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인터뷰] 가리온 - 이해와 애정에서 비롯한 두 번째 달음질, 그 방대한 기록 pt.2
- rhythmer | 2010-11-06 | 27명이 이 글을 추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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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1에서 이어집니다.
리: “복마전”도 빼놓을 수 없는 트랙입니다. 판을 우롱한 이들을 향해 터트리는 분노와 현 씬에 대한 은유가 강한 여운을 남겨요.메타: 그 곡도 스토리 중 하나고 결국에는 “약속의 장소”로 가기 전 마지막 장면을 더 영화적인 느낌으로 연출하려고 했던 거에요.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같은 이미지를 생각했어요. 도끼한테 곡의 분위기를 이야기할 때는 90년대 우탱(Wu-Tang) 필로 가자고 했는데 비트를 잘 뽑아줬어요. 다만, 원래는 음향 소스를 더 넣고 싶었어요. 우탱 앨범에서 나오는 칼부림 소리라든지. 그래서 도입부에 싸우는 장면과 후반부에 황량한 까마귀 소리 등을 삽입한 거에요.
나찰: 참고로 까마귀소리는 제 목소리입니다.
리: 하하하. 정말이요? (전원웃음)
메타: 가리온이 원래 개인기가 없는 팀인데 이제는 있어요. 나찰이 어디 가서 까마귀소리를 내면 100퍼센트 대박이에요.
나찰: 까마귀소리에 ‘파닥파닥’하는 소리까지 혼자서 다!
메타: 세상에 어떤 랩퍼가 까마귀소리에 파닥거리는 소리까지 내겠어요. 그것도 마이크를 통해서! 이건 최초공개에요. “복마전” 엔딩에 까마귀소리는 나찰 목소리이자 개인기에요. 어딜 가면 이제 해야겠어요.
리: ‘생활의 발견’ 같은 느낌이군요. (웃음) 이게 서로 대치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곡이죠?
메타: 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자가 등장하는데, 나찰은 화이트칼라, 저는 블루칼라에요. 화이트와 블루가 각각 외치는 것들에 관한, 개인의 이야기에요. 시작할 때 제가 ‘언젠가 이 도시가 나를 삼킬 거야.’라고 토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그 전 단계의 이야기에요. 그것이 음악이건 여자이건 꿈이건 간에 “생명수” 같은 사랑의 시작. 그걸 돌려보면 “그 날 이후”가 되어버리고 그 이후에 스스로가 망가지고, ‘결국, 그건 날 삼키게 하는 이 세상이야.’라고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곡이 “복마전”인 거죠. 이 곡에서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끝을 보자는 마음으로 내 분노의 타깃을 의인화시켜서 칼질을 하겠다는 내용인 거에요. 나찰 역시 화이트 칼라로서 스스로 성공한 인생으로 보여도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책상에 앉아있다가 박차고 나오는 거죠. 그렇게 서로 모르는 채로 무리 속에 섞여있다가 서로 만나요. 그 영화의 마지막 싸움장면 같은 느낌으로 처절하게 싸우는 거에요. 그렇게 싸우다가 죽고 난 다음에 도착하는 게 “약속의 장소”인 셈이죠.
리: 인터뷰를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이번 앨범은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면서 들어야 할 작품인 것 같아요. 이런 컨셉트를 프로듀서들에게 설명하는 것만도 녹록하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네요. “복마전”도 그렇고….
메타: 일단 도끼한테는 그런 컨셉트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음향적인 부분이나 시네마틱한 연출은 편곡 때 알아서 하려고 했죠. 덧붙여 이야기하자면, 도끼도 이 곡에 함께 랩을 하고 싶어했고 우리도 함께하고 싶었는데, 이 곡이 중요한 지점의 이야기이고, 이미 만들어진 두 캐릭터가 있는 상황이라 도끼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넣기엔 모호해서 이번엔 비트로만 함께 했어요. 도끼가 나이는 어리지만, 굉장히 잘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기회가 있으니까요.
나찰: 이번 리드머 리뷰를 보고 감동을 받았던 이유가 이처럼 우리가 풀어낸 이야기들의 의도와 구성을 파악했기 때문이에요. 쉽게 드러내는 트랙들이 아닌데도 그 부분을 짚어낸 걸 보고 깜짝 놀랐었죠.
