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일렉트로보이즈 - 용감한 형제와 만난 괴물 2인조
- rhythmer | 2010-07-01 | 1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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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 사운드에서 오랫동안 데뷔 앨범을 준비해오던 마부스(Maboos)와 양동근, 타이거 JK, 은지원 등 무브먼트와 작업으로 잘 알려진 원카인(1kyne)이 일렉트로보이즈(Electroboyz)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그리고 그 뒤에는 용감한 형제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지난 과거를 잠시 뒤로 하고 신인의 마음가짐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 꾸는 두 랩퍼의 도전이 지금 시작된다.리드머(이하 ‘리’): 이번에 용감한 형제의 브레이브 사운드에서 데뷔하게 됐는데요, 어떻게 인연이 닿은 건가요?
마부스(이하 ‘마’): 8년 전쯤에 원카인은 양동근 씨와 같이 활동하고 있었고, 저는 부다 사운드에 있었어요. 그런데 동근이형 프로듀서인 스모키 J 씨가 하늘이형과 친해서 같이 만났는데, 그 무리 중에 저와 원카인도 있었죠. 근데, 부다 사운드에 있을 당시 제일 핫!한 프로듀서가 용감한 형제였거든요. YG에서 갓 나왔을 때였는데, 하늘이형에게 용감한 형제와 타이틀 곡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말해서 연락이 닿게 됐어요.
리: 부다 사운드에 있을 때부터 용감한 형제와 작업을 하고 있었군요.
마: 네. 작업하면서 얘기해보니 더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쪽으로 옮기게 된 거고요.
리: 원카인 씨와는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요?
마: 작년쯤 오랜만에 원카인을 만났는데, 자기 데모를 주더라고요. 들어보니 한국말도 많이 늘고 랩도 여전히 잘하고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도 더 느껴졌어요. 무엇보다 데모곡 자체가 되게 좋아서 동철이형(용감한 형제)에게 들려줬죠. 그랬더니 형이 만나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잘 돼서 팀을 만들게 됐고요.
리: 원카인 씨는 한국에 온 지 얼마나 됐어요?
원카인(이하 ‘원’): 8년 됐어요.
리: 한국에 오자마자 마부스 씨를 만난 거네요.
원: 그렇죠. 그때는 한국말을 아예 못했어요.
리: 마부스 씨는 [Buda Prince]라는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었잖아요? 몇 곡 공개까지 됐었고… 그 앨범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마: 그게 제가 한 18곡까지 믹스 다운을 끝냈어요. 그런데 타이틀 곡이 안 나와서…… 하늘이 형이 만족할만한 곡이 안 나와서 앨범 준비 기간이 늘어졌어요. 그래서 제가 몰래 한 곡씩 풀었던 거고요. 그 앨범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공개할게요. 지금 당장은 발표하지 못할 것 같아요.
리: 원카인 씨는 무브먼트 멤버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계기가 있었나요?
원: 처음에 스모키 J 형을 통해서 무브먼트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어요, 그전부터 피처링 참여를 했거든요. 이후, 일 년 반 정도 쉬면서 영어 강사를 하다가 마부스 형에게 그동안 작업한 음악을 담은 CD를 주었어요. 그러다가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죠.
리: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이 있다면?
마: 사고방식 자체가 비슷해요. 팀을 결성하려면 음악적인 면 외에도 마찰이 있으면 안 되잖아요. 원카인이랑 생활 방식도 비슷해요. 좋아하는 음악 자체도 비슷했고요. 잘되고 싶다는 꿈을 그렸을 때 롤모델로 삼는 뮤지션도 비슷하고. 둘 다 락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를 잘 서포트해주는 회사를 원했죠. 베이스는 힙합이지만, 앨범을 내놨을 때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했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회사가 가장 잘 맞았죠. 좋아하는 옷, 음식마저도 비슷해요.
리: 만약, 남녀로 만났으면, 천생연분이었겠네요. (웃음)
마: 근데 그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요. (전원웃음)
리: 일렉트로보이즈라는 팀 명 자체가 음악 성향을 대변하는 것 같아요.
