 불구하고요. PNSB는 녹음 끝내고 당연히 랩을 다시 녹음하자고 바꾸자고 막 화도 내고 그랬죠. 하지만 전 한 번에 자연스레 담긴 느낌이 좋았어요. 그걸 살리고 싶었고요. 그래서 나중에 네 랩은 JJK같은 랩퍼처럼 딱딱 꽂히는 스타일이 아니고 이러이러하다, 이런 걸 살려야 한다고 말해주니까 그제야 자기도 그런 걸 알고 밀더라고요. (웃음) 저는 의도된 레이드-백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담긴 그 느낌이 좋아서 설득했고요.
P: 사실 앨범의 모든 곡이 번개 송이에요. 19살때부터 20살까지 놀면서 작업했던 곡인데, 비트 나오고 ‘이거 들어봐’ 하면 제가 듣고 ‘여기 랩 하면 재미있겠다’하고 막 랩을 해요. 그러고는 방치를 했죠. (웃음) 그렇게 쌓인 곡들인데 이 곡들 모아서 앨범으로 묶으면 재미있겠다 해서 낸 거죠. 그런데 일부러 완성도를 낮췄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G: 녹음은 이런 식으로 하고 마지막에 짜 맞추는 디렉팅은 아주 심각하게 했어요. 3~4개월 넘게 매달렸던 것 같아요. 제가 믹싱을 했는데, 돈도 없고 마이크도 제대로 된 것이 아니었는데, 전 그 느낌을 또 제대로 살리고 싶었어요. 없는 데 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들 많잖아요. 전 그런 거 싫어하거든요.
리: 리드머 리뷰에도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뻔하지 않은 레이드-백 스타일 랩에 또 프로덕션도 빈티지한 전자음악 느낌이 강해서 이 조합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G: 저희는 예측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이 시대가 끝나면 2년 뒤쯤 어떤 것이 대세가 될 것인가 생각하고 만들곤 하는데, 그게 잘 먹혔는지는 모르겠네요.
P: 어쨌든 [Fractice]에 담긴 트랙은 비트도 마찬가지고 랩도 마찬가지고, 녹음도 그렇고 다 하루에 만들었어요. 저는 가사를 막 며칠씩 잡고 쓰는 것 잘 못하겠어요. 랩퍼로서 좀 거품 같기도 하고 산으로 가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비트 들었을 때 첫 느낌으로 바로 써요. 우리 다 첫 느낌을 굉장히 좋아해서 나중에 제가 다시 하고 싶다 해도 다들 계속 말렸고, 그렇게 해서 이 앨범이 나왔습니다.
리: 사실 한국의 힙합이 온라인 기반이잖아요. 온라인에서 이야기가 시작됐고, 온라인에서 모인 사람들이 연구하고 모여서 공연도 하면서 시작됐고, 그게 쭉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유독 게시판에서 갑론을박도 많고, 어떤 랩이 잘하는 랩이냐 이런 이야기도 많고요. 이야기 들어보니 PNSB씨는 랩을 연구하고 이런 스타일은 아닌 것 같네요.
P: 백퍼센트 아닙니다. 라임이 뭐에요? (모두 웃음)
G: 거짓말 하지마! 근데 PNSB가 좀 심하게 컴맹이에요. 윈도우 제어판 한 번도 안 들어가 봤을걸요. (웃음) 그냥 자기 혼자 노트에 즉흥적으로 가사 쓰고 그런 스타일이에요. 만약에 인터넷에서 ‘랩 작법’, ‘라임이란?’ 이런 거 찾아보고 그랬으면 아마 랩을 지금보다 못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리: 번개송이라고 했는데, 가사에 무분별한 한영혼용이 많이 없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사실 이걸 좋았다고 말하는 것도 현 한국힙합 씬에 얼마나 심하게 한영혼용이 퍼져있는지도 보여주는 거지만요.