리: 좋은 리뷰어는 좋은 앨범을 알아보는 법이라는 말이… (전원웃음) 이번 앨범은 이미 발매 전부터 공개된 프로덕션 라인업이 화제였어요. 특히, 국외 프로듀서 진도 상당한데….
메타: 국외 프로듀서들과 작업은, 지금은 타일뮤직을 떠난 효봉 씨와 김승현이라는 친구가 가리온 2집의 전담 팀처럼 있을 때 판단이 큰 영향을 끼쳤어요. 저희의 랩과 잘 어울릴만한 프로듀서를 선별하는 과정에서 초이스를 잘했던 걸로 생각해요. 다행스럽게 초기에 선택했던 곡들이 괜찮았고 그걸 계속 붙잡고 작업을 했죠. 사실 자본만 되면, 어떤 프로듀서든지 만날 수는 있잖아요. 막말로 칸예(Kanye West)랑 우리가 작업을 했는데도 구리면 구린 거잖아요.
리: 제이롤스(J.Rawlz)의 곡은 두 곡이나 실렸는데, 호텔 객실로 따지자면, 다른 프로듀서들에게는 방을 한 칸씩 줬는데, 두 칸이나 준 셈이에요. 특별히 그의 곡이 더 끌렸던 건가요?
메타: 트랙을 선별하다 보니 제이롤스의 곡만 두 곡이 수록되었네요. (웃음) 개인적으로 제이롤스(J.Rawlz)하고 작업한 건 영광이었어요. 언더그라운드의 스타잖아요. 그리고 사람 좋기로도 유명하고. 작업과정에서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도 굉장히 예의가 바른 편이었어요. 사실 제이롤스에게 곡을 받고 다시 편곡을 좀 했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흐르다 보니 다시 연락해서 부탁하기가 미안하더라고요. 그쪽도 굉장히 바쁠 테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롤스의 곡(“나는 소망한다”, “그리고, 은하에 기도를”) 편곡을 MC성천에게 부탁했어요. 저는 툴을 다루는 게 부족해서 제가 하나하나 이야기를 하면, 성천이가 대신 찍어준 거죠. 마치 저의 아바타처럼. (웃음)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리: S-1의 참여도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재미있는 건 S-1이 최근 칸예웨스트(Kanye West)의 “Power”를 프로듀싱하면서 순식간에 메이저로 올라섰다는 사실이에요. 2집 발표가 밀리면서 묘하게 시기가 맞아떨어졌네요. (웃음)
나찰: 그러게요. 희한하게 타이밍이 맞았어요. 그 전에도 S-1은 분명히 실력 있는 프로듀서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화제가 될 거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이번에 칸예 곡을 프로듀싱하면서 주가가 더 올라갔으니 저희한테는 플러스가 된 것 같아요. (웃음)
메타: S-1은 다섯 곡 정도를 보내줬었는데, 곡들이 다 일관성이 있었어요. 막상 멀티 트랙을 보면 많지가 않아요. 그런데도 멀티 하나 하나에 대한 내공이 달라요. 벌써 소스에서 먹고 들어가고…. S-1을 비롯해서 국외 프로듀서들의 트랙을 들어보면, 어떤 음역대에서 모니터가 되던 그 음역대의 충만한 소리들이 꽉 차있고 잘 다듬어져 있어서 놀랐어요.
리: 그 곡에서 나찰 씨의 플로우가 특히 좀 더 튀어 보이더군요.
메타: “수라의 노래”도 약간은 은유적이면서 세게 이야기하는 곡이거든요. 그래서 제목도 그렇게 붙인 거고, 나찰도 스스로 스타일을 깨겠다고 시도한 플로우에요. 이 시점 이후로 지금의 스타일까지 오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리: 나찰 씨의 플로우가 변화한 것을 느낀 건 ‘골든 보이 트레이닝’ 때였는데, 그럼 이 곡이 그보다 먼저였던 거에요?
나찰: 훨씬 먼저에요. 그때의 변화가 바로 이 곡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리: “본전치기”에서는 두 분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웃음) 픽션이라 하기엔 감정이입이 격하게 느껴졌어요. 실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한 곡인가요?