마: 원래는 ‘브레이브 스타’라는 이름으로 나오려고 했어요. 용감한 형제 음악 중에 “3AM”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곡에 저희가 브레이브 스타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동철이 형이 갑자기 술 마시고 전화해서 “너희는 이제부터 일렉트로보이즈야.”라고 하는 거에요. (웃음) 저희가 처음이다 보니 대중을 무시할 순 없어서 트렌디한 요소를 많이 반영했죠. 요즘 음악들은 일렉트로니카를 베이스로 해서 BPM이 빠르잖아요. 소스는 힙합 소스를 쓰되, 일렉트로니카를 접목했죠.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이 혼합된 음악스타일이 팀 명과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 이름으로 결정했고요.
리: 브레이브 스타라는 이름도 용감한 형제가 지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마: 네. 그런데, 그 이름을 사용하려는 건 저의 의지가 강했어요. 용감한 형제의 노래 인트로에 ‘브레이브 사운드’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브레이브 스타라고 하면서 브레이브 사운드 소속이라는 걸 어필하면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이름처럼 저희는 별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리: 어쨌든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를 택한 이유는 자신들의 비전을 위해서 일수도 있을 텐데요. 어떤 부분이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와 가장 잘 맞았나요?
마: 전 음악을 들을 때 자극적인 소스가 있는 걸 좋아해요. 예전부터 용감한 형제의 음악을 들었을 때 굉장히 자극적이라고 느꼈어요. 한 번 들으면, 안 잊혀지잖아요. 후크송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가 용감한 형제를 만났는데, 이 형이 생각 자체가 힙합이더라고요. 삶도 힙합이고. 그래서 여기서 음악을 하면 정말 멋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까 말씀 드린 대로 락스타가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희 둘 다 가수 준비를 한 기간이 길어서 나이가 많아요. 제가 서른이 되었고, 원카인이 스물 아홉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되게 어필하기 힘들지도 모르는데, 용감한 형제라면 그런 거 상관 안하고 실력과 음악만을 키워주면서 서포트해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죠. 형의 삶 자체가 힙합이다 보니 작업을 정말 열심히 해요. 매일 작업만 해요. 유일하게 스트레스 푸는 게 쇼핑과 술인데, 그러다 보니 패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저희가 방송을 하게 될 때 그런 부분도 신경을 많이 써줘요. 저희보다 트렌드 파악이 더 빨라요.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요. 모든 면에서 서포트를 잘 해줘서 정말 감사해요.
리: 일전에 용감한 형제가 첫 번째 싱글을 냈을 때 인터뷰를 했어요. 음악을 만들게 될 때까지의 과정을 들어보니, 한 편의 영화더라고요. 우리나라엔 흔치 않은 과거인데. (웃음) 실제 음악 작업을 같이 해보니 어땠나요?
마: 원카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형이 처음에 했던 말을 항상 새겨두고 있어요. “너희 랩은 너무 언더그라운드야.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대중이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썼으면 해.”라는…. 형이 음악에 대해 굉장히 완벽하거든요. 그래서 처음엔 가사와 플로우 때문에 많이 혼났어요. 저희 나름 8년 동안 음악 하면서 쌓아놓은 것들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형이 저희보다 대중을 많이 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형의 의견을 많이 따랐죠. 그렇기 때문에 가사적인 면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제 색깔을 빼려는 것 같아서요. 그런데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지금 녹음물을 들어보면 많이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만큼 좋아진 걸 저도 느끼거든요. 원카인은 자기 색은 유지하면서 한국말 가사를 고쳐가는 중이고요.
리: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말씀한대로 오랫동안 쌓아온 스타일이 있으니까요. 고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지적 받았다든지.원: 일단은 형이 알려준 대로 따라 하죠. 이후에 형이 원하는 색깔을 유지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색을 섞으려고 해요. 아무래도 보통 신인 가수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색을 어느 정도 버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마인드컨트롤을 많이 했죠.