P: 저는 영어를 아예 안 사용하려고 했어요. 단순하게 '한국힙합이니까 한국말로 하자.' 이런 생각이었는데, 약간 표현에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섞은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아마 제 주위는 다 알 거예요. 저는 한국힙합은 한국말로만 랩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외국인에게도 신선하게 들릴 것 같고요.
리: 다음 앨범은 준비하고 있죠?
P: 네, 비트 모으고 있어요. 열심히 수집하고 있습니다.
리: 그럼 다음 앨범도 별다른 컨셉트 없이 진행하는 건가요?
P: 지금 준비 중인 앨범은 분명히 컨셉트는 잡고 갈 것 같아요.
G: 지금 주목하는 것이 클라우드 랩(Cloud Rap) 쪽이에요. 새로운 방향을 찾고 있어요. 리드머를 통해 뒤늦게 느낀 것도 있어요. 군산은 서울과 달라야 한다. 이런 거요. 그쪽에서 아예 관심 없고 해볼 수 없는 것으로 시도하고 그래야 우리도 자부심이 생길 것 같고,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끼리 요즘 클라우드 랩 쪽에 빠지기도 했고요. 교류도 물론 할 거에요, 앨범이 언제 나올 것이라 말은 못하겠는데, 꼭 360쪽 프로듀서하고 작업하고 싶어요.
P: 저는 꼭 이번 앨범이 아니더라도 아지지 깁슨(Azizi Gibson)을 정말 컨택해서 같이 작업해보고 싶어요. 계획 세우고 있어요. 이메일 한번 보내보려고요. 되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 하여튼 첫 정규 작업물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기약 없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냥 가장 최근에 제가 영향받은 느낌을 제 방식대로 얘기해보려고요. [Fractice]는 말 그대로 연습이고 저도 완전히 제 것이라는 느낌을 많이 못 받았던 것 같아요. 정규앨범은 완벽하게 제 생각들로 만들고 싶어요. '이런 건 누가 했고, 그래서 이런 건 하면 안 되고' 이런 식으로 눈치 보면서 음악 안 만들려고요 그런 거 눈치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제가 거짓말하는 것 같을 때가 있더라고요. 참여 프로듀서 진으로 확정된 사람은 아시다시피 그레이(Graye), 사일러밤(Sylarbomb), 그리고 애드밸류어의 새로운 친구들인 구스범스(Goosebumps), 언싱커블(Unsinkable), 외부 프로듀서로는 지금은 활동을 잠시 접고 영국 골드스미스에서 음악 공부하고 있는 전자음악가 우노히(Unohee)!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추가적으로 몇 분들이 더 있을 것 같아요. 확실한 건 시야 좁은 프로듀서들하고는 작업하고 싶지 않아요 정규에서는 힙합뿐 아니라 디트로이트 테크노, 풋워크, 브레이크비트 등등, 다양하게 해볼 계획입니다.
리: 참, 애드밸류어와 영기획하고는 어떤 관계죠?
G: 제가 소속되어 있어요. 영기획 쪽에서 좋게 봐주셔서 서포트해주려고 해서 좋았는데, 그러던 와중에 PNSB앨범 끝내고 준비하고 있는 데모를 몇 군데 보냈어요. 음악이 인스트루멘탈 힙합, 앱스트랙 느낌이라 사실 보낼 곳은 많지 않았는데, 반응은 다 좋았어요. 대신 제가 소속과 별개로 애드밸류어와 함께 갈 수 있는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곳이 영기획이라고 생각했고요. 사장님하고 잘 이야기해서 들어가게 됐죠.
리: PNSB 씨에 이어 영기획을 통해 활동 중인 그레이 씨가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는데, 감회가 새롭겠어요. 다음에 주목 받을만한 타자로 애드밸류어 중 누구를 생각하나요?