메타: 이 곡의 컨셉트는 아까 이야기했던 스토리 중의 한 장면인데, 일종의 터닝포인트 비슷한 곡이에요. 한 인간의 순수했던 시절에서 변화되는 시점의 이야기인데, 예전에 신문에서 본 한 사건을 바탕으로 꾸며본 이야기에요.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남편을 독살했다는 부인의 이야기. 근데, 중간에 대화하는 부분은 저희가 들으면서도 너무 웃겼어요. (웃음)
나찰: 일부 사람들은 뮤지컬을 했기 때문에 그런 트랙을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뮤지컬을 하기 이전에 작업한 트랙이에요. 그래서 연기적인 부분은 지금 들으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
리: 잘 안 넣던 욕설까지 들어가고….
나찰: 근데 사실 둘 다 원래 욕을 잘해요.
메타: 아니야 난 안 해~ 왜 그래! (전원웃음)
리: 앞서도 이름이 잠깐 언급됐지만, “불가사리”에서 MC성천 씨는 정말로 반가웠어요. 어찌 보면 가리온의 역사와 함께한 인물인데, 요즘 뭘 하면서 지내나요?
메타: 음… 지금 MC성천은 비기스몰스(Biggie Smalls)가 되었어요.
나찰: 결혼하더니 살이 쪄가지고… (웃음) 와이프가 엄청 잘 챙겨주나 봐요.
메타: 근데 그렇게 살이 쪄도 얼굴 살은 잘 안 찌더라고요. 신기한 녀석이에요. (웃음)
리: 그럼 음악적으로는 다시 활동할 계획이 없다고 하던가요?
나찰: 어느 순간에 그만둔 건 아닌데 랩을 멀리하면서 대신 곡 작업을 상당히 많이 했어요. 그리고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만큼 많이 성장했고요.
메타: 개인적으로 성천이가 이 인터뷰를 봤으면 좋겠는데, 결혼하고 2세도 곧 나올 예정이다 보니 아마 생각할 게 많을 거에요. 대한민국 가장들이 전부다 겪는 책임감이 있잖아요. 현재 ‘더 스쿨’에서 레슨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2세가 생기면 분유값도 벌어야 하고, 둘이서만 살 때하곤 다를 거 아니에요. 저는 아직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그래서 각오가 남다른 것 같아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성천이가 어떻게든지 음악을 할 수 있게 이끌고 싶어요.
리: 약 2년 전쯤인가? 솔로 앨범을 작업 중이라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메타: 원래 내기로 했던 건 인스트루멘탈 앨범이었다가 그 뒤에 다시 MC들을 참여시켜서 인스트루멘탈 반, 랩 트랙 반으로 해서 솔로앨범을 기획하다가 안됐어요. 그때 나찰과 제가 개인적으로 곡을 받았는데, 성천이가 정말 곡을 잘 만들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스스로 발 벗고 나설 시간도 없었고 주변에서 컨택해오는 기회도 많이 없었어요. 그런 상황들이 계속 흘러갔고, 예전 같으면 이곳 저곳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남자들이 결혼하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하잖아요. 와이프와 자식만 바라보게 된다고…. 그런데 이제 2세가 내년 초에 태어나면 (음악계로 복귀하기가) 더 힘들어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서 돌아와달라고 얘기하는 거에요. 영상편지 같은 느낌으로다가. “성천아~ 형이야~” (전원웃음) 이 이야기를 성천이한테는 한 적이 없어요. 인터뷰하면서 생각나서 하는 말이죠. 이제는 성천이에게도 우리가 어떤 것들을 해주고 싶어요.
나찰: 그리고 본의 아니게 힙합을 그만두지 않게 된 피타입도 어서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메타: 진짜 저희가 자극이 돼서 피타입도 빠른 시일 내에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제‘Heavy Bass’를 넘어서 ‘Mega Bass’를 해야겠지요. (웃음)
리: 아, 피타입 씨도 참 그 일로 마음 고생 좀 했을 거에요.
메타: 그 친구가 생긴 것과는 달리 음악작업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섬세하고 디테일한 부분에 미친듯이 꽂히는 타입이에요. 그런데 [Vintage] 앨범 내놓고도 사이트들에서 단 글 몇 줄로 그동안의 노력을 평가절하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물론, 그런걸 웃으면서 넘겨버릴 수도 있긴 해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피타입이 힙합을 안 한다고 했던 게 분명히 힙합 자체를 부정하는 의미는 아니었던 걸로 생각해요.
나찰: 확대해석 된 게 크죠.
메타: 어쨌든 피타입이 하는 음악자체는 계속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게 자꾸 멸종되고 보호받지를 못하니까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하면서도 마치 미국에서 한국어로 랩 하는 것처럼 신기하게 보는 현상이 계속 되는 것 같아요.