마: 형이 대중음악을 많이 하다 보니 안티팬들도 많아요. 그런데 형은 사실 해외 작업도 많이 하거든요. 일본에 나가는 곡이나 미국에 나가는 곡, 한국에 나가는 곡이 다 달라요. 한국 팬들은 용감한 형제를 대중음악만으로 평가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중에 외국 가수들과 작업한 걸 들어보면 달라질 거에요. 그러니까 제가 느낀 건, 한국에서 작업할 때는 한국 대중 입맛에 맞는 곡을 해야 한다는 거죠. 저희 색깔이 진한 곡은 한국에서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저희 색깔을 완전히 무시하진 않지만, “이 부분은 좋아. 하지만, 한국에서 내는 거라면 다른 부분은 수정하자.”라고 하는 식이죠. 형이 작업한 곡 중에 미국에 나가는 곡은 비트부터 아예 다르거든요. 진짜 좋아요.
리: 해외 진출 계획도 있나요?
마: 아니요. 당장 그런 건 없는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어쨌든 여기서 활동해야 하니까, 저희보다 대중을 알고 시장을 아는 형의 말씀이다 보니 저희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따르는 거죠.
리: 언더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했을 때와 지금의 시선이 매우 달라졌을 법도 한데요.
마: 많이 달라졌죠.
리: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마: 저희는 솔직히 음악으로 돈 벌고 싶은 욕심이 강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많은 분이 저희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여러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 하는 거고.
리: 락스타, 혹은 랩스타가 되고 싶다면, 지금 말한 대로 대중적인 요소를 아주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거든요. 미국도 그렇고. 하지만, 차별화는 분명히 있어야 할 텐데요.
마: 저희는 이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떤 분들은 저희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팀을 대놓고 비교하기도 해요. 그런데 음악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저희 팀 이름이 일렉트로보이즈인 것만큼 BPM도 빠르고 더 신나요. 저희는 100% 힙합보다는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해요. 물론, 힙합도 좋지만 트렌디한 음악을 추구하다 보니 일렉트로 소스가 더 많이 가미되어 있거든요. 새로운 장르라고 하긴 좀 그렇지만, 저희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형 같은 경우는 노래도 하잖아요. 저희 음악에도 노래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만큼 랩에도 능통하고 노래에도 능통한 팀이 되고 싶어요. 랩, 노래 모두 갖추면서 일렉트로닉 힙합이라는 장르를 추구하고 싶어요.
리: “어젯밤”이라는 곡에서 두 분의 보컬이 나오죠?
마: 네. 그런데 둘 다 보컬은 아직 잘 못해요 “어젯밤”은 완전히 트랜스에 가까운 곡이에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었거든요. 기존의 마부스, 원카인을 알고 있던 팬들이 기대하는 음악은 아닌 걸 알아요. 그런데 저희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대’를 위해서 ‘소’를 포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어느 위치에 서기만 하면,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으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저희의 모습만 보고 너무 셀 아웃(Sell-out)한다고 비난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리: 그런 비난에 대해 겉으로는 초연하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당연히 민감할 것 같아요. 신경 안 쓰는 뮤지션도 있긴 하지만, 너무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좀 그런 것 같고… 어쨌든 음악을 들어주는 팬의 반응이잖아요. 두 분은 어떤가요?
원: 저는 별로 신경 안 써요. 원래부터 저는 트렌디한 음악 좋아했고, 그걸 하게 돼서 지금까지 대중이 몰랐던 우리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좋은 것 같아요.
마: 솔직히 저희도 사람인지라 신경 안 쓸 수는 없죠. 리드머에 저희 기사가 뜨고 나서 달린 댓글도 봤어요. 댓글이 많진 않았지만, 신경 쓰이죠. 말씀하신 대로 거기에 너무 신경 쓸 필요도 없지만, 너무 안 보는 것도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게 대중의 의견일 수도 있는 것이니까. 좋은 것만 받아들이려고요. 중간을 잘 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힘들겠지만 말이죠. 전 A형이고 원카인은 B형이라, 나쁜 의견이 많아지면 그냥 안 보려고요. 원카인한테 물어봐야지. (웃음)
원: 전 신경 안 쓰려고요.
리: 이번 싱글의 궁극적 목적은 역시 일렉트로보이즈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잖아요. 힙합 씬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터라 앨범에 대한 욕심이 컸을 텐데, 싱글로 나와서 섭섭하진 않았나요?