P: 우리 그레이형. 잘 되는 것 같아서 제 일처럼 좋아요. 뭐 어렸을 때부터 워낙 열심히 하고 준비가 된 형이라서 잘돼야 마땅한 사람 같아요. 아, 그리고 착각하시면 안됩니다. '콜 미 그레이'의 그레이 아니에요 (웃음) 그리고 애드밸류어 멤버들 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들만 모여있는 집단이라 누가 주목 받을 다음 타자가 될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기대해보세요. 장난 아니니까.
리: PNSB 씨가 최근에 좋게 들었던 추천하고픈 앨범은 뭐가 있어요?
Azizi Gibson - [Ghost in the shell], Jeremiah Jae – [Bad Jokes], MONO/POLY – [Manifestations], 기술부- [THE ROUTE], 그리고 Marely Marz의 앨범들이요. 한국힙합 앨범으로는 최근에 나온 팔로알토의 [Chief Life]요. 팔로알토 씨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즐겨 들었지만, 한국에서 가장 뚝심 있는 랩퍼 같아요. 뭔가 요즘 것과 자기만의 것을 적절히 섞어서 잘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멋져요.
리: 마지막으로 군산에 오려는 분들에게 맛집 소개라도… (웃음) 농담이고요. 앨범 준비 외에 군산에서 공연 계획이 있나요?
P: 군산에 오면 우선 제가 있습니다. (웃음) 맛집 관련해서는 일단 사람들이 속고 있어요! 군산 맛집 하면, 이성당, 복성루짬뽕 이런 정도로 알고 계시는데, 저흰 음식점도 완전 로컬을 추구합니다. (웃음) 복성루짬뽕 건너편에 있는 지린성 가주셨으면 좋겠고, 국밥은 한일옥 좋아요. 진중권 씨가 SNS로 전에 ‘유정초밥’ 별로라고 했는데, 좀 열 받았던 게 개인적으로 사장님을 알기도 하지만, 유정초밥은 제가 정말 인정하는 스시집 중에 하난데, 왜 깠는지 모르겠어요. 우선 정말 깨끗하고요. 회 맛을 모르는 사람!! 사실 특별히 되게 맛있다 이런 건 아닌데, 환상을 가지고 오니까 그런 것 같아요. 더해서 전 앨범이 어느 정도 완성될 때까지 제대로 된 라이브 공연에 대한 계획은 딱히 없고요. 그 전까지는 빈둥빈둥 동네에 있을 거에요. 저희 팀에서 동네 모임 자주 하는데, 관심 있는 분들 군산 오시면 어떻게든 꼭 연락을 주세요. 음악 듣고 술 마시고 같이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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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숭털 (2013-12-25 10:00:07, 121.64.233.**)
- 군산에서 지금 군복무하고 있는데 ㅎㅎ 이렇게 뚝심있는 친구들이 있었네요. 몇 곡 들어봤는데 귀에 쏙쏙 박히는게 아주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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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로윈1031 (2013-12-24 12:49:19, 125.139.11.**)
- 방방보고 그냥 오드퓨처 뜨니까 따라하는 인터넷mc들인줄 알았는데 뭔가 있으신 분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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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r트모스 (2013-12-20 23:50:44, 1.241.26.**)
- 군산하니 에전에 아퀴프로덕션 생각이 나네요 전 그쪽음악이 진짜 투박했지만 열정으로 똘똘 뭉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좋았거든요 실력을 떠나서.. 거기에 피플랜트님이 참 좋은 분이셨는데 장교로 임관하시고 활동을 거의 접으신거 같아서 되게 안타깝네요. 아마 활동이 쭉 이어졌다면 지금의 이 크루와 작업도 같이 하면서 했다면 군산과 익산쪽 힙합이 많이 번영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컬힙합이 번창하는것도 참 좋은 생각이라 생각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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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똘킴 (2013-12-20 20:14:42, 14.138.114.***)
- 매우 힙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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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gh (2013-12-20 09:41:40, 222.233.162.***)
- 리드머가 Fractice를 조명해준 덕분에 쭉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작업물이 더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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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lie (2013-12-19 23:13:22, 58.234.64.***)
- 이분들은 뼛속까지 힙합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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