리: 현재 가리온을 가장 화나게 하는 건 뭔가요?
메타: 화가 난다기보다는 마음이 아파요. 힙합음악은 있지만, 힙합문화가 없으니까요. 문화란 게 어떤 사전적 정의보다는 어떻게든 모여서 이야기하고 즐기고 향유하는 것들이 분명히 손에 잡히는 느낌이었어요. 선을 긋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은 그게 모호해져서 결국, 힙합퍼라는 정체성을 잃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하다 못해 옛날에는 힙합바지를 입고 다니면, “오우~ 힙합이네~” 하면서 확연히 구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바지통이 줄어들고, 나찰이나 저나 박스 티에서 점점 피팅되는 스타일로 변하니까 뭔가 잃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순히 옷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문화의 일부라는 면에서요. 여전히 랩을 하고 있고 크루라는 것도 있지만, 예전 같은 느낌이 들지는 않아요. 유토피아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서로 리스펙트를 하면서 힙합을 문화적으로 풍성하게 하려는 시도들이 부족하니까 마음이 아픈 거에요. 이런 건 우리 스스로가 일갈해서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쥐고 있는 게 계란이라면, 그거라도 던져야 하는 거고, 누군가가 쥐고 있는 게 있다면 같이 던져야 해요. 벽을 뚫던 무너뜨리던 간에! 가리온도 앨범을 냈으니 이제 다시 문화적인 측면으로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렇다고 갑자기 턴테이블을 거리로 들고나와서 MC들부터 랩을 하자는 게 아니고요, 요즘은 인터넷 몇 번만 클릭하면 랩의 역사니 뭐니 하는 이론적인 부분은 다 알 수가 있잖아요. 그런 것을 단지 머리로만 이해하는 게 아닌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겪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이에요.
리: PC통신시절에도 지금처럼 한국힙합 씬은 온라인이 기반이었지만,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인 활동이 잘 연계가 됐었는데 말이에요.
메타: 맞아요. 음감회도 했고…. (웃음) PC통신 동호회 시절이 생각나네요.
리: 지금의 씬은 스킬적으로나 음악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오히려 정신적인 면으로는 퇴보하고 있다는 시선이 많은데, 어느 정도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나찰: 같은 이야기에요. 이번에 의도적으로 가사를 앨범에 수록하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어느 순간부터 MC의 말이 문서화 되어서 글로 읽히고 있더라고요. 물론, MC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거나, 영어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현상이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지금 학원에서 애들에게 레슨도 하지만, 그때 항상 “왜 자꾸 너희들은 글로 들으려고 하는 거니? 분명히 랩은 언어야.” 라는 말을 많이 해요. 아마 이번 앨범을 산 분들 가운데 가사집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을 거에요. 하지만, 자신하건대 가리온 2집에서 들리지 않는 단어는 하나도 없을 겁니다. 영어 사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요. 소리를 소리로써 이해하고, 소리를 말과 말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들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아쉽네요.
리: 메타 씨의 개인사를 담은 “12월 16일”이라는 곡은 정말 코끝이 찡했습니다. 그동안 힙합 뮤지션으로서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지?
메타: 힙합에 빠진 이후로 무대를 올라가면서부터 지금까지는 모든 순간이 다 뿌듯하고 기억에 남아요. 그 중에서도 문득 가리온의 첫 무대 때가 생각나네요. 그날 3곡을 준비했었는데, MP가 ‘뻥!’하고 정전이 됐어요. 클럽을 옮긴지 얼마 안되니까 아무도 시스템은 모르고, 그렇게 깜깜한 곳에 비상구 등만 희미하게 들어와있고. 근데 백열등만 하나 살아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무대에 비춰서 조명삼고 당시 트라이톤이라는 언더 알앤비 팀의 리더였던 양정우라는 친구가 마침 구경하고 있길래 도움을 청했죠.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입으로 생 드럼을 찍고 랩을 했던 적이 있어요. (웃음)
나찰: 저는 마니아였다가 메타 형을 만나면서 프리스타일도 하고 팀을 만들어서 1집을 내고, 싱글 두 장도 냈던… 매 순간이 좋았어요.
메타: 아, 지금 생각해보면 10월 26일이 제일 뿌듯하네요. 6년 만에 2집이 나왔으니까요.
리: 아이폰4를 받은 날이기도 하죠.