마: 회사에 들어올 때부터 우리는 디지털 싱글을 낼 거란 걸 알고 들어왔어요. 요즘 음반 시장이 매우 어렵잖아요. 여러 곡 작업해도 들려줄 수 있는 곡은 한두 곡이라, 음반을 내는 시스템 자체에 회의를 가지고 있었어요. 한 곡 한 곡이 다 소중하니까요. 용감한 형제 역시 디지털 싱글을 두세 번 낸 다음에 미니 앨범을 준비하자고 제안했었고요. 저희는 섭섭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좋아요. 준비한 곡 모두 보여줄 수 있으니까. 더 좋은 케이스인 것 같아요.
리: 미국도 점점 이런 추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마: 그렇죠. 디지털 시대이다 보니. 시대에 맞춰 저희도 변하고 있습니다.
리: 어쨌든 활동을 싱글로 할 예정이잖아요. 작업하면서 의견 차이가 있진 않았나요?
마: 아직은 못 느꼈어요. 저는 원카인의 색이 매우 좋아요. 음색도 좋고. 원카인이랑 작업한 곡이 꽤 돼요. 다음을 위해 아껴놓은 곡도 많고. 그런데 진행 자체가 엄청 빨리 되었어요. 마찰이 없었거든요.
리: 각자 가사 쓰는 타입도 비슷한가요?
원: 그건 좀 다른 것 같아요. 마부스 형은 정말 빨리 쓰는 편이에요. 가사 쓰는 거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마: 저는 거의 바로 끝나는 스타일이죠.
원: 전 플로우와 톤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 마음만 먹으면 빨리 쓸 수 있긴 하지만, 그림을 생각해두고 작사하는 편이에요.
리: 아무래도 한국어로 가사를 쓰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원: 그렇죠. 한국어 가사를 쓰고 나서 마부스 형에게 교정을 받아요. 말이 안 되는 단어 같은 걸 형이 수정해주거든요.
마: 저는 가사를 빠르게 쓰는 편이고 원카인은 전체 그림을 생각하며 완벽주의자 스타일로 가사를 쓰는 편인데, 그게 합쳐져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 같아요. 원카인이 한국말이 서툴다 보니 가끔 가사 쓸 때 한국힙합 씬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던 신선한 가사가 나올 때가 있어요. (웃음) 그게 저한테 도움이 많이 돼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이 친구가 채워주고, 원카인의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제가 채워주는 거죠. 게다가 전 로우톤이고 원카인은 날카롭게 찔러주는 음색이라, 매치가 잘 돼요. 작업할 때만큼은 특히, 서로 리스펙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직 마찰이 일어난 적이 없어요.
원: 둘 다 트렌디한 음악을 지향하고,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찰이 발생할 거리가 없어요.
리: 최근에는 어떤 음악을 즐겨 들었나요?
마: 저는 영머니(Young Money), 릴 웨인(Lil’ Wayne) 진짜 좋아해요. 초기 때부터 좋아했어요. 갱스터 음악부터 트렌디한 음악까지 다 섭렵하잖아요. 저랑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아요. 키도 그렇고. (웃음)
리: 사회적으로도 비슷한가요? (웃음)
마: 그런 건 아니고요. 하하. 아무튼 전 릴 웨인의 광팬이에요. 릴 웨인도 곡 작업을 빨리 하는 것 같더라고요. 작업량도 많고.
원: 저는 드레이크(Drake) 좋아해요. 플로우나 톤에서 자기만의 색이 잘 나타나는 뮤지션을 좋아하거든요. 칸예 웨스트(Kanye West)도 좋고. 칸예의 톤이 참 좋잖아요.
리: 드레이크와 칸예의 톤이 비슷하긴 하죠.
원: 네. 들을수록 더 듣고 싶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마: 저희도 영머니처럼 탄탄한 레이블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저희는 음악을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해요. 게다가 브레이브로 온 뒤로는 영국 차트 음악도 듣거든요. 회사 프로듀서들이 소개해주는 음악도 좋고. 아무튼, 드레이크, 릴웨인, 타이가(Tyga) 음악 열심히 듣고 있어요.
리: 우리나라도 영머니 같은 레이블이 있다면 정말 좋을 텐데 말이에요.
마: 이런 음악에서 영향을 받고, 그러다 보면 저희 음악에도 이런 플레이버를 적용할 수 있게 되겠죠.
리: 힙합 음악에 빠지게 된 계기를 알고 싶은데요.
마: 저는 부모님이 되게 엄격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리: 아, 예전에 TV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아요.
마: 네. ‘가족의 탄생’이라고. 저희 어머니가 나왔죠. 그때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연구원이시라 대덕 연구단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죠. 동네가 연구원들로만 가득했고, 연구원 자녀만 다니는 학교를 나왔어요. 그런 학교에 다니다 보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극심했죠. 학교 끝나고 학원, 또 다른 학원을 다니는 삶이 계속되다가 힙합 음악을 듣게 되었어요.
리: 그게 언제쯤이었나요?
마: 중학교 때요. 그전부터 음악은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플룻도 오래 불었고요. 피아노도 배웠죠.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면서 이런 음악이 게이 같아서 그만두게 됐어요. (웃음) 드럼도 배우고 싶고 베이스도 배우고 싶었죠. 음악은 가리지 않고 들었어요. 집에 채널V가 나와서 TV를 끼고 살았거든요. 그런 다음에 힙합을 들었는데, 그때 제가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고 싶었어요. 힙합 자체가 흑인의 울분을 토해내는 음악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저와 맞는 것 같았죠. 제 자신이 새장 속의 새처럼 느껴졌는데, 힙합 음악을 들으면서 가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닥터 드레(Dr. Dre)의 [Chronic]이나 스눕 독(Snoop Dogg) 음악을 주로 들었죠. 그러면서 이 뮤지션들의 과거도 찾아보게 되고. 아무튼, 저는 짜인 삶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힙합을 들었어요. 밤늦게까지 야간자율학습하고 주말에는 학원, 과외하고. 저는 공부하고 싶지 않은데.
리: 공부는 잘했나요?
마: 잘하다가 고2 때부터 공부를 안 했어요.
리: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는요?
마: 고등학교 때부터 가사를 쓰다가 고3 땐가, 힙합 클럽이 있다는 얘길 처음으로 들었어요. 거기에 갔다가 45RPM이자 하늘이 형의 친동생인 현배 형을 만났죠. 당시 전 학교에서 나름 랩을 잘한다고 인정받았는데도 프리스타일 랩이 뭔지 몰랐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형들이 프리스타일을 하더라고요. 그게 프리스타일인지도 몰랐죠. 그때 친구들이 “너도 잘하잖아. 나가서 해봐.” 그래서 무대에 올랐죠. 그런데 형들이 “너는 외워서 랩을 하네.” 하면서 상황에 맞게 프리스타일 랩을 하는 거에요. 그걸 보고 충격에 빠졌어요. 수능을 보고 다시 오겠노라고 하고, 수능 끝난 뒤부터 클럽으로 다시 찾아가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되었어요.
리: 힙합 음악을 접하면서 삐뚤어지기 시작했군요? (웃음)
마: 고2 때부터 그렇게 됐죠. 음악도 좋아하고, 농구도 좋아했거든요. 가사를 쓰기 시작한 뒤부터 성적이 떨어졌던 것 같아요.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는 게,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러세요. 그때 담배도 피우기 시작했거든요. 정말 노는 아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고는 했지만, 저는 그런 쪽이랑 정말 상관이 없었어요. 어머니가 짜놓은 스케줄과 운동 빼고는 관심이 없었죠. 고2 때 음악 좋아하는 애들이랑 놀다 보니 담배를…… 그래도 술은 안 마셨어요. 술은 수능 끝나고 처음 마셨죠.
리: 지금은 부모님이 응원해주시나요?
마: 4년 전까지만 해도 제가 다시 공부할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도 너무 늦었고요. (웃음) 지금은 부모님이 썩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싫어하진 않으세요. 제가 좋아하는 걸 하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고 하시죠.
리: 부모님은 일단 결과물이 나오면 달라지시는 것 같아요.