메타: 아, 그거는 개인의 뿌듯함. 드디어 나도 스마트 폰이다! (전원웃음)
리: 그 첫 무대 때 공연했던 3곡이 어떤 곡들이었는지는 기억해요?
메타: “그래서 함께하는 이유”, “거짓”, 그리고 “탈옥”이었나? 아마 맞을 거에요.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곡들이에요. (웃음)
리: “그래서 함께하는 이유” 기억나요. 검은소리 자작 자료실에서 올라온 거 봤었어요. 하하하. 당시 MP3를 좀 받아둘 걸 그랬어요. 그때 “말이화나”라는 참 재미있는 제목의 곡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떤 팀의 곡이었더라….
메타: 하하하. 진짜 오래 전 이야기네요. 그 곡을 기억하다니…
리: 당시 검은소리 회원이었거든요, 물론, 이후에는 나우누리의 돕사운즈에서 활동했지만요. (웃음)
메타: 아하, 돕사운즈. 어쨌든 그 곡은 ‘온고지신 프로젝트’ 차원에서 나온 곡이었어요.
리: ‘온고지신 프로젝트’요?
메타: 무조건 사자성어를 가지고 지금 세대에 비춰서 쓸 수 있는 가사를 쓰고 녹음해서 MP3를 올리는 거였죠. 첫 번째로 나온 곡이 “장유유서”였고요. 그러다가 그 시리즈 중에서 사자성어는 아닌데 제목이 넉자였던 곡이 “말이화나”였어요. 하나 생각나는 게 그때가 주석이 고등학교 다닐 때였어요. 그래서 이 친구가 참여를 못하니까 너무 속상했는지 “왜 형들은 나만 빼고 녹음해요!”라고 항의해서 달랜 적도 있어요. (전원웃음)
리: 아, 이거 정말 그때 생각이 새록새록 하네요. (웃음) 그렇다면, 가리온이 꿈꾸는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의 이상세계인 “약속의 장소”와 “판게아”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메타: 제가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연결고리라는 말인데요. 단순히 너랑 나랑 악수했으니 연결됐다는 건 아니잖아요. 악수를 해도 전혀 연결이 안 되는 사람이 있고, 포옹을 해도 서로 미워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우리가 음악과 사람 둘을 놓고 볼 때는, 사람을 우선시 이야기 해요. JU랑 있을 때도 그랬지만, 음악은 굉장히 잘하는데, 인간적으로 문제가 있을 때는 결국, 사람을 택하게 되더라고요. 그만큼 첫 연결고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해와 사랑을 놓고 리스펙을 이야기할 때, 이해만 한다고 해서 진정한 리스펙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맹목적인 사랑만을 준다고 해도 이 씬에 대한 이해를 못하니까 리스펙은 아닌 거죠. 가리온은 처음부터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출발했던 거고 그걸 계속 지키고 싶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에요. 지금은 좋은 음악으로 구분 짓는 게 아니라 팬심이 어디가 더 세느냐에 따라 좌우되잖아요. 팬심에 따라 20년을 공들여서 만든 음악이 ‘구리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옛날부터 제가 이야기 했지만, 리드머는 씬의 중요한 등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씬에 대한 애정과 방향을 제시함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이 보이니까요. 옛날 ‘리드머리스트(편집자주: 가리온, 피타입, DJ 소울스케이프, 소울사이어티, 파워 플라워, 원디 시티 등 힙합, 알앤비 뮤지션들과 리드머가 함께 공연과 문화적 교류를 통해 씬에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기획했던 프로젝트)’도 그런 의미에서 나왔던 거고요. 그런데 이런 활동이 계속 탄력 받지 못하고 개개인의 상황이 끊어지게 되는 것은 탄탄한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에요. 맨 마지막 트랙인 “그리고, 은하에 기도를”이 우리의 시작점이라고 했잖아요? 그런 제목을 오랫동안 고민하다 붙인 이유는 가사 후렴에 나오는 ‘굳건하게 손을 잡고 마음 속엔 슬픈 혼이지만 따르겠다’라고 이야기 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가리온은 우리에게도 아이돌이에요. 우리가 가리온의 멤버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리온은 아이돌이라는 말이죠. 그래서 소망하건대 만약 우리가 없더라도 가리온은 계속되었으면 좋겠어요. 나찰의 2세가 저의 2세가…
나찰: 가리온 2기, 3기… (전원웃음)
메타: 가리온은 제가 할 수 있는 그리고 나찰이 할 수 있는 한계선까지 갈 거에요.