마: 네. 다큐 촬영할 때도 다른 어머니들은 다 한다고 했는데 우리 어머니는 “이거 왜 하니. 뭐 득 될 게 있다고.”라고 하셨어요. 그때 작가분들이 어머니 설득하느라 애 많이 먹었어요. 전 부끄러웠죠. (웃음)
리: 어쨌든 마부스 씨는 그전까지 공부라는 틀에 있다가 음악을 통해 꿈을 이룬 경우네요.
마: 전 고1까지만 해도 치대에 가고 싶었어요. 사촌 중에 의대생이 많아서. 그런데 그 이름만 보고 꿈을 꿨던 것 같아요. 막연히 의사라고 하면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차도 타니까. 멋있잖아요. 사회에서 인정도 받고. 음악이 없었다면 제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갔을 텐데, 그걸 생각해보면 지금 너무 감사해요. 제가 공부를 계속해서 회사에 다니거나 의사가 된 것보다 지금 돈은 못 벌고 있지만 저는 행복하거든요. 지금도 제 친구들은 다 좋은 회사 다니는데 저보고 늘 그래요. 하고 싶은 거 한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하라고. 물론 걔들보다 재정적으로 힘들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거 하니까 정말 행복해요. 저희 둘 다 기독교 신자라 매주 교회에 나가거든요. 힙합 한다고 나쁜 짓 하고 다니지도 않고요.
리: 원카인 씨는요?
원: 저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친구들이 다 흑인이었어요. 한국사람을 처음 본 게 고1 때? 그래서 자연스럽게 힙합을 받아들였죠. 흑인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힙합 음악을 들으면서 농구하고 그랬죠. 그런데 어느 날, 친한 친구 두 명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프리스타일로 랩을 하는 거에요. 저한테 랩 할 줄 아느냐고 물어보는데, 당시 랩은 잘 못했지만, 그 친구들이 정말 멋있어서 집에서 혼자 연습했어요. 처음엔 투팍(2Pac)이나 워렌지(Warren G) 노래를 연습했어요. 마부스 형처럼 가사를 외워서 흑인 친구들 앞에서 랩을 했죠. 반응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내가 랩에 재능이 있나 싶었어요. 그래서 계속 연습했죠. 고등학교를 LA에서 다니면서, 무대에 많이 올랐어요. 그러다가 텍사스로 이사를 하고 친구들과 볼링장에 갔는데, 그쪽은 거의 멕시코인이 많거든요. 친구가 갑자기 그 안에서 마이크를 잡더니 저보고 랩을 하라는 거에요. 그래서 랩을 했는데, 볼링장 첫 번째 레인에 있던 한국사람이 저보고 혹시 한국사람이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한국사람 맞는다고 했더니, 자기 아는 사람이 한국에서 프로듀서로 일한다고 소개를 해줬어요. 그런데 바로 그 형이 스모키 J였어요. 이후에 한국에서 형에게 전화가 와서 랩을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리: 전화로요?
원: 네. 전화로 랩을 했죠. (전원 웃음) 그랬더니 플로우가 좋다면서 사진을 보내라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 제가 대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2주 후에 비행기 표가 온 거에요. 그래서 학교 그만두고 한국에 오게 되었죠.
리: 어떤 확신이 있어서 학교도 그만두고 한국에 오게 된 건가요? 한국 오기 전에 자세한 상황 같은 건 살펴보았나요?
원: 일단 저는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한국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DJ DOC, 솔리드, R.ef까지 찾아
들었죠. 관심도 많았는데, 그 일을 통해서 한국에 처음 오게 됐어요. 그때가 2001년 여름쯤? 한국 오자마자 동근이 형 만나서 같이 무대에 오르고… 무브먼트 식구들도 많이 만나고요. 그러다 7개월 전에 마부스 형과 팀을 결성한 거예요.리: 무브먼트 식구들과는 지금도 자주 만나나요?
원: 가끔 연락해요.
리: 메이저의 지원을 못 받는 인디 뮤지션들은 아무래도 생계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에 오기 전에 그런 고통을 겪은 적은 없었나요?
마: 음… 근데 흔히 말하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이 된 상태임에도 언더에서 잘나가는 뮤지션보다 훨씬 힘들게 사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그건 자기가 선택하는 것 같아요. 언더에서 정말 잘나가는 분들은 돈 훨씬 많이 벌어요. 메이저에 있다고 해도 잘 안되면 더 크게 망하는 거고. 본인의 판단 하에 나는 어디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며 내 음악을 어디에 더 많이 알려야 하는지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예전처럼 언더와 오버의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메이저 레코드가 사인을 원해도 거절하고 자기 음악 하면서 돈 많이 벌기도 하고, 메이저에 있으면서도 믹스테잎 내는 뮤지션보다 인지도 없는 사람도 많고.
리: 메이저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는 참고가 될만한 말씀이네요.
마: 자아가 형성되면 그런 환상은 없어진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어디에 있어야 할지 알게 되죠.
리: 일렉트로보이즈로서 지향하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마: 대중에게 사랑받고 싶고, 평론가나 힙합 팬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어요. 인정은 못 받아도 씹히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라인을 잘 타는 게 목표에요. 리쌍이나 다이나믹 듀오처럼 대중적 인지도도 높으면서 마니아층도 구축하고 있는 팀이 되고 싶어요.
(이때 마부스가 답변을 할 때마다 입 모양으로 따라 하는 원카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리: 그런데 원카인 씨는 마부스 씨가 하는 말을 계속 입 모양으로 따라 하네요? (웃음)
마: 한국말 연습한다고 다 따라 해요. 제가 방금처럼 ‘목표에요.’라고 말하고 원카인을 보면 입 모양으로 ‘목표에요.’라고 하고 있어요. 교회 가면 목사님이 하는 말도 다 따라 한다니까요. (전원웃음)
원: 제가 짧은 대화는 잘하는데, 긴 대화는 잘 못해요. 특히, 뭘 설명하는 거. 언젠가는 되겠죠.
리: 한국말이 어렵잖아요.
원: 저는 힙합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렉트로 힙합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도 싶지만, 힙합 하는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싶어요.
리: 앞으로 싱글을 계속 발표할 생각이죠?
마: 6월 초에 음원과 비디오가 공개되었죠. 그에 맞춰 방송 활동도 시작했고요. 클럽 공연이든 방송이든 가리지 않고 많이 할 예정이에요. 그러다가 저희 두 번째 싱글도 준비할 계획이고요.
리: 각자 믹스테잎이나 여러 작업물도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마: 원카인과 항상 얘기하는 게, 저희가 비록 힙합과는 약간 떨어진 음악을 하고 있지만, 감을 잊지 않으려고 힙합 씬에서 들어오는 피처링 제의를 모두 소화하려고 하고 있어요. 비트가 우리와 맞는다면 하려고 하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리: 소속사가 있는 몸인데, 마음대로 참여할 수 있나요?
마: 아, 그게 좀 걸리네요. 이전에는 생각 없이 했거든요. (웃음) 아무튼 마음만 맞으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리: 마지막으로, 흑인음악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해요.
원: 일단 저희 음악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 활동을 통해 저희 팬들도 많이 만나보고 싶고요.
마: 저도 부다 사운드에서 오랫동안 준비했었고, 원카인도 그랬고요. 그런 저희가 뭉쳐서 현재 최고의 프로듀서와 준비한 앨범이니 많이 기대해주시고요. 좋은 말씀, 쓴소리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신인인 만큼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 드릴 테니 많은 관심 부탁해요. 그리고 브레이브 사운드에서 정말 많은 프로젝트 준비하고 있으니 역시 체크해 주시고요. 저희가 밀고 있는 카피가 “용감한 형제가 제작하는 괴물 2인조” 에요. 사장님 이름 팔아서 관심 좀 끌려고요. (웃음) 사실 괴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무척 들어요.
리: 안 그래도 용감한 형제가 일렉트로보이즈에게 무한한 관심을 쏟고 있다고 들었어요.
마: 첫 방송 망치면 방망이로 맞을 준비 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니까요. (웃음) 항상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제작자로 변신해서인지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가 회사의 얼굴이다 보니…. 더 열심히 해야죠.
인터뷰. 글 / 강일권, 민혜경, 사진제공 /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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