리: 정말이지 이번 앨범을 계기로 1세대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당시 함께 힙합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오랜 힙합팬들도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나찰: 가장 안타까운 글이 ‘나이를 많이 먹어서 힙합 클럽이나 공연을 못 가겠어요.’라는 글이에요. 근데 분명히 아직도 힙합을 사랑하면서 저희와 같이 늙어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건 부탁하는 건데요, 그런 분들이 좀 더 힘을 실어줬으면 해요. 간혹 가다가 듣는 ‘힙합을 끊었다.’라는 이야기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어린애들 듣는 음악이잖아. 그걸 내가 왜 들어?” 이런… 가리온 같은 경우는 공연을 하면 비교적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 오긴 해요. 바로 그런 분들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메타: 아까 말했다시피 저희가 자극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음악들 못 듣겠다 하는 분들도 저희 음악 듣고 다시 와주세요. 그리고 “성천아~ 형이야~ 형이다! 나와줘 성천아” (전원웃음)
리: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나올 결과물들은 발표하기까지 기간이 짧아질 것이라고 약속해 주시죠.
메타: 짧아질 거에요. 그리고 저희도 이번에 여러 프로듀서와 작업하면서 많은 발전을 했어요. 들으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요. 제가 구상하고 있지만 구현하지 못한 패턴도 있고. ‘이정도 스텝에서는 한국어 랩으로 말도 안 되는 아우라를 낼 수도 있을 것 같아!’라면서 공상하듯이 구상한 것도 있는데, 그걸 이룰 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MC메타에 대한 이야기는 감사할뿐더러 와 닿지는 않아요. 2집을 통해서 새로운 단계를 찍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리: 가리온이 아직도 랩적으로 더 많이 나아가야 할 단계가 있고, 그걸 벌써 구현하려고 시도 중이라니 왠지 낯설면서도 가슴이 벅차네요.
나찰: 이제서야 랩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잘할 때까지 해야죠. 분명히 앨범을 낼 때마다 진화하는 것이 느껴지는데, 사실 스스로에 대한 모니터링이 확실치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내고 나서 저에 대한 모니터링이 되는 게 느껴지고 해서, 앞으로는 굉장히 빨리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메타: 사실 이번 2집은 나찰에게 무게중심을 두었어요. 나찰이 주인공이에요. 그렇다고 1집에서는 메타가 더 중심이었다는 게 아니에요. 1집 때는 JU가 정확히 우리를 조련했으니까요. 마치 우리가 말이라면, 마부로써 잘 운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서로간의 무게중심이 없는 거나 다름없었죠. 굳이 따지자면 JU의 비트가 중심이었고요. 근데 2집이 나오기 전까지는 개인의 프로젝트나 피처링을 많이 했잖아요. 스스로 갈증을 느끼기도 했고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으니까요. 그 과정에서 나찰은 되려 본인 스스로도 인지 못할 정도의 정직한 하드웨어와도 같아요. 단 OS만 깔려있는 새 하드웨어. 그냥 안 움직여지면 안 움직이고 자기가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정확히 달리죠. 그런 단계에서 나찰은 2집 작업에 임한 셈이에요. 여러분이 랩을 들어보시면 알 수 있을 거에요.
리: 나찰 씨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찰: 옛날에는 둘이 같이 랩을 할 때 메타 형을 이기려고 했는데, 그게 안되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지금은 메타 형이 60을 가지고 나온다면, 저는 40을 가지고 나오자는 맘이에요. 또, 앨범 하나를 100으로 봤을 때 곡이 30이고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게 70인데, 형이 30을 가져간다면, 내가 40을 가져가자 라는 생각이고요.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니 랩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어떻게 해서든 이걸 극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한 템포 쉬면서 쉐도우 복싱도 해주고 카운터도 날릴 수 있게 된 느낌이에요.
리: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메타: 저희 보도 자료에 쓴 표현 중에 장난기 섞인 문구인 ‘충격과 공포에서 사랑과 평화로’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게 뭐냐면, 정말 충격이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공포는 조금 오버하는 것 일수도 있겠지만, “복마전”이나 “수라의 노래”, “판게아”, “영순위” 같은 곡을 통해서 쿡 찌르는 것이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런 저희의 일관적인 생각과 마음도 결국은 사랑과 평화로 표현한 거에요. 씬의 몸뚱이가 커지고 사춘기에 접어든다면, 꾸지람도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조금 더 다독거리면서 나가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해요. 현 힙합 씬에서 화석조차 없어지게 된 수많은 잊혀진 뮤지션들, 열정 하나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대한민국 힙합의 주춧돌이 되어준 사람들이 어느 한 켠에서 별 것 아닌 걸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해요. 어린 대중은 어떻게 얘기하든 상관없어요. 다만, 나이가 좀 있거나 나이가 어리더라도 더 어른스러운 판단을 할 수 있는 분들이라면, 더 많은 (애정의) 표현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래요. 단 한 명이라도 분명한 그림을 그리는 것에 대해 이해 하고 표현해줄 수 있다면 고마울 것 같아요. 솔직히 앨범의 판매량이 주는 기쁨도 크겠지만, 저희 음악 속에서 느낀 것들에 대해 들을 때 더 전율이 오고 짜릿하거든요.
인터뷰. 글 / 강일권, 박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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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권우 (2011-05-10 01:57:36, 121.64.249.***)
-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힙합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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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Jand (2011-01-11 05:59:28, 58.230.104.***)
- 한국힙합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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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웅 (2010-12-09 18:44:22, 211.168.251.***)
- 형들 정말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메타형님 살 너무 빠지셔서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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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환 (2010-12-07 17:57:09, 219.248.164.***)
- 지금에야 다읽었네요
정말 많은걸 알게되었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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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SH (2010-11-11 22:25:08, 61.79.162.***)
- 그 시절 이야기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장유유서가 take me there의 장유유서인듯 싶네요. 인터뷰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정말로 이 씬에 계속 남아있어 주시는것 만으로도 너무나 고마우신 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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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호 (2010-11-08 17:50:08, 115.21.61.***)
- 블렉스가 나오고
주석 고등학교떼때....
그리고 장유유서가 나오고
그래서 함께하는 이유가 나오고
감동이네요 감동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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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eye (2010-11-07 22:49:48, 182.52.168.***)
- 예전에 백비트에서 인터뷰를 봤었는데 곡 하나하나 작업할때마다 소통을 더 중요시 여긴다고 하셨었죠..역시 한국에서 한국어랩을 하는건 당연하죠! 멋있습니다!! 앨범을 이해할려면 많이 들어야겠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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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hemian (2010-11-07 21:30:21, 211.212.23.**)
- 힙합장인 가리온,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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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다심 (2010-11-07 20:04:21, 118.216.38.**)
- 우와아아!!!!!!!
정말 잘 읽었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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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 (2010-11-07 12:15:01, 112.159.50.**)
- 형들...올더스쿨부터 제가 다시 공연장을 찾습니다. 잘 돌아오셨다능 ㅠㅠㅠㅠ 프리스타일 데이에서 말씀하셨듯이 12월 초에 부셔져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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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랩퍼엔 (2010-11-07 00:09:11, 112.153.162.**)
- 잘 읽었습니다 ㅠㅠ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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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교 (2010-11-06 22:47:17, 59.9.145.**)
- 정말 멋져요. 힙합에 대한 애정에 아주 불을 붙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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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h! nuts (2010-11-06 21:08:32, 121.135.199.***)
- 역시 리드머 인터뷰 최고네요! 이래서 영상보다는 텍스트가 훨씬 더 좋은 듯 합니다.
디테일하면서도 왠지 친근한 인터뷰는 타 사이트에 비해서 정말 고퀄이네요!
고마워요 리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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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quo (2010-11-06 20:49:43, 121.138.63.***)
- 정말 알차고 풍부한 인터뷰 잘봤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을 새삼 다시 해보게 되는 인터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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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loudPark (2010-11-06 20:39:40, 180.67.43.**)
- 인터뷰마저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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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rome (2010-11-06 19:03:48, 112.169.84.***)
-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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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동영 (2010-11-06 15:29:00, 117.53.217.***)
- 메타옹이 성천님을 소환하셨습니다.
정말 애타게 부르시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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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sty (2010-11-06 15:09:28, 58.234.238.**)
- 감동의 인터뷰입니다...말그래로 씬에 대한 형님들의 이해와 애정이 그대로 묻어나오네요
뮤지션들도 이 인터뷰를 보고 이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한국힙합 영원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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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ked Boi (2010-11-06 14:14:35, 125.189.49.***)
- 잘읽었습니다!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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